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이번에도 편지를 썼다.중요한 일신상의 변화가 있을때마다 편지로 그 내용을 전달하는 그의 방식이 흥미롭다.

 1985년 애플 이사회에서 쫓겨날 때도 자신의 입장을 편지로 전달했고 2004년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는다는 내용을 임직원들에게 알릴 때도 이메일로 알렸다.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을 마친 그는 ‘애플 이사회와 애플 직원들에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회사의 공식 발표나 자신의 입장 발표 등이 아니라 우선 내부 직원 모두에게 편지를 통해 알렸다.
 
To the Apple Board of Directors and the Apple Community;

I have always said if there ever came a day when I could no longer meet my duties and expectations as Apple’s CEO, I would be the first to let you know. Unfortunately, that day has come.

I hereby resign as CEO of Apple. I would like to serve, if the Board sees fit, as Chairman of the Board, director and Apple employee.

As far as my successor goes, I strongly recommend that we execute our succession plan and name Tim Cook as CEO of Apple.

I believe Apple’s brightest and most innovative days are ahead of it. And I look forward to watching and contributing to its success in a new role.

I have made some of the best friends of my life at Apple, and I thank you all for the many years of being able to work alongside you.

 과거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당시 연설문만 보고도 눈물이 흘렀었다.짧지만 간결하고 진심이 묻어나오는 독특한 그만의 의사 전달법이 있는 것 같다.

 이번 편지에서도 그의 진심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온화하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진심을 전달했다는 것이 편지에서 느껴진다.

여기서 나는 편지의 뒷부분에 있는 new role에 주목을 하고 싶다.많은 언론들이 PC 시대를 만들었고 스스로 그 시대를 저물게 한 천재 CEO가 떠났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그는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그의 건강 문제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겠지만 그가 편지에서도 밝혔듯이 그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그가 과거처럼 CEO가 했던 그런 일을 하리라고 보긴 어렵다.하지만 그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애플에서의 존재감 등을 감안할 때 애플 내부뿐 아니라 세계 IT 산업과 경제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상당 기간동안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조만간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역할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는 건강 문제 외에도 많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애플이 언제까지 스티브 잡스만의 회사일 수는 없다.현재 애플은 곧 스티브 잡스 그 자체다.잡스가 없는 애플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하는 말속에서는 이 회사가 한 사람의 위대한 창업자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 애플이 post 스티브 잡스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팀 쿡을 강력하게 추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이미 오래 전부터 스티브 잡스는 팀 쿡을 내세워 자신의 부재시 대신하게 했다.그의 편지를 봄녀 천재급 인재들이 많은 애플 내에서 자신이 없을 때 힘의 균형을 잡고 회사가 혁신에 몰두하게 하기 위해 미리 지배구조를 정리하려고 한 의도도 보인다.그의 새로운 역할은 어쩌면 이제 언젠가 닥쳐올 진정한 포스트 스티브 잡스,즉 잡스 사후를 살아있을 때 준비하기 위한 작업에 전념하겠다는 것일 수 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로마 제정기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 황제가 핏줄이 아닌 티베리우스를 양자로 삼고 자신의 통치 기간 동안에 공동 집정관으로 삼고 군통치권을 넘겨줬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이런 사전의 움직임들이 절대자 아우구스투스 이후 로마 제정을 이끌어가는 힘이 됐다.

 그 어떤 개인적인 약점이나 주변의 험담에도 불구하고 재능과 열정,진정성에서 스티브 잡스는 진정 최고의 CEO였고 혁신가였다.몽상가였던 그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커다란 축복이다.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스티브 잡스같은 인물과 동시대를 살았던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을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는 Apple의 CEO에서 스스로 물러났다.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그를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그의 역할은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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