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뭔가 불편한 것들을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는 이제는 대세라고 말하기에도 뒤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결국 생활이 달라지지 않는 IT나 기술 발전이란 큰 의미가 없기에, 그리고 진짜 시장이 있는 곳을 찾아서 너도나도 앞다퉈 오프라인 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너도나도 할 때는 본질이 더 중요해진다. 누가 더 업의 본질을 간파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느냐에서 승부가 갈리지 않을까. 무엇보다 누가 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가의 싸움이다. O2O 전쟁터에서도 핫한 분야 중 하나가 건강분야다. 특히 피트니스센터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는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에서도 몇몇 기업을 소개한 바 있다. 각각 다른 차원에서 비슷한 분야에 도전한 이들은 각자의 영역을 독립적으로 개척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들 중 누군가만이 살아남게 될까. 한국의 스타트업 211호의 주인공은 클래스픽 김영민 대표다.

소셜커머스의 한계, O2O의 미래

김영민 대표는 숭실대 경제학과(00학번)2008년에 졸업하고 바로 IT컨설팅 업체에 취직했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여러 오프라인 매장들의 IT 관련 컨설팅이었다. 왠지 이때부터 그는 오프라인 매장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컨설팅을 하고, IT를 접목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은 2011년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티켓몬스터(티몬)에 입사한 것이다. 티몬에서 그는 식당, 헬스장 등을 다니면서 필드 영업을 했다. 해당 매장들이 할인 쿠폰을 발행하고 이것을 티몬에서 판매를 하는 일이었다. 스스로 이 때 “O2O에 눈을 떴다고 회상했다.

똑같은 매장을 가더라도 누가 가서 어떻게 영업하느냐에 따라 판매가 확 달라지는 걸 알았어요. 포지셔닝이나 네이밍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현장에서 처음 배웠죠. 예를 들어 이런 거에요. 식당에서 똑같이 2인분 메뉴를 내놓고 프로모션을 해도 그냥 2인분에 얼마 이렇게 표헌하는 것과 커플전용이라고 하나 붙여놓고 파는 게 확실히 관심을 받는 포인트가 다르거든요.”

하지만 그는 동시에 소셜커머스의 한계도 봤다. “소셜커머스는 서비스업종의 경우 특히 문제가 좀 있었어요.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곳과 달리 피트니스센터나 필라테스 요가 등을 하는 헬스장의 경우 3개월권, 6개월권 이런 식으로 소셜커머스 상품을 판매하는데 그것 때문에 매장에 와서 결제하고 이용하는 고객을 추가로 받기 어려워지는 일이 발생한거죠. 결국 수량은 맞췄는데 서비스 질이 떨어지거나 고객 단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는 거죠.”

결국 업체를 도와주려고 시작했건만 이 업체가 이런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는 것도 겪었다. 소셜커머스의 한계를 절감한 그에게 때마침 변화가 온다. 2013년으로 접어들면서 티몬은 지역별, 업종별 카테고리 확장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 다음이 뭘까 고민하던 그에게 위메프에서 제안이 온다. 신사업팀을 이끌어보지 않겠냐는 것. 위메프로 옮긴 그는 신사업팀을 맡아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컬쳐크라우드펀딩으로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의 앨범 판매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는가 하면 알리페이의 한국 진출시 결제기능을 붙이는 작업도 했다.

2014년 봄에 그는 다시 회사를 옮겨서 새 일을 했다. 레코벨(Recobell)이라는 회사였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추천을 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개인화된 정보를 추천해주고 분석하는 서비스. 소셜커머스 분야에서 일하면서 빅데이터의 중요성과 이를 분석하고 체계화해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엄청나게 전략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런 경험들은 그가 지금의 일을 하기 위한 기반을 차곡차곡 쌓는데 일조했다.

미 클래스패스에서 아이디어 얻어

20145월 그가 레코벨에 입사한 후 10월까지는 예상했던 대로 일을 해 나가던 기간이었다. 그런데 그때 변수가 생겼다. 레코벨이 옐로모바일에 인수가 된 것이다. “그 뒤로 동기부여가 좀 떨어지게 되더라구요. 저는 벤처기업에 입사해서 마음껏 일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큰 회사에 속하게 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회 생활이 펼쳐졌어요.”

한동안 고민했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내 일을 한 번 해보자는 거였다. 하지만 무엇을 할 건가가 문제였다. 자신의 관심사, 소셜커머스와 iT컨설팅, 빅데이터 등 자신의 경험을 아우르는 어떤 절묘한 한 수가 필요했다. 자신이 진정 관심있어 하는 일에서 답은 나왔다.

제가 20대 초반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람한 가슴과 탄탄한 복근이 없다면 남자가 아니다라고요. 그래서 실제 그런 몸매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만(웃음) 그 과정에서 운동을 상당히 많이 했겠죠.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발견했다는 것은 사실 우리가 다들 알고 있는 문제들이다. 운동을 하고 싶은데 집이나 회사 근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하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클래스가 없는 경우가 많다. 1-2주 이용해보고 장기로 끊고 싶은데 당장 등록을 해야 한단다. 막상 돈을 엄청나게 내고 나면 영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나마 이 정도면 다행이다. 아예 피트니스센터가 폐업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생돈만 날린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어디나 있나보다. 미국에서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클래스패스라는 서비스가 앞서 나왔다. 물론 한국의 형태와는 약간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피트니스센터에서 무료 체험권을 나눠주는데 이것을 모아서 고객에게 유료로 판매하고 대신 고객들을 몰아주는 역할을 하는 업체다. 헬스장 등 운동 관련 업체들이 갖고 있는 마케팅 고민을 해결해주고, 고객들에겐 적은 돈이나마 내고 여러 곳의 헬스장을 시험삼아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미박스와 같은 화장품 섭스크립션 업체들이 샘플을 공짜로 받아 모아서 소비자들에게 유료로 판매하면서 사실상 업체와 고객 모두에게 득이 되는 사업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섭스크립션 형태로 판매를 한다는 것까지 똑같다. 흔히들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식 서비스인데, 헬스장에도 적용을 할 수 있다.

<<클래스픽 멤버들.(왼쪽부터) 성윤환 매니저, 김정엽 매니저, 홍도희 매니저(디자이너), 김영민 대표, 류창선 팀장(개발). 사진 ; 클래스픽 제공>>

그런데 이걸 소셜커머스 식으로 판매하면 부작용이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할인받은 티켓을 산 사람들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거나 하면 다른 멀쩡한 회원들이 제때 운동을 못하는 일이 생긴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미리 예약을 하게 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플랫폼화하면 된다. 좌석배정제까지 도입해 클래스패스는 대박이 났다. 자 좋다. 이런 방식의 많은 서비스들이 실제로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좀 달랐다.

한국에선 클래스패스 방식으로 여러 곳의 헬스장을 계약하게 하고 어디에 있든 이곳에 가서 운동하게 하는 시스템이 맞지 않아요. 사람들의 성향이 외국과 달리 그렇게 외향적이지 않고 장소를 많이 가리거든요. 익숙한 곳에서 운동하는 걸 선호하죠. 무엇보다, 트레이닝복, 운동화, 세면도구, 화장품 등을 어떻게 일일이 들고 다니겠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헬스장에 가면 운동복 정도는 제공하겠지만, 화장품이나 운동화, 자기만의 세면도구, 화장품 등은 각자 자신이 챙겨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사람들이 항상 차를 갖고 다니는 문화에선 이게 가능하겠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가방만 몇 개씩 들고다녀야할 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김 대표는 이런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운동하는 이들의 본질적인 고민은 뭘까. (1)우선 집이나 회사 중 어디에서 운동할까의 문제가 있다. (2)한 가지 운동만 하면 질릴 수 있다는 것도 고민 중 하나다. (3)내 스케줄은 수시로 변하는데 매번 업체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4)사전 정보 없이 남의 말만 듣고 덜컥 등록을 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자신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5)6개월이나 1년씩 장기간의 기간을 등록했는데 업체가 폐업을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뭘까. 프라이머 지원 팀에 선정된 그는 권도균 대표의 조언을 들었다. “플랫폼부터 덜컥 만들려고 하지 말고 어떤 채널이든 미리 테스트를 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일단 저렴한 가격에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구상했다. 이를 자신의 블로그와 페북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렸다. 예를 들어 2주 이용권을 3만원에 파는 식이었다. 싸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고작해야 2주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유료에 반응하는 것과 이런 체험 상품에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는 것.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빨리 왔다. “댓글로 신청해야 하고 돈 입금도 계좌이체로 해야 하고. 엄청 불편한 방식이었죠. 그런데 20개 상품을 준비했는데 바로 다 동이 나더군요. 되겠다 싶었어요.”
그는 사람들의 운동에 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우선 결정 전에 체험이 가능한 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용한 만큼만 돈을 내도록 후불이용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위도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10PASS를 사면 다섯 번을 갈 수 있는 방식. 좀 더 큰 단위 구매도 가능하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자신의 스케줄을 보고 예약을 할 수 있게 했다.

자 이런 방식으로 하니 그가 앞서 제기헀던 다섯가지 문제는 다 해결된다. 그는 시장은 업체가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클래스패스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해선 안된다는 신념도 있었다. 업체에겐 클래스패스 모델(이용 횟수 제한, 현장 결제 유도)이 좋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불편할 수 있다. “우리는 철저하게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업체에게도 좋을 겁니다. 피트니스센터들도 결국 소비자들이 만족해야 더 몰려오고 정기 결제를 하고 운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파이가 커질테니까요.”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는 확실히 소셜커머스에서의 경험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피트니스센터 이용권이라는 것도 하나의 할인 쿠폰 상품과 같은 것이고 이것을 이용하는 고객이 최고로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게 이런 서비스업의 과제인 것이다. 소비자를 최고로 만족시키고 결국 피트니스센터 업체들에게는 최고의 마케팅 채널을 제공해주면 된다. 그에 업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궁금한 게 있었다. 이 시장이 별로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얼마 되지 않는 운동인구, 아주 제한된 시장에서 하는 이런 방식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운동 클래스 예약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을 생각이란다. ‘건강관리 토탈 플랫폼이 그가 지향하는 가치다. 개인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선 물론 우선 고객이 좀 늘어야 한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생활패턴과 건강 정보도 수집가능해야 한다. 모든 것을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건강 관련 업체 등과 제휴해서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보여준 클래스픽의 캐치프레이즈가 눈길을 끌었다

‘Pick & Play’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겁게 운동하자.) 

아주 쉬운 말이지만, 지금까지 이걸 제대로 구현한 곳은 거의 없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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눔(Noom)의 창업자 정세주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오래오래 숨겨두고 싶었다. 그의 창업 스토리는 ‘언젠가 벤처업계의 신화와 전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미 여러 매체에 여러차례 다뤄졌지만 나 만큼은 꼭꼭 숨겨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다뤄보고 싶었다. 사실 눔이 워크스마트랩스였던 시절, 2011년초에 그의 이야기를 블로그와 신문 지면에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짧게 썼다. 아마 그때도 많은 이야기를 숨겨두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새 워크스마트랩스는 눔이 됐고, 미국에서 출발한 눔은 한국에도 진출하고 아시아 진출도 시작했다. ‘더 이상 안쓰고는 못 버티겠다’는 느낌으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련다. 물론 이것 역시 앞으로 오랫동안 펼쳐질, 눔과 창업자 정세주 대표의 길고 긴 이야기 중 아주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업으로 시작한 20대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아직 눔(Noom)이라는 회사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을 위해 워크스마트랩스(workSmartLabs) 시절을 간단하게 얘기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워크스마트랩스가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창업자가 한국인이어서라기 보다는) 구글이 이 회사를 2009년과 2010년 연이어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뽑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이 작은 회사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출범 후 줄곧 헬스·피트니스 부문 순위 1위를 달리는 앱을 만들었고, 내놓는 앱마다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인데도 구글 출신 유명 개발자들을 직원의 절반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 만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이가 정세주 대표였다.

 정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대학 공부에서 큰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다. 학교 공부에서 크게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숱하게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고 창업을 한 스티브 잡스의 사례에서 보듯, 대학생 정세주도 스무살 때 해외 희귀 음반을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본인도 놀랄만큼 잘됐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서부터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소리바다 등 공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P2P)가 나온 뒤 매출이 예전같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건강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암에 걸려 돌아가셨고 가정이 어려움에 빠졌다. 2003년 병역특례로 군생활을 대신한 그는 2005년 병역특례가 끝날때쯤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미국으로 가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하신 “더 큰 세상이 있다”는 말씀이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물다섯살이 된 청년 정세주는 비행기표와 사업을 정리할 때 남은 돈 500만원만 달랑 들고 미국으로 떠났다. “어떤 책에서 그런 내용을 봤습니다. 남을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려고 하면 사람들의 진짜 생각으로부터 멀어진다구요. 자신의 내면에서 원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고 사회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에 인생을 건다는 게 안타까왔고,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도 그는 당차게 사업을 벌였다. 음악을 좋아했기에 이번엔 뮤지컬 관련 일을 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제작해 한국 무대에 올리려고 했다. 일은 잘 풀리는 듯 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투자금을 받아 사업은 더 커졌다. 그런데 한국쪽 투자자들이 갑자기 투자하지 않기로 하면서 쫄딱 망했다. 뮤지컬 제작의 다리를 놨던 에이전시 회사가 그를 고소했고 그는 빚만 작뜩 짊어지게 됐다. 갈 데가 없어진 그는 뉴욕 할렘가로 쫓기듯 숨어들어갔다. 2006년의 추운 겨울날이었다.

<눔의 창업자 정세주 대표(왼쪽)와 아텀 대표.>

◆할렘가에서 재기를 꿈꾸다

한때 그는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허드슨 강가에 나가 강물을 쳐다보며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할렘가로 들어갔지만 거기서도 하루하루는 불안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청난 빚을 짊어졌다는 것이 갖고 오는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던 중 할렘가에서 알게 된 어떤 흑인이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세주. 그냥 여기서 계속 살 거 아니지? 이렇게 있지 말고 투자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봐.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어.”

 정세주 대표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이켜 자기를 고소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바로 행동에 옮긴 게 변화의 원동력이 됐을지 모른다. 솔직하게 모든 얘기를 털어 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고 심지어 어떤 이는 적극적으로 다시 그의 재기를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

 “실패했다가 재기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대화를 하면 반드시 방법이 생긴다는 것을. 물론 그게 미국이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아텀 페타코프(Artem Petakov)를 만난 것은 그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만난 아텀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였다. 구글에서 일하고 있던 아텀과 정세주는 금방 친해졌다. 마음이 가난했던 정세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고 아텀은 그런 정세주에 대해 호감과 함께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다.  

 두 사람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게 너무 재미없고, 관리도 잘 안된다는 것에 착안했다. 운동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강에 초점을 맞추면 사업이 될 것 같았다.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세주의 소망과도 맞아 떨어졌다. 

 아텀은 그동안 모아 둔 돈을 몽땅 투자했다. 정세주 대표는 자신의 재기 발판이 된 할렘가에 사무실을 열고 사람을 모아 앱 개발에 몰두했다. 회사 이름을 워크스마트랩스로 지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생활이 편해진 건 아니었다. 그는 사무실에서 앱 기획과 개발에 몰두했다. 밥 사먹을 돈이 없어서 구글 식당으로 가 식사를 하고 오기도 할 정도였다.

◆10년의 승부

그런 과정을 거쳐 2008년말 구글의 온라인 앱 장터인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카디오 트레이너’가 출시됐다. 출시된 이후 카디오 트레이너는 줄곧 안드로이드 마켓 헬스 분야에서 1위를 달렸다. 지금까지 다운로드 건수는 1000만이 넘었다. 

 카디오 트레이너는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운동을 하면 알아서 거리, 속도, 경사도,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해 주는 앱이다. 이어서 출시한 칼로리픽이라는 칼로리 관리 앱도 나오자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워크스마트랩스는 구글이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앱 개발사에 꼽혔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2011년에는 ‘카디오 트레이너’의 운동량을 측정하는 기술과 ‘칼로리픽’의 식단 관리 기술을 결합, 다이어트에 필요한 모든 트레이너를 제공하는 ‘눔 다이어트코치’를 선보였다. 이 앱은 출시된 뒤 2년 가까이 구글플레이 건강 분야 톱10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료 모델이 출시된 이후론 구글플레이 건강 분야에서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6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업체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앤바이어스(KPCB) 등으로부터 28억원을 투자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크스마트랩스 투자를 결정·집행한 KPCB의 모바일 분야 투자펀드 아이펀드(iFund) 대표를 맡고 있는 맷 머피를 만났을 때 왜 정세주 대표와 그의 회사에 투자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템도 물론 좋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실패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창업 멤버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사업 비전이 좋았다”

 미국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끈 뒤 정세주 대표는 회사 이름을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눔(Noom)이라고 바꾸고 최근엔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했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다운로드 300만건을 기록했다. 

 그에게, 한국 사업은 ‘아시아 진출을 위한 출사표’다. 그의 꿈은 최고의 앱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인의 건강한 생활을 이끌어주는 최고의 회사,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죠 처음부터 ‘최소 10년의 시간을 두고 자리를 잡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그리고 구글이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죠.긴 호흡으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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