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불편한 게 참으로 많다. 세상은 디지털과 인터넷, 모바일로 가고 있는데 아날로그 시대의 습관에 의존하거나 무관심 속에 변화 없이 방치돼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생각을 ‘처음으로’ 한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것을 실행할 능력을 갖췄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세상은 대단히 빨리 변화하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주위의 불편함은 그리 빨리 해소되는 것 같지 않다. 어린이집과 학부모간 소통을 위해 오가는 종이 알림장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스마트 알림장을 만든 ‘키즈노트’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상을 통해 변화를 시도한 회사다.

◆안철수연구소 출신 창업자들

키즈노트를 만든 김준용, 최장욱 대표는 안철수연구소에서 만났다. 아니, 사실 만나지는 않았다. 같은 회사에서 일했지만 두 사람은 안철수연구소 재직 시절에는 서로 통성명을 하고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에 대한 자각은 있었다. 그것이 나중에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된다.

 아주대 사학과 99학번인 김준용 대표. 그는 안철수연구소에 입사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이를 철저하게 실천했다. 안철수연구소에서 영업 담당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입사 전에 안철수연구소의 영업 실태를 파악했다. 관련 뉴스는 샅샅이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보안잡지사 기자를 다짜고짜 찾아가 기자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고객들이 어떤 요구사항을 하는지를 체크하는 한편 경쟁사들과의 관계에서 경쟁력, 문제점 등을 파악했다. 

 이렇게 준비를 한 다음 그는 안철수연구소 제품 총판 및 판매점 등을 찾아가 책임자를 인터뷰했다. 면접을 대비해 자신이 영업을 담당하게 되면 현재 영업망, 판매망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만의 비책을 찾아낸 것이다. 이처럼 극성(?)을 부린 덕에 입사전부터 회사에서 유명해졌다. 

 2006년 안철수연구소 공채 1기로 입사한 김 대표는 그의 소원(?)대로 영업을 맡았다. 그보다 조금 늦게 2007년 입사한 최장욱 대표는 국민대 경영공학과 97학번 출신으로 개발 쪽 업무를 담당했다. 입사 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김 대표가 회사에 들어가서 조용히 지냈을리 만무하다. 김준용 대표는 아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남들 앞에 나가 발표를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대화를 하는 것에 아주 익숙하고 그 과정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최 대표는 유심히 봤다. 처음엔 그저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함께 일하고픈 마음이 들었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한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는게 중요하다.

 어쨌든 같은 직장에 있었지만 서로 잘 모른 채 각자의 생활을 하던 이들은 어느날 비슷한 시기 회사를 나오게 된다. “정말 코피나고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왕이면 내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준용 대표는 2008년말, 최장욱 대표는 2009년 안철수연구소를 나왔다. 김 대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자기개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offline 카페 ‘더 퍼스트 펭귄’을 열었다. 취업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내가 뭘 잘하는지에 대한 상담도 진행하는 특이한 카페였다. 인문대생 답다는 생각이 든다. 고려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매장 2개를 열고 사업을 했지만 2011년 여름 사업을 접었다. 성장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성에 차질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최장욱 대표도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딸의 알림장에서 시작된 키즈노트

안철수연구소를 나와 외주개발업체를 차린 최장욱 대표. 돈을 버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발전 가능성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최 대표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딸의 가방에서 종이 알림장을 발견하게 된다. 

 “아직도 이걸 종이로 하네?” 

알림장을 넘겨보며 이런 생각을 한 그는 이걸 ‘전산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개발자 출신이기에 가능한 실행력이었다. 처음엔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자신의 편의를 위해 전산화 작업에 나섰지만 점점 사업화가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문득 김준용 대표가 떠올랐다. 그의 영업력과 사업추진력이라면 같이 사업을 했을 때 시너지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카페 사업의 존폐를 놓고 고민하던 김준용 대표도 흔쾌히 응했다. 김 대표는 최 대표의 아이디어를 듣고 생각을 확장해나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들이 알림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조사한 김 대표는 학부모, 교사, 원장, 어린이 등 4 주체 모두가 알림장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서로 쓴 글씨를 못 알아보는 아주 사소한 불편부터, 부모가 밤에 늦게 퇴근하거나 출장을 가서 그날의 알림장을 확인 못해 아이가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웹 페이지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 이를 연동시키면 여러가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회사를 설립할 때 서비스도 같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최 대표가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김 대표와 자주 만나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2011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서비스 개발은 2012년 봄이 되서야 끝났다. 2012년 4월, 키즈노트가 정식 설립됐고 김 대표도 정식으로 합류했다.

◆‘괴물’ 서비스가 된다

“키즈노트를 회사 내부에서는 ‘괴물 서비스’라고 불러요”

김준용 대표가 키즈노트를 설명하면서 한 소리다. 이게 무슨 말일까. 엄청나게 확장이 가능하고 성장할 수 있는, 마치 괴물처럼 파워풀한 서비스라는 뜻이다. 

 키즈노트는 사실 아주 단순한 서비스다. 오프라인의 알림장을 모바일과 웹 서비스로 옮겨 놓은 것이다.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일단 가장 중요하다. 어린이집이 이 서비스를 써야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쓰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B2B적인 성격으로 출발한다는 뜻이다. 어린이집을 얼마나 가입시키느냐에 따라서 회원수도 늘어나고 서비스도 발전해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보다 B2C 성격이 강하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평가를 직접 받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두 가지 성격이 혼합돼 있다.

 전국의 어린이집은 4만여개. 어린이는 125만명 가량 된다. 여기에 학부모와 교사 등을 감안하면 300만명 규모의 시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유치원 8000개를 더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키즈노트를 만들기 위해 김준용 대표와 최장욱 대표는 6개월 동안 시장 조사를 했다. 어린이집을 직접 찾아가 실태를 살펴보고 원장, 교사, 학부모를 인터뷰해 문제점 등을 파고들었다. 모바일 서비스가 나왔을 때의 사전 반응이나 기대감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키즈노트의 강점은 명확하다. 우선 학부모들은 아이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계속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용 앱만 깔면 회사에 있든, 손님을 만나러 이동을 하든, 지인들과 점심 식사를 하든 언제든 아이의 소식을 알 수 있다. 엄마만 하라는 법이 없다. 아빠도 알림장을 확인하고 동참할 수 있다. 심지어 해외 출장 중에도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더 이상 핑계를 댈 거리가 없다는 뜻이다. 교사들도 학부모들과 언제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이들을 하나하나 더 세심하게 보살필 수 있다. 

 교육콘텐츠를 올려놓거나 어린이·육아 관련 커머스 서비스도 가능하다. 현재 300개 어린이집이 가입해 있는데 재방문율이 98%에 달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그럴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이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은 목적이 분명하다. 계속해서 쓰는게 당연하다. 이런 충성도를 기반으로 학부모와 교사, 어린이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붙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경쟁사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키즈노트의 이런 가능성은 점차 주변의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엔젤투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키즈노트는 케이큐브벤처스가 여섯번째로 투자한 회사가 됐다. 서울시 어린이집 연합회로부터는 공식 추천 스마트알림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없어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비타민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없어선 안되는, 진통제 같은 서비스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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