최근 IBM왓슨의 데이비드 케니(David Kenny) 사장을 만났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인공지능이 공헌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신약 개발이고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번에 소개하는 스탠다임이 바로 그런 회사다. 스탠다임은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적용할 때 어떤 효과와 이점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생물학(바이오) 분야의 박사 출신으로 구성된, 탄탄한 스타트업이다.

삼성 나와서 창업한 인공지능과 바이오 전문가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과(95학번)를 졸업한 김진한은 이후 나모인터랙티브와 엔씨소프트 등에서 개발자로 일하게 된다. 생물화학을 전공했지만 그는 컴퓨터공학도 복수 전공을 했다. 대학 시절 코딩을 배우고 그쪽 분야 일에 재미를 느껴 일도 그 쪽으로 선택했다.

그의 삶에 본격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200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이 때 인공지능에 눈 떴다.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 학위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에딘버러 대학에 진학해 받았다.

한때 영어에 미쳐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덕에 영국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로 미쳐 있었나요?”

그야말로 ABC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완전 기초부터요. 제가 영어를 너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서울대까지 진학한 사람이 영어를 다시 기초부터 공부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의 인공지능과 생물학에 대한 고민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학부 때 생물학을 전공으로 했고 석박사를 인공지능 분야로 한 그에겐 당연한 귀결이다.

석사 과정 시절부터 그는 인공지능을 통한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돌아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기술원 내부 다른 팀과의 협업 과정에서 송상옥, 윤소정 두 연구원을 만났다. 세 사람은 DNA가 손상을 입은 뒤 어떻게 복구되는가를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를 하면서 팀웍을 다졌다고 한다. 이 연구에는 김 대표의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송상옥 윤소정 두 사람의 바이오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다.

예전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함께 창업을 할 사람도, 자금도 없었기 때문에 주저했던 게 사실입니다. 두 사람을 만나 팀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없었더라도 실제 창업에 이르게 됐을까. 2014년말, 삼성종합기술원은 김진한 송상옥 윤소정이 공동 진행하던 연구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몇 년 뒤 계획까지 세워놨던 그는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신약을 만드는 데 어떤 공헌을 할 것인지를 직접 증명해보고 싶었던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리라 마음먹고 20154월말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불과 나흘 뒤 스탠다임을 창업했다. 송상옥 윤소정 두 사람은 흔쾌히 동참했다.

이미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있었지만 아내에게 말했을 때도 전혀 놀라운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노래를 불렀거든요. 언젠가 자기 일을 갖고 창업을 하리란 걸 알고 있었던 거죠.”

인공지능으로 신약개발 비용과 시간 30% 단축

스탠다임은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적용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인데,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는 이것을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했다.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적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최대 30%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인공지능은 사람이 생각지 못한 화학물질의 조합을 통해 신약개발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설명이다.

마치 지난달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인간이 생각지 못한 의외의 수를 뒀듯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거나 사람이 하기 쉬운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의 조합이라고 하더라도 매우 빠른 속도로 물질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이를 검증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이익은 그 다음부터다. 김 대표는 시간과 비용이 30% 줄어들면 신약 개발회사의 이익은 최대 120%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개발 기간 단축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앞당겨지기 때문이란 설명.

김 대표의 에딘버러 대학 박사과정 시절 동료였던 가야트리 나다라잔(Gayathri Nadarajan)도 그의 창업 소식에 서울대 치의대 연구원이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합류하는 등 인재들은 속속 모여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때마침 스타트업 전문 투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 등이 총 11억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정부 지원도 받게 되면서 자금에 숨통이 트였다. 국제 대회에서 실적을 내면서 대내외적으로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영국의 세계적인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 Zeneca)가 개최한 인공지능 신약개발 경쟁 프로그램 드림 챌린지에서 스탠다임 팀은 70여개 참가팀 가운데 중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완성된 버전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프로그램 스탠다임 솔루션은 약 2년 후인 2018년께나 출시될 예정이다

출시에 앞서 국제 대회애서 공인된 개발력을 바탕으로 제약회사, 화장품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B2B(기업간) 인공지능 컨설팅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을 비롯해 생물학에는 인간이 풀기 어려운 숱한 난제들이 있다스탠다임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며 그런 어려운 생물학적 과제를 풀어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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