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ruptive Innovation(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분야가 어디일까요.”

대화도중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는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딱히 상대방을 보고 질문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뭔가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그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 분야에서 Disruptive Innovation이 있겠죠. 그런데 저는 택배가 지금 딱 그런 혁신이 일어나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의 쇼핑은 줄어드는 반면 온라인쇼핑, 특히 모바일 쇼핑은 급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전체 온라인쇼핑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했지만 1년만에 그 비중은 45%로 상승했다. 4분기에는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외직구도 증가세다. 이렇게 클릭 한번으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누군가는 그 물건을 배달해야 한다. 택배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내걸고 있는거나 배달 관련해 온갖 서비스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래도 택배 수요의 급증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진짜 혁신은 앞으로 올 것이라는 뜻이다.

혁신의 길목에서 기다린다

만나자마자 그가 이런 얘기를 꺼낸 것은 스스로 항상 어떤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인가, 무엇이 사라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 투자 관련 컨설팅과 지원을 하고 있는 그와 그의 회사의 본업상 필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홍상민 대표는 지난 2004년 넥스트랜스를 설립했다. 넥스트랜스를 설립하기 전 그는 투자회사에서 일했다. 브이넷벤처투자, 새롬벤처투자 등을 거쳤다. 투자컨설팅 업무를 주로 했다고 한다.

처음엔 창업 초기 회사에만 투자했어요. 나중엔 다양하게 투자 영역을 넓혔죠. 데일리 포커스를 창간하는 일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벌였어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점점 줄이게 되더라구요. 사실 저는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보람도 컸구요. 그런데 비중이 줄어드니 재미도 줄었어요.”

그래서 그는 결국 투자회사를 나왔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투자컨설팅이었다. 그것도 초기 기업에 대한 컨설팅. 그는 그래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회사를 차렸다. 그게 200410월이었고 그때 넥스트랜드가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투자컨설팅이란 게 뭘까. “쉽게 말하면 투자를 받기를 원하는 기업이 있는데 투자를 하려는 투자회사는 그런 회사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계속 그런 회사만 찾으러 다니기도 쉽지 않고, 막상 좋은 회사는 제품이 나오기 전까진 눈에 잘 안띄는 경우도 많구요. 초기 기업의 상태를 점검하고 투자 회사와 연결하도록 도와주는 거에요.”

일종의 투자 브로커리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맞다. 사실 그가 넥스트랜스를 설립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가 회사를 설립하던 시기에 이미 이런 식의 브로커리지를 하는 회사들이 있었다. 그런데 투자받는 회사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해외 투자자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즉 수요와 공급 어느 쪽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할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엔 국내 초기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해외투자자만 모아서 1000억원 가량을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일도 했죠.”

이렇게 2008년까지 주로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 유치를 진행한 홍상민 대표. 물론 여기엔 상당한 양의 몸으로 뛰는 일도 포함돼 있었던 것 같다. 비상장 기업에 대한 분석은 물론, 영어 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일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세상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스타트업에게 엄청난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옥석을 가리기 힘들어진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혁신의 길목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그의 말은 그래서 나왔다.

세상이 바뀌고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

“VCNC, 스타일쉐어 이런 기업을 초기에 발굴하고 성장을 함께 하는 것. 그런 게 정말 어렵지만 보람있는 일이죠.”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역시 기존 제조업 부품, 각종 솔루션 등의 분야를 다 버리고 앱스토어에 올리는 앱 위주의 컨설팅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바일 분야도 시장이 성숙하면서 점점 기술 개발의 영역과 오프라인-온라인이 연결되는 분야의 기회로 나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뭐가 사라지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회가 올까요?”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이 질문을 반복했다. 로봇? 인공지능? VR(가상현실)? 글쎄. 뭐가 됐든 이런 새로운 현상들, 기술로 인해 생겨나는 기회들이 끊임없이 창출될텐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도 직업상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컨설팅이나 인큐베이팅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 투자회사도 설립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가 설립한 더네스트컴퍼니는 시리즈A 투자를 받았으나 일명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가고 있는 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해주고 이들이 죽음의 계곡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패하는 기업의 요건을 말했다. 요건이라고 말하기엔 좀 적절치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실패로 귀결될 확률이 높은 기업의 경우 창업가, 특히 대표가 슈퍼맨이 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모든 것을 가장 잘 알고 다 잘 하려고 하는 대표는 결국 조직을 그의 명령이나 비전에 따르는 하나의 부품으로, 기능원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게 그의 지적. “슈퍼맨이 아니라 팀 리더가 되야 한다는 겁니다.”

채용에 실패하면 조직 운영에도 실패하기 쉽다고도 했다. 특히 스타트업이 그런 경우가 많아요. 성장세에 접어들거나 어려움에 빠져 해결이 필요할 때 언제든 사람을 외부에서 충원해야 할 일이 생기죠. 그때 그 일의 전문가를 뽑을 것인가, 아니면 경험은 부족해도 열정가를 뽑을 것인가 하는 선택에 직면하죠. 물론 둘 다 갖춘 사람이면 좋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럼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전문가를 뽑아요. 그게 안심이 되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채용이 결국 재앙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할 말이 많았을 것 같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엔 창업가들이 주의해야할 실패의 조짐들, 또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순간들, 성공한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사이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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