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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7 한국의 스타트업-(75)헬로네이처 박병열 대표 3
제주도 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감귤을 사 갖고 온 적이 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얼마 뒤 동네 마트에 갔더니 마침 같은 상표의 감귤이 있길래 냉큼 사다 먹었다. 그런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왜 그럴까.
 
 같은 지방에서 난 농산물을 먹었을 때 현지에서 먹었을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졌거나 같은 산지에서도 품질이 좀 떨어지는 것을 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산지직송 상품을 찾는다. 하지만 산지 직송 물품을 구매해서 집에서 받아보기란 아무때나 편하게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일단 그 상품에 대한 신뢰가 없다. 얼마나 품질이 좋은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정말 싼 것인지 회의감도 든다. 시행착오를 계속 하느니 귀챦다는 생각에 그냥 마트에 가서 사먹고 만다.

 헬로네이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들이 그저 농수축산물의 산지 직거래 사이트 정도를 오픈할 거였으면 아마 거창하게 사업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는 차별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좀 다른 방향성을 갖고 출발했다.

◆왜 이렇게 비싸고 맛이 없지?
서울대 농경제학과 05학번 좌종호씨는 전공 수업 과제 때문에 시장조사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산지에서 10㎏ 당 3500원에 불과하던 경기도 여주산 가지가 소매시장에선 3만6000원이나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이었다. 가격은 10배가량 높아졌는데 농민들 손에 쥐어진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 신선도는 되레 떨어지고 맛도 없어졌다.  

 “제가 시골 출신이라서 산지에서 과일을 자주 먹어요. 그런데 서울에 와보니 똑같은 과일이 오히려 맛은 떨어져 있는데 값은 두 배가 된 거에요.”

 좌종호씨가 계산해보니 유통 마진은 평균적으로 80%에 달했다. 많은 고정 소비자를 확보한 유통 매장일수록 이 마진이 커졌다. 유통 마진이 원가를 넘어가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그와 고민을 같이 한 사람이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AT커니를 거쳐 쿠팡에서 일하고 있던 박병열씨였다. 

 박병열씨는 국내에서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고 있었다. 명문대를 나와 유명 컨설팅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그는 아마 창업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외국에 나가 공부를 더 하거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경험을 쌓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AT커니에 있으면서 그는 일이 너무 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그런데 저에게는 컨설팅 일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컨설팅을 받는 회사들을 보면 대부분 답을 이미 다 알고 있어요. 그걸 다만 외부에서 확인을 하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맥이 빠질 때가 많았습니다. 한편으론 별로 세상 경험도 없는 제가 무슨 컨설팅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AT커니를 6개월여만에 나온 그는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에 취직했다. 소셜커머스 사업은 그에게 컨설팅보다 훨씬 큰 재미와 보람을 줬다. 하지만 소셜커머스라는 영역은 이미 많은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경쟁이 치열한데 마진이 박한 곳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그는 때마침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좌종호씨를 만났다. 그의 사업 아이디어를 듣고 무릎을 쳤다. 둘은 창업을 하기로 했다.

◆농촌으로 달려간 네 명의 총각들
뜻은 세웠지만 사람이 더 필요했다. 좌종호씨가 사람을 데리고 왔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10학번인 조태환씨다. 같은 학교 같은 과 후배인데다 마음이 잘 통한다는 게 장점이었다. 조태환씨는 서울대학교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을 간략하게 올렸다. 그런데 뜻밖에 이 글을 보고 서울대 경제학과 05학번 유준재씨가 같이 일을 하고 싶다며 이들을 찾아왔다. 창업 멤버 4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구성원을 완료한 이들은 일단 사업 기획을 하고 헬로네이처라는 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엔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어 친구 사무실과 커피숍을 전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무실이 아니었다. 처음 농산물 직거래를 하기 위해선 공급자를 확보하는 게 필수였다. 그것도 믿을 만한 공급자를. 사업 의지는 충만했지만 노하우는 없었다.

 “어떻게 공급자를 섭외했나요?”
 “딱히 방법이 없더라구요. 무작정 시골로 내려갔죠.”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강원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농산물 산지를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이들은 시골에서 어슬렁거리기엔 너무 젊었다. 아니 어렸다. 젊은 청년들이 떼지어 다니니 사기꾼 취급을 하는 사람들마저 있었다.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 속을 파고들기로 했어요. 강원도 산골에 가서 농가 사람들이 하는 일을 도왔죠. 김장 김치를 함께 담그고 막걸리도 나눠 마셨어요. 그러면서 하나 둘 씩 사람들 마음을 얻었죠.”

 이렇게 계약한 농가가 20여곳에 이르렀다. 농가를 확보하면서 서비스를 오픈했다.  계속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지내다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창업보육프로그램에 선정되는 행운이 주어졌다. 100여개 팀 중 4팀을 뽑는데 헬로네이처가 선정된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말 무료로 상암동DMC(디지털미디어시티) 누리꿈스퀘어에 사무실도 얻었다. 2012년 1월에는 정식으로 법인도 설립하고 공식 출범했다.

◆농촌과의 상생모델 만들겠다
믿을 만한 농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사람 얼굴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좀 친해졌다고 아무 물건이나 들여올 수도 없다. 그런 식으로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농산품이 마구 들어오면 소비자들이 떠나게 된다.

 인터넷에서 직거래 상품을 찾을 때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비싸도 마트에 가서 사 먹는 이유는 그래도 대형 마트들은 품질 검수를 거쳐 어느 정도 수준 이상 되는 제품을 들여온다. 그래서 헬로네이처는 자체 품질위원회를 만들었다. 구성은 물론 외부인으로 했다. 1기 품질위원회는 요리블로거 김진옥씨와 전통음식 조리사 김선미씨. 3월5일부터 시작된 2기 품질위원회는 김선미씨와 이용자 중 지원을 받아 2명을 선정, 총 3명이 활동하고 있다.

 헬로네이처가 삼고 있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헬로네이처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헬로네이처의 ***’이 아니라 판매자의 실명을 걸고 판매를 한다는 점. 그리고 판매가 일어날 때마다 달린 질문이나 후기 등을 취합해 생산자에게 직접 전달한다.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받은 생산자는 이를 참고해 다음 농사를 지을 때 개선할 수 있다. 또 생산자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원칙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내가 먹는 농산물이 누가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맞춰 친환경농산물 인증 여부와 더불어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여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단순 ‘판매’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열어준 것이다. 헬로네이처는 수확철이 되면 농촌관광 서비스를 기획해 수확 체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헬로네이처에서 농산품을 판매하는 것이 다른 CJ오쇼핑 등 대기업들이 하는 직거래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헬로네이처는 직거래 쇼핑몰을 넘어선 또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직거래만 갖고는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희는 2단계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주 또는 매달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등을 일정 분량 정기적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품질이 보증된 농산품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상품을 기획중입니다.”

 3단계도 있다. 일명 패키징 서비스다. 직거래 상품은 보통 한꺼번에 물건을 많이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그나마 배송비라도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로네이처는 소량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중이다. 정기 배송과 패키징이 결합되면 안정적인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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