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幻泡影-삶과 꿈,살아가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55건

  1. 2008.05.13 42년간 직장생활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2. 2008.04.16 다시 시작합니다 8
  3. 2008.02.16 글쓰기는 고통이다
  4. 2008.02.15 인간의 굴레를 벗을 수 있을까
  5. 2008.02.15 夢幻泡影 2

<인터넷 분야와는 맞지 않는 얘기지만 42년을 공직 생활을 하다가 물러난 한 공무원의 퇴임사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3일 전윤철 감사원장의 퇴임 기자회견은 그 뒤에 있는 여러가지 정치적인 배경이나 고려 사항을 떠나 자연인의 눈으로 볼 때 자신을 돌아보게끔 한 시간이었습니다.전 감사원장의 사퇴 기자 회견 전문 중 질의 응답을 빼고 전 원장의 발언 내용만 간추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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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만나서 반갑다.2003년 11월10일 19대 감사원장으로 임명돼서 4년 임기를 마치고 작년 11월9일 재선임돼서 감사원장으로 재직해왔다.오늘 2시 대통령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물러갈 때는 제 경험에 의하면 언론사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물러가는 것이 맞지만 간담회를 하게 된 것은 따로 이유가 있어서다.

  감사원장을 헌법에 임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물러나는 배경에 대해서 여러분께 설명을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간담회를 자청하게 됐다.

 헌법에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서는 임기를 헌법정신에 따라서 지켜야할 책무가 있다.한편으로는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절차가 대통령이 지명해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야 임명되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과 국회의 두 축이 감사원장 임명하는 데 적용된다.

 신 정부가 출범하고 4월에 총선이 있으면서 나를 90%지지했던 국회가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들어서면서 나의 임기도 다하게 됐다.나를 임명했던 대통령이 바뀌게 됐고 국회도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헌법에 정해진 (중간에 물 한 잔 마심) 임기를 지켜야할 필요성도 있지만 새로운 정부가,새로운 국회가 시작하는 상황에서 팀워크로 움직여나가기 위해서는 저로서는 흔쾌히 대통령께 사직서를 올리고 감사원장직은 새로운 사람에게 맡겨서 팀워크로 국정을 수행하고 협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또 하나의 책무라고 생각하게 됐다.임기 내에 이런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간담회를 열게 됐다.

 왜 시기를 이 시점으로 했나? 이런 의문 많이 가지실 것으로 안다..대통령 취임할 때에 사직을 할 수도 있었으나 그 당시로서는 17대 국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직서를 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을 택하게 됐다.

 여러분들 뵙게 되니 그동안 각 언론사에서 제 문제가 큰 관심사로 등장했던 것 같다.그 동안 언론사에 비친 제 자화상이라고 할 까 이런 것이 영혼없는 공직자상이었다 이런 비판도 있었고 ..제 임기가 내년 6월로 끝나는데,그런 현상을 놓고 연임을 하기 위해 여러 부탁을 하고 있다..이런 얘기도 있었다.항상 통상적으로 하고 있던 감사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코드감사라고 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저는 그 동안에 공직 생활을 43년째 하고 있는데,기관장만 12년째 하고 있다.그 동안에 제 행적에 대해서 영혼없는 공직자상,그리고 양지를 쫓아다니는 공직자상,코드에 맞추는 이런 얘기를 처음 들어봐서 상당히 당황스럽고 어떻게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마 이런 심정을 여러분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내가 사무관 생활을 8년 9개월을 했다.4-5년이면 승진하던 시절에 그랬다.영혼없고 양지만 따라다녔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말단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겠습니까
 코드에 연연했다면 3대 정권에 걸쳐서 장수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나는 코드를 맞추면 국민에게 맞추지 정권에 맞추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코드 감사 지적에 대해선 안타깝고 억울하고 분하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혼이 없는 공직자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산 증인이 바로 나다.1980년대만 하더라도 정부의 개발전략이라고 하는 것이 다 정부 주도였다.대기업을 육성하고 파이를 크게 만들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확산효과를 노리는..그 시절에 대기업을 옥죄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탄생시킨 주역이었다.당시 나는 과장이었지만 위에서 차관이 반대하고 부총리도 반대하는 와중에 질책도 받으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들었다.


우리의 개발 전략을 누가 이끌었는가.바로 우리 공직자다.재벌이 큰역할을 했지만 재벌이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은 공직자들이었다.한참 개방이냐 내수 중심의 폐쇄 경제냐 이런 것을 갖고 자정까지 토론을 한 것이 공직자들이었다.

 저는 개발연대부터 공직자생활을 하면서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공직자들 모두를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결국 사기만 떨어뜨리는 것이다.

 내 인사 문제만 아니면 여러분들을 만나서 소주잔이라도 한 잔 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열린 토론 이런 것을 하고 싶었는데 기자들과 만나서...사퇴문제만 아니면 직작에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물론 공직자가 100%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아무런 자원 없는 나라에서 이런 정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공직자들의 힘이 크다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렇게 해서 저는 외길 공직 생활 43년을 살아왔고 대통령께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물러나게 됐다.나는 다른 것을 해 본 적이 없다.외길을 앞만보고 달려왔던 공직자 생활을 접고 조용히 야인으로 돌아가는 심정을 여러분을 모시고 간담회를 하게 됐다.

임기까지 내가 자리에 연연하겠다는 말을 나는 해 본적이 없다.어떤 시점에 물러나는 것이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갈 것인가하는 시점을 계속 고민해 왔다.그 시점을 5월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을 단 둘이 만나서 사직서를 제출했다.임기제와 관련해서 19대 원장 시절에는 감사의 방법이랄까,직원들에게 감사원이 변해야 정부가 변하고 정부가 변해야 우리가 21세기를 살수 있다고 말해왔고 그것을 실천하는 기간이었다.그런 방향으로의 시스템 감사 체제를 구축하는 시절이었다.
  오늘 사실 1-2번 대통령이 만류를 했었다.하지만 나는 나의 소신대로 물러나는 것이다..대통령께서 연금이 얼마냐고 물어보셨다.제 연금이 대한민국 공직자 가운데서 가장 많습니다 라고 말했다.저는 공직자로서 여한도 없고 ..새 정부와 새 감사원이 일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결정을 내렸다.

  저는 참 오래 했기 때문에(웃으면서) 기관장 생활만 12년한 거라면 정말 보통 생활이 아니다.앞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추스리고 뒤도 좀 돌아보면서 이제까지 제일 고생했던 우리 집사람이기 때문에 그 동안 못다한 대화도 좀 나누고..그러고 싶다.

 공직자 생활 42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나의 긴장의 연속은 곧 우리 집사람과 연결되기 때문에 아내가 정말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앞으로 아내와 대화도 좀 하고 못 가본데도 좀 가보고 그럴 생각으로 있다.

 언론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공직자라는 이름 만으로 배척과 질시의 대상이 되서는 곤란하다.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공직자는 우리나라 개발의 역사다.

 그 동안 우리 공직자들이 한 것은 하얀 백지에다가 꿈을 그리는 것이었다.지난 날은,회고해보면 짜장면과 소주로 배고픔을 달래면서 살아왔던 시절이었다.공직자는 국민들과 가장 밀접한 부분에 있다.일하다가 쪽박찬 사람들 비난하지 말아라 일 안하고 빈둥빈둥대는 사람을 비판해라.지금도 개발의 주역은 공직자들이다.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커 왔나.금융특혜,외자 선별 지원,세제감면 등에 의해 기업들이 살아왔다.그 여건 조성은 공직자들이 해 온 것이다.
 물론 공직자들이 선량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매도되고 배척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물러난 뒤에는 오늘 모인 분들과 식사라도 한 번 할 수 있도록 공보관실을 통해서 말씀드리겠다.소주나 한 잔 하면서 지나온 일들을 얘기해보자.나는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다른 소식 전하겠다.나는 이만 물러가겠다.여러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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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원기입니다.지난 3월2일자로 정치부로 발령을 받고 이후 한동안 블로그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핑계는 새로 바뀐 부서와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거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때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인터넷/게임 기업들의 CEO,창업자를 비롯한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그리고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썼습니다.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제가 IT부 기자였기 때문이었는데,제 처지가 바뀌는 바람에 정체성 고민이 시작된 겁니다.그래서 그러면 안되는데,블로그를 열어놓고 아무런 콘텐츠 생산을 못 해 왔습니다.너무나 죄송하고,그 동안 여러 방면에서 저를 지지하고,격려하고 질책해주셨던 분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고민이 끝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사람들의 이야기는 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대신 정치부에 있으면서 새롭게 경험하는 정책적인 부분이나,소비자로서 느끼는 부분을 새롭게 추가할 것 같습니다.과거 썼던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 전략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내일(17일) 블로거들의 구글코리아 방문을 기점 삼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옵니다.구글코리아의 이원진 사장님과 김경숙 이사님 등 여러분을 만나뵙고 구글코리아의 기업문화와 구글코리아만의 서비스 동향 및 계획 등을 들어볼 생각입니다.

 잊지 않고 응원해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새롭게 시작하는 임원기닷컴이 되겠습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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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동안 책을 18권 쓰셨다는 KTF의 엔터테인먼트팀에 계신 전** 팀장님을 최근 만나게 됐다.

나의 첫 질문.

"무슨 책을 그렇게 많이 쓰셨대요? 책 쓰기 힘들지 않으신가요?"

"글쎄요..쉽다고는 말 할수 없겠지만,그냥 계속 쓰다보니 몸에 붙어서 어려운 줄은 잘 모르겠네요.그냥그냥 써져요."

 좌절!!

 거기서 끝났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텐데,팀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임기자도 기사 항상 쓰니깐 알겠지만 기사 계속 쓰다보면 기사 쓰는건 그냥 몸에 붙쟎아요..책 쓰는 것도 그냥 그거랑 비슷해요."

 "아닌데요..전..음.."

 글 쓰는 건 나한테 고통이다.너무 힘들다.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든,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든,심지어 기사 작성을 위해 수첩에 필기를 하는 것 조차 모두 만만치 않다.우리 회사 기사입력기의 하얀 화면에서 커서가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막막할 때가 많다.메모를 하기 위해 수첩을 폈다가 하얀 공백을 보면 답답하기까지 하다.내가 소질이 없어서 그런가.

 사실 전 팀장님과 나의 글쓰기를 같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긴 하다.이 분은 중학교때부터 시인이 되는게 꿈이셨던 분이고,나는 본래 글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채 자라왔기 때문이다.하여간 전 팀장님은 정말 대단하다.사회 초년병 시절에 이미 소설가로 등단했고 시집도 냈다.나는 팀장님이라고 부르지만 세상은 그를 작가라고 부른다.남자가 인생에서 자신의 삶을 걸어볼 만한 것으로 주저없이 시인을 꼽는 분이니 더 말할 것도 없겠다.

 기자 간담회를 가서 한 마디 남겨달라고 하거나,다른 사람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가서 댓글을 다는 행위도 모두 글쓰기에 들어가니,사는게 쉬운 일이 아니게 된다.결국 따지고 보면 세상은 글쓰기의 연속인데,나는 거기에 직업도 글쓰는 직업을 택했다.글쓰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 이런 블로그까지 만들어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고 있으니 이게 무슨 짓인가..

 

그럼 나는 변태인가? 스스로 계속 자학하는..?

어느날 글을 쓰다 너무 힘들어 아내에게 물었다. '내가 변태인 것 같아?'

아내의 답변..'우리 신랑이 변태는 아니지.'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나보고 변태는 아니라고 하니...그런가 보다.

그런데 나는 맨날 이렇게 제일 힘들어하는 글을 계속 쓰고 있을까.이건 운명일까.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나의 이 고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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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영혼의 반려자로 교제를 하게 된 데는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이 1915년 출간한 소설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의 영향이 컸다.우연한 첫 만남에서‘무슨 책을 좋아하세요?’라는 당시 아내의 질문에 내가 ‘인간의 굴레’라고 답한 것이 서로 호감을 갖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면 100년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나는 아내를 만나게 해 준 서머셋 모옴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갑자기 ‘인간의 굴레’가 떠오른 것은 지난 주말에 처가에 갔다가 처남의 책상에서 그 책을 다시 봤기 때문이다.아마 내가 입버릇처럼 ‘인간의 굴레’를 얘기하고 다녀서인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처남도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나보다.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너무 많이 읽어 손때가 묻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그 책을 보니 아내와 가끔 주고 받는 대화가 생각났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일까’,그리고 ‘인간의 굴레를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선뜻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이 그 누가 있을까.내가 중학교때 처음 접한 ‘인간의 굴레’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이 책이 주인공의 굴곡진 삶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의 굴레’에 나오는 주인공 필립은 매우 상징적인 인물이다.우선 그는 절름발이로 태어난다.마치 모든 인간이 누구나 선천적으로 결함을 갖고 태어나는 것처럼...육체적으로든,정신적으로든,영적으로든,가정환경이든 말이다.

 그리고 그는 소설에 나오는 서른에 즈음하여까지 불편한 다리를 저주하고 그 때문에 가슴아파하면서 살아간다.누구나 자신의 결함때문에 좌절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불편한 다리 때문에 그는 신을 버리고 자신에게 실망하지만 결국 서른이 되어서는 그동안 그 다리 때문에 자신이 그만큼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하기도 한다.마치 사람들이 자심의 나약함때문에 자신에게 실망하고 신을 버리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의 삶이 풍요로울 수 있었음을 고백하는 것처럼.

 그는 직업을 무려 5번이나(목사, 회계사, 화가, 백화점점원, 의사) 바꾼다.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자신에 대해 무지하며 삶의 의미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그리고 그의 그러한 삶은 평생 자신의 직업과 정체성 찾기에 골몰하는 현대인의 역경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필립은 결국 ‘사랑’을 통해서 자신을 회복하고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얼마쯤의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다.필립은 죽어가는 숙부의 얼굴을 보면서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 신을 인간이 믿고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그리고 삶이 얼마나 준엄한 것인지 깨닫는다.그는 결국‘인생은 고통으로 점철되지만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필립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크론쇼가 준 페르시아 양탄자에서 해답을 찾는다.얼핏 무의미해보이지만 조용히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30년동안 지고 있었던 ‘인간의 굴레’에서 아직 해방되지 않은 것 같다.아직 굴레를 짊어진 필립의 모습은 결국 나를 포함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인 것 같다.그리고 완결되지 않은,30의 나이에서 정지한 소설의 그 부분에서 우리의 삶이 이어지는 것을 필립은 바라보고 있다.모든 이가 지고 있는 인간의 굴레를,그리고 자신이 여전히 지고 있는 인간의 굴레를 내려놓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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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幻泡影

夢幻泡影-삶과 꿈,살아가는 이야기 2008. 2. 15. 10:19 Posted by wonkis

夢幻泡影
인생은 한바탕 꿈과 같고 환상과도 같으며 지나온 날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결국은 그림자만 남는다.

 중앙대 위정현 교수를 만나러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를 방문했던 어느 날.약속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했기에 정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오가는 학생들을 보다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났다.

 마침 대학 축제일이었나보다.한 쪽에선 기모노를 차려 입은 일문학과 여학생들이 ‘일문과 축제에 참가하세요’라는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고,심리학과 남여학생들은 주점을 통째로 빌렸다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그 와중에도 무거워보이는 가방을 메고 열심히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는 학생도 있었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하교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축제일이라 그런지 내 또래도 있을 법한 대학원생들은 보이지 않았고,나 만이 그들 가운에 ‘이방인’이었다.

 학교 다닐 때 중앙대 재학중이던 여학생을 사귀었던 적이 있던지라 당시 중앙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건만,이날은 왠지 너무나 낯설었다.마치 처음 온 것 같았다.그 여학생의 얼굴도 이젠 떠오르지 않고,불과 10년이 안 되었건만 그 시절의 모습이 어슴푸레하게나마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저 시절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었을까.나에겐 꿈이 있었을까.내가 그 시절에 남다른 무슨 아픔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그래도 비교적 어려움 없이 유복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다.다만 혼자 있어 고독한 날이 많았겠지만 원래 20대는 그런 것이 아닌가.다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정말로 이상할 따름이었다.저 당시에 난 무엇을 했길래 이렇게 기억에 없단 말인가.

 첫 사랑은 오래 남는다던데,나에겐 그런 기억마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그러다 보니 이런 말이 떠올랐나 보다...夢幻泡影‘인생은 한바탕 꿈과 같고 환상과도 같으며 지나온 날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결국은 그림자만 남는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위정현 교수가 나타나 내 등을 탁 하고 쳤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요?’
 ‘아,그냥 학생들을 보면서,옛날 생각 좀 했습니다.’
  ‘나이 들었단 증거야.학교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가끔 계시거든.임기자도 어느덧 나이가 들었나봐.’

 학생들이 자주 애용할 것 같은 대학가의 밥집에 들어가 식사를 하면서도,위교수께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딴 생각을 좀 많이 했다.위교수께서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그냥 건성으로 대답한 것 같다.

 아무래도 그날 나는 좀 멍했다.그 식당의 분위기가 계속 나를 그렇게 몰고간 것도 크다.하필이면 그 식당에서는 요즘 학생들은 전혀 들을 것 같지 않은-내 생각에-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졸업’,‘거위의 꿈’ 과  같은 노래들이 계속 흘러나왔다.유난히 대학 시절 좋아했던 노래들이었기에 가사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노래들.CD도 아니고 테이프로 앞뒤를 바꿔가며 들었던 노래들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국경의 남쪽,태양의 서쪽'에 심취하고 김소진 윤대녕 최윤 등의 소설책을 끼고 다니고 푸른하늘과 서태지에 열광하던 시절의 기억들.

 위교수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났다.그렇게 골똘히 생각해도 나지 않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난 것이다.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식당에서 흘러나온 그 옛날 노래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자 문득 그렇게 골똘히 생각을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좋은 기억들은 별로 없었다.

난 그렇게 살면 안됐던 것이다.

 사람이 자기에 대해 너무 무지하면 어떻게 사는지를 그 시절의 나는 보여주고 있었다.휩쓸려 살았다.고등학교 때야 미성년이었던 시기니 봐줄수도 있다고 쳐도 성년이 되고 난 뒤의 기억들마저,나에겐 끔찍했다.당시엔 분위기상 어쩔수 없었던 일이라 아무리 변명을 하더라도, 용기있게 살았어야 했다

 나에게 맞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던 데모 행렬을 따라다니고,그들을 따라다니지 않으면 찍힐까봐 두려워 마지못해 참석하고 괴로웠던 대학 초기 2년.그게 싫어 연애에 집착했던 것 같기고 하고 덩달아 학교에 대한 애착도 사라졌던 것 같다.내가 두려워했던 그들중 지금 연락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나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도 아무도 없다.이름도,얼굴도,그렇게 숱한 밤을 술잔을 기울이며 진지한 척 토론을 했던 대화 내용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다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 때는 그 사람들을 그렇게 원망했건만..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내가 좀 더 나에게 솔직했다면 나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내가 나의 삶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조금 더 용기있게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찌보면 너무나 허무하기에 현재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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