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면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누군가는 했어야 했다.국내의 유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할 수도 있었고 인터넷 기업이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우리가 가진 문화 콘텐츠의 힘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해서인지,단순히 시기를 놓쳐서였는지는 모른다.다행히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영어로 서비스되는 세계 최대 한류 사이트 ‘숨피(Soompi· http://www.soompi.com)’를 창업하고 이끌고 있는 조이스 김은 한국계 이민 2세로서 인터넷에서 한류 문화를 전파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다.한국 대중 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조이스 김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서 만났다.사람을 처음 만나서 이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까.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주도했다.2시간이라는 시간은 그가 갖고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변호사에서 벤처기업가로 변신
조이스 김 대표는 교포 2세로 미국 코넬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대학원과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IT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었다.그는 “1994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하게 됐다”며 “그때 노래와 드라마로 한국어를 공부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

 숨피닷컴은 원래 친구의 언니인 미국 교포 강수진씨의 홈페이지였다.‘숨피’는 별 뜻 없이 그의 친구들이 강씨에게 붙여준 별명이었다.자신의 별명을 따서 지은 말 그대로 개인 홈페이지였다.1998년 사이트를 연 뒤로 처음엔 한국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주로 올렸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자가 급증해 온라인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개인 홈페이지였던 숨피닷컴을 법인화하고 키워 나간 것은 조이스 김의 작품이었다.조이스 김은 2006년 “사이트 방문자가 너무 많아져 감당이 안 되니 도와 달라”는 요청을 강수진씨로부터 받았다.사이트를 법인화한 뒤 주말마다 이 일에 매달렸다.법인화한 뒤로 사이트는 빠르게 성장했다.2006년 1일 평균 20만 명이던 방문자 수가 지난해 70만 명으로 늘었고 이제 하루 방문자 수가 140만명에 달한다.

 결국 그녀는 2008년 로펌을 그만두고 숨피의 대표이사로서 벤처기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변호사를 하다가 왜 힘든 벤처 세계로 들어왔냐’고 물어보자 그는 “무엇보다 이 세계의 도전정신이 좋았고 훨씬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한국 대중 문화
 현재 숨피 회원 가운데 한국인의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아시아계가 50%,백인과 흑인이 35% 정도를 차지한다.성별로는 여성이 75% 남성이 25% 정도다.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말레이시아 호주 순으로 회원이 많다.김 대표는 “외국의 한류 팬들은 숨피 커뮤니티 내에서 ‘오빠(Oppa)’ ‘언니(Unni)’ 등의 한국식 호칭으로 서로를 부를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숨피의 회원들은 충성도가 높기로도 유명하다.사이트 내 수백만 개 콘텐트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물론 더 좋은 글과 사진을 구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세계 50여 도시에서 수시로 ‘숨피 미트(Soompi meet)’라 부르는 오프라인 모임을 연다.회원들이 직접 이렇게 발로 뛰며 콘텐츠를 올리기 때문에 숨피닷컴의 직원수는 4명에 불과한데도 운영이 된다.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의 많은 대중 문화 중에서 K-POP(대중가요)에 국한돼서 팬이 형성되고 있다는 거였다.가끔 대장금과 같은 드라마가 해외에서 알려지고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한류는 가요 중심이다.김 대표는 “한국 대중문화가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쉽게 접하고 맛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그는 “K-POP과 달리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미진한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예전 드라마를 보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 홈페이지 회원 가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인터넷,세계 시장에 관심 가져야
 그가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넘어가다보니 듣고 싶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한국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과 관련된 문제였다.그가 지적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인터넷실명제였다.나 역시 크게 동감했다.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는 근본적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사이트 가입 및 이용을 막아버린다.나 역시 예전부터 주변의 몇 안되지만 아는 외국인들로부터 그런 문제제기를 계속해서 받아왔다.여권 사본에 일부는 통장 사본까지 팩스로 보내야 가입이 되는데 대부분 신분증을 복사해서 팩스로 보내도 답변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어떻게든 소비자로 하여금 방문하게 해야 하는데 그걸 기를 쓰고 막는게 인터넷 실명제인 셈이다.그걸로 인해서 얻는 이익에 비해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버클리에 있던 시절 교수와 나눴던 대화가 새삼 다시 떠올랐다.한국이 인터넷이 발달했다고 하면서 왜 해외에서는 도대체 내놓는 서비스마다 족족 실패하는 걸까.온라인게임을 제외하면 왜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는 인터넷에서 접하기가 이리도 힘든 것일까.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던 저널리즘 분야의 이 교수는 이를 규제 일변도와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때문이라고 지적했다.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대부분이 소비자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 편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런 것에 익숙해온 한국의 인터넷기업들이 소비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해외 시장에 나가서 도무지 통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물론 기업들만의 잘못은 아니다.그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기업들에게 적응을 강요하는 정부가 더 큰 원죄를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얘기가 잠깐 딴데로 샜다.조이스 김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러가지로 생각이 확장됐다.어쨋든 조이스 김이 하고 싶었던 말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인터넷 서비스가 여전히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다.그녀는 그 중 하나인 ‘한류’에서 그 가능성을 본 것일 뿐이다.

 숨피닷컴은 이제 수익 모델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채비를 갖췄다.배너 광고 수익에다가 최근 실시한 ‘유료 프리미엄 회원’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향후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는 가상 아이템 판매도 준비 중이다.숨피의 가능성을 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모바일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숨피는 국내 연예 기획사 싸이더스HQ와 공동으로 ‘얼짱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김 대표는 “인터넷 기업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좀 더 해외에서의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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