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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9 한국의 스타트업 시즌2-(1)선데이토즈, 애니팡 그 이후

지난 해 여름, 모바일 소셜게임 ‘애니팡’이 대박을 쳤을 때 많은 이들이 이렇게 예측했다. 

“3개월이면 수명이 다할 것.”

이 예측은 현재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30일 출시돼 9월과 10월,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 게임은 이후 각종 지표가 꺾이면서 예측에 부합(?)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하향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한 이 게임은 지난달 중순에는 일일 이용자 1위에 다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애니팡을 모방해 나왔던 수많은 팡류 게임들이 줄줄이 몰락하고 잠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들이 서서히 잊혀지는 가운데도 애니팡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사용자수는 많다지만 애니팡이 여전히 매출에서도 실적이 괜챦을까. 애니팡2는 과연 나올까. 선데이토즈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 

 한국의 스타트업 시즌2 첫 주인공으로 선데이토즈, 그리고 이 회사의 이정웅 대표를 꼽은 것은 이처럼 풍성한 스토리 못지 않게 여전히 이 회사와 게임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에 대해선 한국의 스타트업 시즌1의 비교적 초창기 시절인 지난 2010년 8월31일, 열여덟번째 이야기로 다룬 바 있다. 이후 지난해 9월 그의 창업스토리를 다시 한번 정리했었다. 이번 글은 선데이토즈에 대한 세번째 글. 애니팡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애니팡, 여전히 막강한 실적

애니팡은 지금 어느 정도의 실적이 나올까. 아마 이걸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이정웅 대표는 “지금도 애니팡 매출이 전성기때의 절반 가량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그 정도 실적이 나오고 있다니. 

 애니팡은 출시되고 두달여 만에 다운로드 2000만건을 돌파했지만 그 시점부터 경쟁작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애니팡의 매출 증가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기업들도 비슷한 게임들을 쏟아냈고, 온라인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강력한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으로 바뀌어 나오거나 실력파 엔지니어들이 만든 모바일 게임들이 줄줄이 출시됐다. 

 한편에선 애니팡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과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한편에선 시기하는 마음들도 있을 터였다. 즉 ‘저게 얼마나 갈까’하는 의문을 제기할 때의 마음 밑바닥엔 그런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열광하는 이들은 물론 더욱 많았다. 애니팡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갔다. 애니팡이 얼마나 돈을 벌고 있나에 대한 업계의 호기심도 커졌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정웅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애니팡의 뒤를 잇는 뭔가 거대한, 그런 후속작을 만들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한 거죠. 그런데 결국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애니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죠. 도전모드를 새로 만드는 등 애니팡의 재미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어요.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었을까요. 결과적으로는 잘 됐죠. ”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애니팡이 뜰 때 그를 만나 지금 뭘 해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대답은 나중의 그의 설명과 비슷했다. “우선 애니팡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죠. 아직 추가할 기능이나 손 볼 곳이 많아요.” 물론 여기엔 소수의 인력으로 이것 저것 벌려놓기엔 준비가 안 돼 있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과거 경험을 통해 터득한 그만의 대처법이 있었던 것 같다. 

◆성공 비결은 ‘하트’

이정웅 대표가 창업을 한 뒤 대박에 대한 기대와 희열을 크게 느꼈던 때는 2012년이 아니라 2010년이었다. 그때 네이트 앱스토어에 출시한 애니팡, 애니사천성, 아쿠아스토리 등 소셜게임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대박이 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참하게 무산됐다. 당시엔 시장 자체가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제대로 형성되질 않았다.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는데도 별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하면서 그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차기작을 만들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했다.

 그가 처음에 한 것은 회사의 전략을 다시 짜는 것이었다. 소셜게임이라는 회사의 주력 사업은 변함이 없지만 웹이 아닌 모바일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전혀 생소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이미 친숙한,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성과를 냈던 간단한 게임들을 모바일로 재창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경쟁력이 있는 선데이토즈로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야했다. 그리고 때마침 사람들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대거 옮겨가고 있었다. 반면 기존 게임업체들은 바뀐 환경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바뀐 모바일이라는 환경에서 처음으로 대중적인 플랫폼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오픈할 때 애니팡은 첫 게임으로 등장,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모든 걸 다 행운으로 본다면 설명하기 쉬우리라. 애니팡은 운이 좋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선데이토즈가 겪은 시행착오와 그 와중에 올바른 선택을 내린 과정을 보면 꼭 그렇게만 보기는 힘들 듯하다.

 하여간 이 모든 행운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없었다면 애니팡을 국민 게임으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하트죠.”

 이정웅 대표는 애니팡 성공 비결로 주저없이 하트 시스템을 꼽는다. 이 시스템은 그가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아쿠아스토리, 애니팡, 사천성 등 소셜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터득한 소셜게임 시너지 효과 모델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소셜게임은 두 가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사용자 네트워크, 또 다른 하나는 게임들간의 네트워크다. 하트는 사용자 네트워크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웹이나 모바일에서 연결된 사람들간에 서로 자랑하고 방문해서 관심을 표명하고픈 욕구를 자극해 게임의 사용자 기반을 넓히는 방식이다. 하트라는 장치는 독창적인 분야지만 이 시스템 자체는 그가 창안해낸 것은 아니고 징가 등 수많은 해외 소셜게임 업체들이 이미 보여줬던 부분이다. 

 여기에 선데이토즈가 추가한 것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 “사람들을 게임에 어떻게 초대할 것인가를 놓고 계속 회의를 했어요. 다이아몬드를 보내자, 금을 보내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반드시 하트를, 그것도 빨간색으로 해야 한다고 고집했죠.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았어요. 왠지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을까요. 빨간색 하트를 받는다면, 한번 들어가보지 않을까요.”

 고지를 통한 초대 시스템은 부작용도 있다. 사람들을 무척이나 귀찮게 한다는 것이다. 짜증섞인 민원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선데이토즈는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서비스할 때 이를 경험한 바 있다. 사람들의 짜증을 줄이면서도 초대 시스템을 유효하게 하는 것. 이것이 선데이토즈의 과제였다. 

◆애니팡은 문화다

하트 방식을 개선하는 것, 시스템을 안정화하면서도 재미 요소를 빠뜨리지 않고 업데이트하는 것. 이런 결정을 내리고 점검하는 데는 투자사인 소프트뱅크의 역할도 컸다는 게 이정웅 사장의 지적.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뒤로 매달 회사에서 이사회를 열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항상 함께 회의를 했죠. 문 사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선데이토즈는 다른 것은 몰라도 회사가 잘 될때나 어려울 때나 아무일이 없을 때나 변함없이 이사회를 열었다. 정말 그 점은 높이 평가한다’ 고요”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은 2010년 12월, 선데이토즈에 30억원을 투자했었다. 아직 선데이토즈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기 전이었다. 그만큼 당시엔 큰 돈이었다. 

 이 자금은 선데이토즈로 하여금 게임 한 우물을 팔 수 있게 해 줬다. 게임을 만들면서 자금이 부족해지면 다른 외주 업무를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선데이토즈는 이런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선데이토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애니팡이 대박이 나면서부터다. “애니팡 유저는 사실 대부분 예전에 게임을 안 하던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에게 애니팡은 단순히 게임이 아니죠. 이 분들 중에는 몇달이 지나도 계속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친구들과 교제하고 대화의 소재가 되는 일종의 문화인 것 같아요.” 

 그 사람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작년에 쓴 글에서 애니팡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대중화된 게임이라고 표현했었는데 2500만명이 하는 게임이라면 기존 게임의 틀로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 봐야한다. 

 이런 문화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걸까. 아니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고 했던 그의 꿈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다시 찾아오기 힘든 문화현상을 만든 업체의 CEO로서 모바일 산업의 전도사격 역할을 자처할 것이냐, 아니면 착실하게 게임 업체로서 회사를 키우는데만 매진할 것이냐의 문제다. 

◆디즈니같은 회사를 만들고싶다

“100년 전통의 설렁탕 집이 될 것이냐,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냐의 고민이 있죠.”

회사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이렇게 운을 뗐다. 선데이토즈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의 고민이다. 특히 2012년 여름이 이런 고민의 시발점이 됐다. 

 100년 전통의 설렁탕집은 게임 하나를 파고들어 게임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겠다는 뜻.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는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 현재로선 그는 100년 전통의 설렁탕집에 더 쏠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생각에 게임에만 국한돼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시장이 워낙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고 선데이토즈의 기반이 되기에 현재는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아직 벤처기업인 선데이토즈는 가장 효율적인 곳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앞으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장르에 얽매일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100년 전통의 설렁탕집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든 최근 선데이토즈는 애니팡사천성을 출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애니팡의 3분의1 수준이지만 비교대상이 너무 엄청나서 그럴 뿐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일 것 같다. 상반기 중 후속작도 나온다. 이 역시 선데이토즈가 내공을 닦아온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임이 될 것 같다. 

 게임이나 게임 회사에 대해서 말할 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게임이 미치는 사회적인 해악때문이다. 게임은 많은 긍정적인 요소를 분명 갖고 있지만, ‘중독성’이라는 요소로 인해 항상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마련이다.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게임업체로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중독성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이 부각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하나의 생활이 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수준에 도달한 회사는 최소한 국내에서는 없었다. 

 아직 벤처기업인 선데이토즈가 과연 이런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겠지만, 누구도 갖기 힘든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정웅 대표의 고민을 한편으론 이해하면서도,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실 이런 희대의 갖기 힘든 기회를 맞아 선데이토즈가 갈 방향성은 이미 답이 나와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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