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

간단한 질문이지만, 성공한 창업가를 만나 누구라도 가장 처음에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질문을 숱하게 던졌고 성공한 기업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 바로 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라는 제목의 책은 이처럼 창업가들에게 듣고 싶은 핵심적인 질문을 주제로 출간됐다. 현재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그것도 창업을 꿈꾸고 있는 젊은이들이 직접 성공한 창업가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오가는 대화를 녹취록을 풀듯이 써내려갔다.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손주은 메가스터디 창업자,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 등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만나고 싶어할만한 8명의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최대한 현장감과 자신들의 궁금함 그리고 그것이 해소되는 과정을 드러냈다. 주제 뿐 아니라 풀어나가는 방식도 흥미롭다. 어떻게 대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이들을 만났다.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의 공동 저자들. 왼쪽부터 이상호, 김준호, 최우정>

◆답답함을 풀고 싶다

서울대 법학과 05학번인 김준호 군은 책의 출발점이 된 질문을 던지고, 이 작업을 시작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법학과 학생으로는 매우 특이하게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택했고 컴퓨터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서울대 벤처동아리인 서울대 학생벤처네트워크(SNU SV) 활동도 했다. 

 그가 처음부터 책을 써야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막막하더라구요. 제가 엔지니어가 아니다보니 더욱 그랬구요.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답답했죠. 대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하기 시작한 거구요. 창업과 관련해 저 자신의 답답함을 풀어보겠다는 게 주된 목적이었죠. ”

 원래 그는 일단 대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다음 이를 동아리 게시판에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으로 내도 되지 않겠냐’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답답함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대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기록으로까지 남겨보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런 답답함을 안고 있어도 그냥 넘기기 때문이다. 답답함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남다른 경험에서 오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2011년에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가 주최한 글로벌스타트업워크샵(GSW)이 있었는데 여기서 제가 연사 섭외하는 일을 맡았어요. 그때 황창규, 이재웅 등 성공한 기업가나 벤처기업인 등을 섭외해 보면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할 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역시 무슨 계기가 있겠지 싶었다.

 하여간 이런 경험을 한 덕에 그는 자신의 창업의 궁금증, 더 나아가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가질 만한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8명이 모이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김준호군은 벤처동아리 게시판에 함께 인터뷰하는 작업을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깃발들고, ‘일을 시작할테니 관심있는 사람은 모두 모여라!’ 이런 식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을 까다롭게 골랐다. 아무래도 그가 갖고 있는 그런 문제의식과 비슷한 문제의식, 아니 유사한 관심사가 있어야 함께 일을 해나가면서 문제가 없을 터였다. 그래서 그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을 하면서 한가지 공통된 질문을 던졌어요. ‘창업을 한다면, 누구와 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이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거죠.”

 그렇게 해서 김준호를 포함해 총 8명이 모이게 됐다. 이 중 6명은 서울대 학생벤처네트워크 동아리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등 서울대생이고 나머지 2명은 연세대, 고려대 재학생이었다. 

 이들을 만났을 때 공동 저자 중 2명이 함께 나왔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9학번 이상호는 연세대학교 벤처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2009년)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이 개발자로 변신을 꾀해야한다는 생각을 한편 하면서 창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준호가 올린 모집 공고를 보고, ‘창업을 하고 싶어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기획이다’라고 판단, 응모를 했고 함께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2012년 SNUSV 동아리 부회장을 맡았던 최우정은 서울대 디자인 08학번. 그 역시 쟁쟁한 학교 선배들의 창업 스토리를 보면서 창업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알고 싶었다. 김준호가 올린 내용은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도 합류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꿈이 생겼다

대부분 책을 쓴다는 일 자체가 처음인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일을 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2012년 2월에 팀원을 모집했고, 바로 인터뷰 작업에 들어갔는데, 2013년 2월에야 마지막 인터뷰가 끝났죠. 그런데 그 뒤로 책이 나오는데는 다시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더라구요.” 리더격인 김준호의 설명.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자들로부터 직접 책을 받았다. 디자인이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디자인을 전공으로 한 최우정씨가 직접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저자가 직접 디자인을 했으니 남다를수밖에 없다. 

 이들은 김범수, 장병규, 손주은, 권도균, 이택경 등 일선 취재기자들도 만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을 직접 일일이 만나 인터뷰를 했다. 자신들이 궁금한 창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성공한 창업가들이 한 말을 그대로 녹취를 따서 옮겨 적었다. 덕분에 바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이 되는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대신 이들 자신의 해석이나 평가, 생각 등은 대부분 배제했다. 즉 대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창업가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내는, 즉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능력도 상당한 것 같았다. 덕분에 나도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옛 이야기, 속마음, 하고 싶은 일들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무려 2년에 걸친 작업을 하는 동안 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김준호는 “오히려 조급한 마음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하루라도 빨리 창업을 해 보겠다는, 창업 자체에 대한 목적 의식이 강했고 그래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는 것에 대한 조급함이 많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느긋한 마음마저 갖게 됐다는 것. “아직 병역특례 기간이 남아있어서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등 해외에 나가 외국업체에서 일해보는 기회도 갖고 싶어요. 그러면서 창업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함께 자리를 한 이상호는 일단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군대에서 개발자가 될 지 아니면 팀을 만들어 창업을 할 지 좀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한다. 게임업체 취직을 생각하고 있던 최우정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만의 꿈이 생겼다고 한다. “디자이너 생산자들을 위한 툴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런 목표를 갖고 앞으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다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들 역시 2년여 시간동안 큰 변화를 겪지 않았을까. 그게 책이 나온 것 못지 않게 이들에게 중요해보였다. 그리고 2년간의 작업으로 나온 책이 창업을 고민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생각과 고민의 시간을 갖게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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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국내 최초의 음성인식 문자전송 서비스가 나왔다. 음성인식 전문업체 다이알로이드(www.dialoid.com)가 만든 음성인식 문자전송 앱 ‘다이알로이드’가 11일 구글플레이를 통해 출시됐다.

 다이알로이드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내 연락처 정보에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는 ‘이강토’라는 친구에게 ‘오늘 드라마 내용이 감동적이었어’라는 문자를 보내고 싶을 경우, 1)스마트폰에서 다이알로이드 앱을 찾아 실행한 후 2)“이강토 문자 오늘 드라마 내용이 감동적이었어”라고 말만 하면 끝이다. 앱을 실행하는 손동작 이외에는 어떤 작동도 필요없이 음성만으로 문자 전송이 완료된다. 방금 온 문자에 대한 답장을 발송할 때에도 ‘답장 문자 확인했다 있다 보자’라고 말만 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문자 전송을 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에서 문자 메세지 보내기 메뉴로 들어가 전송할 메세지를 입력한 후 연락처 정보에서 수신자를 찾아 ‘전송’ 버튼을 누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재 나와 있는 음성 인식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문자 보내기 기능 역시 애플리케이션 실행 후 문자 보내기 선택, 문자 전송 등 수차례의 손동작이 필요하다. ‘다이알로이드’는 이 모든 과정을 ‘앱 열고 말하면 끝’인 ‘2 Step 문자 전송’으로 단순화 시켰다.

 이상호 대표는 처음부터 ‘앱을 실행하면 바로 되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음성 인식 기술 자체에 대해선 자신감이 있었다. 다만 소비자들이 이것을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작동의 편의성에 더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상호 대표와 다이알로이드 개발진에 대해선 한국의 스타트업 여든두번째 이야기에서 다룬 바 있다. 그들의 자세한 스토리는 이 글을 참고하시는 게 좋을 듯 하다. 여기서 간략하게만 설명하자면, 개발사인 ‘다이알로이드’는 NHN 기술연구팀 출신 4인이 2012년 2월에 설립한 음성인식 전문기업이다. 창업자 4인 모두 15년 이상의 음성 처리 및 검색 분야 경력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음성인식 개발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독보적인 한국어 연속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특히 한국어가 보유한 특징들을 보다 세심하게 기술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앱이 출시되기 전 이상호 대표를 잠깐 만나 개발 과정의 이야기를 들었다. 개발중이었던 서비스를 직접 시연도 해봤다. 출시 2주전이었기 때문에 아직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음성을 인식하는 부분에 있었던 어떤 다른 음성 인식 관련 앱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엔 문자전송에 있어서 일부 에러가 있었지만 개선을 했기에 출시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음성 인식이라는 것은 문자전송 정도가 아니라 활용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기술이다. 전문 인력도 많지 않고 재정적인 지원이나 시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지와 신념,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믿음만 갖고 묵묵히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쨌든 서비스 자체야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다이알로이드의 기술 개발은 이것이 완성형이 아니다. 지금의 서비스는 운전을 하면서 문자를 보내야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음성 인식 기술이 고도화되면 생활의 모든 곳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공익적인 서비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다이알로이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이제, 다이알로이드는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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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내가 말만 하면 모든 스마트기기가 아니, 전자제품이 척척 움직이고 반응하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인식만 잘하고 그것을 변환하는 정보처리만 잘 되면 가능할테니. 한 걸음 더 나가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그런 IT(정보기술) 세상도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하면 한편으론 ‘너무 편리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지 모른다’는 걱정도 하게 된다. 터미네이터를 비롯해 수많은 공상과학(SF)영화에서 보여졌던 그런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가까운 곳에서 관련 서비스들이 마구 나오고 있기 때문.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에서 시작했던 음성검색이나 아이폰4S에서 처음 선보였던 시리(Siri)가 대표적이다. 

 막연하게 생각해도 앞으로 생활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 이런 기술은 아직까지는 해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미국 회사들이다.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앞서 나가는 이런 외국 업체들과 맞짱을 뜰 만한 한국 기업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알로이드는 이처럼 아주 드물지만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회사다. 이 회사를 설립한 이상호 대표는 2010년 12월 NHN이 네이버 모바일 앱에서 음성검색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그 서비스를 만든 4명 중 한 명이었고 이들 중 가장 선임자였다. 그는 사업에 잔뼈가 굵은 사람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오랜 직장 생활 끝에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면,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뭔가 아주 큰 계기가 있었거나 자신감이 생겼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음성 검색

이상호 대표는 국내에서 100명이 채 안될 것으로 추산되는 음성 검색 기술 관련 전문가다. 특이한 전공을 한 셈이다. 동국대학교 전산학과 89학번인 이 대표는 199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자연어처리를 전공으로 했다. 그가 음성 검색과 관련된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게 된 것은 1995년부터. 박사과정에 들어가면서 그는 전공으로 음성합성을 택했다. 졸업후 LG전자를 간 그가 일한 곳은 음성인식팀. LG전자에는 이미 그 때부터 음성인식과 관련된 팀이 있었다고 한다. 음성 합성, 즉 text를 voice로 바꿔 기계가 인간처럼 말 할 수 있게 하는 운율생성 기술을 전공으로 했던 그가 음성 인식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LG전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공교롭게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검색의 필수인 자연어처리, 음성 합성, 음성 인식을 모두 터득하게 됐다. 

 이 대표가 음성 합성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기로 한 것에는 아주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재밌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한다. 

 “벌써 20년 전부터 음성 인식, 음성 검색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 나와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엔 기술적으로 처리할 만큼 중앙처리장치의 속도가 빠르지 못했고 관련 음성 DB(데이터베이스)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음성 합성을 통해 기계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운율을 생성할 수 있다면 재미도 있고, 쓰일 곳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음성 인식을 상업화하는 모델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함도 많았다. 시장은 아직 멀어보였다. 2004년 LG전자를 나온 이상호 대표는 한국산업기술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가 교수생활을 하던 시절, 국내에서 NHN의 검색 포털 네이버가 다음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해외에서는 구글이 급성장하고 있었다. 이런 세상을 보면서 “아직 늦지 않았으니 검색 분야에 다시 도전을 해 볼까”는 생각을 하던 차.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였다.

 2005년 장병규 사장은 검색 기술 개발업체 첫눈을 설립하면서 이상호 대표에게 함께 하자고 했다. 첫눈에 합류하면서 그의 인생은 다시 달라졌다. 검색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직접 하고 첫눈에 NHN에 팔리면서 그는 NHN에서 본격적으로 검색 업무를 맡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의 전공 분야에서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네이버 음성검색을 만들다

NHN에 있던 2010년 7월. 이준호 NHN CTO가 ‘음성검색 기술을 새로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상호 대표를 비롯, 4명이 투입됐다. 4개월여의 기간동안 씨름한 끝에 그해 말 네이버 음성검색이 나왔다. 물론 네이버에서는 그 이전부터 음성검색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품질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이상호 대표팀이 만든 음성 검색에 대해선 외부의 평가 뿐 아니라 그도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훌륭했다.

 “제가 석사 1학년때인 1993년 IBM에서 인터넷문서를 통계적 방식으로 돌려 번역을 하는 그런 Frame에 대한 논문이 나왔어요. 그런데 사실 처음에 그걸 봤을 때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죠. 통계만으로 가능할까 싶었던 거에요. 당시에 그만큼 DB가 많지 않았던 탓도 있었죠. 그런데 그 뒤로 20년이 흐른 지금은 아직 완벽하진 않더라도 인터넷에서 쉽게 문서를 번역할 수 있거든요. 당시의 이론적인 틀이 그대로 구현이 된 셈이죠.”

 그가 볼 때는 음성 인식, 음성 합성, 음성 검색도 마찬가지다. 결국 결과물은 통계로 결정된다. 통계를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하다. 20년 전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조건이 다 갖춰졌다. 진짜 음성검색을 해 볼 만한 시기가 된 것이다.

 “20년 전에는 리얼타임의 10배 원칙이 적용됐었죠. 즉 2초동안 말하면 그것을 인식하는 데 20초가 걸렸던 거에요. CPU 성능때문이기도 하고 단말기의 문제도 있었죠. 그런데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통계를 돌릴 만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음성 검색이 가능해진 거에요. 단말기에서는 음성을 수집만 하고 실제 음성 인식 및 합성은 서버에서 다 이뤄지면서 오늘날의 음성 검색 서비스가 완성된 겁니다.”

 네이버에서 제대로 된 음성검색 서비스를 만든 이상호 대표. 2011년엔 아이폰이 시리를 출시하면서 음성인식과 관련된 서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그로서는 본격적으로 실력발휘를 할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얼마 안 돼 회사를 나왔다. 왜 그랬을까.

 “NHN이 예전만큼 음성 검색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이유는 아니었어요.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내가 만든 기술을 모든 사람이 쓰는 것을 보고 싶었다

‘내가 만든 기술이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고 싶다는 것. 그것을 책임지고 해 보고 싶다는 것’ 이것이 이상호 대표가 NHN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물론 시리가 나오고 사람들이 이에 열광하는 것을 보며 “아 이제 시장이 열렸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중요했다.

  다이알로이드(Dialoid)라는 회사 이름은 대화(Dialogue)와 로봇(Android)의 조합으로 만든 말이다. 말 그대로 대화를 하는 로봇이란 뜻. 스마트폰에서의 음성 인식이나 검색 수준을 뛰어넘어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문맥을 파악하고 공감을 하는 그런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꿈이 서려 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기술 개발에 올인한다. 구체적인 서비스를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게 제일 급합니다.”

 멤버는 이상호 대표를 비롯해 4명의 NHN 출신 개발자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9월에 1차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완성하는 게 목표다. 이 기술은 API형태로 공개된다. 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다른 업체들의 몫이다. 

 과거 PC 시대에는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다. 명령어를 외워 입력하지 않으면 컴퓨터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대화를 나눌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이콘 방식으로 클릭하면 되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가 나오면서 컴퓨터와의 대화는 좀 더 쉬워졌다. 터치형은 아이콘을 기반으로 하되 추가적인 부가물이 없이 바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금 대세가 된 방식이다. 시각과 촉각 다음으로는 인간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음성기반의 유저인터페이스가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알로이드는 바로 이 대화형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의 아주 드문 벤처기업이다.

“최소한 한국어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어떤 회사가 만든 것보다 우수한 음성 인식 기술을 만들어야죠. 원천 기술만 확보하면 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다만 기본에 충실한 게 어려운 거죠. 인간을 유심히 탐구하면 답이 나옵니다. 결국 인간에 대해 깊이 탐구를 해 이를 컴퓨터에 가장 유사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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