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대형 마트 인근에 있는 SK텔레콤 대리점을 들렀다가 우연히 듣게 된 대화 한 토막.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딸 뻘로 짐작되는 학생과 함께 대리점 직원을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는 애니팡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지금 이 휴대폰이 너무 오래되서 그런지 애니팡이 안되네요.”

“아 게임을 많이 하세요? 게임 하시기에 좋은 요금제와 폰을 알려드릴까요.”

“아뇨, 게임 안해요. 게임 안 좋아하는데, 딸이 해서 같이 애니팡을 하려고하는데, 안돼서..”

일견하기에도 게임에 별 관심이 없고, 해 본 적도 없는 분인 듯 했다. 그런데 대리점에 와서 게임이 되는 폰을 찾고 있는 모습이라니!

 2005년에 카트라이더가 대박을 치고,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를 때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생전 게임을 안하던 사람들-여학생이나 주부 등-이 게임을 하러 PC방에 가고 친구들하고 게임 이야기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 기존에 게임을 안하던 사람들을 대거 게임 시장으로 끌어들이면서 카트라이더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고, 개발·서비스 업체인 넥슨의 실적과 이 회사에 대한 평가도 껑충 뛰어올랐다.

 현상만 놓고 보면, 애니팡은 이보다 더 한 것 같다. 카트라이더를 하기 위해 PC를 살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애니팡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바꾸거나 스마트폰을 고르면서 애니팡을 염두에 두는 사람은 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숫자로 봐도 명확하다. 7월30일에 출시된 애니팡은 그 후 1주일 동안은 소비자들의 큰 변화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1주일뒤부터 사용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4주차에 5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5주차가 지나자 다운로드 건수가 1000만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이용자수는 무려 600만명, 동시접속자수는 200만명이다. 일일 매출의 경우 다운로드 1000만을 달성하기 전에 이미 1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동안 접속이 잘 안되고 게임을 하다가도 에러가 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정도로 사용자 폭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사실 이런 모습은 과거 온라인게임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신작이 나올 때마다 대기하던 사람들이 몰려들 때 흔히 봤던 모습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숫자는 아니었다. 그나마 최근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는 이와 유사한 현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말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모바일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런 모습을 선데이토즈가 만든 애니팡이라는 게임이 해냈다. 애니팡 정도는 아니지만, 이 게임의 뒤를 이어 파티스튜디오의 아이러브커피 등도 인기를 끌면서 ‘모바일 앱 게임’이라는 하나의 시장을 완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물론 애니팡이나 아이러브커피의 성공은 60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이 게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게임들도 많았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나오기 전에 앱스토어라는 공간에서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선전했던 팔라독과 같은 게임들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로비오사의 앵그리버드같은 게임도 있었다. 

 여러 사례들이 있음에도 애니팡을 주목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확산됐다는 점, 여러가지 에러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늘었고 개발사와 카카오톡이 이를 결국 감당해냈다는 점,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애니팡이라는 게임을 만든 회사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점 등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요인은 이번 흥행이 일회성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앱개발자들을 비롯해 모바일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두가 바랬던 모바일 시장이 드디여 열렸다. 그 시장을 연 상징적인 현상의 첫번째가 카카오톡이었다면, 두번째는 애니팡 열풍이다. 카카오톡은 사용자 기반 측면에서, 애니팡은 모바일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정표를 세웠다.

 모바일로 광고를 하던, 스폰서를 모으던, 음악 영화 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던,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시장이지만 결국 게임이 열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고, 열광해야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것을 애니팡이 다시 일깨워줬다. 애니팡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이로 인해 파급될 효과는 지금 생각하는 수준 이상일 것이다. 지금 애니팡이 보여주고 있는 수치가 이미 온라인게임 시절 겪었던 경험치를 한참 초과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애니팡은 낮도깨비처럼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게임이 아니다.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알려졌지만 2009년 싸이월드가 앱스토어를 PC기반 웹 서비스에서 오픈했을 때 선데이토즈는 소셜게임 형식으로 애니팡을 서비스했었다. 그때도 사용자수 100만명을 넘기며 인기 몰이를 했었다. 스마트폰 게임보다 훨씬 작은 시장에서 한 차례 검증된 게임을 갖고 모바일에 들여와 제대로된 승부를 펼친 게 주효한 것이다. 즉, 족보가 있는 게임이다. 공교롭게도 애니팡이 출시되던 날 이정웅 사장을 분당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었다. 나 역시 그랬지만, 그 역시 애니팡이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1000만을 돌파하고 나서 전화를 걸었다. 

“생각해보니 역사적인 날 만났었네요.”

“그러게요. 언젠가 모바일 게임에서 대박이 하나 나올 줄은 알았지만, 첫 게임이 우리가 될 줄은 전혀 몰랐네요. ”

선데이토즈와 이정웅 사장의 스토리는 예전에도 한번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에서 다룬 적 있지만 조만간 최근의 스토리까지 업데이트한 풀스토리를 올려놓을 생각이다. 그 이야기 전체를 본다면, 이 회사와 모바일게임 시장이 가는 방향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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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정주 넥슨 회장을 만났을 때 그의 창업 이야기를 잠깐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미공개된 거창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단편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간략하게나마 정리를 해 봤습니다.
이 글은 블로그에 올라오기 전 월간 '머니' 2월호에 먼저 게재됐습니다. 클릭하시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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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년 일본을 방문한 서른살 벤처기업가 김정주 넥슨 사장( NXC 대표)은 전자제품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장면을 본다. 족히 100미터는 넘어 보이는 그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모여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충격에 빠졌다. 그날 밤 일본에 연수중이던 최승우씨를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두 사람은 의기투합을 했다. “닌텐도를 이기는 게임 회사를 만들자

 당시 넥슨은 게임 사업을 막 시작했지만 게임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회사였다. 김 대표는 한국으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게임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귀국한 최승우씨도 넥슨에 합류했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2011 1214. 넥슨재팬이 게임의 본고장 일본 증시에 상장하며 김정주 대표의 꿈은 첫 발을 내딛었다. 넥슨의 매출액은 2010년 기준 1조원 수준으로 21조원에 달하는 닌텐도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순이익도 닌텐도 33000억원, 넥슨 3100억원으로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시가 총액은 8조원으로 닌텐도(25조원) 3분의 1에 달했다. 실적에 비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정주 대표의 지분을 환산한 개인 재산은 3조원으로 불어났다. 증시에서 넥슨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은 것은 성장성때문이었다. 넥슨의 영업이익은 2010 49.9% 증가했지만 닌텐도는 35.8% 줄었다. 2011년에도 넥슨은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닌텐도는 실적이 후퇴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닌텐도를 이기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김정주 대표의 꿈은 이렇게 조금씩 현실이 되가고 있다.

◆수재 청년, 온라인 게임을 최초로 만들다
김정주 대표의 아버지는 변호사였다. 덕분에 그는 돈 걱정이 없는 집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집안도 좋고 머리도 비상했던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86학번)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전산학과에 들어갔다. 기숙사에서 그는 이해진씨(NHN 창업자)와 같은 방을 썼다. 그들의 방 옆에 송재경(XL게임즈 대표), 김상범(넥슨 이사) 등이 있었다. 이들 네 명은 거의 붙어다니다시피 하며 진로를 고민했다.

 송재경, 김상범 두 사람은 카이스트에서도 소문난 괴짜였다. 송재경은 천재 프로그래머로 벌써부터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김상범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교수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김정주 대표는 송재경, 김상범, 이민교 등과 함께 1994 12월 넥슨을 창업했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살 때였다.

 넥슨이 처음부터 게임업체는 아니었다. 웹 오피스라는 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기업체 내부의 인트라넷을 개발하는 용역 업무도 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예약 시스템을 1995년 개발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주 대표는 이런 인트라넷 솔루션으로 계속 사업을 영위할 생각은 없었다. 외주 개발 업무는 현금 확보를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다. 넥슨의 창업자들은 당시 PC통신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온라인게임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1994년 마리텔레콤이 개발한단군의 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러 사람이 접속해 온라인으로 즐기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래픽이 없는 텍스트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텍스트로 제시되는 상황 설명을 보고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해 게임을 했다. ‘텍스트로 제시되는 상황 설명 대신 그래픽을 넣으면 어떨까.’ 지금은 게임에 그래픽이 들어가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낮은 PC 사양에 복잡한 개발 과정, 비싼 서버 비용 등으로 인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김정주 대표와 넥슨은 이런 아이디어를 최초로 실현시킨 것이다.

 넥슨은 1995년말 고구려 대무신왕의 정벌담을 그린 온라인게임바람의 나라개발을 완료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 4월 이 게임의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는 게이머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당시 동시에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고작해야 몇십명 수준이었지만 온라인에서 여러명이 한꺼번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도록 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시도였다. 넥슨은 이듬해인 1997 10월 두번째 작품어둠의 전설을 출시했다. 

◆시대의 흐름을 타다
김정주 대표가 일본을 방문해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봤을 때는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을 출시한 직후였다. 그는 일본에서 소니와 닌텐도 같은 콘솔 업체가 만든 게임을 보며 절망했다. 몇명이 모여 뚝딱 만든 넥슨의 게임과 수백억원을 들여 수천명이 만든 소니와 닌텐도의 게임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 조잡한 그래픽과 열악한 개발 환경 속에서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끈기있게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다.

 1998 12월에는일랜시아라는 게임을 출시했고 이어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게임을 내놓았다. 90년대에 넥슨은 매년 새로운 게임 타이틀을 내놓는 국내 유일한 게임회사였다.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게 힘들 때는 좋은 게임을 사들이기도 했다. 넥슨의 이름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인기 게임들이 계속 출시됐다. 퀴즈퀴즈,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게임들이 줄을 이었다.

 김정주 대표에게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냐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그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운 좋게 시대의 흐름을 잘 탔습니다

콘솔 게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 한쪽에서 PC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넥슨이 만든 게임은 PC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즐기기에 가장 좋은 콘텐츠였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최대의 장점이었다. 그는실력보다는 시대가 우리 쪽으로 흘렀습니다.”라고 넥슨의 성공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내놓고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지치지 않고, 자신이 파악한 시장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를 읽으면서 꾸준히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넥슨은 해냈다.

◆게임만 잘 하기도 어렵다
넥슨과 관련해 자주 도는 소문이 있다. 제주도에 테마파크를 건설한다거나 영화 사업에 진출한다거나 하는 등의 소문이다. 넥슨이 향후 디즈니랜드 같은 기업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이럴 때마다 김정주 대표는 이런 말을 한다. “넥슨은 영화나 음악 등 그 어떤 다른 산업에도 진출할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게임에만 집중할 겁니다. 미디어 회사가 될 생각도 없구요, 그럴 여력도 없습니다. 게임만 잘 하려고 해도 어렵습니다. 아직 넥슨이 개척하지 못한 해외 시장도 많고 넥슨은 스포츠게임에서 성과를 보인 게 없습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넥슨은 더 노력해야 합니다.”

 넥슨이 오늘날 미국의 액티비전블리자드에 이어 세계 2위권 온라인게임업체가 된 것은 게임 한 분야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넥슨은 특히 국내외 다른 어떤 게임 회사보다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유지에 공을 많이 들이는 회사다. 이것은 김정주 대표의 사업 철학이자 그가 넥슨에 대해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다. 넥슨의 게임 중 바람의 나라는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도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96년에 출시됐으니 벌써 16년이 됐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넥슨의 인기 게임들은 모두 꾸준히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유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많은 타이틀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넥슨이 유일하다.

 넥슨은 플랫폼에 욕심을 낸 적도 없다. 자신들의 게임을 집대성해 그것만 즐길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들 법 한데 플랫폼 쪽으로는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작년 여름 기자와 만나 회사의 경영 방침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콘텐츠 회사입니다. 콘텐츠 회사는 플랫폼 영역을 넘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플랫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갑니다. 넥슨은 많은 게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바일이나 소셜용으로 변환하는 것도 엄청난 작업입니다. 앞으로도 플랫폼이 점점 다양해지고 사람들은 다양한 기기,플랫폼에서 게임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런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김 대표는 다시 시작된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이지만 지금은 잠도 못 이룰 만큼 고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PC를 외면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넥슨의 성공 기반은 PC였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확 줄었다.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시대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걸 김정주 대표는 잘 알고 있다. 어쩌면 10여 년 전 소니가 했던 고민을 지금 그가 하고 있다.

<2011년 5월 김정주 넥슨 회장을 만났을 때 사진. 갑작스레 만나 예고없이 사진을 찍었지만 흔쾌히 사진을 찍는 것을 허락했다. >

◆사람, 사람, 사람
2011 11 16일 오후 KAIST 정문술관 2층 강의실.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의 연주 동영상이 화면에 떴다. 케니 지가 자신의 밴드 구성원을 한 명씩 청중에게 소개하며 칭찬하는 10분 분량의 동영상이었다.

 김정주 대표가 강단에 서 있었다. 그는 2011년 9월부터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기술벤처라는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이 동영상을 보여준 뒤 학생들에게이 동영상을 보고 오래 생존하는 기업의 특징을 맞혀보라고 문제를 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는팀원들의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20년 전에도 잘나가던 회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오랫동안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오랫동안 함께할 만한 사람으로 좋은 사람과 유능한 사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좋은 사람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유능한 사람은 컴포넌트(부품) 역할이 끝나면 나가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앞으로 이 사람이 나와 20년을 같이 일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이 경영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승우 넥슨재팬 대표, 서민 넥슨코리아 대표, 다니엘 김 넥슨아메리카 대표, 박경환 넥슨차이나 대표, 한경택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은 그가 손꼽는오래 일을 같이 할 만한 좋은 사람들이다.

 그는 항상 사람을 강조해왔다. 게임을 종합 작품으로 생각하는 그로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넥슨은 흔히 자체적으로 게임을 잘 만들었다기 보다는인수합병(M&A)을 잘 해서 큰 회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넥슨의 히트작 메이플스토리는 이승찬 씨가 설립한 위젯이라는 작은 게임개발사가 만들었다. 던전앤파이터는 허민 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가 만든 네오플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군주온라인, 아틀란티카는 엔도어즈에서 만들었고, 국내 최고 인기 총싸움게임 서든어택은 게임하이의 작품이다. 넥슨은 이런 좋은 게임 개발사들을 모두 인수하면서 덩치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넥슨이 M&A를 계속 해 왔던 것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좋은 콘텐츠 못지 않게 좋은 사람을 찾는 그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오래 같이 즐겁게 일할 사람을 항상 찾고 있습니다. 사업에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는 오늘도 또 다른 대박 신화를 일궈낼뛰어난 인재가 아닌, ‘좋은 사람을 찾아 다니고 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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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를 아십니까

게임이야기 2011. 10. 11. 17:20 Posted by wonkis

영업이익률 80%,매년 100% 이상 성장,최고 동시접속자수 세계 기록 보유,게임 출시한 지 4년만에 매출 1조 달성.

스마일게이트라는 게임 개발사가 갖고 있는 기록이다.이 회사가 2007년 출시한 크로스파이어라는 게임이 중국에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나면서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2009년 매출이 261억원,영업이익이 183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2010년 매출액 815억원,영업이익 658억원을 기록했다.영업이익률이 무려 80.7%다.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연매출 18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영업이익은 1467억원으로 예상된다.영업이익률은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81.5%!!

이 회사를 창업한 권혁빈 사장의 스토리도 흥미를 끈다.서강대 전자공학과 92학번인 권 사장은 대학 4학년때 삼성전자 입사 기회를 뿌리치고 창업을 택했다.1999년 이러닝 솔루션 업체인 포시소프트를 차려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창업에 다분히 자질이 있는 인물이다.2001년 회사를 공동 창업자에게 넘기고 유학 준비를 하던 중 게임으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한 그는 이제는 국내 게임 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스마일게이트가 중국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배급사가 대부분을 가져가는 계약 조건으로 인해 스마일게이트에 직접적으로 잡히는 매출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업계에 따르면 크로스파이어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매출의 70%를,스마일게이트가 30%를 인식하는 구조로 돼 있다.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크로스파이어가 올리는 매출은 올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 회사 매출로 잡히는 것은 2000억원이 채 안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처음 크로스파이어가 한국에서 출시됐을 때 서든어택,스페셜포스 등 국내 쟁쟁한 경쟁작들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이런 이유로 스마일게이트는 텐센트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없었다.물론 그만큼 텐센트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계기도 됐지만 훌륭한 콘텐츠를 만든 회사에 막상 대가가 적게 돌아가는 조건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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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엔씨소프트는 2분기 매출액이 166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 늘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선 1% 줄었다고 발표했다.영업이익은 435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서 7%,전년 동기에 비해선 47% 증가했다.이날 발표된 엔씨소프트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지만 별다른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상 유지에 그쳤다.

 엔씨소프트가 정체된 실적을 보인 반면 이보다 앞서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네오위즈게임즈의 매출액은 크게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네오위즈게임즈 2분기 매출액은 1677억원으로 전분기 1482억원보다 13.12% 늘었고 전년 동기(945억원)보다는 무려 77.29%나 급증했다.이번 네오위즈게임즈의 2분기 매출액은 엔씨소프트의 2분기 매출액보다 9억원이 많았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이로써 네오위즈 시절을 포함해 처음으로 게임 실적에서 엔씨소프트를 뛰어넘게 됐다.네오위즈게임즈가 엔씨소프트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해외 매출이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최고 동시접속자수가 270만명에 달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중국 퍼블리싱을 맡은 텐센트의 역량에 초기 입소문을 탄 효과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국내 매출에 의존하면서 네오위즈게임즈에 밀렸다.이번 2분기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매출이 1177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미국 지역 매출은 69억원,일본 매출은 171억원에 그쳤다.나머지는 유럽 및 기타 지역 매출이 차지했다.엔씨소프트는 해외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매출이 선전해 그나마 현상 유지를 했다.특히 리니지는 분기 매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출시된 지 13년된 게임이 갈수록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네오위즈게임즈가 2분기 매출에서 엔씨소프트를 능가하긴 했지만 약점도 많다.우선 매출에 비해 이익률이 형편없이 뒤떨어진다.네오위즈게임즈의 영업이익은 263억원으로 434억원을 기록한 엔씨소프트에 한참 뒤진다.순이익은 134억원으로 413억원인 엔씨소프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엔씨소프트가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자체 개발한 게임으로 국내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네오위즈게임즈는 주로 퍼블리싱을 하면서 생기는 차이가 크다.외형 성장에 비해 이익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의 성장세가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은 장점도 되지만 약점이 될 수도 있다.해외 매출도 해외 퍼블리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퍼블리셔 변경,게임 소싱의 변화 등에 따라 매출 및 수익이 급등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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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게임업계의 책임

게임이야기 2011. 5. 2. 08:18 Posted by wonkis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심야 시간 게임 이용 제한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른바 셧다운제)이 지난달 29일 통과됐다.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되는 오는 1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문제를 게임 접속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해 방지하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다.

 게임업계와 많은 언론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 법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규제를 위한 규제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이코노미스트 등 외국 언론들이 지적하듯 최대 수출문화산업인 게임의 성장을 저해하는 입법인 동시에 애시당초 의도했던 청소년 보호라는 본래 의도는 별로 달성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업계는 업계대로,이용자는 이용자대로 벌써 이 법을 피해서 게임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정부와 시민단체로서는 게임 중독에 빠질뻔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 말고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런 것들을 다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셧다운제가 통과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게임 산업의 취약점을 지적하려고 하는 글이다.한국 게임 산업은 아직 게임 산업 종사자들조차도 자신들이 몸담은 업계를 하나의 떳떳한 산업군으로 인식하는데 큰 한계를 드러냈다.특히 각 회사 사장들이 그렇다.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힘있게 대응하는 어떤 시도도 이뤄지지 못했다.서로 딴 생각하느라 엇박자를 내는 모습만 보였다.게임산업의 긍정적인 면과 성장 가능성,게임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게임 회사에 취직해 새로운 꿈을 키워갈 수도 있다는 그런 면을 부각시키고 이해못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 역시 핵심은 게임업계가 져야 할 몫이었다.그런 점에서 보면 셧다운제 통과에는 게임업계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사분오열 게임업계
 어떤 산업에서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만한 큰 일이 터지면 거기에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주로 업계를 대표할 만한 위치에 있는 시장 선도적인 업체의 사장이라던가,스타CEO라고 할만한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결과가 어떻게 되는가를 떠나서 이런 인물이나 업체의 존재,그리고 이들의 행동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정부 정책이나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게임업계에서 이런 역할을 할 만한 회사는 아마 3곳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넥슨,NHN,엔씨소프트다.그런데 이 회사들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과거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을때도 그랬고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왜 그럴까.

 세 회사는 모두 한 가지씩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약점들을 하나씩 갖고 있다.문제는 이들의 약점이 전혀 다른 범주에 있다는 것이다.NHN은 항상 사행성 관련된 논란이 나오면 그 중심에 선다.고스톱,포커류의 게임들이 한게임의 주력이기 때문이다.넥슨은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이슈가 제기되면 가장 민감해 한다.넥슨의 주력인 캐주얼게임들의 주 이용자들이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엔씨소프트는 게임 중독,또는 과몰입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세 회사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사행성 문제가 제기되면 NHN은 잔뜩 움츠러들지만 다른 회사는 거의 아무 상관이 없다.서로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협력이 어려운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게임 중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 엔씨소프트는 정신이 없지만 다른 회사들은 큰 관련이 없다.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업계 선두에 있는 회사들이 이렇듯 입장이 다르니 힙을 합하기 어려워진다.매출 기준으로 4위권 아래에 있는 회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런 3가지 이슈 중 한가지 문제 정도에만 국한된다.여기에 은둔을 지향하는 각 업체 오너들의 행보도 무관하다 할 수 없것이다.

◆양극화 현상 뚜렷..저마다 살 길 바빠
 이런 가운데 게임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게임산업협회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게임산업협회장은 모든 게임회사 사장이나 오너들이 가장 기피하는 자리 중 하나다.사분오열된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맡으면 피곤한 일만 가득하다.업계의 현안이 쌓여 있어 협회장 일을 하다가는 자기 회사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일쑤다.과거의 사례들이 이를 보여준다.

 사실 지금 게임업계의 현안들은 업계가 공통의 의견을 내고 공동 대응을 해도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그만큼 사행성,청소년보호,과몰입(게임중독) 등의 문제는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사안들이다.오죽하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조차 ‘아들이 게임하는 것을 보면 걱정스럽다’는 말을 할 정도일까.김 사장 뿐 아니라 게임업계에서 종사하는 많은 이들 역시 자기 자식의 게임 과몰입이나 지나치게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선 걱정을 하고 있다.다만 지금의 해결 방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 뿐이다.

 최근 게임 산업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도 게임업계의 공동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앞서 언급한 흔히 빅3로 일컫는 넥슨,NHN,엔씨소프트 3사와 네오위즈,CJ E&M 등 2개사까지 5개 회사는 국내 매출과 해외 시장의 개척에서 조화를 이루며 성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생존조차 어려운 현실이다.위메이드,액토즈소프트 등은 국내 기반이 취약한데 따라 실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한빛소프트,엠게임,와이디온라인 등은 실적이 정체되거나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여전히 급성장하는 회사들과 국내에서의 생존이 급급한 회사가 입장이 같을 수가 없다.여기에 각 회사가 당면한 주요한 사회적인 이슈도 제각각이니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선두권에 있는 회사나 적자를 내고 있는 중소 규모 개발사나 게임협회 회비가 똑같다”며 “대형사들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소형사들은 불만이 누적되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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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입주한 오피스텔 주차장 지붕이 불법 건축물이라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게 말이 될까.

이런 말을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하기 싶상이다.나 역시 그랬다.6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됐던 한 게임개발자의 눈물겨운 사연은 아무리 내용을 들여다봐도 ‘이게 정말 사실일까?’ 싶을 정도다.거짓말이 아닐까 눈을 의심하게 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좌절개그’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분의 사연을 접하셨겠지만 제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들을 위해(특히 요즘 구글 크롬번역기로 제 블로그 내용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대충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3D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인 정덕영씨(필명 몽마)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와 지인들과 함께 모바일 게임 업체를 창업했다.몇 달전 해외시장에 내놓은 게임을 한국 앱스토어에서도 출시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심사 절차를 밟기 시작한 건 지난 3일.그런데 정씨가 심사를 받는 것은 MMORPG의 퀘스트를 깨는 것보다 힘들었다.

 우선 그는 별도의 법인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전국에 단 한 곳 있는 발급 업체(한국전자인증)를 찾아가 심사를 받고,신용정보업체에 실명 인증을 신청해야했으며,게임설명서를 작성하고,심의료를 납부해야했다.여기까지는 그래도 필요한 절차거니 하고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면서 처리를 했다.그런데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부닥쳤다.

 정씨는 “처음에는 간단히 서류를 작성해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심사 신청도 못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오피스텔 주차장의 아크릴제 지붕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서울시 마포구청 관할의 게임제작업체로 등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정씨는 “구청 담당 직원도 황당해 했다.공장을 짓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규정이 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제가 빌린 오피스텔 건물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건축물이기 때문에, 그걸 철거하거나, 벌금을 물기 전까지 게임업체 등록을 시켜줄수 없다는 겁니다.
  제 입대차 계약서를 검색하면 불법건물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등록시켜줄수 없다는군요.
  제가 10월 말에 입주했는데, 11월 중순에 불법건물 지정이 되었습니다.
  구청 문화체육과에서 저보고 참 딱하다고, 상황은 이해가 되고 하는데 운이 없으시다며.
  해결방법은 이사가랍니다.
  그게 젤 쉬운 방법이랍니다.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필자 몽마님에 대한 격려의 멘트와 함께 정부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게임강국은 무슨..... 개머리해안에서 보온병던지는 소리죠.’ ‘전문 프린트해서 청와대에라도 보내고 싶네요...’
 ‘어떻게든 게임심의를 안내주겠다는 나라의 녹을 쳐 받으시는 분들의 불굴의 의지를 보는것 같습니다.’
  ‘게등위에 게임을 심의 받는 험난한 과정을 MMORPG 게임으로 만드는겁니다. 아... 만들어도 심의 받기가 어렵구나.’

 이런 내용은 계속 문제가 되고 MB가 그렇게 강조해왔지만 전혀 현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는 행정만능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몽마님이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무슨 심사를 받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서 서류를 들고가면
 ‘거기에 두고 가세요’
 이런 말만 듣는다. 왜 서류를 여기에 내려고 요즘같은 세상에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하지 않을까.

 그런데 게임 등급 심사만 문제가 아닌 것 같다.이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 중에 이런 게 있었다.이 글을 보고 게임위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고 한 네티즌이 겪은 일이다.
 “게임위 게시판에 몇자 적으려고 했는데
  회원가입이 황당하네요 “유선확인 후 담당직원 승인”
  정부기관 홈피들중 회원가입시 ‘유선확인’ 하는곳이 게임위 말고 또 있나요???
  참여마당에 질문/답변 게시판에 몇 자 적은것도 회원가입하라고 하고
  회원가입시 유선확인 이라니요???? 국민을 귀찮게 해서 쓴 소리는 안듣게다는 의도가 분명하지요? ”
 <변경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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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선확인 후 담당직원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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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정말일까. 나도 궁금해서 게임위 홈페이지로 갔다.그리고 게시판을 글을 남기려고 시도를 했다.그런데 회원 가입이 안됐다! 분명히 모든 것을 다 빠짐없이 적었는데,회원 가입이 안 되는 거였다.특수 문자를 넣으면 안된다는 메시지만 나오면서(특수 문자는 넣은 적도 없지만)..

 항상 느끼는 것을 몽마님이 지적해 주신 거였지만 정말 행정 처리와 관련된 것은 황당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규제를 뽑겠다고 그렇게 큰 소리치면서 대통령이 되도 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그렇다고 현장의 공무원맛 탓할 일이 아니다.그런식으로 일하는 것에 계속 익숙해져온 데다 실제로 규정이 그러하기 때문이다.규정에 살고 규정에 죽는 공무원들은 그런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자기 목이 달아날 판이다.왜 숱한 민원인들 때문에 규정을 어기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나서서 규제를 없애려고 하겠는가.

이런 것은 인터넷이나 IT만의 문제가 아니다.규제를 없앤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법령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장 중요한 규제 문제 해결은 쓸데없는 행정 절차를 줄이고 서류 제출을 간소화하는 것이지 멀쩡한 전봇대를 뽑는 것이 아니다.

네티즌들의 댓글 중에 이런 게 있었다. ‘게임을 영어로 만드시고, 맘편히 미국, 홍콩, 캐나다 엡스토어에 올리세요....그게 더 맘편하실듯..’

이 댓글처럼 실제로 이렇게 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있다.아예 한국에서 뭔가를 개발하는 것을 관두고 해외에 나가기도 한다.인력의 해외 진출 아니냐고 정부가 좋아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이 나라에서 창업과 기술 개발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생각을 달리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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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디아 김형철 대표

게임이야기 2010. 10. 26. 09:19 Posted by wonkis

김형철 브리디아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은 아니다. 2006년 웹젠에 합류해 지난해까지 3년 남짓한 기간동안의 경력이 전부다. 그나마도 대표이사나 개발자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던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담당했었다. 그런 그가 게임 회사를, 그것도 개발사를 창업해 게임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다. 처음으로 창업을 한 데다 전공 분야가 아닌 개발쪽으로 도전하는 그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양재동 브리디아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회계 전문가에서 CEO로 변신
 사무실에 들어가보니 김 대표는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브리디아가 개발중인 ‘르네상스’라는 FPS(1인칭슈팅게임)이었다. 연말께 비공개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단다.
 그는 첫 인상부터 인터넷분야에서 업력을 쌓은 깔끔한 비즈니스맨을 연상케 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증을 딴 그는 회계법인 KPMG 산동에서 근무를 했다. 잘 나가는 회계법인을 그만두고 다음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으로 근무를 하다가 2006년 웹젠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했다. 그의 게임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이때부터다.

 그는 웹젠이 잘 나가던 시절은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뮤의 대박과 코스닥 상장 신화 등 과거의 숱한 영광을 뒤로 하고 웹젠이 막 몰락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웹젠에 들어왔다. 웹젠이 돈이 부족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주식시장에서 여러차례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풍문의 주인공이 되면서 CFO로서 고초를 많이 겪고 다른 회사에서 10년간 겪을 일을 단기간에 겪었던 것 같다.

 그는 웹젠에서의 고생을 그대로 묻어버리기가 아까웠는지도 모른다. 고생을 하면서 오히려 게임 산업의 성공 방정식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됐다고 한다. 그가 밝히는 게임 비즈니스의 성공 방정식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3개의 허들을 넘어설 수 있으면 된다는 거였다. 첫째는 게임을 온전히,제대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가 게임업계에서 느낀 것은 의외로 게임을 끝까지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거였다. 두번째는 시장성이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게임을 만들 줄 알아도 소비자가 원하는 게임을 적시에 내놓을 수 있는 곳은 또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마지막으로 이 기간을 버틸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회계전문가다운 결론이다. 이런 확신을 가진 그는 웹젠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첫 게임회사를 차렸다.

◆탄탄한 인적 구성과 풍부한 노하우
 스스로 ‘나는 게임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그가 게임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믿을 만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인물이 웹젠에서 헉슬리를 만들었던 강기종 PD. 두 사람은 웹젠에 함께 있던 시절부터 창업에 대해 의논했고 같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강 PD는 브리디아에서 부사장을 맡았고 개발을 총괄하게 됐다.

 강 부사장은 개발사로 이미 오랫동안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강 부사장은 자신과 함께 그동안 게임을 개발하던 핵심 인력들을 함께 데리고 왔다. 이른바 강기종 사단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위메이드의 박관호 사장, 그리고 김남주 전 웹젠 대표의 투자도 받았다. 위메이드는 회사 차원에서 투자를 했고 김남주 사장은 개인 자격으로 투자를 했다. 김남주 사장은 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브리디아가 개발중인 게임의 개발 고문 역할도 맡았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한다
 웹젠에서의 경험때문일까. 그는 이런 준비를 하고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일단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나 크게 욕심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다. 지난 8월에 창업하고 1년 넘게 조용히 게임 개발에만 주력해 왔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강기종 부사장의 전문 분야인 FPS와 투자자인 김남주,박관호 사장의 트레이드마크인 MMORPG가 핵심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는 브리디아는 첫번째 작품으로 FPS를 내놓는다. 프로젝트 다빈치라는 이름으로 시작, 르네상스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게임은
기존의 장르에 질린 유저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총싸움 게임의 기본 요소는 충실히 갖추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절의 느낌이 나는 배경과 도구를 도입했다. 게임 플레이를 보니 기본적으로 기존 서든어택 등 FPS를 해 본 유저들은 불편함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 흔적이 강했다.

 한국은 올해 말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하고 내년 2분기쯤 공개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서비스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FPS 외에도 MMORPG 장르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장르 특성상 개발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를 위해 위메이드의 투자도 받고 김남주 웹젠 창업자의 기술 고문도 받는다. 브리디아가 궁극적으로 내놓고 싶은 것은 바로 이 MMORPG인 것 같다.

◆순발력있고 창조적인 회사 지향
 브리디아가 추구하는 것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젊은 열정으로 무장한 순발력있는 개발회사다. 김 대표의 이런 의중은 회사 이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브리디아(Bridea)는 BRilliant 와 IDEA가 결합된 명칭이다. 직원들의 공모로 만들어진 이름인데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회사를 지향한다.

 김 대표로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첫 회사다. 그는 게임을 개발해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적은 인원으로 틈새를 뚫어 세계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교육 등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분야에도 도전에 영역을 넓히고 모바일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언뜻 보기엔 소박하지만 당찬 꿈을 갖고 있었다. 한 사람만 잘되는 회사가 구성원 모두가 잘 되는 회사, 게임 전문 개발사로 함께 즐겁고 일하고 싶은 회사가 그것이다. 이는 각오라기보다 콘셉트고 지금도 잘 지켜지는 듯하다. 소수 정예로 회사가 잘 되면 끝까지 갈 수 있고 애사심도 높아진다. 그의 첫 작품을 보면 그의 꿈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까. 첫 작품 '르네상스'는 연말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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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게임 회사에 개발자로 취직했다가 게임을 극도로 싫어하는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간 사람이 있었다.이분이 당시 부모님께 들었던 핀잔은 이거였다. "아니 남자가 왜 하필이면 게임을 만들어?"

 그 뒤로 그 분은 완전히 다른 업종에 종사했고 온라인게임 세계에서도 잘 볼 수 없게 됐다.그런데 몇년이 지나 이 분이 다시 돌아왔다.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에요? 게임 안 한다고 하더니?"

이 분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니 저는 별로 안 하려고 했는데..어머니께서 최근 소셜게임을 하시면서 같이 할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저보고도 하라고 하셔서 들어왔어요."

온라인게임이 10년 이상 발전을 지속하면서 그 동안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을 이 세계로 끌어들였다.MMORPG는 30,40대 남성,FPS는 20,30대 남성이 주로 하는 등 게임의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게임 효과로 10대에서 30대까지 여성이 게임 세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역할은 그 정도였다.40대 이상 여성이나 게임 자체에 관심이 없는 상당수의 사람들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했다.클라인언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게임 조작 방식을 익혀야 하고 잘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서 해야 하는 등 초보자나 여성에겐 너무나 높은 진입 장벽이 있었다.

그 장벽을 소셜게임이 깨고 있는 것일까? 즉 기존 온라인게임도 하지 못했던 게임에 관심없는 사람들의 시장 진입을 소셜게임이 해내고 있는 걸까? 수치상으로는 이에 대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소셜게임 이용자들 중 35%는 소셜게임을 하기 전에 비디오 게임과 같은 다른 종류의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즉 소셜게임 이용자 중 35%는 소셜게임이 만들어 낸 완전히 새로운 게임 수요라고 할 수 있다.특히 소셜게임을 하는 여성의 경우 57%가 소셜게임이 처음으로 하는 게임이었다고 응답했다.NPD 측은 “연령이 높을수록 소셜 게임을 통해 새롭게 게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사람들이 기존 온라인게임보다 소셜게임에서 오히려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비용이 소셜게임은 1인당 연간 약 50달러로 40달러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나 20달러의 비디오게임을 능가하는 액수였다.NPD는 “아는 사람끼리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야하기 때문에 아이템 선물이 빈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소셜게임의 급격한 성장세나 높은 1인당 구매 비용,신규 유저 창출 등은 과거 닌텐도의 급격한 성장세를 떠올리게 한다.1990년대 중반까지 소니에 밀려 맥을 못추던 닌텐도는 소니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채택,심플한 게임성과 캐릭터,낮은 사양을 앞세워 그동안 게임을 하지 않던 여성과 중장년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무작정 낙관만 하기는 힘들다.소셜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paying rate(유료 이용 비율)가 온라인게임이나 비디오게임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소셜게임 애니팡,애니사천성 등을 개발한 소셜게임업체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는 "온라인게임이 paying rate가 10% 정도인 데 비해 소셜게임은 2-3%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낮다"며 "1인당 지불 금액은 소셜게임이 높지만 이런 면을 보면 소셜게임은 아직 수익모델이나 다양한 방식의 광고 모델 등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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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와 한국 게임

게임이야기 2010. 8. 3. 12:47 Posted by wonkis

3년전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마틴 라우 대표를 서울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만 해도 텐센트는 중국 1위 인터넷기업은 아니었다.강력한 QQ메신저라는 서비스를 갖고 있었고 게임 사업으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었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결코 우월한 위치에 있지는 못했다.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무렵만 해도 텐센트는 한국의 최대 인터넷 기업인 NHN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NHN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것도 상당히 있었다.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으로 탄생한 NHN이라는 회사가 한국에서 최대 인터넷기업이 되는 것을 보면서 메신저 서비스를 기반으로 회원을 모았고 게임으로 진출한 텐센트 역시 비슷한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시 텐센트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NHN의 모델을 중국에서 적용해 어떻게 중국 시장에 적합한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사라고 요약할 수 있었다.

<텐센트 실적 추이/ 단위:백만달러>

그 뒤로 불과 3년만에 텐센트는 가볍게 NHN을 넘어서버렸다.2007년까지만 해도 NHN에 매출과 이익에서 크게 밀리던 이 회사는 2008년 NHN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이어 2009년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액(18억2190만 달러)을 달성하며 1조2000억원대에 그친(분할한 NHN BP를 합치더라도 4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NHN을 앞섰다.올해 들어서도 매 분기 4000억원에 못 미치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NHN에 비해 텐센트는 올 1분기에 6억달러가 넘는 매출액을 올리며 NHN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텐센트의 성장을 보면서 한국의 NHN을 거론하는 것은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땅에서 비슷한 수익 모델을 추구하면서 성장해왔다는(성장 과정과 주력 사업은 전혀 다르지만) 측면도 있다.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텐센트라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동력 중 하나를 (NHN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제공해왔다는 점이다.텐센트의 성장 이면에는 한국의 게임 산업이 있었고 한국 게임 산업 역시 텐센트를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 게임 시장의 혜택을 일부나마 받아 왔다.그런데 이제 그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엄청나게 몸집을 불린 텐센트가 더 이상 한국 게임에만 만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NHN 실적 추이/ 단위: 억원>

◆텐센트는 어떤 회사?
1998년 11월 설립된 텐센트는 우리에게도 QQ메신저로 잘 알려져 있다.큐큐닷컴이라는 인터넷포털 사이트를 통해 메신저,게임,커뮤니티 등을 서비스하며 10여년만에 5억6800만여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한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다.

 당초 텐센트는 게임 머니 환전 수수료를 주된 수익원으로 하는 회사였다.중국에서 흔한 (우리식으로 말하면) 고포류식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현금을 게임머니로,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면서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렸었다.2004년과 2005년 중국 정부가 현금과 게임머니 환전에 대해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텐센트는 사업에 위기를 맞게 됐다.
 NHN이 2004년 중국에 건너가 아워게임을 인수할 당시 텐센트의 상황은 대략 이 정도였다.그 당시만 해도 크게 부각되는 회사가 아니었고 오히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위기에 처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텐센트는 2005년을 기점으로 소셜네트워크,게임 퍼블리싱 등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게임으로부터 콘텐츠 수혈을 받는 등 외부 게임 퍼블리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 게임을 기반으로 급성장
 텐센트가 최근 중국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한국 게임들이 대박을 친 데 힘입은 바 크다.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는 지난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동시접속자수 기준으로 1,2위를 다투며 중국 유저들을 사로잡았다.텐센트가 서비스하는 QQ게임 등도 인기를 끌었지만 두 게임의 인기 몰이는 가장 두드러진 성과였다.

 물론 중국에서 텐센트만 한국 게임의 덕을 본 것은 아니다.일찌기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도입해 최대 게임업체로 도약했던 샨다나 왕이 완미시공 더나인 킹소프트 등 중국의 대표적인 게임업체들은 한국산 게임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하튼 한국 게임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업체는 텐센트다.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중국 최대 검색 회사인 바이두의 2배에 육박하는 40조원에 달한다.야후를 능가하는 규모다.텐센트의 급성장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제는 서구 언론들도 텐센트를 주목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름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지만) 텐센트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텐센트를 러시아의 DST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Naspers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온라인 자이언트’로 지목하기도 했다.

 텐센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수억명에 이르는 고객을 기반으로 뛰어난 실적을 올릴 뿐 아니라 기술 기업을 지향하는 등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지속적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인터넷 메신저,소셜네트워크,온라인 게임,검색,상거래 서비스 등 사업 범위가 넓고 부문별 수익성도 높은 것이 강점이다.중국 인터넷 사용자중 70% 이상이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약 80%가 다름 아닌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인 QQ를 쓰고 있다.

 하지만 서구 언론 중 어디서도 텐센트의 성장을 한국 게임업체들이 만든 콘텐츠가 견인했다고 보진 않고 있다.그 사실 자체를 모를 수도 있지만 콘텐츠의 질 못지 않게 텐센트가 지금처럼 성장하는데는 그들이 닦아 놓은 사용자 및 서비스 기반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역전된 관계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콘텐츠를 받아 서비스하던 회사가 이제는 한국의 어떤 게임 회사보다 큰 업체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텐센트다.텐센트도 약점은 있다.한국에서 들여온 게임을 크게 히트시키면서 중국내 게임 퍼블리싱 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지만 내부 개발 게임은 하나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텐센트측은 내부적인 인력의 경험이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텐센트가 몇번의 실패를 겪었다고 한국 게임에만 만족할 리 만무하다.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성장세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텐센트의 자체 개발작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텐센트는 아직까지는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텐센트를 가장 우호적이고 좋은 파트너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자체 콘텐츠가 늘어날수록,한국의 게임이 중국 유저에 걸맞는 콘텐츠를 내놓지 못할수록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최대 업체로 등극한 텐센트가 재량을 발휘할 여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미 2년여전부터 한국 게임업체들과 텐센트를 위시로 한 중국 게임업체들의 관계는 역전됐고 칼자루는 그들이 쥐고 있다.텐센트는 이제 한국에 직접 들어와 자신들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중소 개발사를 찾아 투자도 하고 있다.아직까지는 텐센트가 해외 투자에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텐센트발 M&A 폭풍이 휘몰아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게임업체들은 이미 해외 증시에 상장을 하면서 일찌감치 게임의 자본화를 이뤘다”며 ”“지금까지는 성장세에 있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사들과 중국업체들이 협력해왔지만 이들이 한국 게임으로부터 학습을 통해 개발력까지 갖추고 있어 한국의 게임 업체들과 세계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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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왜 매출 1조원 강조할까

게임이야기 2010. 2. 5. 14:53 Posted by wonkis

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이 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연결매출액이 7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상장사가 아니지만 이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넥슨이 국내 최대 게임업체임을 과시한 셈이다.얼마전 발표됐던 NHN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NHN은 국내외 게임 매출을 합쳐 6400억원으로 밝혔다.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액을 약 6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서민 넥슨 대표는 “연결매출 7000억 가량이라는 업계 추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게임업체 최초의 1조원 매출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7000억원의 매출은 지난 2008년의 4508억원보다 70% 가량 늘어난 수치다.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서 대표의 말처럼 올해도 70%,아니 50%만 성장해도 매출 1조원은 너끈히 돌파한다는 뜻이다.

◆해외서 급성장,국내선 고전하는 넥슨
 넥슨의 급성장은 해외 실적 개선에 힘입은 바가 크다.미국과 중국 등에서 선전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세계 각지에서 넥슨의 위세를 떨치는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그리고 최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해외에서 유난히 잘 풀리고 있다.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가 200만명을 돌파하고 그 수치가 계속 유지될 정도로 인기몰이중이고 메이플스토리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동접 7만명까지 치솟는 등 한국 게임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넥슨은 유난히 해외에서 탄탄히 실적을 보여주는 게임업체다.미국 시장에서도 경쟁사들보다 먼저 안착했고 일본에서도 꾸준히 실적을 늘려가고 있다.해외에서 거듭 고전하고 있는 NHN과 대조되는 부분이다.중국에서는 철저하게 현지 게임업체들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세기천성이라는 자신들이 세운 게임업체가 현지에 있지만 샨다나 텐센트 등 대형 게임업체들과도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좋은 게임을 대형 업체들을 통해 퍼블리싱하면서 넥슨의 위상은 강화되고 있다.현명한 전략이다.이런 전략에 힘입어 넥슨은 이미 지난 2007년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서기 시작했다.2008년엔 해외 매출이 56%에 달했고 지난해 67%에 이르렀다.올해는 70%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넥슨 해외 법인 실적을 자세히 보면 일본법인은 전년대비 95%의 성장률을 기록해 지난해 초 목표한 매출 1000억원을 초과 달성했으며 넥슨 유럽도 전년대비 15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게임포털 사업이 예정된 넥슨 아메리카의 경우 경기침체와 게임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30% 성장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렇듯 잘 나가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크게 자랑할 만한 게 없었다.넥슨의 매출 급증은 상당수 해외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다.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국내 매출이 부진한 데 따른 영향도 크다.작년까지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를 제외하면 3-4년간 별다른 히트작을 국내에서 내지 못하면서 부잣집의 남모르는 속앓이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마비노기영웅전으로 국내서도 돌파구 마련
 하지만 올해 들어 넥슨의 국내 사업에서도 모멘텀이 생겼다.기대작 ‘마비노기 영웅전’이 기대치를 뛰어넘는 초기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3-4년간 신작 게임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는 넥슨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선전은 넥슨의 매출 증대에 단순히 게임이 1개 증가한 것 이상의 효과를 불어넣을 것으로 판단된다.카트라이더,마비노기,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 히트친 게임을 해외에 들고 나가 국내보다 더 장사를 잘 한 넥슨의 과거 전력에 비춰볼 때 마비노기영웅전의 히트는 이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마비노기 영웅전으로 넥슨은 국내 시장 돌파구도 마련했을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넥슨,왜 매출 1조 강조할까
여기서 관심은 넥슨이 왜 매출 1조원을 강조할까 하는 점이다.넥슨은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 동안 매출을 강조하는 발표를 이렇듯 대대적으로 한 적이 없다.1조원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분명 있기에 올해 매출 1조원 목표치를 발표함으로써 분위기를 업시키고 경쟁사들보다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도 있다.하지만 국내외 동향을 감안할 때 넥슨이 매출 1조원을 강조하는 것은 다른 노림수가 있기 때문으로 ㅏ판단된다.

 현재까지는 그 다른 노림수는 ‘해외 주식 시장 상장’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다.이미 오랫동안 일본 증시 상장을 위해 노력해온 넥슨이지만 최근에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넥슨아메리카가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해외 실적이 계속 늘어나면서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도 충분히 상장 가능하다는 것이다.물론 넥슨홀딩스를 중심으로 일본에 상장하기 위해 짜놓은 넥슨의 지배구조가 미국에 상장시 어떻게 변화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넥슨이 해외 실적을 계속 부각시키는 것도 다른 게임업체들과 달리 한국에 국한된 국내 기업이 아니라 해외에서 더 많은 실적을 내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넥슨이 해외 상장을,그것도 미국 상장을 추진한다면 해외 실적이 탄력을 받고 마비노기영웅전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올해가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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