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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15 한국의 스타트업-(164)아이엠박스 남성훈 대표

저기 멀리서 한 남자가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한 눈에도 그가 아이엠박스 남성훈 대표임을 알 수 있었다. ‘박스의 실제 크기를 보여주고 싶어 들고나왔노’라는 그에게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럽고 매우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박스는 도대체 뭐에 쓰이는 박스일까. 그와 그의 회사는 어디에서 기회를 찾은 것일까. 이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두 번의 실패

고심끝에 과를 선택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 전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건국대학교 영상학과 남성훈 학생의 경우가 그랬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영화판에서 일을 해보기도 하고 어떻게 진로를 잡아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그랬으리라. 

 그래서 그는 일찍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름의 돌파구를 창업에서 찾은 것일까. 지금 사업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을 잘 찾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하여간 그는 대학의 수업과정을 활용했다. 창업 관련 수업도 듣고 어떻게 창업을 할 것인지도 고민했다고 한다. 졸업하고 바로 창업에 나선 것은 진짜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처음엔 창업도 전공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시작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일러스트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또는 회사)과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사업이었다. 2010년의 일이었다. 이런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당시의 그에겐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는 “기업가 정신이 부족했다”고 표현했다. 물론 경험이 적었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였다.

 첫 창업이 (비록 개인사업자 단계였긴 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난 뒤 그는 회사에 취직했다. 사회생활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였다. 그런데 왠걸. 이 회사가 6개월만에 망해버린다. 방송·영상 분야의 벤처기업이었는데 그의 표현에 따르면, ‘벤처였지만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전도가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회사였다고 한다. 

 취직에서도 뜻밖의 암초를 만난 그는 다시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이번엔 보다 IT(정보기술)에 특화된 분야였다. 전기공학부 친구들이 만든 오픈와이즈라는 회사에 초기 멤버로 들어갔다. 여러명과 함께 일하면서 일을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한다. ‘얼굴빨개지는 영어’라는 교육용 앱을 만들어 한때 국내 영어 앱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과가 나오고 일이 재밌어지면서 성공에 대한 꿈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프라인에 더 큰 시장이 있다

오픈와이즈는 단순히 앱 개발사가 아니었다. 앱도 만들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아웃소싱도 했다. 그 중에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TV나 모니터 등을 동작센서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제작을 맡기도 했었다. 서비스 앱도 개발하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외주를 맡을 수도 있는 그런 회사였다. 다양한 업무 처리가 가능했지만 그러다보니 회사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견도 존재했다. “하드웨어 쪽을 계속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서로 생각이 다르다보니 각자 갈 길을 가게 됐죠.”

 이렇게 그는 그 팀을 나왔다. 그가 합류한 지 1년 남짓 지난 2013년 11월의 일이었다. 남 대표는 모바일 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모바일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아무리 기술력이 있고 운영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바일만 해서는 스타트업이 한계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술력이 정말 특출나지 않고는 어려운 분야더군요. 결국 모바일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오프라인의 요소를 접목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런 생각에 그는 오프라인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에 취직해 일을 배우기로 했다. 자신이 아는 게 너무 적다는 판단때문이었다. 그가 들어간 곳은 배달주문 앱 회사. 완전히 오프라인쪽은 아니다. “수익모델이 어떻게 나오나, 일이 어떻게 돌아가나 이런 게 궁금했어요. 이런 걸 모르고 창업할 순 없죠.”

 올초 넉달간 이 회사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그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도 구상했다. “처음엔 공유 관련 사업모델을 고민했어요. 그런데 선배들의 조언도 얻고 사업아이템도 고민하다보니 공유는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그러다가 도달한 것이 물품보관. 자신의 자취생활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물론 외국에는 이미 관련 서비스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 “제가 자취를 하다보니 이사 날짜가 맞지 않거나 해외 여행 등의 이유로 물건을 잠깐씩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미국에서는 메이크스페이스나 박스비(Boxbee)와 같은 물품보관 서비스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런 서비스가 없는 것 같아요. 점점 이동이 많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물품보관 수요는 증가할 게 분명하거든요.”

 사실 비슷한 서비스를 이미 이삿짐 센터나 포장이사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대용량 짐만 처리한다는 것. 그리고 이 사업을 포장이사의 부수적인 업무로 여기고 있다는 점.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여기에 자신의 물건을 맡기길 꺼린다. 훼손될 것을 우려하기도 하고 소중히 다뤄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경험상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찾아가는 물품보관 서비스

아이엠박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아이엠박스는 이삿짐처럼 막 보관하지 않습니다. 프리미엄서비스로 기획됐습니다. 박스에 담아 소중하게 보관해드립니다.”

 그가 회사를 설립한 것은 올 5월. 처음엔 가격경쟁력을 생각해 싸게 내놨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돈을 더 주고서라도 자신의 사연이 담긴 물건들을 소중하게 보관해주길 원했다. 그래서 아이엠박스는 즉시 프리미엄 서비스로 변신했다.

 첫번째 고객군은 대학생이다. 교환학생으로 나갈 때, 이사 날짜가 어긋날 때, 기숙자 재배치 시기에, 방학 기간 중에 대학생들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중국에서 오는 유학생들이나 여행객들도 이 서비스를 찾는다고 한다. 짐을 맡기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가 짐의 규모와 기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 맡길 물건이 있는 사람이 홈페이지나 전화 등을 통해 요청을 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물건을 맡아 보관해주는, 간단한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찾아가는 프리미엄 물품보관 서비스가 아이엠박스의 모토. 주로 학생과 이사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로 보여진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남 대표는 매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이 재고관리와 물품보관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소매장과 계약을 체결해 평소엔 물품보관을 해주는 것은 물론 재고관리까지 해주면 B2B 매출이 고정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단숨에 회사의 캐시카우가 될 수도 있다. 중고품 판매 대행도 가능하다. 중고품을 매입한 후 튜닝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아직 투자를 받지 않은 그는 서비스 안착에 우선 힘쓴 다음에 투자를 받겠다고 한다. 시장수요나 예상 시장 크기 이런 것들을 페이퍼워크를 통해 만들어내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그 시간과 돈을 차라리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점점 물건을 보관하는 시간과 장소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은 커질 겁니다”라며 “앞으로 물품보관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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