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자 한국경제신문 37면(인물면) 톱에 관련 기사가 이미 나갔습니다만,양이 좀 줄어서 처음 썼던 내용을 그대로 블로그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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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열 KT 홈고객부문 사장이 마라톤을 취미로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취미로 마라톤을 하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달리기는 상당히 좋아할 것이 분명하고,가끔씩 하프코스를 뛰는 정도가 아닐까.분명치는 않지만 그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유열 사장을 만나자마자 그가 처음 한 말에 나는 놀랐다.

“2005년에 처음 마라톤을 하기 시작해 만 6년 동안 풀코스를 11번,하프마라톤을 20번 뛰었어요.”

 서초동에 위치한 KT 올레캠퍼스 10층에 있는 서유열 사장의 방에 들어서자 창가에 가득히 세워놓은 마라톤 관련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춘천국제마라톤,경주마라톤 등 선수들이나 뛸 것 같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사진과 기록들이 빼곡했다.

 마라톤 선수들도 일년에 42.195㎞ 풀코스 완주를 두 번 정도만 한다고 한다.서 사장은 6년동안 11번을 완주했으니 1년에 얼추 두번씩 뛴 셈.거의 선수급이다.기록도 대충 취미생활로 뛰는 수준이 아니다.서 사장이 31번 뛴 풀코스와 하프코스 기록을 보여줬다.최고 기록은 2008년에 세운 3시간 32분 29초.3시간 35분내로 들어와야 마라토너들의 꿈 보스톤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이 기록이 작년에 공인되면서 서 사장은 올해부터 보스톤 마라톤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너무 바빠서 출전을 못했는데 내년엔 가고 싶죠.그런데 가려면 일주일 휴가를 내야하니 사실 어렵죠.허허”

 그의 말을 듣다 새삼 서 사장을 쳐다봤다.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얼굴에 광채가 나는 것 같았고 56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힘이 느껴졌다.사람이 탄탄해 보이면 역시 이유가 있었다.


 마라톤이 취미이자 특기이다 보니 그의 애장품은 모조리 마라톤과 관련된 거였다.갖고 있는 뉴밸런스 마라톤화만 스무켤레가 넘는다.“두 번만 완주해도 신발 뒤가 닳아요.돈 아낀다고 그거 그대로 신고 나가면 무릎에 무리가 오죠.마라톤 제대로 하려면 신발도 자주 바꿔줘야 합니다.”

 그가 보여준 마라톤복은 KT의 변천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2005년 처음 대회에 출전할 때 입었던 마라톤복 상의에는 네스팟(Nespot)이 크게 적혀 있었다.KT가 당시 전국에 네스팟 와이파이망을 깔았기 때문이다.2007년에는 IPTV를 시작하면서 마라톤복에도 Mega TV가 프린트돼 있었다.2008년 옷에는 당시 KT의 캐치프레이즈인 ‘Life is Wonderful’이,2009년에는 ‘Qook’,그리고 작년 옷에는 ‘올레KT’란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뛰는 걸까.어릴 적 유달리 몸이 약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초등학교 2학년때 숨을 쉬지 않아 가족들이 죽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아니 도대체 몸이 어느 정도 약했길래...“죽었다고 생각한 가족들이 거적대기를 덮어놨었어요.송장 치울 일만 기다리고 있었답니다.그런데 기적적으로 살아났어요.”

 그 뒤로 서 사장은 죽어라고 운동을 했다.태권도를 10년동안 해 3단까지 취득했고 대학에 진학한 뒤로는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스무살에 시작한 산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등산 경력만 35년에 달한다.지금도 골프 대신 매주 북한산,도봉산 등 서울 시내 인근 산에 오른다.지리산 종주를 10시간만에 끝낼 정도로 빠른 속도로 등산을 한다.그렇게 단련된 체력이 고스란히 마라톤에서 이어지고 있다.

 “2005년에 기업고객 본부장이 되면서 시간이 없어서 멀리 있는 산을 찾아가 등산을 하기가 어려워지더라구요.그래서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로 힘든 마라톤을 계속 하다 보니 에피소드가 없을 수 없다.작년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 나갔다가 35㎞지점에서 발에 쥐가 나서 쓰러진 것이다.“한 시간 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있었어요.” 
 
 진행요원들이 그를 들것에 실어 트랙 밖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때가 10월이었으니 1시간을 누워 있으면 등에 한기가 느껴질 터. 땀이 식으면 더욱 심했을 것이다. 왠만하면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물을 중간에 안 마시고 좀 오버페이스했더니 바로 쥐가 나더군요.하지만 인생에 포기란 없습니다.기록이 한시간 늦어지긴 했지만 다시 일어나서 끝까지 뛰었어요.”

 흔히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곤 하는데 서 사장은 마라톤을 하면서 그 이유를 실감하고 있다.“35㎞ 구간을 통과하면 무아지경에 빠져듭니다.몸 속의 에너지가 다 타고 달리던 관성으로 앞으로 나가는 거죠.이때쯤 되면 표현하기 힘든 쾌감마저 듭니다.마치 인생을 좀 살아봐야 의미를 아는 것처럼 말이죠.힘들고 지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달려야 한다는 것.포기해선 안된다는 것.그래서 마라톤을 인생이라고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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