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락이 온다는 것은 대체로 좋은 징조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특히 그런 것 같다. 뭔가 할 얘기가 있다는 것은 새롭게 뭔가를 시작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와의 오랜만의 만남은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그에 대해 기록한 지는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지난 2010년 11월3일 한국의 스타트업 스물 네번째 이야기(http://limwonki.com/397)로 정윤호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남겼었다. 당시 그는 창업 후 2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그 후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으니 정 대표는 이제 창업 5년차에 접어들었다. 창업 5년차가 된 그가 심기일전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주제다.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없을 리 없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는 창업을 한 자신과 회사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아이디어는 좀 더 구체화됐고, 출시된 서비스는 좀 더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나는 왜 창업을 했을까

그는 항상 소셜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인간관계의 확장이라는 그의 주된 관심사를 미디어를 통해 풀어내려는 것을 계속 시도해왔다. 처음에 프렌드피드 방식의 SNS를 고안했고, 텀블러와 같은 블로그를 기획했다가 트윗믹스, 유저스토리북 등으로 이어지는 시도를 한 것도 다 그의 관심사가 서비스화된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원하는 무언가’는 아니었다. SNS와 온라인미디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플 때 찾을 만한 그런 서비스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사용자 기반이 넓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줄기차게 시도하면서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갔다는 점. 유저스토리북이 출시되던 시점부터 그와 그가 세운 회사는 대중들과의 접점을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접점을 찾았다고 다 잘되란 법은 없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고, 직원들 수도 늘어나고, 한번도 월급을 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트래픽에 비해 제법 수익이 났던데다 실력있는 기획자와 개발자들을 기반으로 외주 업무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회사의 본질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난 그의 첫 마디는 이거였다. “내가 왜 창업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작년초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창업을 하고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별로 변한 게 없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직원들에게 대표로서 뭔가 비전을 제시해주기 힘들어졌어요. 저 자신도 점점 확신이 약해졌죠. 나는 왜 창업을 했을까.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당시 그가 사람들과 만나 외치던 말이 있었다. ‘Undead!’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외침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죽지않고 살아있는게, 한편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있게 살아야할텐데. 하루하루 사는 건 힘들지 않지만 어떤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 동안 직원은 점점 늘어나 15명이 됐다.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은 중요했다. 전환점이 필요한 그에게, 살아있었기에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

정 대표는 젊은창업가 모임에 나가고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사람이 그를 와이디온라인 신상철 대표에게 소개시켜줬다. 와이디온라인은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사업을 계속하는 쪽을 택했다. “다시 한번, 제대로 해 보자고 김봉간 부사장하고 다짐을 했어요. 마침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와이디온라인이 회사에 투자를 했고, 지분 7%를 보유하는 것으로 투자를 마무리했어요. 투자가 이뤄지면서 사무실도 청담동에 있는 와이디온라인 쪽으로 아예 옮겼죠.”

 와이디온라인의 투자는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투자를 받고 자금도 수혈되고, 사업에 대한 의욕과 의미를 어느정도 다시 회복한 그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에게 옛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예전 태터앤미디어에 있을 때 김창원 노정석 두 대표가 옷깃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요. 그걸 맡아서 실무를 했던 사람이 지금 유저스토리랩의 김봉간 부사장이었죠.”

 “정 대표도 관여했었나요?”

 “아뇨 전 다른 팀에 있었어요. 옆에서 보기만 한 셈이죠.”

 당시 그가 직접 하진 않았지만 이 서비스는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관계의 확장이라는 컨셉트와 맞아 떨어졌다. 그 당시 한창 진행됐던 이 서비스는 태터앤컴퍼니가 구글에 M&A 되면서 중단됐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친 정 대표는 노정석 대표와 김창원 대표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중단됐던 그 프로젝트를 이어 다시 사업화하는 것에 대해 승낙을 받았다.

 “언뜻 보니 정 대표의 분위기나 스타일과 아주 잘 어울리는 서비스 같은데요?”

 “저는 나름대로 아주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사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더군요. 매우 대단히 정윤호다운 서비스를 만들었다면서 말이죠. 하하”

◆옷깃으로 새출발

자 그럼 옷깃은 대체 무슨 서비스일까. 그는 왜 이 서비스에 꽂히게 된 걸까.

“아주 친한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의 말대로 떠올려봤다. 

“그 사람이랑 왜 친하게 됐나요?”

글쎄 잘 모르겠다. 여러가지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친해지는 건 아주 우연한 계기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맞는 말이다. 그런 것 같다. 심지어 결혼도 정말 우연과도 같은 만남이 발전해 이뤄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아주 한정된 기회 속에 살고 있지만 그 기회조차도 매우 한정된,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기회를 만들려면, 아니 찾으려면 자신의 생활 속에서 발견해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결론이었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해야 삶이 풍족해지는 것 같아요. 점점 외로워지는 현대사회에선 더욱 그렇죠. 그런데 친해지는 그 누군가는 뭔가 대단한 인연으로 만나는 것만은 꼭 아니에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만나고 친해지죠. 옷깃은 그런 우연한 듯 보이지만 내가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나와 비슷한 공간 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 하지만 서로 존재를 모르는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는 그런 서비스에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 그대로다. 스친다는 것은 비슷한 장소에 비슷한 시간대에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내가 어떤 커피숍을 자주 간다면,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관이 있다면, 아니면 집 앞의 공원에서 자주 산책한다면 그 장소엔 분명 나처럼 종종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레미제라블에서 마리우스가 꼬제뜨를 만난 것도 파리 뤽상부르 공원이었다!) 

유저스토리랩이 5월 중순 출시한 앱 ‘옷깃’(Otgit)을 다운로드받으면 이런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장소에 누가 또 자주 오는지. 그 사람은 어떤 외모를 하고 있고, 어떤 관심이 있는 정도를 간략하게 알 수 있다. 

 앱을 실행시키고, 탭을 하면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 앱에서는 이를 “옷깃하기” 라고 부른다.옷깃을 하면,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남긴 옷깃 중 나와 자주 스쳤던 인연, 성별, 나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인연을 소개해준다. 이용자는 앱 내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인 하트를 1개씩 사용해서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시할 수 있다. 서로 하트를 보내 호감을 표시했다면 채팅창이 열려 대화를 할 수 있다. 하트는 매일 5개씩 충전되고 앱 내 스토어를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정 대표답게 재밌는 설정이 하나 추가됐다. 하트를 보낼 때 상대방은 정확히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5명의 무작위 대상이 함께 제시된다. 내가 고백을 할 때 이들에게 섞여서 간다. 상대방은 그 중 누군가 한 명이 보냈다고 생각하고 답변을 보내는데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내가 오랜만에 정 대표를 만났을 때는 5월28일,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옷깃이 출시된 지는 정확히 2주가 지난 시점. 그 시점에 다운로드 수가 벌써 50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창업하고 서비스를 계속 내놨지만 이렇게 초반 사용자들 반응이 좋은 경우는 처음이에요.”

 내가 볼 때 이런 반응은 분명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어디서나 호기심을 느끼고 사용해보고픈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사용의 장벽이 낮고, 반복적으로 쓸 유인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칭 서비스가 갖는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들 또한 존재한다. 그런 어려움은 초반의 6개월 동안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차 창업가로서 경험과 노하우가 헛되지 않았다면,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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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가 2년전 창업을 했다고 했을 때 잠원동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그때 그는 프렌드피드와 유사한 SNS 서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었다.그 뒤로 정 대표는 1년 이상 그 서비스를 준비했다.

그런데 결국 그때 계획하고 준비했던 대로 서비스하지는 않았다.2년 만에 찾아간 유저스토리랩은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가운데 자신과 연결된 네트워크를 찾거나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심사 등을 따로 분류하도록 도와주는 기존의 아이디어에서 소셜웹을 통해 비즈니스를 확산하거나 원하는 정보를 분석하고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다.여전히 잠원동에 있지만,직원수는 두배가 넘게 불어나고 더 활기가 넘치게 변한 유저스토리랩의 사무실을 찾았다.

◆정보 검색의 재발견
 정 대표는 국내 뉴미디어 기획 분야의 실력자다.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2004년 오마이뉴스에 입사,전략기획 및 서비스 기획을 담당했다.2005년부터는 오마이뉴스 블로그 서비스를 기획했고 2006년에는 태터툴즈의 블로그 신디케이션 사이트와 태터툴즈 블로그 기반 미디어 네트워크인 태터앤미디어의 기획을 담당했었다.뿐만 아니라 태터앤컴퍼니 시절에는 텍스트큐브 블로그 서비스(티스토리)기획에도 참여한 바 있다.

 NHN에 잠시 몸을 담았던 그는 태터앤미디어 시절 함께 일했던 김봉간씨와 함께 지난 2008년 9월 유저스토리랩을 창업했다.그로서는 첫번째 창업이다.그가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소셜네트워크와 거기서 발생되는 가치있는 정보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목말랐기 때문이다.그는 처음에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새로운 구성을 통해서 찾으려 했지만 1년 남짓한 실험을 통해서 그보다는 보다 실시간적이고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대한 정보 검색에 초점을 맞췄다.소셜네트워크의 재구성과 이를 통한 정보 검색의 재발견이 김 대표가 추구하는 부분이었다.

<정윤호 대표가 트윗믹스와 유저스토리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은 김봉간님께서 수고해주셨다.>

◆트윗믹스-트위터 이슈와 핵심인물을 한눈에
 그래서 등장한 것이 트윗믹스다.트위터에서 떠도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 가운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자주 언급하는 ‘알맹이’들만 묶어 보여주는 서비스다.트위터 이용자들이 직접 추천하는 뉴스와 정보를 똑똑하게 수집해 보여주자는 얘기다.

  그는 매개체로 링크를 선택했다.트위터에 올라온 글(트윗) 가운데 링크가 포함된 한글 트윗만 수집한 다음,사람들이 많이 돌려보고 언급한 순서대로 랭킹을 메기는 것이다.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이슈들 가운데 가장 관심있는 것들을 수집해서 그들간의 관계도 찾아낼 수 있다.정 대표는 링크가 첨부된 모든 한국어 트윗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이렇게 하면 실시간의 뜨거운 이슈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정윤호 대표가 이런 서비스에 착안한 것은 “포털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이슈’가 정말로 사람들이 지금 이순간 관심 갖는 핫이슈일까”란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현재 정보가 가장 빠르고 널리 퍼진다는 트위터에서 뜨거운 이슈를 찾아보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소셜웹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
 하지만 유저스토리랩이 추구하는게 이런 실시간 이슈 검색 및 정보 제공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유저스토리랩이 텀블러 방식의 블로그 서비스 ‘쿠’,책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저스토리북’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도 소셜네트워크 분석 뿐 아니라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의 구성에도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여진다.

 유저스토리랩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이런 서비스들을 통해 기존 비즈니스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바꾸는 것이다.정 대표는 이를 “소셜웹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이라고 표현했다.B2C보다는 B2B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이슈는 무엇인가, 이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슈별로 얼마나 많이 회자되고 있는가,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등등은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있어 할 수도 있지만 트위터를 통한 마케팅이나 고객관리,네트워크 형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 등에서 더 관심있어할 것이기 때문이다.트위터에서 벌어지는 여러 행위들을 분석해서 최적의 마케팅 전략이나 가장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이를 활용한 다양한 컨설팅도 가능하다.이를테면 몇 시에 이벤트를 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든지,어떤 인물을 잡아야한다든지 등이다.

 정윤호 대표는 트윗믹스를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로도 확장하는 한편 11월 중에는 특정 키워드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사이트 등을 추려낼 수 있는 검색 서비스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트위터를 통해 기업들이 해야 할 것은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트윗믹스를 비롯해 유저스토리랩의 서비스는 기업이 단순히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보다는 고객들의 반응이나 그들의 관심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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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은 정말 인터넷 바람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2002년 대선과 너무나 대비될 정도로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활발한 선거 운동이 주목을 끌지도 못했다.지지자들의 인터넷 활동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존재감조차 거의 없을 정도였다.당초 기대를 끌었던 UCC와 선거의 관계도 공식 자체가 나오지 않을 만큼 미미했다.오죽하면 UCC 업체에서 "올해 대선 장사는 완전 망했다"고 할까.


태터앤미디어팀의 김봉간님을 만나서 내가 가진 이런 궁금증을 놓고 함께 얘기를 해 봤다.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는 그는 블로그 2개(http://bklove.nethttp://flytothemoon.kr)을 운영하고 있다.그에 대해선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면 훨씬 잘 알 수 있을 것이다.이번 대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캠프와 동행하면서 동행기를 작성한 그는 대선에서 유난히 인터넷의 여론으로서의 역할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동감하고 있었다.


-올해 인터넷 여론이 약했다고 하면 흔히들 지적하는게 선관위의 강력한 제재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근데 전 사실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제가 글을 쓰면서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구요.물론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즉 여름까지만 해도 선관위가 강력한 제재 의사를 보인 게 사실이었고 지속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강한 논조의 글을 써오셨던 분들이 먼저 희생이 됐습니다.하지만 막상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는 선관위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저도 블로그를 통해 강한 논조의 글을 제법 썼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죠.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선관위가 예상만큼의 강한 제재를 하지는 않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선관위의 제재가 아니라면 도대체 인터넷 미풍의 이유가 뭘까요?

 "초기엔 이런 게 있었습니다.아무래도 영향력이 큰 블로거들이 선관위의 제재를 좀 받자 다른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이 위축돼 버린 겁니다.글을 쓰기도 전에 걱정이 돼서 강력한 논조를 펼치지 않게 된 거죠.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좀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어떤 양상이었나요?

 "네티즌들 선거 자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선거가 일방적으로 흐른 원인도 있었고,무엇보다 인터넷 표심은 일반 네티즌에 의해 만들어져야 활발했을 텐데 각 당이 지나치게 인터넷에 신경쓰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은 멀어진 측면이 있었죠.즉 선관위의 제재와 큰 상관없이 네티즌들이 올해엔 UCC나 인터넷에서의 각종 대선 관련 콘텐츠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각 당이 그렇게 인터넷에 신경을 많이 썼나요
 “제가 알기론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100명중 13명이 인터넷팀으로 투입됐습니다.각 분야별 팀 중 인터넷팀이 가장 컸다고 합니다.그만큼 인터넷에서의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많이 배포했다고 하는데요.제가 동행했던 창조한국당 캠프에서는 심지어 절반이 인터넷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79일동안 동행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총 70만명이 방문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초반에 들어온 사람이었고 방문자수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특이한 현상이죠.선거전이 진행될수록 방문자수가 줄어드는 것이 이번 대선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각 당에서 그렇게 인터넷에 열을 올렸는데 결과적으로는 효과를 못 본 셈이 됐네요.
“사실상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은 각 캠프의 선거운동판이었습니다.정당 캠프와 지지자 카페,UCC 사이트 등이 맞물려 여론을 형성하고 자기네를 홍보하려고 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전혀 없었죠.유저들은 재미없어 하는데 자기네들끼리 노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할까?


-그래도 블로그를 통해서는 토론이 많이 이뤄졌을 텐데요.

 "이번 대선에서는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의 영향력도 별로였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당 차원의 인해전술식 추천 조작을 일반 블로거가 따라갈 수가 없었던 거죠.현재 인터넷 서비스에서 여론 형성을 위한 제대로된 알고리즘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였구요.인터넷에서 각 후보를 풍자하거나 익살스럽게 패러디하는 재치도 없었습니다.이걸 선관위에서 따로 규제한 것도 아닌데,그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겁니다.아직 대선과 같은 큰 이슈에 있어서 인터넷에서의 여론 형성은 시기 상조인 듯 합니다.현재까지는 그저 기존 미디어에서 만들어진 여론에 대한 갑론을박만 이뤄지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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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기의 人터넷 人사이드
인터넷과 그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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