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재미말고 무엇이 있을까?

게임이야기 2008. 2. 15. 13:33 Posted by wonkis

게임이 '재미' 말고 어떤 다른 것을 제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논의는 이번에 일본 출장을 갔다가 소니와 닌텐도에 관해 NHN재팬의 모리카와 부사장과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나온 내용 중 하나다.개인적으로는 일본 출장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많은 숙제를 안게 됐던 대화였다.사실 이런 대화는 모리카와 부사장이 지금은 온라인게임업체인 NHN재팬에 있지만 그 전에 방송사를 거쳐 소니에서 근무를 했었기에 가능했다.나 역시 게임에 대해서는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한층 재밌었다.그와의 대화를 그대로 옮겼다.

-모리카와:닌텐도의 최근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닌텐도도 처음엔 고스톱 같은 오프라인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였다.그런데 이 회사는 이제 닌텐도DS나 위 같은 게임기를 넘어선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됐다.닌텐도DS는 학교 교재로서도 활용되고 있다.교과서 자체가 DS용 소프트웨어로 제작되기도 한다.일본에서도 닌텐도 이전에는 이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학교에서는 이제까지 게임은 금지됐었는데 이제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사고 있다.

-임원기:휴.사실 너무 부러운 얘기다.한국에서는 아직 힘든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교과서가 게임기용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지고 학교가 게임콘텐츠를 사는 것이 언제쯤 가능할까? 게임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그것을 활용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그런 것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게임은 기본적으로 나쁜 것,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특히 어린이들에게 말이다.
 어린이들은 너무나 게임을 좋아하고 정말 많은 시간이 게임에 노출돼 있다.그런데 어른들이 그것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막아야만 한다면 얼마나 많은 낭비인가? 활용할 방법이 사실 아쉽다.

-모리카와:사실 기본적으로는 게임업체들의 문제다.결국 게임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게임업체들이 나서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게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정부나 언론 탓만 하고 있어선 아무 소용이 없다.이건 게임산업이나 어린이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게임업체들 자신들의 10년후 생존을 생각할 때도 필수적인 것이다.
 왜냐?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크게 성장할 수 없다.세상이 원하는 것,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만약 한국에서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피해야 할 콘텐츠로 인식된다면 정말 문제다.세상이 싫어하는 산업은 결코 양지에서 클 수 없다.닌텐도의 사례는 한국 게임업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지금까지 게임은 싸우는것,오락성이 중요했었다.이제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임원기:닌텐도의 사례는 잘 알겠다.하지만 게임이 과연 재미 이외의 것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까?게임의 기본 속성은 재미 아닌가.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 요소를 극대화해 교육적인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 아닌가.게임에 재미 말고 다른 것을 제공하라고 한다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라는 것 아닐까.사실 닌텐도가 성공한 것도 재미라는 본연의 요소에 충실했기 때문 아닌가.그 재미 중 하나로 수업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닌텐도는 찾은 것 같다.

-모리카와:그렇긴 하다.뇌 단련 게임과 같은 것은 사실 재미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가 있지만 닌텐도가 이런 것을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우리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거 어릴 적에 친구들과 오프라인에서 놀던 놀이(게임이 아닌 놀이)들 중에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고 머리를 단련시키고 판단력 지구력 등을 길러주는 것이 많았다.현대사회로 오면서 자극적인 요소만 강해졌지만 닌텐도는 과거로 잘 회귀한 것이다.

-임원기:한국에서는 오히려 지금 게임이 제대로 재미 요소에만 충실할 수 있다면 산업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것이란 말이 많다.즉 아직까지는 게임에서 재미조차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한국에서 게임은 재미라는 것 자체가 너무 다양화돼지 못하고 치우쳐 있다.재미는 사실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고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리카와:참 어려운 문제긴 하다.어쨋든 게임업체로서는 성장을 위해선 이런 가치를 찾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일본에서 콘솔 게임 시장이 이런 과정을 밟았다.게임은 그래픽 높이고 자극을 더 높이는 식으로 해서는 결코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최종적으로 온라인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더 제공하지 않으면 인터넷의 의미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즉 온라인게임 역시 즐거움의 의미를 보다 다양하게 제공하고 기존의 재미를 뛰어넘는 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크게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소리다.

-임원기:얘기를 하다보니 게임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된 것 같다.다음엔 소니와 닌텐도 얘기를 좀 더 파고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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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썼던 <최휘영 NHN 사장과의 대화>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 여부는 아마 향후 NHN의 10년을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이에 대해 최휘영 사장이 가지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일까?

 “성공 가능성은 80% 정도로 봅니다” 최 사장의 말이다.
 “에이,이왕이면 말씀이라도 인심 좀 더 쓰시죠.99%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20%의 실패 가능성이 없으면 조직이 긴장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굉장히 높은 수치네요”
 “사실 이번에는 좀 다를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 있죠.보는 것만 믿고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하신 분들.이런 분들에게 우리가 만들고 기획하는 일본 검색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봤습니다.이 분들은 성공 가능성을 50∼60%라고 보고 있었습니다.사실 제가 80%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이런 분들의 50∼60% 평가를 받고 보니 훨씬 마음이 놓이더군요.이런 분들의 판단으로는 아주 높게 평가해준 거라고 봅니다.하하”

 현지에서 검색 엔진과 검색 모델을 갖고 일본 야후재팬과의 비교를 하면서 생긴 자신감이다.“검색 결과를 비교해 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일본 유저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검색 결과를 보여줄 자신이 있습니다.”
 기술을 내가 당장 검증해볼 수는 없으니,일단 검색 수준은 NHN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치자.하지만 검색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걸까?(사실 개인적으로는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최 사장도 인식하고 있었다.“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요?”나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이 답했다.
 “일본 사람들이 의외로 굉장히 보수적입니다.한번 좋다고 생각한 것은 쉽게 바꾸질 않아요.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과 참 많이 다르죠.한국은 변화도 빠르고 더 좋은 것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하지만 일본은 달라요.사람들이 더 좋은 것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편하고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야후재팬의 점유율이 매우 높아 이를 어떻게 뚫을지 걱정이긴 합니다”
 하긴,일본에서는 신문도 아직 세로쓰기다.언론사들도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판형도 별로 바꾸질 않았다.수시로 바뀌는 한국 신문이나 방송들의 구성과는 많이 다르다.그의 말이 수긍이 갔다.

 그래도 그는 야후 재팬보다 월등히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알린다면 시장을 천천히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그리고 어찌됐든 내부적으로 이렇게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NHN수뇌부는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요즘에 최휘영 사장,이해진CSO(최고전략책임자),이준호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세 사람은 분당 NHN 사옥이 아닌 서울 시내나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 등에서 신속하게 미팅을 갖고 헤어진다고 한다.최 사장을 요즘 분당 사옥에서 갈수록 보기 힘든 것은 외부 미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내부 미팅도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해진CSO는 서울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고 있고 이준호CTO도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지만 3인 간의 회동을 위해 멀리 분당 사옥까지 가지 못하고 서울 시내에서 만나는 일이 잦은 것이다.

 이야기 끝에 여담 하나.최 사장은 최근 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마음이 오히려 불안했다고 한다.
 “그때 기세로는 금방 10조를 돌파할 것 같더라구요.그런데 그게 기업에게 결코 좋은 것이 없습니다.우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주가만 빠르게 오르면 금방 내려갈 날이 온다는 거거든요.오히려 요즘에 주가가 좀 정체되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조직 내부에서도 별로 좋을 게 없습니다.우리가 잘해서 오르는 거라면 상관없지만요.하지만 이제 주가가 다시 평가를 받을 순간이 오긴 올 겁니다.이런 식으로는 말구요”
 아마 그는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이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NHN이라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바꿔놓을 중대 사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성공하든,실패하든 말이다.NHN의 일본 검색 시범 서비스는 연말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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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내부에서 한동안 회자되던 ‘이해진 굴욕 시리즈’가 있다.NHN 창업자인 이해진씨가 NHN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겪었던 일종의 에피소드다.업계에서 알만한 분들은 다 들었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사례 하나 정도를 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이미 한참 지난 일이니 이해진 NHN 창업자께서도 너그러이 봐 주시리라 믿는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3년의 어느 날.당시 NHN이 입주해 있던 강남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오전부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갑자기 그날 정보통신부로부터 장관(당시 진대제씨)께서 NHN을 방문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정통부 장관이 IT기업을 방문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런 통보인 데다가 NHN으로서는 단독으로 정통부 장관의 내방을 받는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법석을 떨 만했다.일단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홍보실이 난리가 났고 당시 이해진,김범수 두 공동 대표도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김범수 사장이 그날 외부 일정이 많아 이해진 사장이 장관 방문시 손님 접대를 맡기로 했다.회사가 고위층 손님 맞이에 한참 시끄러울 때 문득 정통부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장관이 다른 일정 때문에 NHN 방문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거였다.
 이 때 당시 NHN에서는 그러려니 했다.실망스럽긴 했지만 갑작스런 방문이 취소됐기에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도 내쉬었다.그럼 이때 진대제 장관은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당시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양이 한국을 방문해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미팅을 가졌다.진 장관으로서는 해외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기존 약속을 취소한 셈이 된 것이다.

 한달 쯤 지났을까.인터넷기업인들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오찬 미팅 자리가 있었다.당시만 해도 이해진 창업자가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자리에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참석했는데 그는 장관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고 한다.

“야후 사람들 만나느라고 NHN 방문을 취소하셨다면서요? 저희가 준비 많이 했었는데..나중에 꼭 한번 들러 주십시오”

나름대로는 당시에 좀 삐졌다는 것을 은연중에 표시한 셈이고,한편으로는 국내 인터넷기업에 대한 관심을 간곡하게 표현한 것이었다.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진대제 장관이 이를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제가 NHN을 방문하기로 했다고요? 전혀 그런 일정이 있었던 적이 없는데요? 뭘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이 발언으로 자리가 일순 썰렁해졌다.참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러다보니 아무래도 이날은 서먹한 가운데 자리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일이 기억에 남았나보다.IT기업인들과 정부 쪽 사람들의 미팅이 열렸을때 진대제 장관이 유난히 이해진 창업자에게 아는 척을 했다.그때 분위기를 만회해보려했는지는 몰라도 이해진 창업자와 함께 직접 동행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이 분은 네이버를 창업하진 ‘이해찬’ 사장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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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4년 전만 해도 사정이 이랬다.이와 비슷한 일화가 또 있다.같은 해 NHN은 모 신문사에서 수상을 하게 됐다.시상식에는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참여했는데 시상을 하던 그 신문사 회장께서 이렇게 물어보면서 (본인의 느낌이었겠지만) 자리가 일순 싸∼해졌다고 한다.

 “저 그런데 NHN이 뭘 하는 회사인가요? 제가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요.”

하긴 뭐 지금에야 제법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엔 NHN을 NHK의 오타로 잘못 알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던 시기니 그럴만도 했다.

 사실지금도 NHN이 뭘 하는 회사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코스닥 대장주가 됐지만,여전히 네이버나 한게임은 알아도 NHN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NHN 측의 자체 분석이기도 하다.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NHN으로서는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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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기준으로 쓰여진 글입니다.제 기존 블로그 http://www.hankyung.com/wonkis 에서 작성됐습니다.)


주제넘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임원기'라는 사람의 개인 역사를 한번 써 본다면 2007년 4월은 그야말로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난생 처음 책이란 걸 내게 됐으니 말이다.

 임원기에게 첫 책,'네이버,성공 신화의 비밀'(출판사:황금부엉이)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불러 일으켜주고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 문제의 인물들 중 한 사람을 최근 다시 만날 수 있었다.임원기의 책에서 한 장을 구성했던 최휘영 NHN 사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사람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실제로 내가 전체 분량의 4분1 남짓한 'NHN의 사람들' 부분을 쓰는 데 전체 책 집필기간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것도,이 부분이 가장 재밌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여하튼 내가 나름의 주관을 갖고 책에서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언론인 출신이자 창업 멤버가 아닌 사람으로 처음 NHN의 수장이 된 최휘영 사장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최 사장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거였다.

 

장면1.3개월여 만에 최 사장을 만나다.-"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어요"

 분당 NHN 본사 16층에 있는 최 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인사를 나누자마자 최 사장이 하는 말,"아니 저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쓰시는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습니다 하하"

 '꾸밈이 없고,소탈하고 겸손하다.' 나는 책에서 최 사장을 이렇게 표현했다.그런데 내 책을 다 읽은 그의 반론이 나왔다."겸손한 게 아니라니깐요.절박한 겁니다."

 뭐가 절박한 것일까?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을 이끌고 있고 매 분기 사상 최대 이익과 매출을 경신하고 있는 그에게 절박한 것은 무엇일까?

 

장면2.계속 이어지는 담배.-"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을 유심히 보니 확실히 과거보다 좋지 않다. "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원래 얼굴이 좀 검은 편이긴 합니다만,아무래도 담배도 많이 피워대고,요즘 이래저래 신경 쓸 일도 많고 해서..얼굴이 썩 좋진 않을 겁니다."

 그가 신경쓸 일이 많긴 많다.올해 초부터 단독 대표이사가 됐으니 말이다.그의 말이 이어진다.

 "연초까지만 해도 게임 총괄하는 CGO(천양현 NHN재팬 대표)라는 체제가 있었고,김범수 NHN USA 대표와 함께 NHN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었는데..상황이 많이 달라졌죠.이제 국내외를 다 총괄하는 단독 대표가 됐고,CGO제도도 없어졌구요.담배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습니다."

 

 원래 인터뷰나 대화 중에 담배를 수시로 무는 그였지만 이날은 좀 더 양이 많은 것 같았다.최근 NHN 관련해서는 이슈도 정말 많았다.회의할 때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그이기에 요즘처럼 회의가 많은 시절엔 담배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틀에 세 갑 정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여기에 음란물 파동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검색 결과 편집을 제한하자는 입법 추진 등 인터넷포털을 둘러싼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인터넷포털의 선두 기업인 네이버는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요즘 계속 회의가 이어집니다.정말 골치아픈 일 투성이입니다.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고..여기에 사회적 이슈는 계속 터지고..정말 어찌해야 할지."

 

장면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수장의 하소연-"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최 사장 집무실에는 그의 책상 말고 탁자가 2개가 더 있다.책상에 가까운 쪽의 둥그렇고 조그만 탁자는 그냥 편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눌 때 사용하는 자리고 집무실 한 가운데 있는 큰 직사각형의 탁자는 회의를 하거나 공식적인 인터뷰를 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최 사장은 이 날의 만남에서 큰 직사각형의 탁자를 사용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다를까.그는 구글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다.NHN으로서는 가장 신경쓰이는 회사인 구글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어찌 신경쓰이지 않으랴.특히 최근 구글은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NHN의 검색 인력 상당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이미 구글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도 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자국어 검색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가 프로젝트로 밀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자국어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어에 최적화된 검색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우리는 구글의 연구·개발(R&D)센터 인건비까지 정부가 보조해 줍니다.작년 산자부에서 대대적으로 했던 행사 기억하시죠? 서비스 측면에서도 구글은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국내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합니다."

 

장면4."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곤 합니다."

 걱저이 많아서 그럴까.그는 요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싫어진다고 한다."개인적인 모임이건 공식적인 자리이건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뭔가 답변을 기대하는 거죠. 어렵습니다. 제가 대답해 줄 수 없는 부분도 많구요."

 

 그러다보니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서 생각에 잠기는 날도 많다고 한다. "가끔 약속 없는 날 회사 집무실 책상 옆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동안 창 밖을 응시하다가 퇴근하곤 합니다."

 우두커니 서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이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했다. 아마 술 한잔 해야 그 다음 얘기를 털어놓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대화를 나눈 지 2시간쯤 됐고 밖에선 비서가 계속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결제를 받으려는 임직원들이 방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계속 울리고....

 

 여기서 최 사장 집무실을 나오면서 계속 생각했다.최 사장의 진짜 고민은 무엇일까? 아마 그건 공정위 조사도,세무조사도,음란물 사건도 아닐 것이다.그것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플 순 있지만 본질적인 고민은 아닐 것이다.그가 기업가라면 아마 실적과 사업이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NHN이 올해 매우 중요한 일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검색 시장 진출.여기서 다시 한번 실패한다면 글로벌 기업 NHN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다. 그 점때문에 고민이 많은 그에게 국내의 수많은 이슈들이 더 힘들게 하는 점이 많을 듯하다.

 국내 시장에선 구글과 경쟁해야 하고 미국에선 게임의 성과를 내야 한다.수익성이 들쭉날쭉한 일본 게임시장에서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그가 이런 보고를 받는 회의실 장면을 그려보면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단독 대표이사로서의 고독함도 그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그는 진지하고 속 깊은 대화를 할 상대가 필요하다.

 

 국내 조직의 문제도 그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조직이 커지면서 생긴 이질적인 임직원들의 융합 문제다.그는 항상 "NHN은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많고 내부적으로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하곤 했다. 이게 그의 엄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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