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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9 한국의 스타트업-(105)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 5

“열정을 쫓아갔더니 미래가 보였다”

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는 일관된 길을 가지는 않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를 했지만 미국에 건너가 장사를 경험하는가 하면 투자와 관련된 업무를 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 역시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미래를 걱정할 때는 앞날이 보이지 않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열정을 쫓았을 때 새로운 세상이, 미래가 열렸다. 편한 길을 마다하고 꿈을 쫓아, 열정을 쫓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를 만났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서울대 경제학과 95학번인 최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IBM에서 근무를 했다. 5년동안 그는 세일즈와 사업 개발 분야의 일을 했다. 명문대를 나와 좋은 회사에서 근무를 한 사람답게 그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고민했다. 그래서 UCLA로 건너가 MBA(경영학석사)를 했다고 한다. 이때까지의 최홍준 대표는 항상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수재들이 그렇듯, 그 역시 자신을 계속 단련하고 자신에게 투자해 실력을 점점 키워서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그런 목표를 세우고 앞을 향해 달려갔다. “계속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생각을 한거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했어요. 그랬더니 기왕이면 내가 가진 것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고 싶어지더라구요. 물론 돈도 벌어야겠죠. 하지만 좀 더 가치있게 살고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는 MBA 과정 중에 LA(로스앤젤레스)에서 중고 옷을 판매하는 등 창업 예비 훈련을 나름대로 했다. 미국에 건너가 공부를 하는 당장의 목적은 물론 학위를 따는 것이었지만 그는 다른 동기들과 달리 직접 장사를 하는 것을 포함해 현지 기업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라이트미디어라는 회사에서 광고 네트워크 관련 일을 하다가 야후에서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는 야후 본사에서 일을 하는 기회도 얻었다.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온 그는 SK텔레콤에서 1년반 정도 투자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하지만 그가 대기업에서 느낀 것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제가 저의 모든 능력을 다 발휘할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제 능력의 한계까지 일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로켓인터넷을 통해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화장품 정기 체험 서비스 1호

로켓인터넷은 한국의 패스트트랙아시아(FTA)와 유사한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그는 로켓인터넷을 UCLA MBA 중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독일에서 태동한 로켓인터넷은 인터넷·모바일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초기 투자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마치 매월 잡지를 구독하듯 화장품 최신 제품을 담은 ‘박스’를 정기적으로 받아 이를 써 본다는 개념의 ‘글로시박스’ 사업 아이디어를 로켓인터넷은 글로벌 서비스로 확산하고 싶어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브라질 등 5개국에서 비슷한 시기 일제히 서비스가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최홍준 대표가 이 사업을 맡아 시작하게 됐다. 사업 기획안을 만들고 2011년 3월 28일 법인을 설립했다. 5월에 첫 상품을 출시했다. 

 글로시박스(Glossy Box)는 화장품 시장의 허점, 즉 여성들이 화장품을 쓰면서 느끼는 불편함에 착안했다. 일상 생활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로 출발한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여성들은 누구나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새 제품이 나오면 이를 써보고 싶어한다. 누구나 더 예뻐 보이고 싶어, 피부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새 제품이 나오면 그 중 자기에게 더 적합한 제품이 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매월 쏟아지는 신제품 사이에서 정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사실 뭐가 나오는지도 잘 모른다)

 최 대표가 이 사업을 하면서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 미용실에서 우연히 여성 잡지를 보면서부터다. 한 권의 여성 잡지에 300개가 넘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었고 이들이 500종이 넘는 화장품 신제품 광고를 하고 있었다. 광고를 하는 제품만 그 정도였다. ‘이렇게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나오는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자’ 이런 생각이 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선택을 강요할 순 없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새 제품을 써 보고 그 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게 한다면 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화장품 정기 체험 서비스라는 카테고리로 글로시박스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글로시박스는 매월 여성 회원들에게 필요한 (화장품을 포함한)뷰티아이템 5가지를 큐레이팅, 핑크색 박스에 담아 보내준다. 소비자는 화장품을 하나하나 발견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화장품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을 타게팅된 소비자의 손에 쥐어줄 수 있다. 그리고 글로시박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정기 서비스료를 받아 돈을 번다. 3자가 모두 이익이다.

◆하나를 성사하기 위해 아흔아홉번 거절을 당할 수 있다

글로시박스는 독일의 로켓인터넷으로부터 초기 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맨땅에 헤딩하듯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통상적인 스타트업에서 비해선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한 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창업 아이템도 분명하고 수익 모델도 확실히 갖췄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웠다.

 “제품은 매달 쏟아져 나오지, 소비자와 업체에게 모두 이익이지, 비교적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일단 화장품 업체들로부터 제대로된 물건을 조달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화장품 회사에 별다른 인맥이 있을리 없는 30대 남성이 무턱대고 화장품 회사를 찾아가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화장품을 공짜로 달라고 했으니 선뜻 신뢰하기 힘든 게 당연했을지 모른다. 한 두 곳은 실험삼아 해보자는 생각으로 계약을 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이 충분히 체험할 만한 물량을 확보하는데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소량이나마 화장품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5월에 제품이 나왔지만 500박스 밖에 만들 수 없었다. 일단 초기 물량은 그냥 공짜로 뿌렸다. 흔히 말하는 샘플 제품을 받지 않고 일주일 정도는 써 볼 수 있게 제대로된 용기에 담긴 제품을 받았다. 스킨, 메이크업, 바디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하되 이를 또 피부타입과 톤 등에 따라 구성했다. 화장품 회사는 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중 구매로 전환하는 소비자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는 그냥 선심성으로 주는 샘플 제품을 얻어 쓰는 차원이 아니라 매달 신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단 1만6500원을 내고 쓴다. 이 사용료가 고스란히 글로시박스의 수입이 된다. 

 하면서 사업 노하우가 터득이 됐다. “미백제품은 3월부터 판매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2월에 섭스크립션을 하는 게 좋죠. 써 보고 주문하게 되거든요. 겨울에는 보습제품을 많이 쓰니깐 가을부터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더 세분해서 통계를 내고 사람들의 생활과 화장품 사용습관을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죠. 어쩌면 그게 핵심 경쟁력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매달 1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고 지금까지 120개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다. 제품 미니어처와 백화점 방문 안내장을 같이 보냈더니 방문율이 14%에 달하기도 했다. 통상 샘플 보냈을 때 방문율이 2%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매달 엄청난 신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제품 조달 걱정은 없다. 오히려 너무 홍보가 되서 회원이 급증하면 물량 조달이 안될까 그게 걱정이다. 함께 할 직원을 뽑는 것도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였다.

 “사람을 내보내는게 가장 힘든 일이더군요. 매달 물품을 맞춰야 하는 스트레스도 있죠. 하다보니 자기 가치관이 있고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사람이 함께 벤처를 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창업을 해서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성사시키기 위해 아흔아홉번 거절을 당하기도 하지만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게 되고, 모자라는 것을 도움을 받아 채워가는 법도 터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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