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렸던 글로벌인재포럼 행사 가운데 열혈 청년들의 맨손 창업기세션의 주요 발언들입니다. 토크쇼 형태로 진행됐으며 패널로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박수근 (NBT 대표), 심여린 (스터디맥스 대표), Sarah Lee (글로우 레시피 대표) 등 네 분이 참석했고 임원기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임원기 기자 ; 안녕하세요 임원기입니다. 글로벌인재포럼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일찍 이런 이야기를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만큼 이제는 창업이나 기업가정신에 대한 논의가 분야를 막론한 관심사가 됐다는 방증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의 주제는 창업입니다. 글로벌인재포럼의 세션에 가운데서는 좀 독특한 주제죠. 2의 창업붐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습니다만,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소수입니다.


 창업이 주제이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혹시 기대하실지 모를 그런 주제? 예를 들어 성공의 비결이라던가, 성공 방정식이라던가 등과 같은 이야기보다는 좀 다른 얘기를 할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왜 창업을 하게 됐는가에 대한 동기와 문제의식, 그리고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는가, 어떤 고난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 내용은 따로 적어서 제출해 주시면 제가 대신 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이렇게 진행을 하니 양해 바랍니다.


<지난 11월3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진행된 글로벌인재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봉진 대표 ; 안녕하세요 배달의 민족을 만들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입니다.

심여린 대표 : 영어 마비~ ~ 영어 마비! 영어 마비엔 스피킹맥스! 다 아시죠. 스피킹맥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터디맥스의 심여린입니다.

Sarah Lee 대표 :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케이뷰티의 우수성, 기술력을 소개하기 위해서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브랜드 인큐베이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우레시피의 공동대표 Sarah Lee입니다.

박수근 대표 : 안녕하세요 NBT의 박수근입니다. NBT라는 회사는 Next Big Thing을 만들어가는 회사이구요, 저희 회사는 안 밀면 손해라는 캐시 슬라이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하 직책 생략)


임원기 ;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당연히 새로 만들어진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스타트업 창업은 그저 사업을 새로 시작한 그런 게 아니라 (물론 사업을 하면 돈도 벌어야 하겠지만) 기존 서비스나 제품의 불편함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제품·서비스 등으로 세상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그런 도전을 말하는 겁니다.


 이번 세션에 나오신 대표님들은 제가 다 섭외한 분들입니다.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뒀고 밖에서 보면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고난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해왔던 그런 분들입니다.


 1분 스피치 이런 거 잘 하시는 분들인데, 너무 짧게 자기 소개를 해서 제가 질문을 던지면서 토론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님의 경우 디자인 쪽 일을 해 오신 분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하고 있구요. 실제 경력도 네이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등 디자인 쪽에서 종사해 왔습니다. 그런데 배달의 민족은 얼핏 보기엔 디자인과 별 상관 없어 보이는 분야같은데.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왜 꼭 창업을 통해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기업이 성공해야 성공한 브랜드 나온다


김봉진 ; 창업의 동기에 대한 질문이라고 이해를 하고 말씀드리면요. 저도 왜 시작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시장의 기대가 있고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했느냐하면,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처음에 저는 사실 좀 장난스런 그런 기분으로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런 서비스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생각에 가볍게 만든 겁니다. 처음 저희가 시작했을 때 저희랑 비슷한 게 뭐가 있었냐하면 여러분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들이 만든 서울버스, 이런 앱이 있었습니다. 앱을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려놓고 그냥 기존에 하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이버도 계속 다녔구요. 그러다가 투자자들이 찾아오고 그러면서 법인도 설립하고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사업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디자이너로서 예전부터 나만의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어요. 그런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도 브랜드 관점에서 하고 있는 게 많습니다. 저를 표현하거나 우리 회사,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그런 것에 중검을 두고 있습니다.


 굉장히 재밌는 게 성공한 브랜드는 그 기업이 성공을 해야 가능해요. 브랜드만 성공하고 기업이 실패하면 사실 그 브랜드는 실패한 거거든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제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사업을 잘 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사업 성공을 위해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잘 활용하는 그런 방식인데 저는 그 반대입니다.


 저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여러번 해 봤어요. 그런데 사실 어릴 때 제 경험을 떠올려 보면 그렇지 않았거든요. 저는 부모님이 음식 장사를 오래 하시는 걸 보면서 음식 장사 이런 거는 절대로 하면 안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제가 음식 배달 앱을 만들었쟎아요.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의 음식 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거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IT가 발전을 하면서 커머스 분야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요. 처음엔 책이나 박스에 넣을 수 있는 다양한 물품으로 커머스가 발전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음식도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가까이 다가온 것이구요. 배달의 민족은 음식을 커머스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임원기 ; 사실 처음 제가 김봉진 대표님 창업한 지 1년이 안됐을 때 사무실을 찾아갔을 무렵엔 길거리의 수많은 전단지를 스마트폰으로 집어넣겠다 뭐 이런 컨셉으로 사업을 했었는데 이제는 푸드테크라고도 하고, 음식과 기술을 접목한 그런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창업하면 가장 대박이 난다는 의식주 중 하나를 하고 계시네요.


 다음엔 박수근 NBT 대표님의 말씀을 좀 들었으면 합니다. NBT가 하는 캐시슬라이드는 여러분들 폰에 따라, 아이폰을 쓰시면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벌써 2000만 다운로드가 됐고 중국에서는 1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서비스입니다. 박 대표님은 컨설턴트 생활을 하셨던 분인데, 어떻게 이렇게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게 됐는지 말씀을 좀 해주시죠.

 

박수근 ; 운좋게도 대학 시절에 선배들이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게 2가지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란 게 정말 멋있고 꼭 해 보고 싶은 일이구나. 세상에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과정에서 행복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구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스타트업이 정말 대부분 망하겠구나, 주먹구구로 하면 다 망하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제품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이걸 정말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수익을 내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그런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때 선배들의 스타트업에서 잠깐 일해보긴 했지만 일이 잘 안되서 결국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2010년에 대학을 졸업하게 됐습니다.


그때 사실 정말 창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겁이 나서 창업에 나서질 못했습니다. 성장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구요. 좀 배워야겠다 이런 마음에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면 이런 일을 합니다. 주로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하는 전략 프로젝트 이런 것에 참여하구요 굵직한 일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그랬습니다.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서 많이 배웠습니다. 2년 반 동안 일하면서 좋은 경험도 많이 했고 즐거웠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는 월급도 많이 받았구요.


 그런데 일하면서 뭔가 계속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하고 그랬습니다. 왜 그럴까.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보니 주변에 정말 뛰어난 분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뛰어난 실력과 열정을 갖고 변화와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좌절도 했구요.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봤는데 개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고착화된 구조, 만들어진 시스템 이런 곳에서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다는 그런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현재 있는 커런트 빅 씽(Current Big thing)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Next Big Thing을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에 공동 창업자 4명이 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다 회사를 그만두고 모였습니다. 저희는 일단 그만두고 모여서, 좀 특이하죠. 그 때부터 캐시 슬라이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Next Big Thing을 만들려면, 뭔가 시작점이 있어야 하는데 뭘로 시작점을 삼을까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2012년에 창업을 했는데 앞으로 뭔가 Next Big Thing이 온다면 그것은 모바일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봤구요. 해결해야 하는 어떤 큰 문제들이 있을까 고민했지만 커머스 교육 게임 등 여러 분야가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바일 시대에 맞는 미디어가 필요할 거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디어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있는 신문들이 있었고 방송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PC를 켜면 나오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들이 미디어였습니다.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모바일 미디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갖고 시작했지만 2012년에 옥탑방에 4명이 모여 있는데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뾰족한 그런 것을 하자. 그래서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스마트폰 첫화면을 우리에게 빌려주면 우리가 리워드(혜택)를 주겠습니다이런 컨셉으로 시작했습니다.


창업, 직장생활보다 "5배 더 힘들고 10배 더 재밌다"


 처음부터 핵심에 집중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잠금앱을 설치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에 강조했고 날카롭고 뾰족한 기획덕분에 지금은 캐시슬라이드라는 제품이 회원 형태의 모바일 미디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임원기 ; 박수근 대표님은 컨설턴트 생활을 하시다가 세상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특히 박 대표님은 회사 내부에서는 아무도 못 말리는 일 중독자로 통한다고 제가 안팎에서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직원들도 행복한지는 제가 따로 좀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웃음)

 

박수근 ; 예전 컨설팅 회사에 같이 있던 친구들이 가끔 물어봅니다. 창업하니 어떠냐고. 저는 “5배 정도 더 힘들고 10배 정도 더 힘들다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직원들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임원기 ; 오늘 행사에는 미국에서 오신 분도 있습니다. Sarah Lee 대표님은 뉴욕에서 글로우 레시피란 회사를 창업하신 분인데, 오직 이 행사를 위해 미국 뉴욕에서 날아오셨습니다. 다른 분들과 달리 물리적인 거리도 있고 해서 저 역시 Sarah Lee 대표님의 창업 스토리는 잘 알지 못하는데요. 창업을 하자마자 샤크 탱크라는 미국의 투자 유치 프로그램에 나가서 히트를 치면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로레알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나오셔서 그래도 가장 관련된 분야에서 창업을 하셨는데, 왜 창업을 했는지 말씀 좀 해 주시죠.


Sarah Lee ; 저는 사회 생활은 한국에서 시작했습니다. 12년 전에 로레알 코리아에 대학 시절 인턴으로 시작해서 화장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너무 많이 느껴서 일을 열심히 하고 3-4년 후에 미국으로 발령을 받아 갔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제품 기획과 마케팅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제품 기획을 할 때 한국 화장품의 컨셉과 경쟁력을 글로벌 회사 입장에서 벤치마킹하고 영감을 받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한국 제품을 보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한국 사람으로서 그런게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기획을 할 때 기획자로서 미래의 트렌드 등을 봐야 했는데 항상 한국이 No.1 고려 대상이었죠. 글로벌 브랜드인데도 기술력, 제조 파트너사는 항상 한국 파트너사였고 한국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본사와 이야기도 해 봤어요. 비비크림이 엄청나게 유행을 했는데 미국에서 6-7년 전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한국에서는 벌써 10년도 더 전에 나왔었죠. 미국 사람들이 볼 때는 이렇게 간단하게 피부 보습도 되고 선스크린도 되는 제품이 있다는 것에 놀라왔고 나오자마자 회사의 제품 카테고리에서 매출 0에서 2억 달러로 껑충 뛰었죠


 그때부터 모든 화장품 업계 사람들이 한국을 봐야겠다 이런 말을 했구요. 화장품의 미래는 한국이다 이렇게 얘기하기 시작했죠. 로레알은 세계 넘버원 기업으로서 한국 시장을 더 잘 알아야 하는 그런 책임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국에 들어와서 가로수길에 가서 요즘 유행하는 제품들도 알아보고 돌아가서 연구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국 화장품 기술들이 글로벌 브랜드에 녹아 있는 반면 한국 제품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안타까왔죠. 사람들이 한국 제품을 써보면 효과도 느끼고 그러는 걸 보면서 기회를 봤습니다.


"자랑스런 한국 화장품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저희 공동 대표인 크리스틴 장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이런 걸 아예 우리가 가져와서 소개도 하고 한국브랜드화하면 어떨까. 그리고 한국의 상품과 기술력을 글로벌 브랜드의 그림자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한국 제품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면 어떨까.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팔리는 프로모션용 제품이 아니라 실제 스토리가 있고 콘텐츠가 있고 정말 퀄러티가 있는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알리자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년 전에, 2014년 말에 글로우 레시피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처음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이트로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콘텐츠나 이런 것을 제공하고 싶었고, 한국의 최고 수준의 제품을 들여와서 큐레이션 해서, 어떻게 보면 편집샵을 시작한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시장의 지식과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최대한 활용해서 미국 시장에 맞는 한국 제품을 판매해보자 이렇게 된 겁니다.


 그러다가 더 큰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세포라, 메이시스와 같은 큰 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이들과 협력해 한국의 규모가 있고 기술력이 있는 화장품 브랜드 인큐베이팅에 나섰습니다. 저희가 이런 것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이커머스를 시작하고 시장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적인 이미지의 한국 브랜드이고 나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피부와 다르기 때문에 한국 브랜드의 화장품이 맞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그걸 깨뜨리고 싶었고 깨기 위해선 파워풀한 파트너와 함께 대형 리테일러에 입점을 해서 이게 한국에서 온 대단히 특이하고 재미있는 상품이다이런 게 아니라 미국사람들의 다양한 인종과 피부 타입에 맞는 전략적이면서도 효능이 뛰어난 제품이라는 걸 교육시킬 기회가 됐던 겁니다. 국내 대기업 등과 제휴를 맺어서 세포라 등 백화점에 우선 입점을 했습니다. 당시엔 한국 제품이라는 것을 너무 강조하기 보다는 정말 기술력이 있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한국 기업인 거다 이런 식으로 알렸습니다.


 지금은 2가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온라인 쇼핑몰이고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로서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임원기 ; 한국 화장품이 아모레 퍼시픽이나 중소기업들의 제품도 좋은 게 많은데 그러다보면 수입해서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나요?

 

Sarah Lee ; 수입해서 판매하는 곳은 많지만 처음부터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저와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틴 장이 로레알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보니 로레알에 있는 수천명의 직원 중 저와 크리스틴 두 사람만 교포가 아닌 한국 사람이었고 한국 말을 하고 한국의 상황과 한국 기업들을 경험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보기에 한국에서 그냥 좋다고 하거나 막연히 우수한 제품이라고 하는 그런 화장품들이 막상 미국에 와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왜냐하면 미국 사람들은 피부에 대한 접근 방식이 한국 사람들과 다릅니다. 피부 관리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도 적습니다. 피부 타입도 다르고 이것을 재해석 하지 않으면 장기간 인기를 끌기 힘듭니다. 하지만 저희는 프랑스 회사인 로레알의 미국 법인에 있으면서 프랑스 회사 제품을 미국 현지화하는 경험을 했었고 이것이 차별화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임원기 ; 더 물어볼 것이 많지만 차차 진행하기로 하고 다음엔 심여린 대표님께로 넘어가겠습니다. 심여린 스터디맥스 대표님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외국어 학습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쪽 분야로 가시게 된 것인지요?

심여린 : 저는 남편하고 공동 창업인데요 남편하고 제가 각각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 MBA 가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어요. 영어 점수를 따고 나서 학교 투어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 놀랐어요. 영어를 어느 정도 잘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들어가는 입국 심사대에서부터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 잘 안나오는 거에요

 

임원기 ; 거기서 영어 마비가 나온 거군요.

 

심여린 : (웃음) 그렇게 미국에 힘들게 입국해서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뉴스 앵커나 전문적으로 영어를 말하는 사람, 선생님 등 이런 사람들의 영어 발음을 제외하고는 일상 생화을 하는 사람들의 영어를 제대로 듣고 공부를 해 본 적은 없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생활에서는 영어가 안되는 거죠. 며칠간 미국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니 또 영어가 어느 정도 되더라구요


 그런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외국인인데 네가 쓰는 어휘력이나 문장이 정말 놀랍다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의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갖는 외국어 학습의 문제점을 깨닫고 우리가 지금 MBA를 할 게 아니라 이런 문제를 바로 잡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거죠.

미국에서 외국인들이 말하는 것을 찍어오고 따라하다보니까 그게 되게 좋더라구요. 사람들이 미국 가서 어학연수하면 몇 천만원씩 돈이 드는 데 저희가 그때 현지에 가서 한 게 사람들 모아놓고 대화하고 그걸 찍어오고 그랬는데 그게 그냥 어학연수 가서 받는 클래스랑 비슷한 겁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면 굳이 비싼 어학연수 가지 않고도 혜택을 줄 수 있겠다 생각한 거에요.


 저랑 저희 남편은 대학때부터 창업 동아리 활동을 같이 했어요. 연애할 때도 어떤 가게나 회사가 잘 되거나 망하거나 하면 그 이유를 같이 분석해보기도 했구요. 그렇게 계속 같이 생각하고 문제의식을 나누면서 하다가 창업도 같이 했구요. 남편은 이미 대학때 이투스라는 회사를 창업한 경력도 있고 해서 지금 일을 하는 것도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원기 ; 제가 스터디맥스를 처음 찾아갔을 때는 2010년이었는데 그때는 창업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였지만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교육 분야인데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학습을 하게 해 준다는 컨셉을 듣고 아 여긴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2-3년이 지나 다시 뵀을 때 그 기간동안 상당히 고생을 한 걸 알고 놀랐죠. 우리가 지금부터 나눌 두 번째 주제가 창업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고난, 어려움 이런 것인데, 그냥 힘들다 차원이 아니라 회사가 망할 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서 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일을 겪게 되는데..이런 일을 겪으면서 어떻게 극복을 해 왔는지 말씀 나온 김에 심여린 대표께서 먼저 말씀해주시죠.

 

10군데 VC 찾아갔다가 모조리 퇴짜맞기도


심여린 ; 사실 저희 사업 모델이 영어 교육 업계나 출판업계 이런 쪽에서 상당히 특이한 모델이었어요. 강의나 책 중심의 학습이 주된 시장에서 특이한 학습 방법을 제시한 거였죠. 마이너스 몇 억원을 통장에 찍어면서도 저희가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었고 VC분들을 만나러 다녔는데요. VC분들 만났을 때 10군데서 다 거절했어요. 저는 쉽게 투자 유치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컨셉트 특이하고 너무나 필요한 서비스고, 잘 될 것 같은데 워낙 특이하니까 매출이 나오면 그때 투자하겠다 뭐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는 돈이 들어가야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올 텐데 기대했던 투자가 안 들어오니까 힘들었죠.


 그래서 그때 남편하고 둘이 청계천을 걸으면서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했던 일이 생각이 나네요. 그래도 다행히 너무 좋은 분들이 투자를 해 주셔서 그 돈으로 마케팅을 하고 그리고 바로 40억원의 매출이 나왔습니다.

 

임원기 ; 첫 투자가 들어온 게 2011년인가 그랬죠? 그 전까지는 그러면 자본금으로 버티면서 계속 마이너스 통장 만들고 그랬겠네요

 

심여린 ; 그렇죠. 기보나 이런데서 대출도 받고 버텼죠. 힘든 시기였습니다.

 

임원기 ; 다른 분들도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김봉진 ; 힘든 일 많았죠. 눈물 없이는 듣기 힘든 얘기들이 많습니다. 저는 사실 우아한 형제들이 두 번째 창업이었어요. 그 전에는 아내와 디자인 가구 쪽으로 창업을 했다가 시원하게 다 말아먹고, 그때 전세 대출금까지 다 날려서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했던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가구점을 하면서 가구점에 소품들이 많이 있쟎아요? 그걸 팔 수가 없으니까 그걸 모아서 사과박스 배박스 이런 데다 모아서 집에 쌓아 놨습니다. 집도 좁은데 2-3년씩 집에 그걸 쌓아놓고 사는데 어느날 밤에 아내와 그걸 보면서 그게 한 5000만원어치 정도 될 거에요. 자기야 저게 정말 사과였으면 좋겠어 그럼 먹을 수 있쟎아. 그런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배달의 민족 만들고 나서 직원들에게 그 제품을 쭉 나눠줬는데요 정말 다들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가슴이 찢어지고 뭐 그랬죠. 그런 것도 그렇고 정말 힘든 게 많았죠


 얼마 전에는 사실 정말 힘들었던 게 저희가 작년에 배달 앱 수수료 0%를 선언했는데 그 수수료 매출이 전체의 30%에 달했거든요. 그때 저희 생각은 고객이 우리의 이런 정책을 알아줄 것이고 다시 우리 앱을 많이 써 줄 것이다 그러면 다시 매출이 회복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고객은 훨씬 더 늦게 움직이더라구요.


 그 시기가 늦게 오면서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네요. 올초가 되니까 다음달 직원들 월급을 어떻게 주나하는 걱정을 할 정도가 됐습니다. 상당히 급박한 상황까지 간 거죠. 그렇게 되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나의 호기로운 결정으로 350명에 달하는 우리 직원들이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이런 걱정을 하기도 했죠.


 사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9시 뉴스에 배달의 민족 수수료 이슈가 보도가 되고 이러면 매출이 오히려 더 올랐어요. 부정적인 보도라고 하더라도 일단 매출은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더욱 이런 부분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임원기 ; 그래서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 이런 말도 있는 거죠.

 

"이번 고비가 지나가면 다음 고비가 또 온다"


김봉진 ; . 그렇죠. 그래서 힘들었어요. 부모님이 주위 사람들이 물어보고 그러면서 더 난처해지고 그랬죠. 다행히 그 뒤로 서서히 매출이 올라와서 지금은 정상화가 되고 그랬죠.

사업을 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아 정말 너무 힘들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이 많은 걸까. 나는 왜 창업을 해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걸까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했죠. 제 얘기를 듣고 나서 아내가 어느날 전화를 해서 그러더라구요. “자기야 자기가 힘든 건 창업을 해서가 아니야. 그 나이대가 힘든 거야. 대기업을 다녔으면 언제 구조조정 당할지 몰라서 걱정하고 있을거고, 자영업을 했으면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을 거고, 그냥 사는 게 힘든 거지.”

누구나 사는 게 힘들다고 하는 그 말이 왠지 위로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제 좌우명이 이번 고비가 지나면 다음 고비가 온다입니다. 하하.

 

임원기 ;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아니라, 다음 고비가 또 온다. 그러면 뭐 고비가 지나가길 기다려도 그 다음에 낙이 없는 거네요? 또 고비가 오니까

 

김봉진 ; 그런 셈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적인 신앙을 갖고 있어서 나에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임원기 ; Sarah Lee 대표님은 미국에서 창업을 했죠. 아마 상상이 잘 안가지만 사람을 뽑고, 투자자를 만나러 다니고 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요

 

Sarah Lee ; 저는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게 미국에서 한류 때문에 화장품 판매가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런 현실을 알다보니까 한국에 있는 기업의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의외로 굉장히 회의적이더라구요. 지금도 그분들을 설득하는 게 힘든 일입니다.


 처음에 저는 아니 한국 제품을 미국에 알리고 팔겠다는 데 당연히 시장을 확대하는 거니까 다들 좋다고 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부분 겁을 많이 내거나 걱정을 많이 하더라구요. 물론 우리는 한국 화장품이 잘 팔릴 것이다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증명할 방법은 없었고 그러다보니 그분들은 우리에게 상품을 선뜻 제공하기 힘들었던 반면에 우리는 그런 제품들을 많이 확보해야 우리를 증명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좀 애매했던 거죠.그래서 한국에 들어와서 브랜드에 콜드콜을 해서 미팅을 하고, 다짜고짜 찾아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미국이라고 하면 마음의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믿음이 있지를 않으니까 서로 협상을 하기 쉽지 않았고, 제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보니까 같이 소주 한 잔 하면서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죠. 잠도 잘 못자면서 전화를 돌리고 사람을 만나는게 힘들었어요.


 관계를 쌓아놓고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믿음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한국 기업 담당자들이 마음의 문을 닫고 서로 얘기하는 게 힘들었지만 관계를 쌓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오히려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그렇더라구요.

 

임원기 ; 인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스타트업은 특히 사람이 전부인 그런 비즈니스이고, 함께 할 사람을 뽑는 게 정말 중요할 텐데. 미국에서 사람을 어떻게 채용을 하나요. 외국인이 설립한,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던가요

 

Sarah Lee ; 외국인이 설립한 회사라고 특별히 다르게 보지는 않아요.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면 기업이 작다보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하고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와 상황이 많거든요. 그런 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어쨌든 저희가 오랫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업력을 쌓았고 로레알이라는 네임밸류가 있는 큰 회사에서 관계를 만들고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것을 배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어요. 저희도 사실 케이뷰티를 외국인들이 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케이뷰티냐 아니냐를 떠나서 마케팅을 배울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점을 매력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쨌든 저희는 케이뷰티를 알려야 하는 입장이니까 자세를 중시했어요. 배우려고 하는 그런 자세가 돼 있는지 이걸 좀 봤죠.

 

믿음과 희망이 스타트업의 원동력


임원기 ; 캐시슬라이드는 한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스타트업 중 하나인데, 그래서 얼핏 별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진 않겠죠?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사람은 어떻게 뽑았고 등등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박수근 ;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희망이 꺾이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런 화면잠금앱은 저희가 최초로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을 만들다보니까 처음부터 곳곳에서 안될 거야 라는 말을 정말 귀에 인이 박히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잠금 화면을 미디어로 활용을 해 보자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고 시작하다보니까 광고를 붙여서 포인트를 주자 이렇게 했는데, 처음에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다 안될거라고 얘기합니다. 제품을 런칭해서 새로 채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면 안될거라고 얘기를 합니다. 서비스를 어느 정도 해서 광고주들에게 세일즈를 하려고 하면 예전에 그런 비슷한 거 다 고민했었는데 다 안될거야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끝이 없었어요. 유저들이 예를 들어 100만명을 모았다 그렇게 수치를 들고가면 거기까지 갔으니까 거기가 한계야 안될 거야 이렇게 또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뭐 좋습니다. 지인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파트너나 광고주나 투자자들이 얘기할 수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저희가 헷갈리고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어 이거 진짜 안되는 건가? 우리 이거 못하는 건가? 그럴 때.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흔들릴 때 힘들었습니다.

믿음과 희망이 없을 때 정말 힘들기도 하지만 반대의 일도 일어납니다. 가장 강력한 게 믿음과 희망이기도 합니다. 즉 조금만 이게 될 수 있다는 실적을 보여주고 어떤 트랙 레코드가 나오게 되면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걸 내놓고 카피캣이 등장합니다. 서비스 내놓고 3개월 만에 유저들을 모으니ᄁᆞ 6개월 내에 동일한 서비스가 10개 정도 나왔구요 1년 내에는 국내에서 대기업 3-4곳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1년이 넘어가면 전 세계에서 비슷한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3, 독일, 미국에서도 나오고 이제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믿음과 희망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구요, 거기서 파생되는 강력한 경쟁을 이겨야 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임원기 ; 한국은 창업가들이 세쪽짜리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도 맨 끝장에는 해외 진출 계획이 나와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나 필요성이 강하고 국내 시장이 작다는 스스로의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캐시슬라이드가 해외에 진출한 것도 이런 측면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박수근 ;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중국이나 미국의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NBT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강한 집념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의 비전 자체가 NEXT Big Thing을 만들고 싶다는 회사인데,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다보니까 한국에서만 이렇게 사업을 하면 next big thing은 못 만들고 next fun thing만 만들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건 만들겠지만 정말 큰 것은 만들기 힘들겠다는 생각. 결국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에서만 하면 그 변화의 크기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서비스를 해도 중국에서 하느냐 한국에서 하느냐 하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임팩트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구요.

 

임원기 ; 스터디맥스도 해외 진출하기에 좋은 서비스 아닌가요

 

심여린 ; 사실 국내에서 만든 콘텐츠 서비스 중에 해외에 나가서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진출 자체도 아직 많지 않습니다. 교육 콘텐츠 쪽은 한국의 수준이 높고 우리 서비스의 경우 영어를 영어로 배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는 물론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봉진 ; 많은 분들이 혹시 배달음식이라는 게 한국에서만 있는 거 아니냐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영국의 저스트잇 이런 회사도 있구요. 물론 한국이 굉장히 큰 시장이기 때문에 저희는 한국을 잘 지켜야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저희 경쟁사들이 아주 공격적으로 나오고 한국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우버잇츠나 딜리버리히어로즈와 같은 글로벌 회사들의 한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구요.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한국 시장을 지킬 것인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이 작다고 하지만, IT나 물류 이런 것들은 도시에서 이뤄지는 게 많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대도시와 그 주변 인구에 비해 한국의 서울 등 대도시 주변 인구를 감안하면 한국이 결코 작은 시장은 아니라고 저희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Sarah Lee ; 저희도 글로벌화의 꿈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이 케이뷰티에 매료되서 우리의 진가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홍콩에도 거점을 마련했구요 전문가들이 편집한 셀렉션 코너 등도 만들고 저희도 미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원기 ; 질문이 지금 너무 많이 들어와서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몇 개만 추려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오신 분들 중에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채용을 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질문하는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김봉진 ; 저는 채용할 때 오히려 저희가 질문을 하는게 아니라 어떤 게 궁금하세요 하고 말씀을 드려요. 그분이 반대로 질문을 저희에게 하는데, 사실 질문 안에 생각이 담겨 있어요. 어떤 분은 복지를 물어보시는 분이 있고, 일에 대해 물어보는 분이 있어요. 그 사람이 일에 대해 얼마나 집중해서 생각하느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얼마나 보느냐를 중점적으로 봐요.

 

심여린 ; 인터뷰할 때 이 사람과 얼마나 미래를 같이 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봅니다. 저도 사실 같은 질문을 하는데 저희에게 궁금한 거 없으세요 라고 거꾸로 물어봐요. 질문에서 많은 걸 느낄 수가 있어요.

임원기 ; 어떤 대학생이 박수근 대표님께 질문을 했는데. 스마트폰 다음에는 뭐가 또 있지 않겠느냐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느냐는 거죠.

 

박수근 ; 2010년 모바일 웨이브가 왔었고 주기적으로 또 빅 웨이브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그 주기들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데 많은 웨이브의 가능성이 있지만 IoT나 스마트 기기들을 활용한 웨이브가 있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NBT는 다음의 큰 것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넥스트 웨이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임원기 ; 이번엔 Sarah Lee 대표님께 드리는 질문이 있네요. 관계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관계에서 도움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Sarah Lee ; 저는 사업을 하면서 정말 관계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인들, 투자자들,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 저는 한국에서 계속 살았고 미국이라는 큰 땅에 살면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상품을 알리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내가 믿을 수 있고 이런 점을 잘 이해하는 누군가와 상의하면서 사업을 했더라면 훨씬 더 지름길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구요. 그래서 제가 만나는 젊은 분들에게 계속 그런 얘기를 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킹을 하라구요. 한국의 브랜드파트너와 관계를 맺을 때도 인간적으로 존중을 해 주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제일 먼저 공유해요. 그런 분들하고 파트너를 맺고 있죠. 이런 관계를 통해 서로의 일하는 스타일을 알고 비전을 공유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든요

멘토십에 대해선, 모든 멘토가 다 좋지는 않구요 저에게 도움이 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한데요. 일을 대하는 근무윤리? 이런 것들이 좋은 분들을 찾으시라도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원기 ; 관련된 질문인데요. 미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하는 분인 것 같은데, 처음에 뭐가 중요한가 이런 질문입니다.

 

Sarah Lee; 본인의 상태에 따라 다른데요. 저는 뷰티 업계에서 계속 일했기 때문에 커넥션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게 처음에 일 할 때 정말 많이 도움이 됐거든요. 제가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백화점에 입점을 하거나 그럴 때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미국 시장이 정말 터프하거든요. 그래서 시장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들어가는 것은 금물입니다. 꼭 시장 조사를 해 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Drive가 있어야 합니다. 경쟁이 심하니까요. 뉴욕에 있는데 경쟁사가 하루에도 몇십개가 런칭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 중심을 잃지 않고 집중을 해야 합니다.

 

임원기 ; 아까 박수근 대표님이 믿음과 희망 말씀하시면서 사람들이 처음에 다 안될거야 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고 혼자 감당하셨는지 아니면 직원들하고 공유를 하셨는지.

 

박수근 ; 지인들의 피드백, 유저들의 피드백 이런 게 다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리해서 다 공유를 했구요. 저희는 아예 이렇게 정의를 했습니다. 스타트업은 원래 일반적인 문제를 정리하는 게 스타트업이 아니라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원기 ; 캐시슬라이드 전에 창업했다가 말아먹은 게 있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사업이었는지, 왜 망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박수근 ; 제가 직접 창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구요, 저는 꼬맹이가 일을 거들어봐라 해서 조인했던 회사였습니다. 기술도 좋았고 아이디어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나서 보니까 기술이나 아디디어는 변화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변화를 실제로 주기 위해선 실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통해 파트너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임원기 : 오늘 패널분들이 창업 과정의 어려웠던 점을 구구절절하게 말씀해주신 덕분인지 질문도 창업 과정의 고난에 대한 이야기가 많네요. 이 고비가 지나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온다 이런 말씀을 김봉진 대표가 하셨는데, 이런 시련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힘을 내서 앞으로 나가는 원동력이 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야하는 이유는 뭔지.

 

김봉진 ; 저한테는 여러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있어요. 작년보다 나아졌나? 어제보다 나아졌나 이런 겁니다.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성공보다는 오히려 실패였던 것 같습니다. 3년전, 4년전에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 겪고 있는 고난도 나중에 보면 큰 일이 아닐 수 있죠. 그런 걸 생각하면서 견디고 있구요. 고비를 지나면서 좀 더 성장하는 나를 보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창업은 발명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임원기 ; 요즘 드론으로 배달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그러는데 그런 것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김봉진 ; 그런 것은 먼저 도입하면 안됩니다. 그런 과격한 신기술은 영국이나 미국이나 이런 데서 먼저 도입해서 일이 되는 것을 보고 하면 되구요. 도입하기 시작하면 또 빨리 됩니다.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창업은 발명이 아니거든요. 발명이 아니라 비즈니스입니다. 창업 자체를 발명이라고 생각하고 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힘들게 한다고 봅니다.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국가들을 보면서 드론과 같은 것들이 언제 적용될까 하는 것을 보고 있지만 마케팅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임원기 : 공동창업자의 중요성, 필요성, 그리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심여린 ; 박수근 대표님도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러려면 조직이 중요하거든요. 저희 남편은 교육쪽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저는 교육 분야의 스티브잡스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요. 하하 그리고 저는 커머스쪽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고 시너지를 내는 게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것 같아요.

 

임원기 ; Sarah Lee 대표님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과 창업을 한 케이스인데요

 

Sarah Lee : 함께 인턴생활을 했던 선후배 사이가 만나서 창업을 했어요. 여자 둘이 창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말을 많이 했는데, 사실 서로 너무 힘이 되고 의지가 됐어요. 뭘 모르고 진행해야 할 때도 의지가 되고 서로 상의를 많이 한 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얻는 힘이 정말 컸습니다.

 

임원기 ; 최근 청년 실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준비가 안된 청년들에게 창업을 무턱대고 권하는 게 정말 무책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심여린 ; 저는 창업을 권하진 않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 힘들었던 일도 많았고 강심장이 필요하고, 대표라서 좋겠네 라고 남들은 말 하기도 하지만 너무 외로웠구요 힘들었습니다. 국가에서 청년 창업 지원 많이 하지만 그런 지원할 때 무슨 깊은 생각을 하고 지원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Sarah Lee ; 저 같은 경우는 만약에 준비가 됐고 올인할 마음가짐이 있으면 하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있었고 창업한 지 2년이 됐는데 이렇게 매일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아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즐겁게 일했지만 지금은 나의 뭔가를 이뤄내고 사회에 뭔가 작은 변화를 주고 있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아주 많이 피곤해도 그런 성취감에 매일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물론 무모하게 하면 안되겠죠. 준비가 돼 있고, 내가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밸런스가 된다면 창업 하시라고 권하고 시습니다.

 

심여린 ; 저도 창업하고 3년 정도까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초기에 임원기 기자님을 뵀을 때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 전에 대기업을 다닐 때는 일요일 밤이 너무 싫었어요. 월요일이 곧 오니까요. 그런데 창업을 하고 그런 게 사라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또 좀 달라졌죠. 하하

 

김봉진 ; 나라에서 청년 창업을 계속 이렇게 지원하고 그러는데요 저도 그런 질문에 100% 동의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조울증에 걸려요. 성격도 이상해지는 것 같고. 그런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좀 다른 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기본적으로 한국도 국가적으로 선진국의 예전 사업들을 답습해서 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러면서 마진이 낮아지고 국가적인 불황이 오고 있거든요. 호황을 겪었다가 불황을 겪고 있는 나라가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인데 그런 새로운 도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이런 창업이나 도전이 당연히 필요한 거구요.

 

임원기 ; 대기업에서 요즘 스타트업 문화를 강조하고 이러는데 이게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이러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arah Lee ; 위계질서적인 요소가 강하면 스타트업 문화가 잘 뿌리내리기 힘들다고 봅니다.

 

김봉진 ;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문화가 굉장히 민감한 주제인데요. 대기업도 처음에 시작할 때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면서 커 나간 기업들입니다. 저는 그래서 오히려 스타트업에게서 찾지 말고 대기업이 처음 시작할 때 바로 그 근본에서 스타트업 정신을 찾아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수근 ; 지금의 대기업의 문화나 구조는 어느 정도 정답이 정해져 있고 안정성이 중요한 환경에서 최적화된 구조인데요 스타트업은 정답이 없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만들어진 문화인데요. 사내벤처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느냐 실행하느냐보다 어떤 정신을 갖고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임원기 ; 오늘 점심시간을 오버해서까지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자리 끝까지 지켜주신 청중분들과 소중한 창업 스토리 들려주신 창업가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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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끔 이런 회사들을 만나곤 한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한 경우다. 직원도 30-40명에 달해 초기 벤처기업의 수준이 아니다. 스타트업 코너에 소개하기 약간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이 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특출난 회사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의 변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가의 창업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NBT파트너스가 그런 회사다. 이 회사는 또 최근 1년새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터. 팀이 좋거나, 아이템(시장)이 훌륭하거나, 아니면 창업자의 비전과 목표가 뚜렷하던가, 뭔가가 있는게 분명하다. 

 그런 궁금증을 갖고 NBT파트너스와 만났다. 사업 시작한 지 1년 남짓에 벌써 매달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 회사는 분명 환상적인 팀 조합이 최강의 실행력을 발휘할 때 어떤 결과가 가능한지를 맘껏 보여주는 사례인 듯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스타트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동경

서울대 경영학과 04학번인 NBT파트너스 창업자 박수근 대표는 대학 1학년때부터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벤처로 큰 성공을 거둔 창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학교 1학년때부터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일종의 동경같은 것을 갖고 있었어요.” 박수근 대표가 전하는, 그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창업의 의지가 싹튼 시점에 대한 설명이다. 

 창업의 방법을 찾던 그에게 마침 첫 시도로 좋은 기회가 왔다. 선배들과 함께 이토프라는 회사를 창업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 2008년 이 회사 창업 초기 창업멤버로 들어간 박 대표. 이토프는 2G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쿠폰을 만드는 회사였다. 하지만 당시 그에겐 학교 생활이 우선이었다. 학교로 복귀하면서 6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고 2010년 졸업한 그는 졸업하자마자 컨설팅업체인 BCG에 입사했다. “별다른 경험없이 맨주먹으로 창업하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면 큰 그림을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컨설팅 회사에서 그가 느꼈던 것은 ‘한계’였다. 대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하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업무의 한계, 현재의 중요 이슈에만 매몰돼 그 다음의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한계가 무겁게 느껴졌다. “Next Big Thing을 찾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이 생각을 했어요. 이 염원을 담아 회사 이름도 나중에 그렇게 지은 겁니다.”(NBT파트너스의 NBT는 ‘Next Big Thing’의 약자다)

 그는 BCG 출신의 두 사람과 힘을 모았다. 1년 선배인 김병완 이사,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박광연 이사 모두 BCG에서 배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광연 이사는 창업 경험도 갖고 있었다. 경영과 공학을 전공으로 한 창업멤버들이 모인, 이상적인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CTO(최고기술책임자)가 필요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경험이 축적된, 개발 고수가 필요했던 것. 창업을 생각하면서 박 대표는 2012년초부터 CTO 후보군을 물색하고 다녔다고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어요. 마침 개인개발자 출신으로 여러가지 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곽근봉 이사를 만나고 이 사람이다 싶었죠.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석사출신인 곽 이사 역시 창업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와 박 대표는 뜻이 통했다. 곽 이사가 들어오면서 창업 멤버가 완성됐다.

◆스마트폰 초기 화면을 잡자!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자랑하는, 이른바 엄친아들이 2012년 여름 한 자리에 모여 NBT파트너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들이 뚜렷한 아이템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람은 다 모였네. 자 그럼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 이게 이들이 처음 모여 나눈 대화 주제였다고 한다.

 “스마트폰 초기 화면을 잡는 자에게 무한한 기회가 있다!” 이들이 Next Big Thing의 단초로 생각한 것은 바로 스마트폰 초기 화면. 사실 이들보다 앞서 스마트폰 초기 화면을 장악할 필요성을 느낀 기업가들, 마케터들이 많았다. 초기 화면을 잡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일 따름이었다. 배경화면을 비롯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초기 화면을 잡으려면 사업모델과 서비스명 모두 심플하면서도 단순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 그러려면 노골적일수록 좋고,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야 하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꺼이 초기 화면을 내 줄 수 있으려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필요도 있었다. 즉 명칭만 들어도 사람들이 서비스를 바로 알고, 서비스를 통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했다. 이런 논의 끝에 캐시슬라이드 서비스를 기획·개발했다. 

 정말 숱하게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서비스명을 들어봤지만, 캐시슬라이드처럼 노골적인 명칭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밀면(슬라이드), 돈(캐시)을 준다고 하니, 얼마나 분명한가! 

 캐시슬라이드 앱을 다운받아 로그인하면 그때부터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캐시슬라이드가 제공하는 광고가 뜬다. 이 광고를 슬라이드할 때마다 소액의 리워드(적립금)가 쌓이는 방식. 잠금 해제만 해도 적립금이 차곡차곡 쌓여 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컨셉트다. 광고 자체가 정보인 요즘에는 소비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광고 뿐 아니라 만화,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기존 앱에 하는 광고 방식에 비해 스마트폰 초기 화면을 직접 공략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파워풀한 광고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캐시슬라이드 사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출시 8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는 700만을 돌파했다. 지난 6월 둘째주 기준으로 일일 액티브 유저수가 23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안드로이드 앱 가운데 일간 사용자 수 기준으로 8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40억원 투자 유치, 이제는 해외로 간다

사용자 급증은 투자 유치에도 효과적이었다. NBT파트너스는 지난 7월초 4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기 큰 규모의 투자 유치다.

 CJ창업투자, MVP창업투자,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3사가 참여했다. 이미 이 당시 캐시슬라이드는 월 매출 20억원을 올리고 있던 시점. 모바일 앱 개발사가 서비스 출시 6개월여 만에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투자 뿐 아니라 광고 및 서비스에 대한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다음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엔비티파트너스에 지분 투자를 하는 한편, 다음의 서비스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휴 범위를 넓혀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NBT파트너스는 투자 유치를 계기로 해외 진출을 확대해 시장을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10대와 20대에 쏠린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사용자는 급격히 늘었지만, 다수의 사용자가 젊은 층에 몰려 있어 이런 쏠림을 완화하는 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캐시슬라이드의 사용자 중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 상황. 

 이런 쏠림이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캐시슬라이드는 간단한 설치만으로도 사용자는 쓸 때마다 적립금을 쌓을 수 있고, 광고주는 광고를 할 수 있으며, NBT파트너스는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래저래 모두에게 좋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적립금이 지나치게 소액이라는 게 문제다. 즉 슬라이드를 한 번 할때마다 쌓이는 15원에서 150원 수준의 적립금이 30대 이상에겐 별 의미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적립금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불필요한 광고는 스팸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캐시슬라이드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도 있다. 너무 많은 사용자들이 적립금만 노리고 앱을 사용하면 돈은 나가는데 광고 효과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이런 점을 감안해 다양한 장치를 두고 있기는 하다.

 박 대표는 “현재 캐시슬라이드의 경우 해외 진출과 함께 30대 이상의 사용자 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잠금 화면 서비스는 시작일 뿐이고 Next Big Thing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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