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간단한 공지사항입니다.

위즈돔이라는 벤처기업에서 ‘당신의 1시간’ 이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블로그 주인장인 저도 여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캠페인은 일종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참가자가 1시간의 시간을 할애해 함께 대화를 하고픈 사람을 모집합니다. 그러면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신청, 등록을 합니다.  물론 그 사람을 통해 듣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대화 등이 있어야겠죠. 그러면 등록비 일부는 그날의 만남에 필요한 활동에 일부 쓰이고 나머지는 전액 기부가 되는 방식입니다.

저도 위즈돔의 당신의 1시간 캠페인에 코너를 만들게 됐습니다. 즉 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이 등록해주시면 등록 비용이 기부가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해서 들어가시면 내용 보시고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주로 창업과 벤처, 미디어를 주제로 대화를 할 계획입니다. 

그제 개설됐는데 오늘 아침에 들어가보니 첫 미팅은 일단 마감이 된 것 같습니다. 미팅별로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 10명으로 제한돼 있는데 인원이 한정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안되더라도 신청을 해 놓으시면 이어지는 다음 미팅때 기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한번쯤 이 블로그 주인장을 만나서 도대체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들어봐야겠다거나 궁금한 게 있거나 하시는 분이 계시면 신청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위즈돔이라는 벤처기업은 제가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에서 작년 11월15일 102번째 스토리로 기록을 남긴 바 있는 회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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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超)긍정의 힘! 엔에프랩 창업자 나세준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직관적으로 느낀 것은 어디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긍정적 마인드였다. 이렇게 정리를 한 건 동행한 꼬날님이었지만, 전적으로 동감했다. 창업을 하고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낙천적인 성격만큼 큰 도움이 되는 건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낙천적인 성격은 천성인 경우가 많았다. 나세준 대표 역시 그랬을까. 짧은 만남에 다 알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그의 경우 천성 못지 않게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의 낙천적인 성격을 더욱 강화시킨 것 같았다. 시간이 충분치 않아 그의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었다.  

◆35년간의 남다른 삶

그는 두 살때 브라질 상파울로로 이민을 갔다. 그때가 1975년이었다. 그리고 그는 2009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5년의 시간을 그는 브라질,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보냈다. 

 1970년대 중반 한국은 철저한 개발도상국이었다. 나 역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어린 시절이지만 사진이나 기록으로만 추정해도 당시 한국은 무척이나 못 사는 나라였다. 이 엄중한 시기에 브라질로 이민을 갔으니 그의 부모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사건이나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물론 그 스토리는 듣지 못했다. 그 옛날 이민을 갔으니 브라질에서의 삶이 매우 고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으로 넘어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엔 끼니를 해결하는 게 큰 일이었죠. 실제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숱하게 있었구요. 맥도날드 햄버거는 정말 그땐 비싼 음식이었어요.” 담담하게 말했지만 타향에서 재정적인 문제로 겪을 어려움은 왠만큼 다 겪은 것 같았다. 

 미국 대학에서 Biochemistry를 전공으로 한 그는 결혼을 한 뒤 아내와 둘이서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직업도 없는 상태였다. 우선 직장을 구하는 게 순서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는 아무 대책없이 무작정 영국으로 날아갔다. “그냥 영국에 가보고 싶었어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곳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어차피 영어를 쓰면 되니까, 언어 문제도 없구요.”

 영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안돼 그는 Akamai사에 입사했다.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분야의 글로벌 업체인 Akamai에 들어가면서 그는 처음에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가 얼마 안 있어 비즈니스 쪽으로 전환했다. “상품 기획부터 영업, 마케팅까지 여러가지 일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 Akamai도 벤처기업이었고 막 성장하고 있던 회사였어요. 새로 개척해야 할 일들이 많았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보다 비즈니스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Akamai 본사가 있는 미국 보스톤으로 돌아오고 얼마 후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Akamai가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싱가포르에 아시아 총괄 지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런데 그는 가족들과 상의 끝에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회사에 통보를 하게 된다. 이왕 아시아 지역에서 일할 거면 조국인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업무도 하고 자녀들에게 한국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이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는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2009년. 한국을 떠난지 서른다섯해째가 되던 때였다. 그는 2-3년 정도 한국에서 일을 한 뒤 다시 보스톤으로 돌아오리라 생각을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의 인생은 다시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예기치 않은 변화

Akamai 한국 지사를 set up하는 일을 맡은 나세준 대표. CDN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 관련 협조를 위해 다양한 회사들을 방문하던 중 이문수를 만나게 된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중이었던 대학생 이문수는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대신하다가 아이디어가 생겨 P2P 방식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한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개발 능력이 있었던 그는 CDN쪽 분야의 사업도 조금씩 하다가 나세준 대표를 만난 것이었다.

 “깜짝 놀랐죠.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팀을 만나다니요. ” 이들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나세준 대표. 하지만 CDN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것 보다 다른 분야에서 한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CDN은 이미 Akamai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강력한 업체가 있는데 그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 필요가 없죠.”

 이문수와 뜻이 통한 나 대표는 2010년에는 더욱 자주 만나 빅데이터에 대해 토론을 했다. 반도체에 무어의 법칙이 있다면 빅데이터에도 그런 법칙이 있다는 게 나 대표가 내린 결론. 즉 1년마다 빅데이터가 2배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데이터는 어마어마하게 커지는게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었다. 

 사실 그가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CDN 분야의 사업을 하는 Akamai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대용량 콘텐츠를 네트워크에서 효율적으로 분배, 전송하는 것을 계속 해오면서 데이터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모바일이 되면서 이런 양상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도 분명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빅데이터 시대가 곧 온다고 봤을 때 지금의 시장이 너무나 초기 단계라서 뛰어들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사실 이런 사실을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실력있는 개발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 분야에서 믿고 함께 고민할 사람이 없었다면 생각을 이토록 발전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2011년 나 대표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변경, 한국에서 이문수와 함께 창업을 하기로 했다. 이문수가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던 스타트업을 엔에프랩으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확장했다. 

◆빅데이터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Peloton’을 만들기 위해 지난 1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빅데이터 분석의 어려움은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Peloton은 이런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그래서 데이터만 입력하면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나 대표는 “peloton은 하둡에코시스템과 같은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Peloton은 기업이 구축한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것도 가능하고 모든 데이터 유형에 대한 실시간 분석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기능을 익힐 필요없이 쉽게 쓸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엔에프랩은 3월 7일 Peloton을 출시했다. 현재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기업들에게 빅데이터분석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 “빅데이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비슷한 얘기만 꺼내도 손사래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거 필요없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고객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인터넷이나 SNS에서 어떤 반응이나 분석이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알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다 그렇다고 대답해요. 빅데이터를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얻는 효용이 얼마나 큰가를 알리는 게 우선 당면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나세준 대표에게 왜 창업을 했는지 물었다. 외국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그는 한국에서의 삶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한글로 글을 쓰는 것은 서툴다고 하니 오죽하랴! 그런 그가 한국에 남는 것을 택하고, 원래 몸담고 있었던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그것도 창업이라는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불편한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뜻한다.

 “돈이 없어본 경험은 숱하게 했죠. 그래도 다 살아지더라구요. 그리고 돈이 없을 때 힘들기는 하지만 그것때문에 후회를 하지는 않아요. 돈이 없는 것보다 도전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게 되는 것, 그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

 결국 빅데이터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먼저 그의 인생을 바꾼 셈이 됐다. 한번 그런 확신이 드는 순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된 것 아닐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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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높아졌지만 청년 고용률은 되레 떨어져..

-50대 창업자수 최대라지만..대부분 영세자영업

-국민의 절반, ‘나는 중하위계층’이라고 인식. 

-경제성장률, 2년 연속 잠재성장률 밑돌 듯.

-급속한 고령화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

-복지혜택 늘지만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복지는 없어


최근 몇 달 동안 신문·방송·인터넷의 경제분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들이다. 고용, 성장, 복지 등 실물경제 주요 부문 중 어디에서도 긍정적인 뉴스를 발견하기 힘들다. 1차적인 원인은 대외 변수에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수출이 감소하자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떨어지자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하고, 고용을 줄이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 규모는 늘어난다. 

 이 결과가 20대 청년 고용률의 하락과 50대 이상 장년층의 고용률 상승이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하고 장년층은 실직을 한 뒤 퇴직금으로 준비안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복지 혜택은 늘어나고 있지만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간신히 벗어난 이들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그동안 이런 문제점을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 언론에서 계속 이런 기사가 나갔다는 것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곳곳에서 관련된 제언을 하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언론들이 자신들만의 생각을 적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여러가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청년 고용을 높이거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관련 지원 제도를 만들고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도록 고졸 채용을 적극 장려하기도 한다. 저임금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EITC(근로장려세제)를 확대시행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2%를 배정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보육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셋째를 가지면 현금으로 지원해주고,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맞벌이를 할 수 있도록 보육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안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문제가 터진 사안이나 예상되는 불안감에 대비해 개별적인 대책들을 마련해 막기에 급급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근본적인 대책은 뭐가 있을까.

◆중소기업 대책이 핵심

이런 모든 해결책을 포괄하는 종합 대책을 이 글에선 ‘중소기업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본다.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포함해 중소·중견기업이 차별을 받거나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은 기본. 여기에 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중소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위에서 제기한 각 문제별로 살펴보자. 우선 고용 측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한국의 기업 수는 312만5457개. 이 중 대기업이 187개로 0.00006%, 중견기업은 1291개로 0.04%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99.9% 이상이 모두 중소기업이다. 고용 규모로 따져보면 대기업은 106만명을 고용, 전체 근로자 1413만명 중 7.5%를 차지했다. 중견기업의 경우 108만명을 고용하고 있어 7.6%였다. 중소기업은 나머지 1199만명을 고용해 비율이 84.9%에 달했다.

 숫자로 보나, 고용 규모로 보나 중소기업은 한국의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이 대기업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을까.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R&D투자세액공제 등 대표적인 비과세·감면 조항을 보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비과세·감면 조치로 인한 조세지출(기업 대상) 가운데 대기업이 가져간 몫이 절반에 달했다. 물론 정부가 점차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에 수정된 방향이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만들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중소기업이 더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대기업이 고용을 더 하도록 하는 것보다 효과가 클 것은 자명하다. 비율로만 따지면 대기업에서 고용을 늘리는 것이, 일부 엘리트 층이나 고학력층에겐 기회를 넓혀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일자리 파이를 늘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벤처→중견→대기업의 사다리가 없다

벤처기업은 중소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가 대기업이 된다. 꼭 모든 기업이 이런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도 같이 성장해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사업이 잘되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몸집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엔 극히 소수의 대기업이 있고, 엄청나게 많은 수의 벤처 및 중소기업이 있는 반면 중견기업의 수는 매우 적다. 중소기업 중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드물고, 중견기업 중 대기업이 되는 사례는 더욱 더 희귀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이번에도 KOTRA 자료를 인용해보겠다. 독일의 경우 전체 기업 중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숫자 기준)이 11.8%에 달한다. 중국이나 일본도 각각 4.4%, 3.7%다. 스웨덴은 무려 13.2%에 이른다. 이 비율이 비교적 낮은 영국이나 이탈리아도 각각 0.7%, 0.5%로 한국에 비해선 월등하게 높다. 미국도 0.17%로 우리의 4배가 넘는다. 중견기업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은 전체 기업 중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

 여기엔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점도 숨어있긴 하다. 일본의 경우 전체 기업의 수는 180만개, 대만은 127만개다. 대만은 그렇다쳐도 일본은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월등하게 큰데 전체 기업 수는 우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리가 중소기업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많지만 대부분 영세하다. 소규모 창업이 많은 이유도 있다. 어디서나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는데, 창업이 많은 것은 새로운 도전이 많아 경제가 그만큼 활력이 넘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계에 쫓겨 원치않는, 또는 준비 안된 창업을 하는 이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중소기업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선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영역이다.

 창업을 해서 이 기업들이 커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다리가 없다. 이 사다리는 상당 부분 자본화를 통해서 조달된다. 이 블로그에서 KDI의 김기완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김기완 연구원의 글 인용이 다시 필요할 것 같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벤처 수는 갈수록 늘지만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지적했다. 2005년 전체 9732개 벤처기업 중 405개 기업(4.2%)이 코스닥에 상장돼 있었지만 2010년에는 2만4645개 벤처기업 중 1.2%에 불과한 295개만 상장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 수는 분명 5년새 2배 넘게 늘었는데 상장사는 오히려 줄었다. 

 왜 이럴까. 시장이 작아 자본화가 쉽지 않다는 점, 정부에 의존한 벤처가 많다는 점, 벤처캐피털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 혁신적인 기술 기업이 없다는 점, 생태계가 없다는 점 등 이유는 무수히 많다. 이 글에서 이 주제까지 다루는 것은 범위를 넘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시장이나 기업가들의 문제를 제외하고 정부 정책만 놓고 보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져 정책의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다시피하는 지금의 생태계가 됐다. 이 사다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 중소기업 정책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복지, 출산정책의 핵심도 중소기업

복지 문제를 우리는 자꾸 사람들에게 돈을 퍼줘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생활의 어려움은 정부가 각 집에 돈을 갖다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사람은 열심히 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즉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그리고 물론, 그 일자리의 수준도 중요하다.

 이제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거칠게 말하면, 중산층의 삶을 이미 누리고 있거나 그런 삶을 꿈 꿔 볼 수 있는 그런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의 임금 격차는 상당하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누리는 행복감에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일자리만 생겨도 기뻐하겠지만 막상 일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일자리의 질을 따지게 된다. 국내 근로자의 대부분이 일하는 중소기업은 임금이나 사회적 지위, 노후 보장 등에 있어서 대기업에 훨씬 미치지 못한 조건을 갖고 있다. 대기업에게 고용을 아무리 늘리라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들이 아무리 커도 고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의 문제도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 물론 양가 집안의 관계, 개개인의 가치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지만, 출산을 하지 않고, 해도 늦게 하며, 적게 아이를 낳는 것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불안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사치가 된다. 아이를 낳는다고 아무리 돈을 주고 해도 해결이 안된다. 근본적인 문제에 일자리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작지만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가 전망이 있으며, 임금도 대기업 못지 않으면, 출산을 마다할 이유가 그닥 많지 않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이와 딴판이다. 출산 문제의 핵심에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가는 것이 있다. 

◆경제성장률 회복도 중소기업에 달렸다

우리는 핀란드의 사례에서 개별 기업이 한 국가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클 때 그것이 그 국가에 얼마나 재앙이 되는지를 똑똑히 봤다. 한 국가의 운명이-기업보다 훨씬 오래 가야할 민족의 운명이-기업의 판단 미스나 경영상의 실수, 경쟁자의 출현 등으로 인해 좌우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이 어느새 비슷해지고 있다. 대기업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그 외 대기업들은 이 두 회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정 대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국가 뿐 아니라 이들 기업에도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들의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면 안된다. 부담이 너무 크면 혁신을 하지 못한다. 과감한 도전을 하기 힘들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장점과 자산을 기반으로 기득권을 지키는 데 급급하기 마련이다.

 1,2년은 편할 지 모른다. 잘 먹고 잘 사는 데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간다. 어느새 고통을 지려고 하지 않았던, 흘러 보냈던 그 시간들로 인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질 수 있다. 누군가는 고통스럽다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고 누군가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런 도전을 응원하고, 그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들이 강을 건널 수 있게 다리를 만들어주고, 각종 통행료를 없애거나 낮춰서 부담을 줄여야 한다. 

 도전하는 이들이 있어야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도 생긴다. 대기업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도전을 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그런 뚝심과 끈기를 지닌 이들을 지원하고, 이런 이들을 알아볼 눈을 가져야 한다. 거기서 새로운 10년, 20년의 성장이 시작된다. 다만 정부 지원에만 기대려고 하고, 중소기업에 안주하려고 하는 경우와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경우를 구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이 살아나는게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중소기업 대책이 만병통치약은 분명 아니다. 이것 말고도 더 중요한 정책이나 고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균형’은 필요하다. 한 국가의 경제가 지나치게 대기업에 쏠려 있다는 것은 대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현실에서 책임을 대기업에만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대기업을 때려잡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균형을 찾기 위해선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저절로 중소기업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된다. 

 그 방법은 분명 어려울 것이다. 한 두 사람의 머리 속에서 해결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지금부터라도 장기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실현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지만 그 임기 5년 내에 기대치를 달성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오래 유지할 중소기업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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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한국의 벤처 붐 현상이 부럽습니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 같지만 아예 젊은이들의 벤처 창업을 보기 힘든 일본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뭔가가 있어야 그 중에 제대로 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습니까.”

에비하라 히데유키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CyberAgentVentures)코리아 대표는 이렇게 운을 뗐다. “한국의 벤처 열풍이 놀랍고 부럽다”는 게 그의 첫마디 말이었다. 열정을 가진 한국 벤처들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고 동시에 사이버에이전트가 아시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국이 교두보가 되고자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만나자마자 즉시)그가 내민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 회사 소개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와 함께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세계로!’

 한국에서 좋은 회사들을 발굴, 투자해 성장시킨 뒤 한국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키우고 싶다는 뜻이다.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는 지난 10월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카카오에 투자해 성과가 좋았다. 그 뒤로 카카오를 통해 한국 벤처 상황을 파악하고 한국 진출 기회를 모색해온 것 같다. 

 한국 벤처 기업의 발굴이라는 미션을 갖고 입국한 에비하라 히데유키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컨설팅 업체에 입사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5년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에 합류했다. 한국에 들어와 언론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와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가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교육과 오프라인-온라인 연계 사업. 교육은 주로 영유아를 위한 교육 콘텐츠 업체에 관심이 간다고 했고, 오프라인 비즈니스 중 온라인과 연계되거나 온라인화되고 있는 사업이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사이버에이전트는 현재 한국 벤처기업들의 잠재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한국에서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7년 동안 계속해서 벤처기업들을 찾아다니고 시장 조사를 하고 투자를 해 왔습니다. 제 경험상 일본에 비해 한국은 훨씬 역동적이고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시장이 바뀌는데 소외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고 이것이 기업을 강하게 해 줍니다. 반면 일본은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위기의식도 훨씬 덜하죠. 이것이 이들을 더욱 약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스타트업에 원화로 1사당 5억원에서 15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세웠다고 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이 투자하거나 더 적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한국에서 투자할 회사를 찾으면 사이버에이전트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 적극적으로 도울 방침이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VC들로부터 소식을 듣고 있는데 한국 벤처들의 미국 진출이 최근 부쩍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은 많지만 일본 스타트업은 없습니다. 그런 점이 좀 답답했는데,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사이버에이전트와 함께 커나갈 여지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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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필수코스가 하나 있다. ‘고벤처포럼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것’.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고벤처포럼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모여들어 발표를 듣고 교류를 하고 토론을 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이 포럼을 만든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전형적인 벤처기업가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는 지금 누구보다 벤처기업인들을 잘 알고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데 앞장을 서고 있다. 

 고 회장은 사실 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지만 1974년 유신헌법 반대 시위를 하다 투옥됐고, 그로 인해 학교에서 제적을 당했다. 그 뒤 그는 정치가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1987년에는 한겨레민주당을 창당해 고(故) 제정구 의원과 정당 활동을 하기도 했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1992년과 1996년 서울시 도봉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연거푸 낙선했다. 이후 그는 정치의 뜻을 접은 것 같다. 진로를 바꿔 1999년에는 최초의 IPTV였던 셀런티비 창업자들을 만나 사내이사로 참여했고 하나TV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벤처포럼에 이어 엔젤투자협회를 발족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한국의 스타트업’에서는 100회를 (자체) 기념해 고영하 회장을 만나 한국벤처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논의했다. 진작 만나 대화를 나눴어도 좋았겠지만 격변의 시기에 정부 정책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엔 그만큼 적절한 인물도 없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고벤처포럼을 이끌고 있는 고영하 회장(가운데)>

◆한국은 정부가 투자한 벤처의 실패율이 높다

고 회장을 만나자마자 ‘벤처기업의 숫자는 많아지는데, 더불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벤처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정부가 보다 많은 벤처를 지원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벤처들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면, 그리고 그 벤처기업들이 정부 지원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수준이라면, 더 나아가 정부의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런 벤처기업들이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여기엔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한국의 최근 벤처붐에서는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걸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이 최근 KDI 김기완 연구위원이 출간한 보고서다. 그는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벤처 기업이 늘고 있지만 열 중 아홉은 정부 지원을 받는 벤처라고 분석했다. 그가 인용한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말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4645개로 사상 최대 수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벤처기업 수는 2001년 1만1392개까지 늘었다가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2003년 7702개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 2010년 2만개를 돌파했다.

 김기완 연구위원은 이들 중 90.6%인 2만2231개가 기술보증기금 등의 지원을 받는 정부지원 벤처라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냉정한 평가를 통해 투자한 회사는 622개(2.5%)에 불과했다. R&D(연구개발)를 위주로 하는 연구개발기업의 비중도 6.4%에 그쳤다. 벤처 수는 갈수록 늘지만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은 오히려 줄었다. 2005년 전체 9732개 벤처기업 중 405개 기업(4.2%)이 코스닥에 상장돼 있었지만 2010년에는 2만4645개 벤처기업 중 1.2%에 불과한 295개만 상장사였다.

 고 회장을 만나 간략하게나마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보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 벤처기업의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고.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높을 거라고 말이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 700개 입주 기업 가운데 매출과 이익을 내며 성장하는 기업을 7개가 채 되질 않습니다. 1%도 안된다는 뜻이죠.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요.”

◆대상 선정부터 잘못

우선 한국은 정부가 지원 대상 벤처기업 선정부터 제대로 하질 못한다는 게 고 회장의 지적. 우수한 벤처기업 발굴부터 안된다는 거다. “제가 심사위원 등으로 많이 다니다보니 한국에서 정부가 투자할 기업을 찾는 과정이 보이더군요. 사실 이건 투자 대상을 찾는 게 아닙니다. 거의 점치는 수준이에요.”

 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그냥 서류 받아서 일차로 체크하고 한두차례 불러서 발표를 듣죠. 팀이 어떤지, 인간성이 어떤지, 경력이 진짜인지,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할 팀을 뽑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대로 될 리가 없는거죠. 이러다보니 기껏 팀을 뽑아 놓고 나도 돈을 대자마자 팀이 깨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반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아무래도 스타트업 관련 정부 지원 제도가 비교적 잘 되고 있는 국가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고 회장은 이스라엘과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은 정부 지원 벤처기업의 성공률이 20%가 넘습니다. 이스라엘이나 핀란드도 한국보다 이 비율이 훨씬 높구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선정 과정에서부터 확실히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그래서 이스라엘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선 매년 500여개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지원을 한다. 정부 내에 있는 120명 가량의 evaluator(그의 표현에 의하면, 투자감별사)가 어떤 기업에 정부 자금을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500개 업체에 파견을 나간다. 그래서 팀웍 확인을 위해 2-3개월 정도 같이 지낸다.

 “이런 방식은 창업 멤버들의 기업가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팀웍, 특히 인간성을 알 수 있게 되거든요. 사실 인간성이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

 이렇게 2-3개월이 지나면 이들 감별사들이 리포트를 작성한다. 리포트 결과를 바탕으로 500개 기업 중 120개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된다. 1 사당 투자 금액은 한국 돈으로 약 7000만원 정도. 이 중 20%가 성공하게 된다. 투자를 한 게 끝이 아니다. 투자를 한 다음에 6개월에서 1년 뒤에 가서 다시 평가를 하게 된다. 성취가 있을 경우 VC들이 와서 투자를 집행한다. 만약 VC들의 투자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판단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5억 정도 정부가 직접 투자를 진행한다.

 그럼 성과가 없는 팀에 대해선 어떻게 하나? 그냥 버리나? 아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런 식으로 걸르고 걸러서 투자할 팀을 추려내면서도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발견되면 이를 키워나갈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일본꼴 난다

그는 “한국이 이대로 가면 일본꼴이 난다”고 걱정했다. 무슨 뜻일까.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는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대부분은 자산 시장의 거품 붕괴, 고령화 등에서 원인을 찾는다. 고 회장은 ‘성장동력의 상실’을 가장 우려했다.

 “한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성장 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나오기 힘들어요. 대기업은 혁신이 나오기 힘든 구조거든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해외에도 대기업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혁신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이런 질문에도 그는 답이 준비돼 있었다. “IBM 애플은 어떻게 혁신을 했을까요. 외부의 혁신역량을 사들여 내재화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가. 자체적으로 혁신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방형 혁신을 한 거죠. open innovation.  벤처기업들을 M&A해서 혁신을 사들이는 것. 이게 되는 곳이 미국이고 이런 것이 안되는 곳이 일본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래서 제값을 주고 벤처를 삽니다.”

 국가가 근본적으로 벤처 산업을 일으키는데 진정 관심이 있고 여기에 국가의 운명이 걸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여기는지가 문제다. 한국은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는 게 고 회장의 진단. 

 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창업하는 사람들, 인재들의 문제도 있다. “제일 똑똑한 애들이 창업하는 게 실리콘밸리인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똑똑한 애들이 대기업에 가거나 관료만 되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나 미국에서는 똑똑한 친구들이 창업을 하는데 말이죠.” 

 그럼 한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그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을 거론했다. “ 우선 다양성 교육이 선행되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가 정신이 있는, 그런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일찌감치 발굴해낼 수 있는 거죠.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 두번째 조건이입니다. 도전했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 그런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맞는 말이다. 본래 교육이라는 것은 아이의 잠재력, 가능성을 찾아주는 게 목표가 돼야한다. 그냥 학생을 대학에 보내는 게 목표가 되서는 안된다.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면 아이들이 다양한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업가의 소질이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미국에선 바로 그런 아이들이 창업을 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도 높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불만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선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이 자라다가 갑자기 자기가 배운 것과 다른 선택을 하고 생소한 환경에서 창업을 해야 합니다. 창업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큰 게 당연하죠. 사실 이런 환경에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겁니다.” 

◆엔젤투자자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엔젤투자자 문화를 육성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은 30만명의 엔젤투자자가 있는데 한국에는 고작해야 300명, 400명 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1만명 수준으로 늘려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엔젤투자협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2020년까지 엔젤투자자 1만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VC는 1조원을 투자하는데 엔젤투자자의 투자 자금은 고작 300억원.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VC는 원래 아주 초창기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초기단계에서 엔젤투자자의 자금을 수혈받아 회사를 어느 정도 성장시켜야 VC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엔 엔젤투자자도 없고, 그런 문화도 없다. 그러다보니 VC가 투자할 곳이 없다. 결국 정부 지원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벤처들만 넘쳐난다. 벤처 감별의 눈이 없는 정부가 이들에 새 모이 주듯 자금을 조금씩 지원하다보니 영세한 벤처들만 많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는 2020년 엔젤투자자 1만명이 투자자금 1조원을 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엔젤투자자들이 200억 달러는 굴리는 것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모두 지금의 30배 수준이다. 

 “국내 현실을 보면 어차피 중산층 이상이 투자할 돈이 없습니다. 엔젤투자가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1억원을 1000만원씩 10개 기업에 투자했다가 1개에서만 수익이 나도 나머지를 커버할 수 있죠.”

 그는 엔젤투자협회를 통해 중소기업부 만드는 것을 건의하고 있다. 그 산하에 창업진흥청을 만들고 창업을 진흥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현재의 중소기업청은 청 단위여서 힘이 약하다는 판단도 작용 했다.

 “핀란드는 정부에서 8000억원을 투자하는 데 이 돈이 전부 새로 투자되는 자금이 아닙니다. 상당수는 성공한 기업에서 회수한 돈입니다 그 돈이 다시 돌고 돌아 재투자되면서 생태계에 기여를 하는 거죠. 반드시 큰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산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 안목은 필요합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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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벤처 붐은 없다?

한국의 스타트업 2012. 11. 12. 22:07 Posted by wonkis

벤처기업이 급격히 늘어나는 최근의 현상을 제2의 벤처 붐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까. 이에 대해 벤처기업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자금을 받는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최근의 벤처 열풍을 결코 ‘제2의 벤처붐’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니왔다. 시장 활성화에 따라 벤처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정부자금의 정책적 지원 대상이 늘어난 것 뿐이라는 뜻이다.  

 김기완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12일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간 벤처 기업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기 보다는 정부 지원을 받아 생존한 업체들”이라며 “정부 자금받는 벤처의 급증이 정부의 벤처지원제도가 남용된 결과는 아닌지, 또 벤처지원제도가 기업 성장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벤처 지위를 유지하도록 유인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한다”고 지적했다.


◆10개 중 9개는 정부지원 받는 벤처

KDI보고서에서 인용한 중소기업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10년말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4645개로 사상 최대 수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벤처기업 수는 2001년 1만1392개까지 늘었다가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2003년 7702개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 2010년 2만개를 돌파했다.

 김기완 연구위원은 이들 중 90.6%인 2만2231개가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지원을 받는 정부지원 벤처라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냉정한 평가를 통해 투자한 회사는 622개(2.5%)에 불과했다. R&D(연구개발)를 위주로 하는 연구개발기업의 비중도 6.4%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벤처 수는 갈수록 늘지만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지적했다. 2005년 전체 9732개 벤처기업 중 405개 기업(4.2%)이 코스닥에 상장돼 있었지만 2010년에는 2만4645개 벤처기업 중 1.2%에 불과한 295개만 상장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 업체는 상장비율이 더 낮았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설립된 2만5698개 벤처 중 정부 지원을 받은 업체는 2만539개. 이 중 1.8%인 385개사만 상장됐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벤처는 1566개사 중 5.5%인 86개가 상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지원보다 시장에 의한 선별이 기업 성장에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라며 “최근엔 벤처 수만 늘어날 뿐 시장에서 평가받아 성장하는 경우는 줄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만든 ‘가짜’ 벤처생태계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원을 하는 기업의 규모(매출액 기준)가 2005년 매출액 25억원대에서 2010년 10억원대로 추락하는 등 계속 축소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뒤 매출이 줄거나 정체되는 회사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의 자금이 점점 더 영세한 기업에만 집중되고 성장과 무관했다는 것은 정책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김 연구위원의 이런 지적은 벤처업계에서 일찍이 논란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문성에 의한 경쟁력 평가를 기반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테마를 정해놓고 무조건 집행하기 때문에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벤처 열풍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창업의 테마를 좌지우지하고 이를 따라다니는 벤처인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은 꼭 비판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 뿐 아니라 업계의 벤처기업인들도 계속해서 지적해 온 문제들이다. 권일환 퀄컴벤처스 한국대표는 “한국은 정부가 테마를 정해놓고 투자자금을 배분하면 거기에 맞춰 벤처들이 태어나는 전형적인 정부주도형 벤처생태계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벤처생태계는 정부가 만든 가짜 생태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특정 테마를 정해놓고 50개 벤처를 지원하라는 지침이 내려지면 회사의 사업 내용, 전망, 기술력 등을 도외시한 채 무작정 숫자만 맞추는게 지금 한국의 벤처지원제도”라며 “이렇게 정부가 억지로 만든, 경쟁력없는 가짜 벤처생태계에 돈을 넣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전반적으로 김 연구위원의 문제 의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벤처 붐은 과거에도 정부 주도형이었다. 다만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투자하는 회사가 전체 벤처기업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한국에서 벤처 붐이란 아예 없었다는 것이 맞지 않을까. 더 중요한 것은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투자하는 회사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정부가 지원하는 벤처기업의 규모는 점점 작아진다는 것. 아주 초창기에 있는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평가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어쨋든 결론은 명확하다. 정부는 직접 지원을 하는 그런 방식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 어떻게 하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좀 더 리스크를 떠 안고 투자를 확대하도록 할 지,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좀 더 골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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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은 예상보다 훨씬 넓고 활기가 넘쳤다. 문이 반쯤 열린 회의실에서는 회사를 방문한 손님들과의 토론이 한창이었다.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휴게실에는 간단하게 식사를 하려는 여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김정현 대표를 만나러 서울 당산동에 있는 딜라이트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그는 마침 자리를 잠깐 비운 상태였다. IT(정보기술) 분야의 벤처를 주로 취재해온 나에게 딜라이트 사무실의 풍경은 신선했다.  사람과 PC로만 가득찬 적만한 그런 사무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를 기다리면서 찬찬히 사무실을 둘러봤다. 한쪽 구석에서는 보청기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고 포장과 판매를 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그를 만나자마자 든 생각은, 그를 너무 늦게 만났다는 점이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고, 돈을 벌고,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본 그는 창업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사회적 기업이 유행이나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고 영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 아마 딜라이트의 가는 길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당초 사회적기업을 취재하기 위해 소개를 받고 받다가 그를 만나게 됐지만, 그와 그의 사업에 대해 꼭 소개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고등학생때 첫 창업

고등학교 2학년때인 2003년, 김 대표는 첫 창업을 했다. 그의 첫 사업은 온라인쇼핑몰. 당시 한창 유행하던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등을 싸게 구입해다가 마진을 붙여서 온라인에서 파는 일이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돈을 제법 벌었다고 한다. 

 “정말 쉴 새 없이 일했어요” 

 그가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은 첫 대입 시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부에 대한 큰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도 영향을 미쳤다. 돈이나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그를 지배했던 것이다. “어차피 대학에 못 간 거 돈이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말 미친듯이 돈을 벌었죠. 한 달에 천만원씩 벌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직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은 꽤나 공허했다. 학교에 가서 학업을 마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대학 입시가 끝나고 동기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 1년이 지난 뒤였다.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해 2007년 학번으로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있어서 돈 걱정은 좀 덜하고 공부에 전념하려고 노력했다는 김정현 대표. 하지만 막상 공부를 해 보니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진 못했지만 학업을 통해서 진리랄까, 아니면 삶의 의미? 이런 것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시 창업을 기웃거리게 됐죠.”

 1년반 정도 공부를 하다가 그는 2008년 사회적기업 연구모임 넥스터스를 만들었다. 넥스터스는 당시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던 사회적기업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이를 어떻게 국내에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그런 모임이었다. 한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대학 연합 동아리 성격을 띄었다. 그리고 여기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돈’ 버는게 목적인 인생에 지쳤다

우선 드는 생각은 ‘그는 왜 이런 걸 시작하게 됐을까’다. 그에게 물어보니 ‘돈 버는게 목적인 인생에 회의를 느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회적 기업 기업가다운 답변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구체적인 동기가 궁금했다. 

 “돈을 벌어서 내가 잘먹고 잘사는 것 말고 뭔가 다른 게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말 공허하더라구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나중에 뭐가 남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 그래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넥스터스를 만들고 여기를 통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사업을 하는 그런 일을 추진하게 됐죠. 때마침 외국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고 해외 사례들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동기부여가 됐죠.”

 레인보우브릿지라는 회사를 시작한 게 2008년. 8명이서 창업을 했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생산한 과자 등 제품을 사다가 판매를 하는 일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큰 규모의 사업이 아니었고, 조금씩 하면서 방향을 모색하고 확장을 검토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초기 창업 규모가 너무 컸던 것도 문제였고 사람이 많다보니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것도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그래도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넥스터스를 통해 경로당에 봉사활동을 다니다 귀가 잘들지 않는 노인들이 150~200만원을 호가하는 보청기를 구입하는 것을 보게 됐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보청기 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김남욱씨를 알게된 것도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보청기 사업을 구상하면서 인도의 사회적기업인 아라빈드 안과병원을 롤모델로 떠올렸다. 지난 1976년 설립된 아라빈드 병원은 최고의 안과전문의들이 치료비가 없는 환자를 무료로 치료해 주면서 명성을 떨쳤고 부자 환자들이 앞다퉈 병원을 찾게 됐다.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연간 수입 1534만 달러, 영업이익은 680만 달러다.

 비록 직접적인 의료행위는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모델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김정현 대표는 김남욱, 원준호, 그리고 넥스터스 멤버인 김정헌씨와 함게 넷이서 보청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기 전 20094년 4월 중소기업청에 저가보청기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사업지원금 2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보청기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세대 내 의료기기 연구센터와 함께 파트너쉽을 구축했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혁신, 딜라이트

미리 사업제안서도 썼고, 몇 차례 창업 경험도 있었고, 창업 동기도 뚜렷했지만 역시 사업은 쉽지 않았다. 보청기를 자체 기술로 만들려다보니 첫 모델이 나오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래도 대학생 청년이 사회적 기업을 한다는 소식에 도와주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2011년 3월에는 기술보증기금에서 사회적기업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같은 해 6월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사회적기업 부설 기술연구소 설립 인증을 받기도 했다.  딜라이트가 지향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청기 지원 금액인 34만원에 제품의 가격을 맞춰 소외계층 등 형편이 어려운 수요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것. 시중에서 보청기 가격이 한쪽에 100~200만원씩 하는 것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보청기 지원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이런 고가의 보청기를 구매할 형편이 안되는 청각장애인이나 난청인들이 경제적인 고민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이를 위해 직접 보청기 생산시스템을 만들었다. 솔라이어라는 보츠나와 기업으로부터 태양열을 이용한 충전기술을 전수받아 저렴한 생산이 가능해졌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존 보청기업체들의 유통 경로를 파괴했다. 중간에 거치는 수많은 유통상을 건너뛰고 직접 소비자들에게 유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보청기 구매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이름은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보청기 사업만으로는 결코 기업 존재의 이유, 즉 이윤추구를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이윤추구라는 목적만 놓고 보면 이런 가격에 이런 사업을 결코 할 수가 없죠. 그래서 사회적기업이 할 일이죠. 어쨌든 기업이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이런 사회적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꾸준히 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딜라이트는 저가형 보청기만 만들지는 않는다. 고가형, 프리미엄급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금전적 도움 필요한 이들 연결하는 서비스 준비 

사실 딜라이트의 보청기 사업은 그가 하려는 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보청기 사업을 통해 한국에서도 소셜벤처, 또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다른 분야의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어찌보면 보청기 사업으로 그는 사회적 기업의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다음 단계의 일은 금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업. 물론 지금의 고금리 악질 대부업체와 같은 모델은 아니다. 청년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되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일이다. 

 “매월 소액의 자금을 기부를 해도 경제적으로 전혀 무리가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만 정보가 부족해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그것을 못하는 사람이 분명히 많이 있습니다. 반면 도움을 받고 싶어도 통로가 없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런 사람들을 온라인을 통해서 연결하는 사업을 구상중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저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딜라이트는 그런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죠.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를 모델로 하되 좀 더 현 상황에 맞게 소셜 요소를 도입해서 해 볼 계획입니다.”

 이 사업은 내년 하반기께나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을 했을 경우 상환율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베타 서비스 형태로 제한적으로만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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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제 책 출간 소식에 관한 글입니다. 제가 ‘한국의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젊지만 사연많은 벤처기업인들의 창업 스토리를 지난 2년여간 블로그와 신문, 잡지 등에 연재해왔는데요, 그 중 정수를 모으고 못다한 이야기를 더해 ‘멀리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습니다.

 저에겐 이 책의 한장 한장이 지난 2년간의 취재 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릅니다. 제가 책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내용을 검토하느라 알려드리는게 늦어졌는데, 벌써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더군요. 먼저 알려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 김광현 IT전문기자, 필명 광파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그 분께서 서평도 써 주셨습니다. 서평은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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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지난 달 KT경제경영연구소가 운영하는 디지에코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디지에코 측의 양해를 얻어 원문을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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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년부터 2000년에 걸쳐 한국 사회를 폭풍처럼 휩쓸었던 벤처붐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재현되고 있다. 신규 창업 기업의 숫자가 10년 전의 기록을 갱신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의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10여년 전과 지금의 벤처붐은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엔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 10년 전의 벤처붐이 일종의 무분별한 광기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최근의 벤처붐은 보다 조심스러운 합리적인 선택에 힘이 쏠리고 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10여년 전의 지나친 투자 열풍으로 인한 쪽박의 경험이 투자자와 기업가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정부 차원의 무분별한 지원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소규모 자본과 적은 인력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과거 한탕주의식 벤처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예측을 가능케 한다.

◆대학생 벤처 기업가 대거 등장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대학생 벤처 기업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말 한국 최초의 벤처붐을 일으켰던 인물들은 80년대 초중반의 학번들이었다. 이들은 대기업 등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와서 창업을 하곤 했다. 그 당시라고 대학생 창업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주류는 아니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 불기 시작한 제2의 벤처붐 현상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대학생 벤처 기업인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김태우 모글루 대표,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이참솔 로티플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고등학교때부터 창업을 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등도 있다. 이비호 스픽케어 부사장은 대학시절부터 창업을 해 온 인물이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창업을 하긴 했지만 심여진 스픽케어 사장은 대학 1학년때부터 창업을 준비한 사람이다.

 왜 대학생 벤처기업가들이 이렇게 많아진 걸까? 취업이 어려워지자 창업에 나선 이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찍부터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 이들이 비교적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창업 스쿨을 열고 창업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이 과거보다 훨씬 창업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비교적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모바일, 인터넷 분야 등에 한정된다. 기존 굴뚝 창업에는 그리 관심이 높지 않다. 20, 30대 창업가들, 특히 20대 대학생 벤처기업인들은 돈 탭스콧이 그의 저서 ‘Digital Native’에서 지적한 바 있는 바로 그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고 자라고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휴대폰을 쓰는데 익숙했던 이 세대들은 모바일이나 컴퓨터 분야에서의 창업을 아주 대단히 어려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창업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준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 노린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국내에서 서비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 도전한다는 게 정석처럼 여겨졌었다. 투입할 수 있는 리소스가 극히 제한돼 있는 벤처기업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들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거의 동시에 해외 사업을 준비한다. 특히 스마트폰용 앱을 만들거나 모바일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더욱 그렇다. 이런 분야에서는 과거 웹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할 때와 달리 해외 사업과 국내 사업의 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마켓과 애플 앱스토어라는 대표적인 두 개의 큰 생태계가 마련된 뒤 해외 사업을 하더라도 굳이 대규모 인력을 외국에 파견한다든가 막대한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고도 앱을 만들어 해외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은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해외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앱을 국내외에 동시 출시했는데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도 꽤 있다. 브리드가 만든 어썸노트는 유료 앱이고 비교적 애플 앱스토어에 늦게 진입했지만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젤리버스라는 벤처기업이 만든 큐브로라는 사진 편집 앱은 국내 사용자 못지 않게 해외 사용자를 모았다. 김무궁 사장이 설립한 OGQ에서 만든 배경화면 앱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해외 소비자들이다. 언어로 이해할 필요가 없는 말 그대로 배경 화면에 관련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장벽이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해외에 사무실을 내거나 현지 업체와 제휴를 할 필요성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소득이 발생할 경우 세금 문제를 비롯해 현지 사업자가 갖게 되는 다양한 혜택 등 때문이다.

 국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외국 업체들과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최근의 창업자들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최근 제2의 벤처붐 시기 젊은 창업자들이 선배 창업자들과 다른 점은 외국어에 능숙하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헀다.

 인터랙티브 e북을 제작하는 모글루는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미국 법인 설립을 함께 추진했다. 김태우 대표와 함께 창업한 멤버 중 미국 뉴욕 출신의 공동창업자가 미국 법인을 맡았다. 뉴욕에 상주하며 사무실도 내고 해외의 전자책 유통업체나 IT업체들과 일을 하고 있다. 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지향하는 스타일쉐어도 2011년 창업과 동시에 해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다. 이 밖에 이음소시어스, 아블라컴퍼니, 페이즈캣, 포도트리 등 설립한 지 1-2년이 채 안된 신생 스타트업들도 각각 진출 국가는 다르지만 초기부터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외 VC도 국내 진출
해외 벤처캐피털(VC)의 국내 진출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00년을 전후로 한 시기 1차 벤처붐때는 해외 VC들이 국내 대형 VC가 투자하는 기업에, 그것도 적은 지분이나 소규모로 투자 참여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VC가 적극적으로 국내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거의 투자 활동이 없었던 퀄컴벤처스는 지난 2010년 한국에 사무소를 낸 뒤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0년 펄서스라는 벤처기업에 투자한 데 이어 2011 6월에는 증강현실 SNS 오브제(Ovjet) 개발사 키위플에도 15억원을 투자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한국은 증강현실을 비롯한 신기술 벤처가 많은 편이고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도 높아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기에 좋다중장기적으로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토스벤처스, 매버릭캐피털, DCM,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등도 최근 국내에서 투자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DCM은 한동안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다가 최근 카카오에 투자를 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다시 움직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는 중국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텐센트의 활약이 눈부시다. 국내 중소규모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 왔던 이 회사는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업체 페이즈캣, 모바일 광고 플랫폼 업체 퓨처스트림네트웍스 등에도 투자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투자를 하면서 벤처 기업 육성에도 힘을 쏟아온 소프트뱅크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 역시 최근 투자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 인큐베이팅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많은 투자 회사들이 한국의 모바일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를 전 세계에서 16번째로 시작한 나라다. 순서상으로는 그리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서비스 커버리지 범위는 놀랄만큼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주요 통신 3사가 2012 4월께면 모두 전국 서비스망을 갖추게 된다. 주요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모두 LTE로 전국 서비스를 하게 되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 모바일 앱 이용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맷 머피(Matt Murphy) 클라이너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아이펀드(iFund) 대표는 한국은 2011년 기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이용자들의 앱 다운로드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세계 1라며 모바일 앱 이용이 가장 활발하고 스마트폰 확산 속도도 빨라 전 세계 모바일 분야 투자회사들이 한국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확산 속도도 빠르다. 2009 11월 아이폰이 도입된 뒤 2년도 되지 않아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2012년 상반기 중에는 전 국민의 60%에 해당되는 30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스카이 등 휴대폰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들이 이 좁은 나라에 몰려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세계적인 제조업체들과 관련된 제조 분야,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업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 회사

투자 기업들

소프트뱅크벤처스

플라이팬,VCNC,두빅,데브시스터즈,스냅스 등

알토스벤처스

이음소시어스,쿠팡,스피쿠스

스톰벤처스

비타민MD,컴투스 등

매버릭캐피털

쿠팡,카카오 등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티켓몬스터

DCM

카카오,판도라TV

싸이버에이전트

카카오

텐센트(간접 투자 포함)

레드덕,퓨처스트림네트웍스,탑픽,아이덴티티,스튜디오혼 등

퀄컴벤처스

펄서스,키위플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경험 전수
‘투자와 창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벤처 생태계형성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는 최근 국내 벤처산업의 움직임을 보여 이같이 평했다. 과거 벤처붐이 일었던 1990년대 말과 1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비교한 것이다. 한탕주의가 휩쓸었던 10여년 전의 버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좀 더 합리적인 기업가들과 신중한 벤처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벤처 1세대들이 후배 벤처인들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프라이머,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택경 다음 창업자,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 장병규 네오위즈 및 첫눈 창업자 등이 뭉친 프라이머는 매년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한다. 이들이 매년 하는 데모데이는 스타트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컨설팅 한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와이컴비네이터처럼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로 데뷔하는 그런 창구가 되려는 게 이들의 지향하는 바다. 이택경 프라이머 공동 대표는실리콘밸리의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처럼 그들이 주최하는 데모데이에서 발표만 해도 15만 달러 투자 유치가 보장되는 그런 인큐베이터가 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며장기적으로는 이런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벤처생태계라는 것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규 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은 2010년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라는 초기 벤처 투자회사를 차렸다. 투자도 하고 상담도 해 주고 필요한 인력을 구해다주기도 한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는 오이씨(OEC)라는 벤처 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업체도 따로 만들고 직접 후배 벤처기업인들을 챙기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 1세대들의 움직임이 좀 더 조직화되고 있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사장, 신현성 티켓몬스터 사장, 스톤브릿지캐피털,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등은 패스트트랙아시아(Fast Track Asia) 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를 설립했다. 미국과 한국의 벤처기업인, VC들이 연합해 만들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한 것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아이디어만 갖고 오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벤처창업 분야에 있어서의 오디션과 같이 지원자들을 모두 심사하고 엔지니어가 부족한 팀에는 전문 기술 인력을, 마케터가 필요한 팀에는 마케팅 인력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사업화 뿐 아니라 해외진출 IPO(기업공개), M&A 등도 모두 도와주는 것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금 벤처산업을 10년 전과 다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벤처기업가들이 했던 시행착오를 줄일 뿐 아니라 1세대나 경험많은 이들의 지원이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생태계 조성 나서는 벤처기업인들>

인물

회사

주요 활동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패스트트랙아시아 주도, 스타트업 개별 투자도 진행

장병규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

스타트업 투자 및 벤처인큐베이팅 사업

김범수

카카오

스타트업 개별 투자 및 벤처기업가 발굴

이택경

프라이머

벤처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권도균

프라이머

벤처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이재웅

프라이머, 소풍

스타트업 개별 투자 및 벤처인큐베이팅

송영길

부가벤처스

벤처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신현성

티켓몬스터

패스트트랙아시아 주도, 스타트업 개별 투자도 진행

허민

위메이크프라이스

스타트업 개별 투자 진행


◆소규모 자본, 합리적 선택
이 블로그에서 1 10개월째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에 게재된 70여개의 국내 스타트업 기업 중 70% 이상은 2억원 안팎의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창업 인원도 2명에서 5명 사이가 대부분이다. 적은 인원이 크지 않은 자본금으로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다.

 서둘러 투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투자를 받고 싶어도 그러기가 어려워 시간이 오래 걸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사업 시작 후 바로 외부 투자를 받는 것보다는 제품을 내놓고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후에 외부 투자를 진행하는 길을 택했다. 과거 이름만 걸어놓고 뻥튀기 식으로 포장만 하는 등 투자 받는 것을 제품 개발보다 우선시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외부투자를 지나치게 일찍 진행하거나 너무 많은 금액을 받을 경우 오히려 원래 생각했던 사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도 있었다. 즉 외부투자자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자생력을 키운 뒤 투자를 진행하는 쪽을 택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초반에 무리하게 벌리지 않고 핵심 영역에 집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선데이토즈를 설립한 이정웅 사장의 경우 설립한 뒤 한동안 투자를 받지 않다가 2년이 지나서 투자를 받았지만 그 돈을 1년 이상 쓰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을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알뜰하게 사업을 꾸려나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국내의 벤처 투자자들이 아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멘토링이나 인큐베이팅, 컨설팅 등 조언자가 많아진 것도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조급하게 투자받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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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노인터랙티브는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나오는 본격 리얼 게임 회사다.이렇게 본격이니 리얼이니 하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이 회사가 국내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콘솔 게임용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콘솔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 외에도 이 회사는 이 코너에서 소개했던 회사들과 차이가 나는 점이 많았다.아직 창업 초창기이지만 게임 개발사답게 비교적 많은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투자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물론 게임사로서는 반드시 금액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창업진들은 모두 한국인이지만 중국,영국,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을 했다는 것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최근에 아주 젊은 창업자들을 많이 소개했었는데 쿠노인터랙티브의 등장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평균 연령대도 조금 높아지게 됐다.쿠노인터랙티브의 창업자들은 상당 기간 사회 경험을 한 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
 쿠노인터랙티브를 만든 김상준 사장은 스토리가 제법 있는 인물인 것 같다.첫인상부터 그랬다.사장이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있는 그는 연륜이 느껴졌고 차분한 가운데 썰렁한 농담도 잘 하는 사람이었다.(대부분 개발자인데다 남자들로 득시글대는 사무실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일까)

 김 사장은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서 학교를 다시 들어갔다고 한다.90년대초반 다른 학교에 들어가 군대까지 마쳤지만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국민대 미디어디자인학과 00학번으로 재입학하게 만들었다.국민대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서 3D(입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했다.하지만 2002년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는 바람에 회사를 나와 광고회사,공공기관,게임개발사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나래에서 일은 뜻대로 안 됐지만 그는 훗날 함께 창업을 하게 되는 사람들을 모두 이곳 나래를 통해 만나게 됐다.이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 지금 쿠노인터랙티브를 공동 창업한 연경흠 부사장이다.나래디지털에서 만난 두 사람은 2002년 김상준 사장이 광고회사로 이직하고 연 부사장이 아주대학교로 옮기면서 헤어지게 된다.하지만 아주대를 통해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이어진다.

 아주대에서 산학협력프로젝트를 맡게 된 연경흠 부사장은 애니메이션 팀장으로 일하면서 장진만씨(쿠노 CTO)를 만났고 장진만의 절친인 류태영 이사를 알게 된다.김상준,연경흠과 장진만,류태영은 조금씩 그리는 그림이 달랐던 것 같다.김상준과 연경흠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장진만,류태영은 게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연 부사장이 2008년 아주대를 떠나 CJ를 거쳐 중국으로 떠나면서 이들은 다시 헤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들이 다시 만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리로 뭉친 사나이들
 사람이 어떤 일을 도모할 때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은 신기한 현상 중 하나다.수많은 이들을 경험하더라도 꼭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광고회사와 공공기관 등에서 일을 하면서도 김상준 사장은 가끔씩 연경흠 부사장과 연락을 해 왔다고 한다.그러면서 어떻게든 애니메이션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현실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그때 두 사람은 벤쿠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만난 아주대 멤버들 중 류태영,장진만 두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연경흠 부사장이 아주대에 있던 시절 두 사람과 알게 됐고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도 이들이 합류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류태영 이사는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기술을 게임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아주대를 나와 미국 USC(남가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연구원 생활을 했던 류 이사가 합류하면서 4명의 창업진이 완성됐다.

 이들을 만나보면 그들만의 끈끈한 의리로 뭉쳐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여러 곳을 거치고 때론 허송세월을 하기도 했지만 꿈을 쫓아 노력해왔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었다.각자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쿠노를 창업한 이들이 콘솔 게임이라는 국내의 희귀 분야에서 인재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때 최적의 인물이 느닷없이 회사를 찾아온다.김상준 사장은 “이런 게 운명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10월 말께 쿠노에 합류한 이세현 아트실장은 프로그래머 출신이지만 아트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한 사람이다.남아공에 이민을 간 부모님을 따라 남아공에서 살다가 영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테크니컬아트리드로서 키넥트 스포츠 1,2를 개발하는데 참여한 이세현 실장은 쿠노가 찾던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정통 콘솔게임의 개발 과정을 다 겪었다는 점,글로벌 회사에서 팀을 이뤘다는 점,자신이 만든 게임을 출시해봤다는 점 등 여러가지 면에서 최적의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가족 문제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되는 상황이 된 이세현 실장은 공부나 하자는 차원에서 쿠노를 방문했다가 덜컥 입사를 하게 됐다.그가 낚인 것인지,화룡점정을 찍은 것인지는 곧 알게 될 것 같다.

<쿠노인터랙티브 창업멤버들.왼쪽부터 류태영 이사,김성준 대표,연경흠 부사장,장진만 CTO>


◆뮤턴트 디펜스 출시
 쿠노인터랙티브가 만들고 있는 게임은 뮤턴트 디펜스(Mutant Defense)라는 일종의 디펜스 게임이다.방어가 게임의 핵심인 이 장르는 콘솔게임 영역에서도 디펜스그리드,새비지문 등 유명작들이 포진해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영역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고 대작의 수가 적은 곳이다.

 작년 4월부터 게임 기획을 한 쿠노의 창업진들은 작년 10월 법인 설립을 하고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외부 활동을 했다.지난해 정부지원과제 중 뉴미디어 지원사업,게임 지원 사업 등에 선정되면서 7억원 가까운 돈을 지원받았다.올해 들어서는 LG전자의 모바일콘텐츠지원사업 1호 선정되면서 추가로 개발금을 지원받았다.

 벤처치고는 개발비가 넉넉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게임,그것도 콘솔게임이라는 분야를 감안하면 꼭 자금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힘들다.쿠노인터랙티브는 액션게임 모로,퍼즐게임 룸즈2 등 뮤턴트 디펜스에 뒤이어 나올 게임들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이 분야의 개발자들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김상준 대표는 “현재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뮤턴트 디펜스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지만 콘솔 전문 개발사로 크기 위해선 시장의 반응이 있을 때 좋은 게임들이 잇따라 나와야 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퍼블리셔들과 협력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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