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든 한 가지 목표만을 생각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살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궁금하다. 막연하지만,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분명 어떤 성취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소개하는 엠버스 주시현 대표는 젊은 나이임에도 매사에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임해온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해서 성공에 이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현실세계의 냉혹함이지만,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일찌감치 창업을 생각하고 준비해 온 그의 살아온 궤적과 준비 과정을 지켜보는 게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창업만 생각한 학창시절

2년만에 민사고를 졸업하고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 입학한 주시현. 그야말로 ‘엄마친구아들(엄친아)’의 포스가 느껴지는 그는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수재들이 모인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 군대를, 그것도 일반 사병 현역으로 가 만기제대했다는 점. 통상 이공계 진학생들이 엔지니어로 병역특례를 받는다는 것에 비춰 의외의 모습이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것이나, 전산학과를 택한 것이나, 군대를 현역으로 간 것이 모두 창업때문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사실 해외에 나가 창업을 하고픈 생각에 군대를 빨리 갖다오자고 생각했어요. 군대를 해결해야 해외에 나가는 게 자유로울 테고, 병역특례는 경험은 쌓을 수 있지만 기간이 길쟎아요. 병역을 빨리 마치고 해외로 가자고 생각한거죠.”

 제대하고 2010년 코스모스졸업을 한 그는 유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를 했다. 해외로 바로 나가느냐, 경험을 쌓고 해외로 가느냐의 기로에서 경험을 우선 쌓는 길을 택한 것이다. 창업을 생각했을 때 학위를 더 딸 필요가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때도 그의 생각의 중심은 창업 준비에 있었다고 한다. “경험은 없는 상태에서 회사의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는 훈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컨설팅회사에 갔죠.”

 그런데 1년2개월여만에 그는 회사를 나왔다. 왜? 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그가 생각한 것과 좀 달랐다. 무엇보다 창업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창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 “사업은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하쟎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정하면서 성장하는 거구요. 그런데 컨설팅이란 일은 그렇지 않더군요. 컨설팅은 모든 정보를 모아서 시행착오 없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정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컨설팅 회사를 그만둔 그에게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선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일세즈(Stylesay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이었다. 선배 일도 돕고 일도 배울 겸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1년 9월이었다.

◆시행착오 속에 길을 찾다

스타일세즈 입사가 주시현 대표에게 좋은 기회였던 이유는 본래 해외 창업을 꿈꿨던 그가 미국에서의 창업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처음에 그는 스타일세즈에서 경험을 쌓고 미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는 2012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주시현 대표가 당초 해외에서 창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한국 시장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어차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려면 해외에서 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런데 외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는 그가 모르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서비스 회사는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고,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미국에 나가보니 미국 고객들의 마음을 잘 모르겠더라구요. 문화적인 차이도 분명히 있었구요. 고객의 마음을 알고 고객과 만날 수 있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죠.”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던 한국 시장이었지만 카카오톡 등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모습도 그에게 자극을 줬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2년 봄 한국에 들어온 그에겐 함께 창업을 할 동료도, 뚜렷한 사업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카이스트 2년 후배이자 기숙사에서 방을 같이 썼던 산업디자인학과 김태은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한번도 창업에 대해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주 대표는 김태은의 실력을 알고 그의 성격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또 한 명을 설득, 2012년 6월 엠버스(Mverse)를 창업했다. 모바일(mobile)의 M과 유니버스(universe)의 verse를 딴 조어다. 모바일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담은 것 같다.  

 주시현 대표가 서비스 개발을 맡고, 다른 2명의 창업자가 각각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맡기로 했다. 이들은 모바일 커머스로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정했다. “모바일 커머스 분야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정말 소비자들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고 혁신의 여지가 많은데 그런 부분의 발전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됐어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봤죠.”

◆연말께 두번째 서비스 출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모바일 커머스는 아직 초창기라 1위 사업자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다는 점. 모바일 커머스에서는 1등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어야 사업을 끌어갈 수 있고, 뜻 있는 젊은이들을 모을 수가 있다.

 주 대표에게 엠버스는 사실 첫 창업이 아니다. 그는 2006년초에 학교 선배들과 창업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엔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지만 자금 부족, 경험 부족 등으로 중간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군에 입대했다. 2012년 창업할 때 주 대표의 모습은 그때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6년 전에는 선배들의 창업에 합류하는 형태였지만 이번엔 자신이 주도해 후배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모바일에서 제일 편리하게 이용하는 커머스 플레이스 만들어보자’ 이게 이들의 목표였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케이큐브벤처스에서 1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2012년말 이들의 첫 작품, ‘MNOP Designs’를 출시했다. 이름이 어렵다. 주 대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이름을 지었나?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지었어야 했는데..”

 이 서비스는 디자이너들이 상품을 올리고 사용자들이 이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쇼핑 중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어떤 물건이든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우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니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진만 보고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런 vertical 영역을 하나 잡은 거에요.”

 출시하고 7개월여만에 150명의 디자이너들이 올리는 상품 5000여개가 축적됐다. 4만여명이 다운로드해 서비스를 이용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는데, 막상 서비스를 시작해보니 기술적인 혁신보다 제대로된 상품을 제때 공급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부분의 변화는 이루기 힘들다는 걸 알게됐다.

 주 대표는 요즘 본질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본래 서비스를 시작할 때 목표는 ‘‘좋은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품 공급을 하느라 리소스의 상당수를 투입하는 상황이 된 것. 결국 커머스의 요체는 좋은 상품이고 이에 대한 정보라는 것을 서비스를 하면서 알게 된 그는 연말을 목표로 새로운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면서 모바일에서만 제공되는 그런 특징을 가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뭐가 나올까. 아직 초창기인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기존 웹 기반 커머스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구매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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