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적이지만, 알토스벤처스는 정말 국내 스타트업 중 알짜배기 회사들을 잘 골라 투자한다. 알토스벤처스에서 투자해서 이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토스벤처스에서 좋은 회사를 투자하는 탁월한 안목이 있었는지(혹은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견실하게 성장하거나 유망한 기업들에 잘 투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알토스벤처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국내 벤처 및 스타트업은 모두 19. 쿠팡,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이음, 잡플래닛, 미미박스, 애드오피, 비바리퍼블리카, 비트, 네이블커뮤니케이션, 판도라TV, 북잼, 하이퍼커넥트, 리모택시, 블루홀, 스피쿠스, 퍼니즌, 직방 등 면면이 화려하다.

알토스벤처스 한 킴(김한준) 대표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가 웨스트포인트(미육군사관학교)와 스탠포드대 MBA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에서 일하다 1996년 실리콘밸리에서 알토스벤처스를 설립했다올해초에는 한국에도 사무소를 내면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세밑에 한 킴 대표를 만나 최근 몇 년간 한국 스타트업 동향과 내년 이후의 전망, 향후 투자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사진 정동헌 한국경제신문 기자.>

올해 한국 시장에서 투자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 투자할 만한 회사가 많아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좋은 벤처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벤처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투자액 대부분을 소진했나요

작년에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모집해 600억원을 만들었는데, 당초 생각은 3-4년 간 투자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까지 2년여만에 예상보다 더 많은 기업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올해 4-5개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10개 기업에 투자했어요. 그 만큼 투자할 기업이 많았습니다.”

투자 대상 가운데 특징이랄까, 이런 게 있나요

알토스벤처스는 대학을 갓 졸업한, 또는 사회 경험이 없는 벤처기업가가 창업한 스타트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례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그런 사례를 찾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창업가 나이로 보면 투자 대상 중에는 30대 후반이 가장 많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을 한 경우에 대부분 투자했습니다. 실패를 경험했지만 기술력이 있고 앞으로 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팀에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잘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어떤 흐름이 보이면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갑니다. 특히 젊은 창업가들의 발표 능력이 대단히 향상됐습니다. 예전에는 자신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투자자들 앞에서 잘 설명을 하질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응용 서비스 분야에서 창업을 잘 합니다. 다만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분야의 창업은 확실히 약한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과학기술과 수학 분야에서 깊은 연구가 부족한 게 1차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죠. 정부의 지원도 아직 부족합니다. 창업 자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미국에서는 정부가 창업이라는 것 자체에 직접 돈을 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 과학기술이나 수학 연구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합니다. 이건 민간 기업에서 하기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 그것이 과학기술이나 수학에 대해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계속 지원을 해주고 투자를 해 주는 일일 겁니다.”

최근 KDI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한계기업에 자꾸 지원을 해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다보니까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장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정부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부는 보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 기업에 자꾸 돈을 주게 되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벤처 생태계에도 결코 좋지 않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발표할 때 특정 산업에 대한 육성책이나 진흥 방안을 내놓습니다. 정부가 기업이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글쎄요. 정부나 국회에서 어떤 산업이나 기업을 살리거나 침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죠. 지금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은 어떤가요. 인도가 뜨고 있다, 이런 말을 오래 전부터 듣고 있는데

중국이 참 잘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좀 전에 말씀드렸던,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과학기술이나 수학 연구에 투자를 하는 것 말입니다. 원천 기술에 오랫동안 투자를 하는 결정을 잘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구요. 그에 비해 인도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년 이후의 투자 계획은 어떤가요.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투자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인력에 있어서 크게 타이트하지는 않습니다. 불필요한 페이퍼워크를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도 투자 규모가 커지고 대상 기업이 많아지면 사람도 더 필요해지겠죠. 그에 걸맞게 한국 사무소 규모도 조금씩 확대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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