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간 세계 인터넷 업계는 ‘웹2.0’ 열기에 휩싸였다.그런데 국내에서는 “웹2.0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터넷 업계가 침체돼 있다.투자도 부진하고 획기적인 서비스도 없다.

 인터넷 순위조사기업 알렉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0대 웹사이트 중 4개가,30대 웹사이트 중 14개가 웹2.0 사이트이다.반면 한국에서는 10대 웹사이트 중에는 웹2.0 사이트가 하나도 없다.30대 웹사이트까지 뒤져야 3개가 나올 뿐이다.웹2.0이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뭘까.한때 ‘인터넷 강국’이란 말까지 들었는데 왜 이렇게 침체됐을까.각계 전문가 5명이 모여 한국 웹2.0의 현황과 문제점,대책 등에 관해 토론했다.토론에서 오간 얘기들을 간략히 정리해 봤다.

오른쪽부터 박병우 팀장,김태우 블로거,문규학 대표,김창원 대표,이경전 교수,임원기 기자

<토론회 참석자>(가나다순)
김창원 태터앤컴퍼니 공동대표
김태우 전업 블로거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박병우 문화관광부 뉴미디어팀장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임원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 기자=당초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께 웹 2.0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토론회를 한번 갖자는 말씀을 드렸는데,이렇게 빠른 답변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만나뵙기 힘든 각 계의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주신 것 만으로 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초 말씀드린 대로 오늘 자리는 웹2.0의 한국적 현실을 짚어보고자 만들어졌습니다.한국의 웹2.0이 처한 현실은 어떤가? 왜 우리는 주변에서 웹2.0을 말만 많이 들을 뿐 구체적인 기업활동을 보기 힘든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이 외국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대책은 없을까?
 이런 다양한 주제를 논하기에 시간이 짧을 수 있겠지만,기탄없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자리를 마련하는 부탁을 드려놓고선,사회까지 맡아달라고 부탁드려 죄송합니다.문 대표님,부탁합니다.

 

▷문 대표=우선 도대체 웹2.0이란 무엇일까 정의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정의를 내리는 데 있어서는 역시 교수님이 최고죠.이 교수님 좀 부탁드립니다.

 

▷이 교수=솔직히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은데요.제가 볼 때 가장 간략한 정의는 최근 몇 년간에 걸쳐 발생한 웹의 환경 변화와 방향성을 웹2.0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웹이 구조화됐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구조화된 웹입니다.참여,공유,개방을 보통 키워드로 말합니다.

 

▷문 대표=개념 정의하는 것이 아주 어렵습니다.관점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웹이 변화된 것을 그러면 웹2.0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태우씨께서는 1.0과 2.0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지요.

 

▷김태우-웹의 구조 자체는 본래 분산화되고 민주적인 것이 많았습니다.이게 웹의 원래 성격이었는데 웹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기존의 미디어의 성격을 많이 닮아가게 됐습니다.그러던 것이 2004년을 넘어서면서 일반인들이 만들어가는 웹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겁니다.이것을 사람들은 웹2.0이라고 부릅니다.

 

▷문 대표=200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세계 강국’으로 통했습니다.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이나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세계 1위였죠.그런데 2004년을 기점으로 주도권을 상실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초고속인터넷에서 일본이 추월하기 시작했고,미국과 유럽은 웹2.0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습니다.인터넷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매출이 적어도 100억원은 돼야 합니다.그런데 한국 웹2.0 기업 중에는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 대표=저는 매출보다 웹2.0은 남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웹 사용 형태를 바꿨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봅니다.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네이버 뉴스,다음 카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즉 웹2.0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행태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겁니다.이것이 한국 인터넷 산업과 웹2.0의 한계이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 팀장=수년 전 많은 사람들이 문화부로 찾아와서 ‘웹 기반의 서비스’에 관해 묻곤 했습니다.그들 중에는 웹2.0 초기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도 많았고 지금 생각해봐도 혁신적인 서비스들도 있었습니다.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니 창업에 성공한 이가 거의 없습니다.창업을 포기했거나 창업했지만 실패한 거죠.대부분 대기업 관리자로 들어간 이가 많았습니다.


▷문 대표=제가 지난해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설득해보려고 했던거죠.벤처를 한 번 해보라고.그런데 체험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요즘 젊은이들은 고등학생 시절 ‘닷컴 버블’이 꺼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가족이나 친지가 벤처를 했다가 망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그러다 보니 진로를 정할 때 무엇보다 안정성을 따지는 성향이 강합니다.벤처 창업 하겠다고 하면 정신나간 사람 취급받는 게 현실이죠.지금 한국에는 웹2.0 벤처 정신이 없습니다.


▷임 기자=한국과 미국의 웹2.0기업들이 현황이 어떻게 다른가요? 이를테면 한국은 몇 개인데,미국은 몇 개 라던가..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 대표=제가 볼 때는 30여개 기업 정도? 그 정도가 웹2.0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미국에서는 상위 15위의 벤처캐피탈이(2300개 중에) 투자한 웹2.0기업이 164개입니다.기업 하나당 150억원 이상 투자했죠.그런데 한국에서는 전체 웹2.0기업을 통털어서 30-40개 밖에 안됩니다.


▷이 교수=미국에서 인터넷 업체인 구글이 새로운 강자로 뜨면서 웹2.0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웹2.0을 잘 모릅니다.네티즌들도 웹2.0 시대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한국 네티즌들은 아직도 포털식 일방주의적 서비스에 익숙해 있습니다.

▷문 대표=웹은 해당 국가의 문화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쓸 만한 가치와 정보를 인터넷에 얼마나 축적해 놓았느냐가 중요한 거죠.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많은 정보를 축적했습니다.그것이 공유와 개방이란 새로운 추세와 만나면서 웹2.0을 탄생시켰습니다.한국은 정보 축적이 매우 미흡한 것 같습니다.그래서 (지식검색을 내건) 네이버가 성공하지 않았을까.없으니깐 만든 거죠.


▷이 교수=웹2.0에서 참여·공유·개방은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입니다.구글은 참여·공유·개방이라고 포장했지만 이를 통해 자기네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투자를 하고,돈이 있어야 웹2.0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또 창업자와 벤처캐피탈이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박 팀장=우리나라 웹2.0은 콘텐츠가 약합니다.문 대표 지적대로 지식 축적이 미흡하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가 쉽지 않은 거죠.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표현해야 웹2.0이 대중화된다고 생각합니다.지식을 제대로 축적하려면 유저(사용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 PC 교육 등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웹2.0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이런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기자=웹2.0의 활용에 있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그런데 한국은 웹2.0의 확산과 전파,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블로그의 모습에서도 외국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태우=미국에서 웹2.0이 확산된 데는 블로거들의 힘이 컸습니다.쓸 만한 지식은 나이든 분들이 축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웹이 활성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블로거들의 평균 연령이 한국은 30대 초·중반인 반면 미국은 50대거든요.콘텐츠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웹2.0 벤처의 영역 자체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산업군에 웹2.0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미디어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는 거죠.헬스케어 같은 분야에도 얼마든지 웹2.0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학계의 블로그 활용 모습도 사뭇 다릅니다.미국에서는 학계 블로그가 활발합니다.한국과 많이 다른 점이죠.미국의 교수 중에는 자신의 책을 온라인에 공개한 사람도 있습니다.The wealth of Networks라는 책을 갖고 만든 블로그가 있습니다.뱅클러 교수의 700페이지 책으로 만든 이 블로그에는 수만명이 참여해 책의 내용의 강의를 만들어갑니다.저는 900명 정도가 회원으로 있는 블로그를 그냥 운영하고 있는데 이 교수는 강의 자체를 위키피디아 형태로 참여를 내세워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김 대표=사실 웹2.0에 대해 논할 땐 실리콘밸리냐 아니냐로 구분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한국은 여전히 잘하고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다만 실리콘밸리엔 많이 뒤져있죠.실리콘밸리를 제외하곤 어느 곳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김태우=맞습니다.실리콘밸리의 웹2.0에 대한 엄청난 기술적,개념적 진보에 좀 기가 질려있긴 하죠.거기서는 금융공학적 기법마저 동원하고 있습니다.수익모델도 잡혀 있죠.그거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멀었지만,사용자들 개개인의 모습에선 결코 뒤쳐지지 않습니다.


▷문 대표=건강한 위기의식,긴장감,이런 것이 우리 인터넷 업계에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웹 생태계를 복원하고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우리나라 웹2.0이나 ‘블로고스피어’는 아주 외롭다는 느낌이 듭니다.자신들만의 ‘섬’에 빠져 있다고 보여집니다.블로고스피어에 있는 네티즌들에게 배를 나눠주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게 할 필요성이 절실합니다.여기 계신 분들이 그런 역할의 일부를 담당해야 할 것도 같습니다.오늘 토론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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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웸2.0과 뉴미디어에 대한 현실적인 강의를 경영학과에서 하고 있는 특이한 인물이다.때문에 가끔 저널리즘학과 교수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뉴미디어 영역에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의 강의는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를 최근에 만나 뉴미디어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밌는 말을 들었다.'청와대 홈페이지와 백악관 홈페이지의 차이점'에 대해 그가 물은 것이다.솔직히 나는 두 곳의 홈페이지를 가끔 들어가기는 해도 유심히 구조를 들여다보거나 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청와대 홈페이지가 일방적이라면 백악관 홈페이지는 쌍방향적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정부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신문고 스타일에서 시작했습니다.억울한 게 있으면 여기 들어와서 정부 정책을 좀 들여다보면서 이해도를 높이고 그래도 정 힘들면 신고하라는 방식이죠.그런데 이게 점점 더 일방주의적으로 되고 있습니다.전 세계적인 웹2.0 트렌드와는 전혀 동떨어집니다.청와대 홈페이지 한번 들어가보세요.일방적인 주장과 언론의 보도에 대한 반론 내용으로만 가득차 있습니다.그야말로 자신들의 입장 대변하는 곳으로,국민을 대상으로 주장을 펼치는 곳으로만 홈페이지를 활용합니다.

 백악관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심지어 대통령을 자신의 행사에 초대할 수도 있어요.대통령 이메일 뿐 아니라 주요 직원들 이메일 주소가 다 기록돼 있습니다.연락처도 있어요.누구나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는 2002년부터 주요 국가 정부의 홈페이지를 연구하면서 차이점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2002년에도 그랬는데 5년 넘게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정부 기관의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변한 게 별로 없습니다.청와대에 전화를 걸 수 있게끔 마련해 놓지도 않았죠."


 이 교수가 보기에 이것은 참여와 개방을 전제로 하는 인터넷에 대해 한국의 권력 상층부가 얼마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상호 활발하게 의사 소통을 해야 하는 인터넷을 아직도 대자보 수준으로만 파악하고 있는 증거다.


 "한국은 아직도 인터넷이라는 세계의 진정한 의미와 활용도,가치에 대해 사회 상층부부터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한국이 인터넷 인프라라는 환경을 잘 구축해 놓고도 정작 그 활용과 발전에선 서구 사회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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