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8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위(유료 부문)를 차지한 앱을 개발한 회사.출시한 게임 2개를 모두 앱스토어 1위에 올려놓은 회사.바로 페이즈캣(Fazecat)이라는 벤처 기업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말 선보인 ‘팔라독’(Paladog)이라는 게임은 2월 둘째주부터 4월 첫째주까지 8주동안 계속해서 1위에 올랐다.국내 앱 사상 최장 기록이다.두달 동안 벌어들인 돈만 4억원에 달한다.이 회사는 지난 2009년 코스트디펜스라는 게임을 앱으로 출시해 3주동안 1위를 차지했고 미국에서는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앱스토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회사의 멤버는 김진혁 사장을 포함해 4명이 전부다.“진짜 돌풍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고 자신하는 김진혁 사장을 만났다.

◆식상한 장르를 식상하지 않게 만들다
 팔라독은 이름처럼 개가 주인공인 게임이다.스토리가 독특하다.인류가 멸망한 이후 동물들이 지구를 지배하면서 모두가 전쟁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는데 악마가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서 동물들을 공격한다는 줄거리로 시작된다.동물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영웅적인 캐릭터 ‘팔라독’이 등장해 괴물을 무찌른다.

 팔라독은 흔히 말하는 디펜스 장르의 게임에 변화를 줬다.디펜스 장르의 게임은 자기가 구축한 성이나 진지를 지키는 게 게임의 핵심인데 팔라독은 영웅적인 캐릭터를 내세워 사용자의 관심을 끌었다.또 방어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춰 게임을 하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김 사장은 “디펜스 장르는 너무 게임 종류가 많아 뭘 만들어도 식상하다는 지적이 많은 대표적인 분야”라며 “하지만 게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많은 분야라는 것에 착안해 완전히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면 그만큼 관심을 끌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역발상이다.남들이 다 레드오션이라고 말하지만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충분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소비자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그는 자신이 잘 모르고 자신이 없는 블루오션보다는 잘 아는 레드오션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 같다.

◆10년만에 이룬 게임 개발의 꿈
 페이즈캣 김진혁 사장은 2009년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게임 개발의 꿈은 1998년부터 가졌다.게임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을까 싶어 성균관대 사범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이와 전혀 무관했다.이오리스라는 회사에서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대신하고 2003년 CJ인터넷에 입사했지만 여기서도 게임을 만드는 일은 직접 하지 못했다.

 이후 회사를 몇차례 옮기면서 게임 개발 일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안됐다.그가 하고 싶었던 것은 게임 디자인이었다고 한다.그런데 게임을 디자인할 수 있는 분야에 들어가도 자꾸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일을 많이 맡게 됐다.이를테면 기획도 하게 되고,마케팅도 하고 생각지 않았던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됐다.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한다.“계속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이 분야에서 경력도 제대로 못 쌓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그래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그는 2009년 회사를 나와 애플 앱스토어에 직접 게임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그런데 줄줄이 실패를 거듭했다.그러다 2009년 여름에 출시한 ‘마린걸’이라는 모바일 게임이 이탈리아 앱스토어에서 1위에 올랐다.이때 그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그 시점에 아내에게 말했습니다.한번 게임을 제대로 만들어보겠다고”

◆돌다리도 세번 두드려본다
 창업을 했다고 하면 언뜻 대단히 용감해보이기 쉽다.김진혁 사장 역시 용감한 사람이다.기본적으로는 그렇게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하지만 그의 이런 용감한 결정 이면에는 상당한 신중함이 있다.지금까지 스타트업 코너를 취재하면서 만났던 인물들에 비하면 쉽게 보기 힘든 신중한 성격이다.

 흔히 신중한 사람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라고 말하지만 좀 강조하자면 그는 돌다리도 세번 두드려보고 건너는 타입이라고 할까.앞서 그가 2009년부터 게임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그가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고 회사를 창업한 것은 아니었다.처음에 그는 한 벤처회사에서 일하면서 게임을 이것저것 만들어봤다.그런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그는 성공을 할 정도로 사업에 싹이 보이지 않으면 창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뭐든지 세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대비를 합니다.잘됐을 경우,그저 그런 성과를 보였을 경우,잘 안될 경우 등 세가지를 예상해보고 그거게 맞춰서 대강이라도 시나리오를 짜 놓습니다.그리고 상황을 봐가면서 대처를 하죠.”

 대강이라고 그는 말 했지만 그 뒤에 그가 사업을 해 나가는 과정을 들어보면 대강은 아닌 것 같았다.코스트 디펜스는 팔라독에 비해 전형적인 디펜스 장르의 게임인데 장르 선택에 있어서도 그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게임을 만들면서도 법인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무작정 모험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어요.아내에게도 일단 한번 해보고 안되면 다시 취직하겠다고 말했죠.”

 코스트디펜스라는 게임은 2009년 12월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됐다.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다.3주동안 국내 앱스토어에서 1위를 했고 미국 앱스토어에서 3위까지 올랐다.게임 매출만 5억이 넘었다.
 개인사업체 페이즈캣에서 만든 코스트 디펜스가 크게 성공하고 나서도 그는 특유의 신중함으로 게임 개발을 계속할지에 대해서 고민했다.코스트 디펜스를 함께 만든 사람과 결별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고민했는지 모른다.잠시 벤처 회사에 취직했지만 회사가 폐업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창업의 길을 가게 됐다.

◆중국에서 승부보겠다
 신중한 김진혁 사장이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을 걸었다.3명이서 6개월간 팔라독 개발에 집중했다.과거 앱스토어에 게임을 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모바일 게임도 품질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찌감치 배운 그였다.스토리의 차별성만으로는 부족하고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비교적 긴 개발 기간을 선택한 것이다.

 팔라독은 처음부터 뜨진 않았다.작년말 출시했지만 한동안 시장의 큰 반응이 없었다.그런데 미국 앱스토어에 올 1월말 출시하고 나서 국내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설 연휴 직후부터 1위에 오르더니 내리 8주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다.주간 단위로는 8주로 끝났지만 일 단위로는 지금도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차례씩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스트 디펜스와 팔라독,두 개를 연이어 히트시킨 실력을 벤처캐피털이 인정했다.페이즈캣은 최근 캡스톤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탈로부터 12억5000만원을 투자받았다.외부에서 처음으로 페이즈캣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2009년 자본금 1000만원(주당 100원)에 설립한 회사가 주당 3만7000원의 가치를 평가받았다.370배나 가치가 뛴 셈이다.

 김 사장은 이달말께 SK텔레콤의 티스토어에 팔라독을 출시할 예정이다.코스트디펜스의 후속작 코스트디펜스2도 올 연말께 출시할 예정이다.그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팔라독을 중국어 버전으로 서비스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김 사장은 “사실 팔라독은 아직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했다”며 “중국,미국,유럽 등 큰 시장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게임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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