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멤버십과 포인트 적립을 가장 쉽고 간편하게 하는 것은 뭘까. 아무것도 필요없이 그냥 나를 알아주는 게 최고일 것이다. 얼굴이든, 지문이든, 목소리든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뭔가를 통해 나를 인식하고 알아서 멤버십도 가입해주고 포인트 적립도 해 주는게 가장 편리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편리한 만큼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위험도 커진다. 나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터치웍스는 개인을 식별하는 방식으로 이보다는 한 단계 불편한 방식을 택했다. 개인 정보 유출을 최소화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편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화번호와 NFC 또는 RF 칩만 있으면 소비자를 인식, 멤버십과 포인트를 처리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급에 나섰다. 

◆무난하고 재미없는 인생

터치웍스 강승훈 대표는 스스로 “무난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그는 이른바 ‘엄친아’다. 1998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역특례업체에 들어가 일했다. 당시 들어갔던 회사는 KEB테크놀로지. 지금은 코나아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이 변경된 회사다. 비록 대기업은 아니지만 코스닥 상장사로 그는 이 회사에 들어가서 11년 동안 일하면서 인정도 받고 회사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한다. 창업자이사 대표이사의 직속 부서 팀장으로 일하면서 여느 대기업 못지 않은 좋은 대우를 받았다. 

 11년 동안 그가 일한 분야는 임베디드소프트웨어.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유심카드, 각종 카드에 작은 칩이 들어가는 거 아시죠? 그런 칩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죠. 원래는 병특으로 들어갔는데 계속 눌러앉아서 일을 했어요.”

 여기까지 보면 어림짐작할 수 있지만, 그는 애초부터 창업을 하려는 생각을 하거나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다. 그럼 이랬던 그가 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카드IC칩, 유심카드 이런 거 아무리 만들어도 아무런 피드백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당연하죠. 제가 한 분야가 B2B 분야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제가 만든 것들을 사람들이 쓸 때 어떤지 궁금했거든요. 그런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결정적인 것은 좀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 

 “혹시 온라인게임 좋아하세요?”

 그가 불쑥 묻더니 나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게임에 보면 레벨이 있쟎아요. 만랩에 도달하면 더 이상 레벨을 키울 수는 없죠. 저에게 그런 상황이 곧 닥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은 만랩의 제한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 좀 더 넓은 세상에 나가서 만렙의 제한없이 승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건거죠. 마침 큰 아이의 돌을 맞이하면서 아이에게 어떤 아빠가 될 것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다고 얘기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

 2012년 3월. 강승훈 팀장은 11년간 몸담았던 코나아이를 나왔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회사를 나올 당시의 상황은 사실 좀 막막했다.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온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 그는 막연히 B2C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었지만,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B2C 비즈니스는 그가 잘 알지 못했다.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던 그는 코나아이 시절 함께 일하다가 그보다 먼저 나와 투자은행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던 박형순에게 연락을 했다. “형이 하려고 하는 사업이 왜 안되는지 설명해주겠다”는 박형순의 말에 약이 오른 강 대표는 그를 만나 자신의 구상을 말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나와 KTF에서 일하다가 나와 다른 일을 하고 있던 나준채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그가 구상했던 아이템에 대해 번번이 안된다는 비판을 하던 두 사람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오프라인 개인화 서비스’에는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될 것 같다’ 정도가 아니라 자신들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함께 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신중한 강 대표는 예전 코나아이 시절에 함께 일했던 이참솔 로티플 창업자도 만나 그의 아이디어를 말해 ‘합격점’을 받았다. 

 그의 아이디어는 우연히 나왔다. 회사를 나와서 커피숍에 있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결제를 하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과정을 보면서 ‘사람들은 쉽게 포인트를 적립하고 매장 주인들은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즉시 현재 매장의 멤버십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련 오프라인-모바일 연계 서비스들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조사했다.

 시장 조사를 통해 그는 자신이 생각한 방식이 통할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생각한 것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NFC, RF 등의 단말기나 카드 등을 서비스의 인프라로 활용, 오프라인 개인화 식별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 이 분야는 그가 예전에 있었던 코나아이에서 종사했던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결국 잘 아는 분야로 돌아온 거네요?”

  “그렇죠.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게 다르더라구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온 거죠.”

 2012년 9월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3월, 모바일멤버십 서비스 ‘터칭’이 출시됐다. 

◆오프라인의 개인화 식별 끝판왕

터칭은 중소상공인들과 수많은 멤버십카드 때문에 지갑이 복잡해진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터칭이 있으면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을 필요도 없고, 앱을 깔 필요도 없다. 특별한 조작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자신을 증명하는 뭔가를 보여줄 필요도 없다. 

 매장에서 물건을 산 다음, 교통카드나 사원증,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매장의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매장 입장에서는 이것을 도입하는 데 큰 돈이 들지도 않는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터칭 서비스를 직접 써 봤다.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터칭 단말기에 대자 관리자 PC에 ‘등록이 안 된 카드’라며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등록할 것을 요구하는 화면이 떴다. 전화번호만 입력하자 바로 등록이 됐다. 스마트폰 입력하면 그 매장의 회원이 되고 앞으로는  갖다 전국 어디서든 해당 매장을 방문해서 스마트폰을 대기만 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물론 꼭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된다. 회사 사원증도 등록이 가능하다. 개인 정보를 가져가는게 아니라 해당 단말기 칩과 전화번호를 동기화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멤버십 등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통신사들도 전자지갑을 만들었다. 결제도 가능한 서비스다. 그런데 아직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그런 서비스가 있어도 앱을 다운받거나 앱을 실행해야 하고 실행한 다음 뭔가를 열고 보여주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죠. 불편해요. 사람들에게 자꾸 여러가지 행동을 요구하면 불편해서 다음엔 안쓰게 되거든요.”

 매장이 터칭 단말기를 도입하는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장점. 몇십만원짜리 아이패드 등 별도의 단말기가 없어도 된다. 기존 노트북이나 PC에 3만원짜리 RF리더기만 연결하면 된다.

 당장은 전자지갑 등과 경쟁해야할 처지. 해피포인트나 오케이캐시백과 같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멤버십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중소 매장의 멤버십 등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수준.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얼마든지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에서 개인화 서비스의 끝판왕이 되는 게 목표. “정보 유출의 걱정없이 개인을 식별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매장 주인들이 많은 서비스를 할 수 있죠. 소비자들은 그만큼 편해질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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