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팔 김형석 대표. 애초에 그를 만난 것은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어서였다. 의욕적으로 출범한 카카오페이지는 왜 실패했을까. 콘텐츠플랫폼이 정착하기 위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을까. 콘텐츠 거래 시장이 과연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는 특히 전자책과 같은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가 온라인·모바일에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거였다.

 그는 전자책 시장에 올인해 살아온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대화를 나누기에 더 적합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궁금한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이 완성된 콘텐츠로서의 텍스트를 어떻게 접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텍스트는 꼭 전자책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김형석 대표 역시 불확실한 미래와 고난 투성이의 현실을 끌어안고 고민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는 약 2년전부터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한 답을 내리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그의 창업 스토리가 오롯이 배어 있었다.

◆불완전한 실패

김형석 대표는 1994년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사회 생활을 첫발을 내딛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87학번인 그로서는 엔지니어로서의 출발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아니 무엇보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답답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커리어에 대전환을 꾀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14년 광고 및 마케팅 분야 경력의 출발점이 됐다. 그가 IT업계로 온 것은 2000년. 당시 트렌디했던 여성포털과, 게임업체 CCR 등에서 광고와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아예 광고회사에 몸을 담았다. 

 창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2007년 유행을 탔던 블로그를 보면서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 이 생각이 사실 그 이후 그의 창업 스토리를 좌우하게 된다. “그 때 서비스2.0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블로그 콘텐츠를 가공해서 PC에서 e-book 형태로 판매하는 일을 했어요. 오프라인에서 매거진 형태로 발매하기도 했죠. ‘콘텐츠 마켓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땐 가능성이 있어 보였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안됐지만요.”

 잘 안된 이유는 뭐였을까. 그는 PC 자체의 성격을 우선 거론했다. “PC는 콘텐츠 소비보다는 생산에 적합한 도구인 것 같아요. 게임 등 특정 콘텐츠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PC에서 콘텐츠 소비를 잘 하진 않아요. PC는 일을 하는 도구이자 장소라는 개념이 강하죠.”

 게다가 병행한 오프라인 매거진, 이 분야는 그야말로 죽어가는 시장이었다. 이 와중에 그는 개발툴과 생산자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었다. “차라리 콘텐츠 소싱을 했으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물론 그래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콘텐츠 소싱에 주력해서 좋은 콘텐츠라도 좀 확보를 해놓고 있었으면, 실패를 했을 때라도 남는 게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남는 것이란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한 여지’? 일종의 그런 것을 뜻하는 것 같다. 

 하여간 그에게 그런 ‘여지’는 허용되지 않았다. 2년여만에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한편으로는 너무 여유롭게, 스타트업치곤 별로 부족함없이 사업을 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창업은 좀 쪼들려서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절박함을 갖고 뭔가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하거든요. 첫번째 창업은 방향만 못 잡고 시간만 보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첫 창업에서 그가 겪었던 어려움은 이거였다.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확실한 방향성은 없었다. 그래서 회의를 거듭하면서 회사는 계속해서 ‘개발중’이었고, 뭐든 만들고 있다는 현실이 ‘그래도 우리는 뭔가 하고 있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이디어와 열정만 갖고는 안된다는 깨달음이 성과였다면 성과였다. 결국 경험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게 그의 결론. 그가 첫 창업에 대해 ‘불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때문이었다. 시도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

실패를 겪은 뒤 후유증은 분명히 있었다. 돈도 잃었지만 그에겐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더 컸다. “고객DB든, 서비스든, 콘텐츠 등 뭐든 남았어야 해요.” 

 홍보대행사에 들어가 일하던 그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때마침 불어닥친 ‘스마트폰 붐’. 첫 창업당시 그를 괴롭혔던 문제의식, 즉 ‘PC는 콘텐츠 소비를 하기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의문을 스마트폰은 일거에 해소해줬다. “스마트폰은 확실히 콘텐츠 소비도구에요. PC와는 완전히 다르죠! 이건 되지 않을까? ”

 순식간에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창업을 하고픈 욕구가 다시 꿈틀거렸다. 그렇게 고생하고 자책의 시간을 가졌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당연히 자금은 부족했고, 과거 창업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 다시 힘든 길을 가려고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다가 망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 남이 먼저 하는 것을 본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어느날 남이 먼저 해내는 것을 본다면? 내가 당장 좀 편하게 살기 위해 선택하지 않았던 그 길에 누군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해 성공해내는 것을 본다면? 이건 정말 못 참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죠. ”

 그래서 그는 다시 도전에 나섰다. 2011년 3월이었다. 옛 전우 박대령 이사가 달려왔다. 이번엔 정말 바닥에서 시작했다. 사무실을 구할 돈도 없어서 커피숍에서 모였다. 커피숍에서는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낮 시간에 모여 회의를 하고 각자 집에 돌아가 개발을 해서 다시 모여 회의를 하는 식이었다.

 일이 시작되면 도와주는 손길이 있는 법. 지인이 3000만원을 빌려줘 종로에 창문도 없는 골방을 사무실겸 얻었다. 절박함은 속도를 높여줬다. 5월 앱개발을 시작했는데 6월에 바로 출시됐다. 앱 이름은 북팔. 회사 이름과 같다. 책(book)에 친구(pal)를 합성했다. 무료책을 기치로 내걸었다. 처음에 200권을 공짜로 풀고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얻겠다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그에겐 사람들이 일단 책을 보게 하는 게 중요했다. 

 “처음 앱을 내면서 연말까지 앱 다운로드 10만건만 달성할 수 있으면 대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왠 걸, 1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죠.”

 북팔을 시작할 때 그의 생각은 ‘3년 동안 비즈니스 생각하지 말고 콘텐츠만 쌓겠다’는 것. 첫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보다 ‘콘텐츠’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만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다운로드가 이뤄지자 생각이 달라졌다. “어? 이거 수익이 나겠는걸?”

 종로 골방에 있던 사무실을 강남으로 옮겼다. 엔젤투자이긴 하지만 투자도 좀 받았다. “광고를 붙이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운로드 수가 되니깐요. 그런데 광고 시장이 너무 빠르더군요. 특정 시장을 겨냥해 광고 상품을 개발하다 2-3달 지나가다보면 해당 광고 시장이 사라져버리는 거에요.”

◆죽음의 골짜기, 끝이 보인다!

예상을 뛰어넘는 다운로드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이것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다시한번 헝그리 정신의 필요성을 절감한 김 대표. 사무실을 상암동으로 옮기고 조직도 추스렸다. 

 북팔은 기존 종이책을 전자책화해 서비스하기도 하지만 모바일에 특화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놓고 독자들을 만나게 해 주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즉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전자책을 사고 파는 장터 역할도 하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기존 책의 전자책 버전이 아닌 소셜 퍼블리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셜퍼블리싱은 오프라인의 출판방식으로 출판되지 않는 개인화된 출판방식을 뜻한다. 그는 모바일 전자책 시장이 바로 이 소셜퍼블리싱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왜?

 “한해 국내 출판물 시장을 최대한 크게 잡아 2조원이라고 볼 때, 이중에서 최대 20%가 전자책으로 팔린다고 해도 4000억원을 넘지 못합니다. (2016년 전세계시장 종이책 대비 전자책의 비중은 17.6%, 한국콘텐츠 진흥원 기획조사 자료) 출판 사업 구성을 원작-출판-유통-플랫폼으로 구분해 볼 때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서비스를 통해 출판 또는 유통이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은 전체의 15% 수준이죠. 즉 전자책 업계가 기대하는 전체 매출이 500억원에서 600억원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이를 상위 두세개 업체가 나누고 1위 업체가 50%를 챙긴다고 해도 300억원에 불과하죠. 이는 미래의 성장성을 담보로 사업을 펼치는 벤처기업이 할 몫이 아닙니다.”

 자 그럼 소셜퍼블리싱은 왜 희망이 있을까. 커머스와 광고에서 수익을 찾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 두 시장은 합쳐서 수십조원에 달한다. 좋은 작가의 글을 무료로 출판하고 광고, 커머스와 결합해 수익을 내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 그래서 김 대표는 우선 기성출판시장에 소외된 개별 작가들을 네트워킹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이것을 ‘출판의 소셜화’라고 불렀다. 이를 전자책으로 제작하여 무료콘텐츠로 배포하고 광고 비지니스와 결합시켜 수익을 만드는 게 북팔의 역할. 여기에 작가를 매니지먼트하고 수익을 쉐어하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까지 지향하고 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차근차근 실현되는 중. 북팔은 8월말까지 누적 다운로드 240만건을 기록했다. 북팔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는 1200명에 달하며 이들이 만들어낸 전자책은 무려 2000여권이다. 소비자들은 4000만권에 달하는 전자책을 다운로드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3가지.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하고 서비스를 유료로 하는 방식이 첫째다. 예를 들어 책장에 꽂을 수 있는 책의 수를 제한하는 방식 등이다. 일부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이 두번째 BM. 마지막으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그는 콘텐츠의 경우 플랫폼이 직접 콘텐츠를 소싱하는 능력 뿐 아니라 책임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출판사나 유통업자들에게 각자 자신들의 책임하에 제품을 알아서 가져오고, 판매하라고 하면 시장 형성 자체가 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직도 제이커브의 골짜기에 있는 상황입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래도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팀웍을 유지하고 꿋꿋이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연말께는 월 BEP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격 매출은 내년부터죠. 이제부터는 서비스 고도화가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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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이 시점에 이 일을 하지?” 어떤 일이 눈 앞에 닥쳤을 때, 또는 어떤 기회를 만났을 때, ‘닥쳤으니 해야지’ 하면서도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 중 상당수에 대해 우리는 이유와 목적, 방향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 겪었던 일들이 나중에 자신의 삶에 자양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직접적인 생존 또는 성공의 근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비교적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방향이 조금만 틀어지면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일들이 자신을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북잼 조한열 대표는 자신도 뚜렷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금의 사업을 착실하게 준비해 창업한 그런 케이스가 됐다. 이 과정의 대부분을 그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매 순간 그가 막연하게나마 어떤 지향점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나온 과정들이 협력하여 선한 결말을 맺었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와 더불어 한국의 벤처산업을 움직이는 양대 산맥에 해당될 정도의 학교·학과지만 94학번 출신 중에는 창업자가 적은 편이다. 80년대 후반 선배들에게 창업의 광풍이 몰아닥친 후의 어떤 공백기 같기도 하다. 조 대표는 서울대 컴공과 94학번이다.

 졸업하고 그는 넷사랑컴퓨터라는 벤처기업에서 병역특례로 일했다.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수출하는 회사였는데 유닉스 윈도에서 작업한 내용을 MS 윈도에서 작업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를 제공했다. 다른 수많은 창업자들의 스토리처럼 그도 이 회사에서 사람을 하나 만났다. 그게 넷사랑컴퓨터에서 가장 보람된 일 아니었을까.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96학번 출신의 유찬씨는 그 당시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이자, 경쟁자였다. 물론 처음부터 함께 창업을 계획할 정도의 친분이 이들에게는 없었다.

 항상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일에 골몰하던 조 대표는 병특을 마치고 2005년 칩셋미디어라는 회사로 입사했다. “소프트웨어는 어느 정도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드웨어를 너무 모르겠더라구요. 하드웨어 부분을 알아야겠다 싶어서 들어갔습니다.”

 2008년까지 이 회사에 있으면서 동 하드웨어 칩셋과 동영상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그는 그저 하드웨어가 궁금해서 들어간 거였지만 하필이면 이 회사가 동영상 인코딩, 디코딩 및 관련 칩을 만드는 회사여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모바일 환경에서 동영상 및 각종 프로그램의 구동 원리를 배우게 된다. 

 회사를 잘 다니던 그가 창업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2006년부터. “사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으니 창업했죠. 하하. 그런데 당시엔 어린 마음에 이런 치기어린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 최고경영자가 어떤 것들을 고려해서 결정을 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답답한 부분도 있었고, 나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거죠. 나중에 창업을 해서 보니 창업자의 고충을 알겠더라구요.”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2006년 첫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블로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있는 많은 콘텐츠를 수집하고 편집해서 보여주는 그런 일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큐레이션인데, 그 당시엔 그 말이 생각이 안났다고 한다. 사업계획서를 만들었지만, 그에겐 일을 같이 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그에게 한 사람이 떠올랐다.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

사업 준비 막바지 시점에 조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다.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넷사랑컴퓨터에서 함께 일했던 유찬씨가 회사를 나오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소식을 듣자마자 조 대표는 그를 찾아가 함께 창업을 하자고 설득했다. 함께 일해봤기에 그의 실력을 알고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머리 속에 그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인터큐비트라는 회사를 2008년 설립했다. 이미 결혼한 상태여서 돈을 버는게 중요했기에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외주 용역을 계속 따서 했다. 한 사람이 외주 일을 하면 다른 한 사람은 본업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6000만원짜리 아이폰용 앱 개발 용역을 따내기도 했다. 물론 나름대로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용역을 했다고 한다. “돈만 보고 덥석 하지 말고 미래에 도움이 될 용역을 하자.”

 그러던 어느날 작은 출판사에서 그를 찾아왔다. 2010년이었다.  

 “전자책을 내겠다면서 용역을 해 줄 수 있냐고 찾아왔어요. 2000만원을 불렀는데, 깜짝 놀라더라구요. 그 정도의 액수인줄 상상도 못했겠죠. 저흰 저희대로 출판 시장을 전혀 몰라 나름대로 금액을 많이 낮춰서 불렀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의견이 안 맞았으니 그냥 돌려보내고 끝났을까. 그렇지 않았다. 출판사를 만나고 호기심이 든 그는 그때부터 전자책 시장 스터디를 시작했다. 시장이 될 거라 생각했다. 출판사와 다시 만난 그는 돈을 계속 낮추다 결국 공짜로 만들어주고 이익을 쉐어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앱을 한 달 만에 뚝딱 만들었다. 그 때 나온 책이 ‘청춘을 뒤흔든 한 줄의 공감’이었다. 처음 만든 책이 앱스토어에서 2위까지 올랐다. 생각만큼 돈이 많이 되진 않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시장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봤어요.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효율적으로 잘 전환하고 제작비를 낮추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봤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자책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북잼으로 바꿨다. 위즈덤하우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2011년 1월31일 ‘사소한 차이’라는 전자책을 출시했다. 이 역시 전체 2위까지 올랐다. 게임이 아닌, 전자책으로는 대단한 판매량이었다. 유료인데 1만7000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여러 회사에서 전자책을 만들고 있었는데 북잼이 만든 것은 확실히 달랐다. 왜 다를 수 있을까. 이들은 책 만드는데 완전 초보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2008년 외주를 했다고 했죠? 그때 웹브라우저 용역도 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일이 완전히 전자책과 똑같은 일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전자책을 오랫동안 준비한 셈이 됐죠.” 

◆10년을 해도 질리지 않을 일 

히트작이 줄지어 나왔다. 닥치고 정치는 3만부가 넘게 팔렸고 올 9월 3일 출시한 열혈강호는 한달도 안 돼 10만부를 돌파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이들이 만든 책들이 자신들만 독자적으로 만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 열혈강호의 경우 북잼이 만들기 전에 이미 여러 회사들이 개발, 출시했었다. 하지만 북잼이 만든 열혈강호는 그 이전에 다른 업체들이 만든 열혈강호 전자책 버전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팔렸다. 왜 그럴까. “이퍼브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답이다.

 무슨 소리?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퍼브는 외국에서 만든 거쟎아요. 그런데 미국만 해도 하드커버와 페이퍼백 시장이 나눠져 있어요. 재생용지로 만들고 한번 읽고 버리는 그런 소설책을 비롯해 가볍게 읽는 책들은 대부분 페이퍼백으로 나오죠. 이퍼브는 하드커버와 비교되는 게 아니라 페이퍼백과 비교돼죠. 충분히 읽을 만해요. 그런데 한국은 전혀 달라요. 하드커버가 아니더라도 책들이 다 고급스럽고 예쁘죠. 그래야 팔려요. 페이퍼백이 한국에는 불편하고 낯설어요. 그러니 페이퍼백 느낌의 이퍼브를 좋아할 리가 없죠. 완전히 다른, 우리만의 제작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BXP. 북잼만의 이른바 독자적인 전자책 포맷이다. 독자적인 포맷이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 일단 시장이 아직도 초기 상태라는 것. 이퍼브 체제가 한계를 보였다는 것. 자체 서점을 오픈해 확장을 꾀한다는 것이 조 대표가 생각하는 가능성이다. 

 전자책 사업을 하면서 얼마나 동기부여가 될까. “앞으로 10년을 더 이 일을 하면 기분이 어떨까를 생각했죠. 질리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결정을 했습니다.”

 북잼 포맥의 장점은 여러 해상도에 대응해 최적의 색을 낼 수 있고, 디자인이 예쁜 데다 종이책의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 이 장점을 앞세워 10월말에 저작툴을 공개하고 11월 중에는 독자적인 전자책 서점도 선보일 계획이다. 10년 넘게 초기 시장 상태라는 전자책 시장의 암울함이 그와 북잼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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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범 아이이펍 대표는 첫 눈에 운동선수를 연상케 한다. 다부진 몸매와 씩씩한 말투, 짧고 분명한 태도때문에 그렇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전자책 이야기만 했지만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정말 그는 운동선수 출신이었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그는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창업에 계속 도전해왔다. 분야를 가리지 않았고 나이나 환경을 가리지도 않았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IT 분야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도 했고 스킨스쿠버 강사, 스키 강사, 세탁소 운영까지 별 걸 다해 본 인물이다. 10년 넘게 창업에 도전하고 있는 김철범 대표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빚더미에 앉은 대학 시절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그의 집은 넉넉한 편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 운동을 잘하고 체격이 좋아 중학교 졸업할 때가지 수영선수과 스키 선수로 활동을 했다. 두 가지를 번갈아할 만큼 체력이 좋았다고 한다. 한양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얼마 안돼 첫 시련이 시작됐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님은 미국으로 사업을 하러 떠나셨고 그는 등록금을 내기가 힘들어 대출을 받게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돈을 더 빌렸는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6000만원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의 일이다. 그 시절에는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학생이 이런 빚을 지게 됐으니 학교 다니기가 어려웠을 터. 빚을 잔뜩 지고 그는 골방에서 두달동안 웅크리고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자살을 결심했다. 약을 사가지고 와서 막 입에 털어 넣으려다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죽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돈 때문에 죽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깟 돈이 내 목숨보다 중요할까? ” 그런 생각을 하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 길로 골방을 나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수영 선수로 활동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체력 하나는 남달랐다. 그 덕에 봄 여름 가을에는 수영강사로, 겨울에는 스키강사로 뛰면서 돈을 벌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이 목숨 걸고 하면 정말 되는 구나’ 

 “정말 가진 게 내 몸뚱이 하나 뿐이었던 시절이었지만 막 찾다보니까 길이 열리더라구요. 6000만원을 갚는 1년 6개월 동안 버는 족족 카드사에 보내주기 바빴는데 빚을 다 갚고 제로로 만들던 날 그 카드사 직원이 저에게 진심으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라고요. 카드빚 무서운 걸 그 때 똑똑히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학교로는 결국 돌아가지 못했다. 한양대를 중퇴한 그는 포세이돈이라는 스킨스쿠버 장비 회사에 다녔다. 스킨스쿠버 활동을 하다보니 관련 장비를 하는 일에 눈을 뜬 것이다. 장비를 만들어 팔다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1년 친구와 함께 아쿠아코라는 회사를 창업, 삼성으로부터 발주를 받아 수중디지털카메라 ‘하우징’이라는 것을 개발했다. 100미터 방수가 되고 물속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전문가용 장비였다.

◆계속되는 실패
아쿠아로는 그로서는 처음으로 하는 창업이었다. 삼성과 계약도 체결하고 해외 전시회도 나가는 등 기세 좋게 출발했다. 그런데 제품의 질이 따라오질 못했다. 물속에서 사진은 잘 찍혔지만 한 박자 느린 게 흠이었다. 처음엔 판매가 좀 됐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촬영이 늦게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판매가 뜸해졌다. 결국 그는 2005년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나왔다.

 “그 뒤에도 사실 사업이 잘 되진 않았습니다. 좀 꼬였죠. 방황을 많이 했어요.” 아이디어를 디벨로퍼하는 회사를 창업했지만 실패했고 수중 촬영장비 회사에 취직했는데 이 회사에도 큰 재미를 못 봤다. 2008년까지 버티다 미국으로 넘어가 샌드위치프랜차이즈 사업을 했다. 여기까지 정말 그는 온갖 종류의 일을 다 했다. 그가 창업을 하거나 관여한 회사만 10가지가 넘는다. 미국에서 금융위기때문에 사업 확장이 어려움을 겪자 2010년 2월 귀국했다. 그는 이번에는 다른 일을 할 생각을 하고 들어왔다. 스킨스쿠버나 스키 등과 관련이 없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천리안 등 시숍 활동도 하고 PC통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PC통신을 하면서 온라인에 눈 뜬 세대죠. 그런데 온라인에서 뭔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별로 못했습니다. 이제 해 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에 들어온 직후 그는 한 출판사에 취직을 했다. 거기서 그는 전자책 업무를 배워 키워나갈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을 해보니 전자책과 종이책은 도저히 같이 갈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더라구요. 독자로 다르고 일을 하는 방식도 완전히 서로 상반되고, 문화도 달랐지요. 전자책을 하려면 전자책만 하는 전문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을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배웠습니다.”

<아이이펍 김철범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직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지금은 광화문에 사무실이 있지만 사진을 찍을 당시엔 사무실이 화정역 인근에 있을 때였다.>

◆전자책에서 길을 찾다
 결국 2010년 11월 출판사는 나와 독립했다. 회사를 나올 때 11년간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아내가 그를 격려해주고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래서 부부는 전자책 전문 업체 아이이펍을 2010년 11월 설립했다. 전자책을 기획하고 직접 제작을 하면서 직접 유통사에 전자책 파일을 주는 전자책 전문 출판사다. 기획 단계부터 전자책으로 만들 원고를 수집하고 제작을 하면서 전 유통사에 파일을 공급하는 업체는 국내에 많지 않다.

 처음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창업하고 8개월 동안 사무실 없이 작업을 했어요. 가지고 있는 장비라고는 나와 아내 소유의 6년 된 노트북 두 대가 전부였고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정말 제로상태로 온 터라 처가에 있으면서 일을 시작했죠.”  그래도 작년 가을엔 기술보증기금 인증 벤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국내 최초로 전자책들이 미국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협약도 체결했다. 
 
전자책은 기존 종이책을 단순하게 변형하는 방식의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전자책에 최적화된, 형식도 그렇고 내용도 전자책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기획해서 만드는 그런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아이이펍은 이런 전자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종이책을 단순히 형태만 변형하여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과 처음부터 전자책을 목적으로 기획을 하는 것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일단 전자책과 종이책은 보는 독자 자체가 다르거든요. 형태만 전자책으로 변환한 콘텐츠는 전자책을 보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에서 아직 전자책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2000년대 초부터 전자책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니, 미래의 핵심 콘텐츠 사업이니 하는 말들이 많이 나왔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사업 중의 하나다. 전자책을 볼 만한 단말기 문제도 있었고, 전자책으로 볼 만한 콘텐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콘텐츠 문제가 가장 컸는데 지금까지 전자책 업체들이나 출판사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도서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해결책이 못된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알게 됐다. 전자책은 전자책 자체에서 콘텐츠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300-400페이지씩 하는 오프라인 도서를 전자책으로 바꾸면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김철범 대표는 전자책 전문 콘텐츠가 국내에서도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이 형성되면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기획해서 해외에 판매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는 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K-POP이 인기라지만 꼭 연예분야 뿐 아니라 한국이 가진 사상과 아이디어가 책과 글을 통해서도 세계 사람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게 제 꿈입니다.”

 그의 인생은 정말 파란만장했다. 마흔이 넘어서 빈털터리 상태에서 다시 창업을 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고 얘기를 할까. “저는 KFC 창업자 할랜드 샌더스를 정말 존경합니다. 그 분은 남들이 다 은퇴할 나이에 도전하셔서 성공했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젊지 않은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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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다.사람들은 책에 대해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시대가 바뀌고 있는 시점에도 마찬가지다.그 형태가 종이책이든,전자책이든 상관없다.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책을 보거나 출판하거나 저술하거나 편집하는 행위에 대해 계속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냈다.

 모글루는 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회사다.쉽게 말하면 인터랙티브 전자책 업체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기존 전자책이나 종이책과 다른 차별점이 존재한다.누구나 자신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에서 소개한 바 있는 리드빌드와 기본 개념을 같이 한다.하지만 리드빌드나 기존 전자책이 텍스트 위주라면 모글루는 동영상,애니메이션,사진,음악,효과음 등을 넣어서 종합적인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모글루 김태우 대표가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 한 컷을 잡았다.사진은 꼬날님께서 찍어주셨다>

◆사업의 재능을 발견하다
 모글루 취재를 위해 만난 김태우 대표는 1988년생! 올해 만으로 스물세살이다.작년에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20대인 황룡 사이러스 사장을 만났을 때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김 대표는 이보다 훨씬 젊다.김 대표를 처음 만나면 대학생으로 생각할 정도다.

 그는 왜 이렇게 이른 나이에 창업을 했을까.김 대표가 창업을 한 시점은 작년 10월.그가 만 스물두살때다.카이스트 06학번인 김 대표는 수학과로 입학을 했지만 산업공학과 경영과학을 복수로 전공했다.“제가 좀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대학 다닐때도 한가지 전공에 만족하지를 못했지요”

 그가 처음부터 사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2008년 경영학개론 수업을 들을 때 그는 사업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 같다.“수업 과제로 사업을 실제로 해보는 것을 했었는데 지금의 소셜커머스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당시 7000원짜리 영화표를 4000원에 싸게 사서 5000원에 팔았는데 너무 주문이 많이 몰려와서 본업인 학업이 안될 것 같아 일찌감치 마감을 했습니다.”

 어떻게 영화표를 싸게 샀을까.“해당 영화 배급사를 찾아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해주겠다
고 하고 영화표를 싸게 얻었죠.그때 해보고 사업도 참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의 소셜커머스 모델과 거의 같은 방식이다.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사업에 대한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23살 창업가
 그는 졸업후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인 SK텔레콤벤처스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그때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는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20대 초반의 나이에 창업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 그곳의 분위기에 놀랐다고 한다.“10대에 창업을 한 경우라면 모를까,20대 창업은 실리콘밸리에선 일상적이었죠.정말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웃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계기는 만들어졌다.그는 작년 5월경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스타트업위크엔드 제 1회 모임때 사업을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된다.이 모임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 다니고 있던 김남수씨와 미국인 라일리 크리스씨 등을 만났다.원래 김태우 대표는 이 대회에서 이들과 같은 팀에 있지 않았다.이들과 다른 팀에 있었지만 이들의 아이디어와 구성 멤버 들을 보고 이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당초 사업 아이디어를 낸 김남수씨가 기술개발을 맡고,크리스씨가 해외사무소 운영을,김 대표가 경영을 맡기로 했다.

◆직접 만드는 인터랙티브 e북
 당시 스타트업위크엔드에서 김태우 대표가 준비했던 아이디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종인 스틱톡이었다.김남수씨 등이 준비했던 아이템이 지금의 모글루였다.물론 지금 그대로의 방식은 아니었다.그 당시 이름은 “Active Story Teller”

 김 대표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것은 “Active Story Teller”였다.그럼 그는 스틱톡에 대해선 미련이 없을까. “스틱톡도 여전히 사업화하면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지금으로선 일단 한가지에 집중해야겠죠”

 모글루는 움직임(Motion)와 접착제(Glue)의 합성어다.여러가지 움직임을 붙여 자신만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회사의 기본 컨셉을 회사명이자 서비스명으로 정한 것이다.이름 그대로 모글루는 누구나 움직이는 영상과 소리를 기반으로 쉽게 디지털 책을 만들 수 있는 툴이다.“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드래그앤드드롭(Drag & Drop)만으로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설명과 함께 아이패드를 꺼내 모글루 플랫폼에서 만든 책 하나를 보여줬다.캐릭터를 터치하자 움직이는가 하면 음악 소리도 흘러나왔다.아이패드를 기울일 때마다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등 다채로왔다.만든 사람의 의도를 생각하며 책을 보면서 독자가 반응하고 직접 어떤 행동을 하는 책.그래서 인터랙티브 e북이다.

 이런 책을 일반인들이 만들 수 있을까.모글루는 우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만들었다.8월중 선보일 전문가들을 위한 오픈 플랫폼 서비스는 개인작가나 출판사 등이 사용료를 내고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플랫폼 이름은 모글루빌더.이를 통해 만들어진 인터랙티브 e북은 모글루 자체 앱스토어인 모글루북스를 통해 판매가 된다.한번 다운로드될 때마다 14%가 모글루 수익이 된다.

 기존 출판사들과 계약해 기존의 콘텐츠를 인터랙티브 e북으로 만드는 서비스는 이미 수익모델로서 실현되고 있다.능률교육은 모글루와 계약을 맺고 어린이 교육 관련 전자책,동양문고가 굿모닝 일본어 시리즈 등을 만들었다.,최근에는 영진닷컴이 이 툴을 사용해 인터랙티브 요리책 ‘카페 러너(Cafe Lunner)’를 내놨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에 초점
 모글루는 이어 일반인들도 책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시기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지금까지는 콘텐츠가 있고 프로그램을 좀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냥 간단하게 기본적으로 셋팅돼 있는 프로그램을 이어 붙이면서 스토리와 간단한 툴만 갖고 누구나 자신의 책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것.

 모글루는 인터랙티브 e북의 주무대로 미국을 생각하고 있다.한국에서 그리 큰 시장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미국에서도 이 사업은 아직 시작단계에 있다는 것이 그로선 좋은 기회다.“미국에 테일스프링 등 관련 업체들이 있긴 합니다.하지만 이들도 역시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입니다.비슷하게 출발선에 있다는 뜻이죠.남이 한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보고 선도적인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그런 점때문에 미국에서 오히려 기회가 생기고 있구요.”

 모글루는 최근 미국 현지법인 설립도 완료해 랜덤하우스,펭귄 등 유명 출판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처음 창업 멤버였던 크리스가 미국 법인의 대표를 맡았다.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냈다.

 책을 만드는 툴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그 툴을 다운받는 것에서만 모글루가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자체적인 스토어도 만들어 전자책을 거래하게 만들고 나라별로 특화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 시장이 활성화되고 많이 다운로드되는 전자책의 사례가 나오면 인터랙티브 광고도 가능해집니다.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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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나 창업 과정을 듣다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여기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우선 이 사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대중적으로 성공하긴 힘들겠구나 싶은 경우도 간혹 있다.이거 참 기발한 걸 하고 무릎을 치는 경우도 있고, 창업자의 아이디어나 자세에 감탄하기도 한다.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도무지 뭔지 모르고 알쏭달쏭한 상태에서 헤어지기도 한다.

 이노무브 장효곤 대표를 만났을 때 나는 우선 그의 기발한 생각에 무릎을 쳤다.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도 놀랐지만 그가 접근하는 방식도 많은 것을 생각케했다.스스로를 ‘헝그리 벤처’라고 소개하는 장 대표를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다.

<장효곤 대표가 아트폴리와 리드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꼬날>

◆예술 사업에 뛰어든 컨설턴트
 이노무브의 대표작은 아트폴리.미술 작가와 대중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겐 대중들과의 접점을 마련해주고 미술 작품을 쉽게 접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는 대중에게는 그 통로를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런 일을 하려면 처음부터 미술에 대한 상당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 같다.미술작품이라는 분야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이게 선뜻 떠오르지 않을 것 같은 분야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장 대표는 이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나는 그를 만나기 전 그가 아트폴리 사이트에 자신을 소개한 것을 봤다.직접 인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도 아닙니다. 학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Northwestern 대학의 Kellogg School에서 MBA를 하였습니다. 아트폴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경영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였습니다.
 저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이노베이션을 매우 좋아해서, 2004년에 독립하면서 회사이름도 이노무브(Innomove)라고 지었습니다. 이노베이션에 투신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첫 직장인 CJ에 있을 때에 음료 ‘솔의 눈’을 기획하면서 이노베이션의 맛을 처음 보았습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에 있을 때에는 업계 최초의 온라인 보험회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을 기획하였습니다.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은 없었지만,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보람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보다 더 좋았던 것은 과정이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그 과정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만 하면서 살기 위해 2004년에 독립을 하였습니다.(중략) 아트폴리를 시작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2007년 어느 봄날 갤러리를 운영하는 후배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분야에선 어떤 재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직업병적인 습관이 있는데, 그 날도 기존 미술시장의 한계와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었고, 문득 인터넷으로 미술작가와 일반 대중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후배에게 해 보라고 했더니 오히려 저보고 직접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럴까?”하고 시작했습니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그가 직접 자기 자신을 소개했듯,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86학번이다.잘 나가던 컨설턴트였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그런 그가 그 좋은 직장을 나와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데는 어떤 동기가 있었을까?
 ‘새로운 변화시키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것만 하면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 이게 그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을 어떻게 하게 됐는가를 얘기하다가 그는 불쑥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마치 무슨 주문같았다.올해 들은 말 중 이만큼 강렬한 말도 없는 것 같다.그는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왜 했을까.

 그는 2000년 교보생명을 컨설팅하고 있었다.당시 장 대표는 교보생명에 온라인자동차보험 사업을 제안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보험을 판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죠.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그런데 당시엔 그게 엄청난 논쟁거리였습니다.”
 “아 그랬나요?”
 “사람들이 설마 온라인에서 보험을 사겠어?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온라인을 뭘 믿고 보험을 사지? 판매원도 없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그래서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임원진들을 설득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세계 최초에 벤치마크가 어딨습니까 라고 말하고 밀어붙었죠. 하하”

 장 대표는 그때 이런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앞으로 세상은 점점 온라인으로 갈 텐데. 그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유독 보험만 오프라인에서 계속 판매하게 될까.절대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는 보험을 안 사게 될까.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내 생각이 맞다는 건데.흔들리지 않으려면 멀리 봐야 한다.그래야 사람들의 반대와 비판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지 않게 된다.”

 그는 미술 작가와 대중의 만남이라는 아트폴리를 기획할 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앞으로도 미술은 사람들이 계속 오프라인에서만 접하게 될까.미술작품을 보려면 꼭 현장에 가서 감상하는 방법밖에 없을까.그렇지 않을거다.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작가와 대중의 만남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미술이 유독 음악에 비해 대중화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미술은 왜 대중화가 부족할까? 그는 우선 이런 생각을 했다
 “100여년 전 에디슨이 축음기를 만들고 유럽에서 LP를 만들면서 일반인이 집에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그 전에는 불가능했죠.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싶으면 음악회에 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축음기와 LP가 이걸 바꿨죠.물론 당시에도 저항은 많았습니다.LP의 음악은 진정한 음악이 아니라는 둥.하지만 better than nothing 아니겠습니까.이로 인해 음악의 대중화가 이뤄졌습니다.새로운 산업도 생겼습니다.”

 그가 볼 때 미술은 아직 original market이다.그는 수요와 공급 모두에 대중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고 좌절하는 작가들이 왜 그러는지 아십니까”
 내가 잠시 말 뜻을 생각하는 사이 장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외로워서 그럽니다.물론 돈도 중요하죠.하지만 외로움이 가장 큽니다”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그림을 그려도 아무도 봐 주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를 포기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그의 말을 듣다보니 글쓰기와 비슷한 것 같았다.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글을 왜 쓰려고 하겠는가

 그렇다면 아트폴리의 핵심은 가급적 많은 작가들이 그림을 올리고 많은 대중들이 여기에서 새로운 작품,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것 아니겠는가.그러면 아트폴리는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가?

 장 대표는 아트폴리가 핵심 타깃으로 하는 작가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트폴리에서 말하는 미술 작가들은 어쩌면 이런 사람들일 겁니다.평소엔 ‘내가 작가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미술가가 되고 싶은 꿈은 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에도 물론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자기 작업실도 갖고 있고 그림도 종종 그리지만 다른 일(이를테면 가르치는 일이라던가 등등)을 병행하는 사람들.회사에서 전혀 다른 직종에 종사하면서 미술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들,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로 일하지만 어릴 때부터 대학때까지 배운 그림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 이들.작가가 되려고 하는 진지한 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트 2.0, 미술의 새로운 세계
 아트폴리에 작품을 올린 작가들이 기뻐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에 누군가 댓글을 달고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작품의 노출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그의 자평이다.
 그러면 돈은 어디서 벌까? 아트폴리를 통해서 매매나 작품 의뢰가 발생하면 가장 좋다.이노무브는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작가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그런데 아직 이 부분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그림에 관심은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 작품 구입을 망설이는 줄 알았죠.그런데 막상 해 보니 관심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관심을 갖도록 교육하고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도 직접 나서서 해야겠더라구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렇게 생각해봤다.“앞으로도 과연 사람들이 계속 미술에 무관심하게 살까.온라인으로 그림을 구매하고 내 사진이 아닌 내 초상화나 나를 주제로 한 아트워크로 소셜네트워크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는 것에 계속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았다.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질 것 같았다.SNS가 활성화 될수록,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다양한 표현에 목마를 것 같았다.미술관에 가기가 힘들어질만큼 생활이 바빠질수록 좋은 작품을 온라인에서 찾아서 감상학고 주문하는 일이 늘어날 것 같았다.

 장 대표 역시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그는 미술 대중화의 첫 걸음으로 초상화 의뢰 사업을 시작했다.누구나 아트폴리 사이트에 들어와 작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할 수 있다.작가와 직접 대화도 가능하고 자신의 원하는 바를 주문도 할 수 있다.그는 이것을 ‘아트 2.0’이라고 표현했다.
 초상화 의뢰는 글로벌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았다.아트폴리는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었다.“해외에서 더 잘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미 장 대표는 영어 버전을 준비해놨다.

 ◆리드빌드,책의 미래를 보여주겠다
 “지금의 e-book(전자책)이 책의 미래일까요?”
 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나는 흠칫했다.
 “글쎄요.지금 한국 시장에서는 전자책도 아직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뭐가 책의 미래일까요”
 “리드빌드는 책의 미래를 보여주고 책의 미래 비즈니스를 하는 사이트입니다.” 그가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은 최근 오픈한 서비스 리드빌드였다.

 리드빌드는 웹 기반의 책이다.오프라인의 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웹을 기반으로 책이 만들어지고 책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통하는 구조다.책별,페이지별,문단별 인터넷 주소가 다 있다.인용,댓글 등이 가능하고 책과 책의 내용이 링크로 이어지는 것도 가능하다.책을 쓸 때 사람들이 고민하는 길이 부담도 없고 출판사를 정하는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

 블로그와의 차이는? 과금 기능이다.그는 리드빌드가 정착되 나가면 구독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저자 입장에서는 꾸준히 글을 쓰면서 구독료를 받을 수 있고 독자와 대화를 해 나갈 수가 있다.독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짧은 호흡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으며 자주 업데이트되기까지 한다.저자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기존 책은 읽는데 많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200-300 페이지 책을 만들기 위하여 비핵심적 내용도 포함될 수 있죠.만연체적 구조라서 저자의 생각의 구성을 알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책 전부,또는 관심 있는 부분 수십 페이지를 읽어야 하지만 리드빌드는 그렇지 않습니다.읽기 편한 ‘화두 + 문단’ 구조이고 페이지의 요점을 화두로 제시하고 자세한 내용은 이하의 문단들로 풀어 쓰죠.관심 없는 화두는 화두만 보고 자세한 내용은 건너뛸 수 있습니다.”

 그는 전자책과 종이책,리드빌드의 차이점을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짧은 호흡과 잦은 소통,반복되는 이동과 다양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는 요즘 사회의 움직임과 맞아 떨어지는 출판 모델인 것 같다.그리고 그는 이것이 전자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2시간이 훌쩍 넘었다.성찰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도 기묘한 유머가 있는 장 대표와의 만남은 좀 뜻밖이었고 여운이 길었다.
 나는 그와 헤어져 나오면서도 계속 이 말을 중얼거렸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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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브가 선보인 10만원대 전자책 단말기 B-815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북큐브와 북큐브에 전자책 단말기를 공급하는 넥스트파피루스에 따르면 북큐브가 당초 주문한 1만대의 B-815에 이어 최근 2000대를 추가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큐브 관계자는 "지금 판매되는 속도로 볼 때 곧 물량이 달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 생산이 피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대 이상 팔리는 전자책 단말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만여대 갖고 무슨 돌풍이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매우 열악한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을 고려할 때 유례없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이 팔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아이리버,인터파크,북큐브 등에서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가 쏟아져나왔다.하지만 각사가 내놓은 단말기는 2000-5000여대 수준에서 판매가 되는 등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업계에서는 북큐브의 B-815가 출시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전자책 단말기가 3만대가 채 안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재작년부터 전자책 단말기가 주목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시장이 초기 단계인 셈이다.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부진한 이유로는 턱없이 부족한 콘텐츠,상대적으로 비싼 단말기 가격 등이 꼽혀 왔다.

 북큐브가 이번에 선보인 B-815는 가격 측면의 요인을 제거했다.20만원대에서 40만원까지 형성돼 있는 기존 전자책 단말기와 달리 10만원대 중반으로 가격을 책정했다.실제 사용자들이 많이 쓰지 않는 와이파이 기능 등을 제거하고 크기를 줄이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배순희 북큐브 대표는 "올 연말까지 3만대를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배 대표의 말이 현실화된다면 올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은 북큐브가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B-815가 지금까지 나온 다른 단말기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지만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절대적으로 부족한 콘텐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아이패드,갤럭시탭 등 올 하반기 출시될 태블릿PC와의 경쟁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콘텐츠가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태블릿PC 물량이 빠른 속도로 풀릴 경우 전자책 단말기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해묵은 이야기이지만 국내에서 전자책 단말기에서 볼 수 있는 e-book 콘텐츠는 소비자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너무 적은 숫자로 파악되고 있다.전자책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것은 1만권-3만권 수준에 불과하다.그나마 최신작,베스트셀러 등은 아예 확보도 못한 상태다.해외 서적도 없고 국내 서적 역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전자책 목록에서 빠져 있다.작가들의 경우 종이책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전자책이 인세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출판사들 역시 저작권 문제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보문고 인터파크 북큐브 등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섭외해 콘텐츠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도가 매우 느려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북큐브의 경우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도 확보해 올 하반기 서비스하겠다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블릿PC 시장도 변수다.삼성전자가 다음달 2일 독일 전기전자박람회 IFA에서 태블릿PC 갤럭시탭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고 KT도 올레 패드(가칭)을 선보일 것으로 예정되는 등 국내외 업체들이 앞다퉈 올 하반기 태블릿PC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미국에서 아이패드가 판매를 시작한 이후에도 가격 인하 등으로 전자책 단말기 업체들이 대응하면서 판매량이 줄지는 않고 있다.하지만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리졸브마켓리서치의 아이패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패드 구매 후 앞으로 사지 않을 단말기로는 e북리더가 49%로 1위에 올랐다.미국과 달리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한국에서 태블릿PC가 쏟아져 나올 경우 어떤 영향이 올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이패드의 사례를 볼 때 아직까지는 태블릿PC가 들고다니면서 전자책을 보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결국 전자책 단말기가 전자책을 보기에 최적화된 사이즈와 가격,충분한 콘텐츠로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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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문업체 북큐브의 배순희 대표(트위터 @tulipbsh)는 한국의 '전자책 전도사'로 불릴 만한 인물이다.2008년까지 국내 최대 전자책업체였던 북토피아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전자책의 초기 시장을 주도했었다.북토피아가 막 만들어지던 시점인 2000년에 북토피아로 입사해 전자책의 대중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2008년 북토피아가 대표이사 등 일부 임원의 횡령 등으로 어려움에 빠지자 직원들 6명과 함께 회사를 나와 북큐브라는 전자책전문업체를 설립했다.(비운의 전자책업체 북토피아의 스토리에 대해선 한번 따로 다룰 계획이다.)

배 대표로선 그녀가 꿈꿨지만 북토피아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전자책 대중화의 꿈을 북큐브에서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가 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이미 책 3만권을 확보했고 지난달 전자책 단말기 '북큐브'도 출시해 콘텐츠와 기기 모두를 갖추게 됐다.배순희 대표와 만나 전자책과 전자책 시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자책은 벌써 수년 전부터 시장이 열린다 열린다 하면서 안 열리고 있다.

 "읽을 만한 책이 부족하고 단말기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북큐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3만권의 전자책을 바로 볼 수 있어서 극심한 콘텐츠 부족의 숨통은 틔웠다.연내에 전자책 콘텐츠를 4만5000여권까지 확대하고 단말기도 3만여대 팔 생각이다.기기와 콘텐츠가 풀리면 국내에서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리라 기대한다."

-북큐브 단말기가 잘 빠진 것 같다.

 "그런 말을 듣는다.도서출판 푸른숲의 김혜경 대표는 북큐브 단말기에 대해 '낭만적이다'라는 표현을 썼다.단말기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현재 나온 단말기 중 최고라고 자부한다.어떤 단말기보다 책을 보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전자책 사업을 오랫동안 했고 책을 알고 전자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단말기다."

  <배순희 대표와 회사 앞 커피숖에서 북큐브의 전자책 단말기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배 대표는 직접 단말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단말기 사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북큐브의 모델명은 B612다.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사는 소행성 B612와 같다.북큐브 단말기의 컨셉이 어린왕자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단말기가 상당히 가볍다.

 "무게가 245g밖에 안된다.한번 충전에 5만여 페이지의 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다양한 색(인디핑크,갈색,베이지 등 5가지)의 케이스가 있는데 특히 인디핑크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나

 "현재 단말기는 북큐브 홈페이지(http://bookcube.com)에서 예약판매를 받고 있다.지마켓 등 인터넷쇼핑몰로 판매처를 확대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여전히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몇 년째 전자책 콘텐츠가 양적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제 전자책 시장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 오래지 않아 콘텐츠 공급이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책을 보려는 사람들도 꽤 될 것 같은데

 "어떤 기기에서든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준비중이다.아이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다.다만 책을 보기에 최적화된 단말기가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자책을 바로 구매하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 같다.

 "결제 시스템을 준비중이다.아파트나 도서관 등과 연계해 책을 대출해서 볼 수 있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이를테면 어떤 지역의 푸르지오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아파트 도서관에 있는 책을 무료로 빌려볼 수 있는 식이다."

-여러 사이트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연내 전자책 기술 표준인 e펍을 지원해 어디서 구입한 전자책이든 볼 수 있게 할 생각이다.종이책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미지북 기능도 연내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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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킨들을 써보면서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다.
"아,정말 좋구나.편하구나.이러다 종이책이 사라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디지털 시대에 어떤 아날로그 미디어에든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이다.책이 가장 포괄적이긴 하지만 신문이나 잡지 등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킨들은 무척 가볍다.300g이 채 안되지만 책은 200권이나 저장할 수 있다.디스플레이를 오래 보고 있어도 피곤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나는 보통 가방에 책을 두권 정도 넣고 다니는데(읽건 안읽건)...아침에 출근할 때 항상 고민을 하곤 한다.노트북에 책 2권까지 가방에 넣으면 상당히 무거워지기 때문에 최소한 책 1권은 아주 얇고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킨들은 이런 고민을 없애준다.페이지를 넘기기도 쉽고 여러 종류의 책 중에서 메뉴에 들어가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 볼 수 있다.들고다니는 도서관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킨들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소니가 이미 단말기를 공개했으니 이 분야의 발전은 더 가속화될 것 같다.전자책 시장은 분명히 성장할 것이고 5년쯤 뒤에는 빠른 속도로 책 시장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아니 사라지기는 커녕,좀처럼 종이책 시장이 빠르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물론 현실적으로는 전자책에 마뜩챦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출판업계나 일부 저작권자들떄문이기도 하지만 전자책의 보편화는 점점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내가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서 그런가?

아무리 편해도 킨들에는 감성이 없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종이책 한권이 주는 '완결성'이 전자책에는 없다.첫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종이책의 완결 느낌을 전자책은 제공하지 못한다.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며 책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전자책에선 불가능하다.파라락 책장을 빠르게 한꺼번에 넘길 때 나는 종이 냄새와 손에서 느끼는 촉감,이런 것도 책이 줄 수 있는 장점이다.

종이책은 단순히 내용 뿐 아니라 소유 및 전시 효과도 상당히 있다.하나의 책을 손에 쥐었을 때,또는 책장에 전시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그런 것이다.전자책에서 이런 것을 구현하기란 힘들것 같다.책장에 가지런히 책이 꽂혀 있는 모습을 도서관에서만 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쉽사리 하기 힘든 이유다.

디지털제품이 아날로그 제품을 완전히 대체하게 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조건들을 생각해봤다.편리성,비용(가격),성능(질) 이 정도가 기본일 것이다.사용하기 훨씬 편리한데 가격이 싸지고 성능마저 훌륭하다면 디지털이 아날로그 시장을 대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만족감,행복 이런 감성적인 부분이 추가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질 것 같다.제공하는 만족감이나 행복이 서로 다른 차원이라면 종이책은 전자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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