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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4 한국의 스타트업-(86)위제너레이션 문성현 대표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항상 너무 막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기여는 돈을 벌어서 세금을 잘 내고 인재를 채용해서 젊은이들을 흡수하고 착실하게 성장해 이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큰 관심을 갖지 않거나 한계가 많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기업’에 속하는 회사다. 스타트업과 사회적 기업이라...더욱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제너레이션(Wegeneration)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창업자의 남다른 신념에 끌려서였다. 그리고 아직은 이런 분야에서 너무 척박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런 시도에 대한 갈증때문이기도 하다.

◆남다른 어린 시절이 촉발한 문제의식

문성현 위제너레이션 대표는 유년 시절을 태국에서 보냈다. 대기업에서 일하시던 부친이 해외 지사에서 근무를 한 덕분에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오랜 시간 생활을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한국에서 마치고 그는 다시 국외로 나갔다. 이번엔 멕시코였다. 멕시코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은 미국으로 갔다.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멕시코에서 보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배웠을까. “태국과 멕시코는 모두 빈부격차가 극심한 곳이었습니다. 정세도 불안정했구요. 국민의 절반은 판잣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곳에서 부자는 행복할 것 같았지만 사실 대다수는 불안하고 불행해보였습니다. 치안이 좋지 않아 모두들 경호원을 데리고 살았거든요. 그래서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빈부격차가 심한 멕시코에서 그가 학교를 다닐 때 이미 공교육은 붕괴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산다고 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모두 멕시코에선 외국인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외국인인 그가 볼 때 외국인학교를 다니는, 꽤 잘 사는 멕시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멕시코를 떠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국가 정체성이 희박했다. 이런 사회가 되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그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한 공립초등학교 방과후프로그램에 가서 스페인어와 수학을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재미있죠? 외국인인 제가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주다니 말입니다.”

 2004년 필라델피아에 있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유펜)에 생명공학을 전공으로 입학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그에겐 약간의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과 동아시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을 한 그는 동아시아학과 경제학, 그리고 신경과학을 한꺼번에 복수전공으로 택해 공부했다. 여러가지를 하다보니 졸업이 약간 늦어졌다. 2008년 12월에 학업을 마쳤을 때 그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학부에서 얻은 지식으로는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는 거였다. 

 대학 졸업후 2009년 노스웨스턴 로스쿨에 진학, 기업법과 법경제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자신을 포함해 그가 창업을 통해 기업가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올 4월 로스쿨을 수료하자마자 한국으로 들어와 사회적 기업 위제너레이션을 창업했다. 

◆세상에 대한 공헌을 먼저 하자

“어머니가 항상 강조했던 말씀이 있었어요. ‘부의 축적이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되서는 안된다. 이웃들과 나눔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거였죠.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애쓰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덕분에 나눔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었습니다.”

 생각은 일찌감치 해왔지만 계기는 천천히 만들어졌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꼭 창업이라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는 그 방법을 택했다. 여기에는 분명 계기가 있을 것이다.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학부 3년 동안 문 대표는 신경과학연구소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때 경험을 살려 로스쿨에 진학한 뒤 2011년 폐부종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관련 의료 기기 사업으로 창업을 했다. 그때부터 그는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변호사 생활을 3년 정도 하고 나서 창업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갑내기이자 함께 학교를 다녔던 신현성 티켓몬스터 사장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 열풍이 부는 것을 목격하면서 트위터를 활용한 광고를 활용한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변호사 생활을 먼저 해 볼 생각을 접고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변호사와 창업은 잘 어울리지 않을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로스쿨에서는 모든 정황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판단을 가르칩니다. 그런 훈련이 창업에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 그는 유명인 트위터를 활용해 광고를 하려고 했다. 친구들과 4명이서 파트타임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기업이나 상품의 광고를 유명인들 트위터를 통해서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유명인들이 이런식으로 트위터에서 이름이 팔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당초 그는 ‘돈을 번 다음에 기부나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자’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큰 돈을 번 다음에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세상에 공헌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일을 직접 해보자는데 생각이 이르렀다. 이런 생각에 골몰해 있던 그의 눈에 좋은 사업모델이 들어왔다.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던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소통이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크라우드 펀딩이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었지만 그는 이 모델이 그대로 한국에 들어오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기부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기부 사이트가 수수료를 떼는 것에 대해서 정서적인 거부반응이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미국에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5%의 수수료를 받는다) SNS가 미국처럼 활발하고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

 2012년 1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한국에 먼저 들어와있던 김철희씨에게 연락했다. 그는 문 대표와 동갑내기였고 유펜에서는 룸메이트로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큰 그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처음 시작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상의를 했죠.”

 한국에서 취직 준비를 하고 있던 김씨가 합류하기로 했고 이어서 역시 유펜 출신의 김영인, 성대 경영학과를 휴학중이던 박서영 등이 뜻을 같이했다. 이주호 영상프로듀서와 시카고 미대 출신의 심정현, 이아이리스 등 디자이너가 오면서 팀이 완성됐다. 7명은 올 4월 자본금 4000만원으로 위제너레이션을 설립했다.

 위제너레이션이라는 회사명은 ‘젊은 우리 세대야말로 의미있는 나눔으로 이 사회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 멋진 세대다’라는 뜻을 담았다. 

 쉽고 재미있고,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부에 초점을 맞추고 천원부터 시작하는 소액기부, 유명 인사 및 기업과의 협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기부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는 게 위제너레이션의 출발점이다. 

 “돈이 있어야만 이웃을 돕고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눔과 기부는 기본적으로 사회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 소통이란 돈이 아니라 문화와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위제너레이션은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런 소통의 문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연인이 함께 손잡고 걸으면서 교통비를 아껴 천원씩 기부를 하고 건강을 위해 소식을 하고 식사비를 아껴  천원씩 기부를 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문 대표의 사업 철학이다. 돈을 번다는 차원에서는 큰 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문화를 바꾸고 새로 만들어보겠다는 점에서는 정말 큰, 거창한 꿈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SNS 등을 통한 기부만으로도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을까. 위제너레이션의 기부 서비스는 7월말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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