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인 지난 2012년 10월 만났던 북잼은 당시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을 모토로 했었다. 그 뒤로 1년이 지났다. 조한열 북잼 대표는 자신이 세웠던 그 원칙대로 높은 수준의 퀄러티를 보장하는 그런 책을 전자책으로 계속해서 냈다. 단행본만 내는데 그치지 않고 삼성경제연구소 세리북스와 제휴해 연구보고서를 책으로 묶은 것들도 전자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꾸준히 시도했지만, 시장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폭발적인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요원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진출은 계속됐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북잼도 생존을 위해선 살 길을 모색해야 했다.

<북잼 사무실에서 만난 조한열 대표(왼쪽)와 이명우 매니저>

◆북잼의 약점

본래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가 갖고 있는 약점을 말하는 것은 누구나 꺼리기 마련이다. 이것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비책이 있거나, 이미 약점을 극복한 경우다. 지난 1년여 시간 동안 북잼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하면서 조 대표는 북잼의 약점을 스스로 말했다. “북잼의 약점은 자기 이름으로 낸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책을 냈으면서 이건 무슨 소리일까.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북잼은 기존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출판사의 특정 종이책을 전자책 앱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축적해왔어요. 북잼이 개발한 것은 맞지만, 콘텐츠의 원 저작권은 출판사가 갖고 있고, 소비자들도 해당 책에 대해 기존 출판사의 이미지를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즉 쉽게 말해 자체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개별앱으로 전자책을 계속 냈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다. 이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묶어서 보여주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있긴 하지만 그대신 그만큼 많은 콘텐츠들이 각기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전자책을 구매하는대로 저장하는 것은 소장의 기쁨과 독서의 편리함 측면에선 장점이지만 메모리 용량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전자책이라는 분야는 콘텐츠 확장이 빠르게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체 브랜드가 없다는 약점은 반드시 시정될 필요가 있다. B2B로만 사업을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플랫폼으로 도약한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콘텐츠를 반드시 하나의 앱에 다 묶어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 대신 어디서든 불러와서 볼 수 있으면 된다. 그래서 북잼은 클라우드 방식을 이용, 전자책을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일부 콘텐츠에 대해선 이 방식을 시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가칭 북잼앱(클라우드 서재앱)은 다음달 11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시험적으로 적용하는 서비스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확대된다. 

 북잼앱을 다운로드받으면 개별앱으로 구매했던 전자책을 북잼앱에서 모두 불러와 볼 수 있다. 클라우드 방식이기 때문에 저장 용량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한번 구매하면 어떤 기기에서든 전자책을 볼 수 있다. 북잼이 만든 전자책을 구매한 사람에게 확실한 혜택을 주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새로운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북잼은 기존의 종이책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춰왔다.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이라는 모토도 거기서 나왔다. 하지만 기존 종이책의 전자책화 사업은 한계가 너무나 많다는 게 조한열 대표의 생각. 이런 생각은 사실 전자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겐 뼈아픈 일이지만, 그래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 대표는 성장을 위해선 종이책의 전자책화에만 의존해선 안된다고 보고 소셜출판과 1인 출판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분야는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계속 성장해야 하는 벤처기업이 여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죠. 하지만 소셜출판과 1인출판 쪽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아직 초기 단계이고, 이 분야의 절대 강자도 없구요.”

◆대규모 투자 유치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는 변화를 겪으면서 북잼은 재도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사업을 확대하면 그만큼 돈도 더 필요하다. 그래서 투자 유치에 나섰고, 성과도 있었다. 제법 큰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면서 플랫폼화와 소셜출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책은 정말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는 일단 숫자가 확보되야 하는데 책이라는 분야는 저작권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서 절대적으로 우월한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 콘텐츠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도 어렵다. 저작권자 개개인들의 이해관계도 틀린데 사업을 위해선 이들과 일일이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싸게, 아니 아직도 공짜 콘텐츠를 바라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가끔은 왜 이 분야에 들어와서 이 고생을 할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이런 질문에도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저라고 왜 그런 생각을 안하겠어요. 그래도 차근차근 하면서 길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어렵긴 하죠. 그런데 일하는 게 좋더라구요.”

 옆에 같이 있던 이명우 매니저가 거들었다. “조 대표는 지독한 일벌레에요. 하루종일, 일년 내내 일 밖에 몰라요. 아마 그래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조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에서 이젠 서점 위의 서점을 지향하고 있어요. 서점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책들도 있는, 모바일 서점이 되는 거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쯤 자신도 있고, 방법도 보여요. 올 연말께 BEP (Break Even Point)찍고, 내년엔 진짜 보여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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