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면 사용 패턴이 좀 달라지는 것 같다. 뭔가 생산하고 자료를 찾는 이런 것보다는 소비하고 즐기고, 잠깐씩 해도 별 상관이 없는 그런 것들을 주로 하게 된다. 차분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PC나 노트북 앞에서 한다.  

 결국 모바일에서 살아남으려면 재밌어야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아주 필수적으로 꼭 필요하던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고, 열심히 배우거나 사용방법을 익히지 않아도 그냥 느낌으로 하게 되는 그런 게 결국 통한다. 좀 더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것들이 PC시절보다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진이나 관련 글, 동영상 등을 보는 것은 어떨까. 진정 좋아한다면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찾아 들어가지 않을까. 어디서 알았는지 정보를 기가막히게 찾고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지인들을 끌어모으면서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몬스터플래닛은 바로 이런 서비스, Fansome(팬섬)을 개발했다.

<몬스터플래닛 임직원들. 가운데가 이성학 대표>

◆넥슨 출신의 창업 멤버들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한 이성학 대표는 2004년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대신하기 위해 넥슨에 입사했다. 2006년 넥슨에서의 근무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갔지만 이듬해 바로 다시 넥슨에 입사하게 된다. 어느날 옛 직장인 넥슨에 잠깐 들렀다가 만난 (당시) 민용재 본부장이 ‘신규사업을 같이 해 보자’고 제안했기 때문. 끝난 줄 알았던 넥슨 생활은 이렇게 다시 시작됐다. 

 당시 그가 맡았던, 이른바 ‘신사업’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도서 등 주로 오프라인 관련 사업. 넥슨이 게임 콘텐츠를 기반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원소스멀티유즈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도 활발하게 추진했는데 그가 그 일을 맡았던 거였다. “2007년 2008년엔 게임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캐릭터페어를 나가기도 했어요.” 하여간 그 정도로 열성적으로 했다는 뜻. 

 넥슨 신사업팀에서 만난 6명이 창업 멤버가 됐다. 처음부터 창업이 목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게임이 주력인 넥슨이라는 회사에서 신사업을 한다는 것이 내부에서 진행하기엔 어떤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이 대표는 독립법인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넥슨 신사업부에서 하던 일을 나와서 별도 법인에서 하면 오히려 사업 영역도 확장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고 한다. 넥슨의 일을 중심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 리스크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대표와 넥슨 신사업팀 멤버들은 2010년 몬스터플래닛을 창업했다. 이 대표가 상당수 지분을 투자했고, 넥슨의 지분은 없다. 시작은 넥슨에서 하던 캐릭터 사업이 위주였다. ‘대학·학과 선택 고민하고 있니’라는 책을 출간하는 등 출판업도 했다. 오프라인에서 그야말로 온갖 사업을 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플랫폼 개발의 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기존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이쟎아요. 그런데 좀 다른 방식의 네트워크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가 생각한 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페이스북에 수많은 사람이 연결돼 있다. 하지만 그 중 막상 나와 오프라인에서 친한 사람이라도 그가 올리는 글 중 상당수가 나에겐 별 관심없는 일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의 정치적 견해라든가, 종교에 대한 의견이라든가, 사회 현상에 대한 시각 등이 그것이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인간적으로는 친해도 정치적 견해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별로 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 못지 않게 ‘관심’과 ‘관심’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런 결론에 아무런 고민 없이 도달한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구상하는 가운데 시행착오도 겪었다. 2011년 9월 몬스터플래닛은 ‘offline 술래잡기’라는 앱을 개발했다.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주위 사람들과 술래잡기를 즐겨보자’는 개념. 앱을 설치하고 어떤 지역에 가서 실행했을 때 지 역 주위에 있는 앱 이용자들이 표시가 된다. 즉 이용자들끼리 술래가 되고 도망자가 되서 서로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초반에 크게 인기를 끌었다. 출시한 지 사흘만에 1만명이 다운로드하고 이용자들이 몰렸다. “그런데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너무 몰리니 에러가 나더라구요. 경험이 없다보니까 예상을 뛰어넘게 사람이 몰리자 서버를 리셋해야 되는 상황이 왔죠. 에러가 자꾸 나서 결국 3개월 뒤 서비스를 접었어요.”

 운영 미숙으로 실패한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감도 얻었다는 설명. 재미삼아 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자신들의 생각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올 5월에는 소셜파티UP이라는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역시 지역을 기반으로 같이 있는 사람들끼리 가상의 파티를 즐기는 것. 남녀간에 대쉬하거나 모르는 사람을 새로 사귀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런 서비스들을 선보이면서 사람들간에는 공통의 관심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 관심사 중 가장 강력한 게 뭘까. 서로가 좋아하는 스타가 아닐까. 팬섬(Fansome)은 그래서 나왔다. 

◆관심과 관심의 연결

팬섬은 관심을 갖고 있는 스타의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존에도 한류 관련 서비스가 있지만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돼있지도 않구요. 콘텐츠 번역 관련 서비스들도 SNS쪽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유저들끼리 실시간 소통을 하는 부분은 확실히 부족합니다. 팬섬은 기존 서비스들이 가진 이런 약점 부문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습니다.” 

 앱을 실행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선택해 팔로우하면 스타와 관련된 콘텐츠만 볼 수 있다. 기본은 사진.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없다면? 그 스타를 등록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팬섬은 유저들이 요청하고 찾는 스타를 등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페이스북 아이디를 이용하면 쉽게 로그인이 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연예인이 이민호라고 하면 선택만 해도 바로 이민호와 관련된 갖가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올리는 사진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도 가능하다.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를 지원한다. 유저들이 쓰는 스마트폰 OS(운영체제)에 따라 자동으로 언어가 설정된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었습니다.” 이 대표의 설명. 말이 된다. 마침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창업지원센터 지원 대상에 선정돼 1500만원을 중국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홍보마케팅에 쓸 수 있게 됐다. 

 1월 둘째주부터는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돼 있다. 우선 팬섬에 사진을 올리면 위챗, 카카오톡, 라인, 웨이보 등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스타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랩, 유튜브 등에 직접 올리는 자신의 사진과 동영상을 가져오는 기능도 추가된다. 즉 팬섬을 통하면 스타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다 보게 된다는 뜻이다. 

 “한류를 통해 전 세계인들을 관심네트워크로 엮어 보겠습니다. 지금의 절호의 기회죠. 전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류콘텐츠 마케팅 플랫폼이 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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