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보다 No를 먼저 배운다

San Francisco&Berkeley 2009. 2. 15. 16:25 Posted by wonkis
다음달이면 세돌이 되는 딸 아이를 이곳에 있는 어린이집(Preschool)에 보내면서 나는 유심히 관찰을 하고 있다.어른도 쉽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어린 아이가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물론 걱정도 걱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깨닫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페이스를 조절해나가기 위해서다.

딸아이는 이곳 Emeryville에 있는 Emeryville Child Development Center라는 곳에 다니고 있다.나름 Emeryville 시에 소속돼 시의 지원을 받는 비교적 준수한 어린이집이라고 한다.나로서는 이곳이 좀 엄격하게 아이들을 훈육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흑인,백인,동양계,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복잡하게 섞여 있어 다문화를 체험하기에 좋을 듯 싶어 딸아이를 이곳에 보내게 됐다.

처음 한 주 동안은 말이 전혀 안통해서 힘들어하던 아이가 2주째로 접어들면서 이상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영어도 아니고,분명히 한국어도 아닌..(아마 말이 섞이는 과정인 것 같다)

그러더니 어느날 'No!'라고 말을 했다.자기가 맘에 안들거나 하기 싫은 일에 대해 강하게 소리치기 시작한 것이다.그 다음날부터는 'Come on'이라는(그렇게 들리기만 했는진 모르지만) 말도 했다.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얘는 Yes를 배우기 전에 No 부터 배웠네"

아마 새로운 환경이 힘들어서이기 때문일 거다.어린아이에게도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기에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거부하는 것부터 배운 것일 수 있다.생각해보면 하지 말라는 것만 빼고는 다 해도 되는 이 나라에선 분명하게 거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다만 그만큼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해 안쓰럽기도 하다.

평소에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어린이집 후기 등을 잘 보지 않았지만 이곳에 와서는 나도 긴장이 됐는지 그런 후기들을 샅샅이 찾아 읽어보고 있다.여전히 그 두마디 말고는 자기 의사 표현을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당분간 힘들 날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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