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251)직방 안성우 대표
직방은 본래 부동산 직거래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서비스다. 그래서 이름이 직방이다. 그런데 지금은 직거래 정보는 대폭 축소하고 기존 공인중개사를 통한 부동산 거래 정보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왜 직거래의 비중을 대폭 줄였을까. 직거래를 통해 거래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이상적인 방법이 없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상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는 게 직방 창업자 안성우 대표의 결론이었다. 그는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진짜 고통과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쪽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았다.
스무살 때부터 창업을 준비하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출신의 안성우 대표는 2001년 병특으로 마리텔레콤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머드게임을 만드는 일을 했는데 개발팀 자체가 엔씨소프트에 흡수되면서 그도 엔씨소프트에서 일하게 된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개발에도 참여하고 게임 운영 일도 했던 그는 2년간 일한 뒤 학교로 돌아왔다가 졸업후 2005년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그는 ‘언젠가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마리텔레콤과 엔씨소프트에서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까. 물론 무작정 창업을 하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자기 일을 하기 위해 두루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투자자로서의 업무도 배우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다.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블루런벤처스에서 본격적으로 투자 업무를 하게 된다. 그게 2009년이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0년 단위로 인생의 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 안 대표 역시 그랬다고 한다. 30대에 창업을 해서 40대엔 이 회사를 성공시키고 50대엔 다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나름의 인생 계획.
그런 인생 계획에서 보면 투자자가 되는 것도 창업을 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회계법인에서의 일도, 투자회사에서의 일도 정말 재미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결국 2010년말 그는 블루런벤처스를 나와 회사를 세웠다. 회사 이름은 채널브리즈라고 지었다. 산들바람이라는 뜻의 브리즈(breeze)에 ‘채널’을 붙여서 만든 조어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채널이라고나 할까.(브리즈에는 뜻밖에 ‘거침없이 움직이다’라는 뜻도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거침없이 움직이는 채널이다.)
2010년은 소셜커머스가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강자들이 급성장하고 있었고 이들과 유사한 서비스들이 쏟아지던 시점이었다. 그는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을 커머스로 잡았다.
<직방 안성우 대표의 최근 사진>
첫 실패와 재도전
당시 채널브리즈가 내놓은 ‘포스트딜’은 블로그나 SNS(소셜네트웍스서비스) 등을 쇼핑몰 플랫폼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였다. 판매하려는 상품에 대한 내용은 블로그나 카페, 페이스북 등에 마치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처럼 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등록하고 결제를 붙이고 서버 호스팅을 맡기고 등등 해야 할 작업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어려움을 간편하게 해결해주겠다는 서비스였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모델은 실패했다. 이 서비스가 소비자들이건 판매자들이건 쇼핑할 때, 물건을 사고 팔 때 겪은 어려움의 핵심적인 부분과 관련이 없었기 때문일까. 사업이 잘 안되자 회사 직원들도 나가면서 한때 30여명에 달했던 인원 수는 8명까지 줄어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빚도 지고 어려워졌다.
사업 자체를 그만 둘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다시 도전을 하는 길을 택했다.“어떤 아이템으로 할까 고민했습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고 아이 옷을 파는 것과 직방을 놓고 고민하다가 직방으로 결정했죠.”
그가 직방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이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에서 일할 당시 고시촌을 하나 구하기 위해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방을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정보는 제한돼 있고 그러다보니 자신에게 맞는 방을 찾기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에 착안한 것.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분야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해결할 방법이 요원했다.
“포스트딜을 할 때 유저를 모으는 것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직방을 하면서는 우선 ‘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아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콘텐츠를 축적해서 소수의 사용자라도 일단 최대한 만족시킨다는 것. 부동산에 대한 콘텐츠이자 미디어 서비스가 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은 시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초반 타깃을 좁게 하기 위해 원룸과 오피스텔로 한정했다. 일단 앱을 쓰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원룸과 오피스텔 정보 쪽에 특화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자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적중했2012년 1월에 출시한 직방은 원룸과 오피스텔의 정확한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 부동산을 비롯해 기존의 어떤 부동산 서비스에서도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방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아파트 등 다른 정보에 비해 원룸 정보는 기존 서비스들이 사진을 올려놓지 않는다던가 주변 환경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않는 등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시장에서 반응이 나왔다. 우선 정보가 많다는 것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2015년 1월에는 다운로드 500만을 돌파했고 그해 10월 1000만 다운로드를 찍었다. 500만 다운로드에 도달하는 데 3년이 걸렸는데 1000만을 돌파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올 7월에는 15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고 11월말에 1600만을 돌파했다.
네이버 부동산 넘어선다
처음에 직방은 직거래 등록 위주 서비스였다. 누구나 생각하고 느끼는 불편함, 즉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직거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금방 중개업소들이 정보를 올려놓는 방식으로 바꿨다. 즉 직거래가 아닌 기존 방식을 정확하게 하는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직거래에 대한 수요가 의외로 많지 않았습니다.”
안성우 대표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직거래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일부 적극적인 사람들이 얘기를 많이 해서 그렇지 대다수는 집 구할 때 걱정이나 불편함 해소를 바라는 것이지, 직거래를 찾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즉 현재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직거래를 찾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 직거래를 할 경우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비스에 불만이 있어도 불안하고 위험한 것보다는 낫다는 심리다.
안 대표가 내린 결론은 직거래가 아닌 기존 부동산 중개 서비스의 개선이었다.
“사람들이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별로 해 주는 서비스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부동산 중개업자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안 대표는 “한국의 부동산 수수료(복비)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중개사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만 하더라도 매매의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각 가격의 3%씩을 부동산 업소에 수수료로 지불한다. 원룸도 한국보다 2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매도가의 3%, 매수인 3%다. 원룸도 우리나라 두 배 정도.
그래도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도 현실이고, 이 부분은 부동산 업소들이 어떤 식으로든 개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안 대표는 “허위 정보 없애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우리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보면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허위 매물에 한 번 걸리면 당한 사람은 대단히 기분이 나쁜 경험을 하게 된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직방도 허위매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허위매물을 없애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어떻게 허위매물을 줄일 수 있을까. 안심중개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1차적인 조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일단 하나라도 문제제기가 되면 그 부동산 매물 전체에 대해 리뷰를 합니다. 그 부동산 업소에서 일하는 모든 실장까지 포함해서 아웃됩니다. 안심중개사에서 아웃되는 거죠. 세번 걸리면 아예 탈퇴 조치합니다. 제일 중요한건 소비자 피드백입니다.”
직방은 아직 직거래 정보의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점차 줄이고 있고 조만간 없앨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직거래가 대부분 문제”라며 “중개사 통할 때보다 시간 많이 들어가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는 게 소비자들의 피드백”이라고 설명했다.
“집을 내놓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훨씬 더 연락도 많이 오고, 이 중 대부분은 거래가 안되죠. 중개사가 있으면 스크린도 되고 하는데, 막상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꼼꼼한 손님 많아서 직거래 성사도 어렵구요.”
확실한 건 소비자와 공급자간 여전히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한 건물에 대한 정보를 똑같은 업소 수십 개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허위매물, 또는 과장 정보 문제가 사라질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동산을 거래할 때 현재의 중개업소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복비를 내고, 불편한(또는 불충분한) 서비스를 받더라도, 별 탈 없이 큰 돈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를 안전하게 성사하고 싶다는 가장 큰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직방이 중개업소를 통한 거래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직방은 부동산 미디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매물을 올려놓는 것에 대해 일종의 광고비를 받는다. 중개를 직접 해서 수수료를 받을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직방의 목표는 일단 네이버 부동산을 이기는 것.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안 대표의 솔직한 자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방은 관련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가장 인지도가 높은(최소한 원룸 오피스텔 정보 분야에서는) 서비스로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엔 아파트 정보를 강화하며 네이버 부동산을 넘어서는 업계 최고의 정보포털을 꿈꾸고 있다.
by wonk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