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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6 CDC게임즈 첸 사장과의 잘못된 만남 1

처음부터 난 기분이 좀 상해있었다.중국 CDC게임즈의 샤오웨이 첸 사장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였다.중국 베이징까지 찾아가서(물론 그 사람때문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힘들게 만날 약속을 정했다.당초 첸 사장 본인이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비로 오겠다고 했지만 갑자기 급한 일정이 있어서 오전 10시까지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오라고 했다.이 정도야 사장님께서 바쁘시다고 하시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기분이 상한 것은 약간 감정적인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왜냐하면 나는 정말 기를 쓰고 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노력했는데 상대방이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나는 익숙하지 않은 베이징 시내길을,말도 잘 통하지 않은 중국인 기사가 모는 택시를 타고 손짓발짓으로 설명해가면서 하얏트호텔에 정확히 10시1분전에 도착했다.혹시나 첸 사장이 기다릴까봐서였다.잔돈을 챙기는 것도 잊고 헐레벌떡 들어갔지만 1층 로비에 첸 사장은 없었다.로비에는 직원 한명과 통역만 나와 있었다.좀 기다렸다.20분이 지나서야 첸 사장은 나타났다.

 이 정도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웃으면서 ‘많이 바쁘시죠.얼른 시작하시죠’라고 말하고 인터뷰에 들어갔을꺼다.바쁘다고 하니 어쩌겠는가.그런데 첸 사장이 오자마자 한 말은 이거였다.“제가 시간이 없어서요.10분만에 끝내야 합니다.”
 아니 이럴 거면 뭐하러 나왔나? 내가 언제 만나달라고 사정한 것도 아니다.내가 베이징에 간다고 하니깐 만나자고 한 사람은 첸 사장이다.시간도 본인이 정해놓고,그것도 멀리서 온 손님한테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오라고 해놓고선,자기가 늦게 나오고선,시간이 없댄다.

 20분 정도 늦는 거야 원래 별 상관이 없다.아침에 준비를 하다 늦을 수도 있다.첸 사장이 미리 그렇게 시간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나도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첸 사장은 이날 미팅에 앞서 10시라는 시간을 세번이나 강조했다.'제가 다음 일정이 있으니 10시를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세번이나 강조한 시간을 어겨놓고선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그런데 첸 사장의 행동은 계속 내 심사를 뒤틀리게 했다.
 “시간이 없지만 사진을 잠깐 찍고 하시죠.그래도 인터뷰인데”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제가 지금 사진 찍을 상태가 아닙니다.”
 평상시면 상대방이 사진 찍기 곤란하다고 하면 ‘그렇지,정말 사진 찍기 힘드시겠네’ 하면서 이해를 하고 넘어가거나 오히려 사진을 찍자고 말한 것에 대해 미안해하곤 했는데 이날은 정말 이래저래 신경질만 계속 났다.(솔직히 당시 기분은 ‘정말 이런 엉망진창인 인터뷰는 처음이군’이었다.)
 결국 사진을 못 찍고 첸 사장이 나중에 사진을 보내오긴 했다.그날 사진을 못 찍은 대신 아래 사람을 시켜서 사진을 보내준 것이었다.그런데 그 보내준 사진이란 게 정말 가관이었다.

 날 놀리는 것 같았다.내가 무슨 PC바탕 화면에 깔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나.물론 난 이런 사진을 PC에 깔고 싶은 마음도 추호도 없다.첸 사장 본인이나 자신의 PC 바탕 화면에 깔던가 말던가 할 사진이다.

 원래 기자는 현장을 중시한다.특히 난 하나의 신조 같은게 있는데,기사를 쓸 때 인터뷰할 때의 상황을 다시 머리 속에 떠올려가며 기사를 쓴다.기사를 쓸 때 인터뷰나 현장 취재때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쓰기 위함이다.(물론 이게 잘 안되면 기사가 엉망이 되기도 한다.좋은 버릇은 아닐 수도 있다.)이를테면 그때 어떤 호텔에서 그 사람을 만났고,어떤 음악이 나왔고,주변에 누가 앉아 있었으며 나와 상대방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고,그날 날씨는 어땠고,호텔이나 식당의 조명 밝기는 어땠으며,어떤 부분에서 미소를 짓고,어떤 부분에서 표정이 변했는지 따위를 말이다.

 상황을 반추하는데 사진은 중요하다.서툴게나마 당시 상황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당시 상황을 복기하는데 도움이 된다.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편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싫어한다면 안 할 수도 있다.어쨋든 이날은 이것조차 용납이 되질 않았다.나로서는 첸사장이 나에게 기사를 쓸 어떤 환경도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이다.날 놀리는 듯한 사진을 받아보고 기가 막히다 못해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이게 원래 전략이라면 정말 잘 한 것 같다.기사 쓸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암튼 계속 말한 대로 도무지 기사 쓸 만한 내용은 없었다.내가 이미 인터뷰 대상에 대한 애정을 상실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겠다.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엠게임에 대해 샤오웨이 첸 CDC게임즈 사장이 계속 독설을 퍼부었다는 거였다.

 “엠게임이 계속 예상치 못한 일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할 지 모르겠다.그래서 협상을 낙관하기 힘들다.결렬될 수도 있다.”
 “우리가 열혈경호만 있을 때는 힘들었지만,지금은 열혈강호 말고 다른 게임도 많이 서비스하고 있다.내년에는 10여개 정도의 신규 게임을 서비스할 예정이다.우리가 아쉬울 것이 없다”
 “엠게임은 열혈강호에 대해 업데이트나 A/S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심지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샤오웨이 첸 사장은 사실 그날 엄청난 결례를 한 것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만회할 수 있는 정말 많은 기회가 있었다.최소한 미리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말 할 수 있었다.그걸 예상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으니 늦은 데 대해 미안하다고 한마디 할 수도 있었다.인터뷰 시간이 짧지만 최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자고 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었다.미리 분명히 사진을 찍겠다고 말했음에도 거절할 때는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지만 보여주면 됐었다.이 중에 단 한가지만 했어도 그 작은 사소한 행동으로 인터뷰는 기분 좋게 끝났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모든 기회를 그는 다 날려버렸다.

 아마 그가 한국 기자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그랬을 지 모른다.내가 혹시 그를 화나게 한 뭐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하지만 모든 정황을 다 따져보더라도 그의 행동은 결코 사장으로서의 행동은 아니었다.기자 생활하면서 국내외 CEO 1000여명을 만나본 나의 기준에서는 그렇다.내가 아는 다른 사장님들 중에 그런 사람은 없다.사장은 결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예의와 협상,시간약속에 철저하다.무서울만치.

 그러고보면 첸 사장이 아직 순수해서 그럴 것이라고 좋게 봐줄수 있을지도 모른다.아직 그런 세상의 때가 뭍지 않았다는 거다.하지만 그는 나에게 “이러니깐 엠게임이 CDC게임즈와 계속 까칠하게 나가는군”이라고 생각하게끔 했다.사소한 거지만 CEO의 이런 행동에서 외부 사람들이 그 기업의 비전을 짐작한다는 것을 그는 알까.

 샤오웨이 첸 사장이 엠게임과의 문제에 대해 논한 일은 나중에 시간을 두고 정리할 생각이다.하필이면 이날은 날씨도 엄청 추웠다.영하의 날씨에 바람은 왜 이리 세게 부는지.이래저래 뭐 하나 받쳐주는 게 없는 날이었다.그는 인터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약속을 잡기 위해 노력한 CDC게임즈 코리아와 본사 통역 분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CDC게임즈에 대한 인식은 더 나빠졌다.인터뷰라고 할 수도 없는 이상한 자리를 끝내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못내 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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