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초 나는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 어바인(Irvine)의 NHN USA 사무실을 방문했다.족히 200여명은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의 사무실에는 40여명의 직원들이 앉아 있었다.휑했다.같은 날 저녁시간에 방문한 LA 넥슨아메리카의 사무실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넥슨아메리카가 어느 정도 자리잡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NHN USA는 (사무실을 마운틴뷰에서 어바인으로 옮긴 이유도 있겠지만 ) 아직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었다.지난 2005년 2차 도전으로 시도된 NHN 미국 비즈니스가 4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동반 부진에 빠진 해외 법인

미국,중국,일본 3개국을 중심으로 진출한 NHN의 해외 사업이 매출 정체와 수익성 감소로 동반 부진에 빠졌다.중국의 경우 현지에서 철수설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고,잘 나가던 일본 법인은 매출이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던 미국 법인 역시 3분기 매출 감소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N 일부에서는 '안되는 해외 사업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NHN의 해외 법인이 기로에 선 것이다.

◆정체된 매출,불안한 수익성

지난해 3분기 NHN 미국 법인의 매출액은 243만 달러로 2분기의 277만 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소규모긴 하지만 순손실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4분기에도 매출액은 늘었지만 여전히 적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법인의 경우 지난 해 3분기 매출액이 3080만 위안으로 2분기 3200만 위안에 비해 감소세를 보였다.555만 위원의 적자도 기록했다.일본 법인은 29억엔의 매출을 기록,2분기(28억엔)보다 조금 늘었지만 최근 2년동안 매 분기 매출액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이익도 적자와 흑자를 왔다갔다 하며 불안정한 상황이다.

 최근 NHN 해외 법인들의 특징은 매출은 제자리,수익성 불안으로 요약할 수 있다.수익이 나오지 않더라도 매출이 늘어나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 볼 기회가 생기겠지만 현재 NHN 해외 법인들의 모습은 어느 한 쪽으로도 기댈 대가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들에 치이고,일본에서는 온라인게임 시장의 부진에 속이 타고,미국에서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밀리고 있는 게 NHN 해외 법인의 현 주소다.

◆세대 교체와 해외 법인의 위상

 NHN이 해외에서 왜 부진한가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단 이 글에서는 실적 부진과 맞물린 1세대의 퇴진을 주로 언급하려고 한다.

 지난 2007년에서 2008년에 걸쳐 NHN 해외 법인은 큰 변화를 겪었다.대표들이 대거 세대교체된 것이다.창업자들이 이끌던 해외 법인들은 이 시기 2세대로 모두 교체됐다.창업자인 김정호 대표가 이끌던 중국 법인은 프리챌 출신 김현수 대표로 수장이 바뀌었고,한게임 창업자인 김범수,남궁훈 대표가 진두지휘하던 미국 법인은 소니 출신의 윤정섭 대표로 사령탑이 교체됐다.2000년부터 일본 법인을 개척해 일본 온라인게임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천양현 대표 역시 재작년 NHN을 떠났고 지금은 소니 출신의 모리카와 대표가 일본 법인을 맡고 있다.

 창업자가 물러나고 2세대가 물려받은 해외 법인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강력한 카리스마로 각종 난관을 뚫고 해외 시장을 개척했던 김범수,남궁훈,천양현,김정호 등 창업자들과 2세들과는 같은 대표라도 '급'이 다를 수 밖에 없다.물론 지금 2세대 대표들 역시 실력자들임엔 분명하지만 NHN 내부에서 창업자들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창업자들이 이끌던 시기 NHN의 해외 법인은 한국 본사에 눌리지 않고 사업을 논의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각각의 대표들이 최고 결정권자로 이뤄진 8인회의 멤버들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야말로 해외 법인에 지나지 않게 됐다.실적이 뒷받침이 됐더라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해외 법인의 위상이 갈수록 나빠질 수 밖에 없다.

 해외 법인의 국내 본사에서의 위상 약화(대표자의 교체로 인한)는 해외 법인의 사업 추진과 새로운 시도 등에 어려움을 한층 배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뀐 지휘부,달라진 생각

때마침 NHN 국내 본사의 대표 이사도 교체가 이뤄졌다.작년 3월 취임한 김상헌 대표는 전임 최휘영 대표와는 입장이 사뭇 다르다.김 대표로서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 해외 사업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다.지난해 기자들과의 미팅에서 김 대표가 '중국 법인'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중국 법인의 대규모 조정 또는 폐쇄를 염두에 둔 것일수도 있지만 전체 해외 법인에 대한 NHN 정책이 본격적으로 변화될 것이란 점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NHN 내부에서는 지난해 중반부터 실적이 나오지 않는 해외 법인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국내 시장의 녹록치 않은 환경 역시 해외 법인에 대한 시각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한게임의 고포류 게임에 대한 계속되는 규제 움직임이나 검색에서 네이트가 약진하면서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국내 시장의 본 게임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회사의 초점을 이동시키고 있고 자연스레 실적이 나오지 않는 해외법인에 대한 우려와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진한 실적이 1세대의 퇴진과 맞물리면서 NHN의 해외 법인은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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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최휘영 NHN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3년 임기인 만큼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의 다음 행보에 관한 논의가 나올 법 하지만 조용하다.

 물론 그 이유는 최 사장의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내부에서도 별다른 얘기가 없다고 한다.NHN의 주요 경영진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도 '최 사장의 연임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분위기다.


 그의 연임이 이토록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너무나 확고한 그의 치적 때문이다.실적을 보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2004년 2293억원이었던 NHN의 매출액은 지난해 5733억원으로 뛰었다.올해는 무려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2년 만에 두배가 넘는 성장을 한 데 이어 이제는 1년 만에 두배 가까운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도 2004년 747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에 영업이익은 무려 2295억원에 달했고 NHN은 올해 들어 한 분기에 1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가 됐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만 좋을 뿐 아니라 NHN은 모든 사업 영역에서 최고를 질주하고 있고,그런 현실은 모두 최휘영 사장의 재임 기간 중에 이뤄졌다.60% 전후의 검색 점유율은 최고 80%가까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으로 성장했고 2005년까지 주춤했던 한게임은 지난해부터 부활하기 시작해 올해 드디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게임회사로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내가 네이버,성공신화의 비밀 책을 집필하던 무렵에만 해도 4조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12조원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1년만에 시가총액이 3배가 넘게 뛰었으니,거품이니 뭐니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 지언정 그 성과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결국 가장 냉혹한 자본시장에서 그의 치적과 NHN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에서의 위치도 확고하다.직원들부터 이해진 창업자에 이르기까지 가장 광범위하게 존경받고 존중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최휘영 사장이다.그건 아마 항상 앞장서서 솔선수범하고 화를 내기 전에 자신을 질책하고 자신을 학대하면서까지 회사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거다.경영진 회의나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충돌을 잘 조절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면 연임이 확실시되는 최휘영 사장의 향후 3년은 어떨까? 이제까지의 영광스런 나날들이 계속될까? 한국 최대의 인터넷기업인 NHN을 이끌고 있는 최휘영 사장에게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요소가 더 많은 것은 분명하다.지금까지의 업적과 성과만 잘 추스려 진행하더라도 그는 탄력을 받아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

 

 여전히 탄탄한 창업 멤버들의 존재와 그들과 최휘영 사장의 신뢰관계,그리고 막강한 인재풀은 강력한 힘이다.NHN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었던 한게임이 놀랍게 변신해 최고의 게임회사(최소한 실적면에서는)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도 든든한 부분이다.

 

 최휘영 사장의 다음 3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은 아마 해외 시장의 성적일 것이다.일본은 첫번째 시험대다.이미 야후가 독과점하고 있는 일본 검색 시장에서는 구글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구글이 하지 못한 것을 네이버가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최휘영 사장은 자신하고 있지만 그의 자신감은 내부 단속용일 가능성이 크다.개인적으로 한국 기업인 네이버가 타국인 일본에서도 보란 듯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솔직이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더 생각이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게임으로 들어왔던 유저들이 얼마나 네이버의 검색에 재유입될지도 불투명하다.한게임재팬이 현지에서 단순 게임회사가 아니라 커뮤니티성으로도 노력을 했지만 이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걱정스런 부분이다.

 물론 네이버는 일본에서 이런 수준을 뛰어넘는 전략을 갖고 있을 것이다.과거 일본에서 검색 사업의 실패 경험이 좋은 약이 되길 바랄 뿐이다.

 

 중국과 미국의 앞날도 결코 탄탄대로는 아니다.아직 미국 사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도 어렵다.중국은 선전하고 있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여전히 아워게임의 성장속도나 위치가 애매한 상황이다.

 아워게임이 중국 증시 상장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등 좀 더 확실한 발판을 1-2년새 마련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성장세로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점점 늘어나는 외부 인재들의 유입과 그와 더불어 비대해지는 조직 관리는 그의 CEO로서의 능력을 더욱 시험하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는 너무나 지금까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추진력을 보여줬다.그런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앞으로 3년이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NHN의 수장으로서 이끌어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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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썼던 <최휘영 NHN 사장과의 대화>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 여부는 아마 향후 NHN의 10년을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이에 대해 최휘영 사장이 가지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일까?

 “성공 가능성은 80% 정도로 봅니다” 최 사장의 말이다.
 “에이,이왕이면 말씀이라도 인심 좀 더 쓰시죠.99%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20%의 실패 가능성이 없으면 조직이 긴장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굉장히 높은 수치네요”
 “사실 이번에는 좀 다를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 있죠.보는 것만 믿고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하신 분들.이런 분들에게 우리가 만들고 기획하는 일본 검색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봤습니다.이 분들은 성공 가능성을 50∼60%라고 보고 있었습니다.사실 제가 80%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이런 분들의 50∼60% 평가를 받고 보니 훨씬 마음이 놓이더군요.이런 분들의 판단으로는 아주 높게 평가해준 거라고 봅니다.하하”

 현지에서 검색 엔진과 검색 모델을 갖고 일본 야후재팬과의 비교를 하면서 생긴 자신감이다.“검색 결과를 비교해 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일본 유저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검색 결과를 보여줄 자신이 있습니다.”
 기술을 내가 당장 검증해볼 수는 없으니,일단 검색 수준은 NHN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치자.하지만 검색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걸까?(사실 개인적으로는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최 사장도 인식하고 있었다.“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요?”나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이 답했다.
 “일본 사람들이 의외로 굉장히 보수적입니다.한번 좋다고 생각한 것은 쉽게 바꾸질 않아요.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과 참 많이 다르죠.한국은 변화도 빠르고 더 좋은 것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하지만 일본은 달라요.사람들이 더 좋은 것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편하고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야후재팬의 점유율이 매우 높아 이를 어떻게 뚫을지 걱정이긴 합니다”
 하긴,일본에서는 신문도 아직 세로쓰기다.언론사들도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판형도 별로 바꾸질 않았다.수시로 바뀌는 한국 신문이나 방송들의 구성과는 많이 다르다.그의 말이 수긍이 갔다.

 그래도 그는 야후 재팬보다 월등히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알린다면 시장을 천천히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그리고 어찌됐든 내부적으로 이렇게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NHN수뇌부는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요즘에 최휘영 사장,이해진CSO(최고전략책임자),이준호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세 사람은 분당 NHN 사옥이 아닌 서울 시내나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 등에서 신속하게 미팅을 갖고 헤어진다고 한다.최 사장을 요즘 분당 사옥에서 갈수록 보기 힘든 것은 외부 미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내부 미팅도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해진CSO는 서울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고 있고 이준호CTO도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지만 3인 간의 회동을 위해 멀리 분당 사옥까지 가지 못하고 서울 시내에서 만나는 일이 잦은 것이다.

 이야기 끝에 여담 하나.최 사장은 최근 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마음이 오히려 불안했다고 한다.
 “그때 기세로는 금방 10조를 돌파할 것 같더라구요.그런데 그게 기업에게 결코 좋은 것이 없습니다.우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주가만 빠르게 오르면 금방 내려갈 날이 온다는 거거든요.오히려 요즘에 주가가 좀 정체되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조직 내부에서도 별로 좋을 게 없습니다.우리가 잘해서 오르는 거라면 상관없지만요.하지만 이제 주가가 다시 평가를 받을 순간이 오긴 올 겁니다.이런 식으로는 말구요”
 아마 그는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이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NHN이라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바꿔놓을 중대 사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성공하든,실패하든 말이다.NHN의 일본 검색 시범 서비스는 연말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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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는 아직 실체 없는 비즈니스”
최휘영 NHN 사장은 UCC에 대해 의구심을 많이 갖고 있다.UCC,특히 최근 UCC 동영상이라고 하는 것이 분명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업적으로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고 판단한다.세컨드라이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이런 새로운 서비스들에 대한 최 사장의 생각은 일관되다.

“최근 1∼2년새 부각되고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들은 사실 1999년 벤처 붐이 한창 일어날 때 이미 아이디어가 제기되거나 사업으로 구상됐던 것들입니다.당시 아이디어 차원에 그쳤던 것들이 인프라의 발전으로 현실화되면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거죠.하지만 그만큼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그의 말이 맞긴 하다.세컨드라이프의 경우 사실 한국에서 이미 2000년에 신유진 광운대 교수가 ‘다다월드’라는 유사한 사업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한때 사용자를 10만명 이상 모았고 삼성증권 외환은행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입점해 높은 관심을 끌었었다.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UCC도 국내에서 싸이월드,네이버 지식인 등을 통해 사업으로 만들어졌었다.동영상UCC라는 최근의 트렌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존재했던 것들이다.

“분명 신기하긴 하죠.하지만 새롭거나 신기하다는 것이 초기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순 있지만 비즈니스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확실한 수익 모델이 있어야 기업이 비즈니스를 계속 영위할 수 있는데 아직은 UCC나 세컨드라이프 같은 서비스들은 수익모델 측면에서 검증받지는 못한 상황인 거죠.앞으로도 당분간은 수익 모델 검증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즉 광고 말고는 수익을 낼 방법이 없는데,광고가 얼마나 붙을지 불투명하다는 것.기업들이 UCC에 초기 호기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지만 반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UCC는 아직 기업들이 대거 광고전을 벌일 만큼 퀄러티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UCC의 가장 큰 단점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양질의,수준 높은 콘텐츠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는 것.텍스트 기반의 다른 DB들에 비해 동영상UCC라고 하는 것은 제작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을 많이 탄다.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우수한 내용을 담았다는 보장이 쉽지 않다.

 물론 이것은 최휘영 사장 개인의 생각이다.그리고 이것은 최 사장이 최근 UCC보다 훨씬 기업의 미래에 중요한 일에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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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기준으로 쓰여진 글입니다.제 기존 블로그 http://www.hankyung.com/wonkis 에서 작성됐습니다.)


주제넘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임원기'라는 사람의 개인 역사를 한번 써 본다면 2007년 4월은 그야말로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난생 처음 책이란 걸 내게 됐으니 말이다.

 임원기에게 첫 책,'네이버,성공 신화의 비밀'(출판사:황금부엉이)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불러 일으켜주고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 문제의 인물들 중 한 사람을 최근 다시 만날 수 있었다.임원기의 책에서 한 장을 구성했던 최휘영 NHN 사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사람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실제로 내가 전체 분량의 4분1 남짓한 'NHN의 사람들' 부분을 쓰는 데 전체 책 집필기간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것도,이 부분이 가장 재밌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여하튼 내가 나름의 주관을 갖고 책에서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언론인 출신이자 창업 멤버가 아닌 사람으로 처음 NHN의 수장이 된 최휘영 사장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최 사장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거였다.

 

장면1.3개월여 만에 최 사장을 만나다.-"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어요"

 분당 NHN 본사 16층에 있는 최 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인사를 나누자마자 최 사장이 하는 말,"아니 저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쓰시는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습니다 하하"

 '꾸밈이 없고,소탈하고 겸손하다.' 나는 책에서 최 사장을 이렇게 표현했다.그런데 내 책을 다 읽은 그의 반론이 나왔다."겸손한 게 아니라니깐요.절박한 겁니다."

 뭐가 절박한 것일까?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을 이끌고 있고 매 분기 사상 최대 이익과 매출을 경신하고 있는 그에게 절박한 것은 무엇일까?

 

장면2.계속 이어지는 담배.-"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을 유심히 보니 확실히 과거보다 좋지 않다. "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원래 얼굴이 좀 검은 편이긴 합니다만,아무래도 담배도 많이 피워대고,요즘 이래저래 신경 쓸 일도 많고 해서..얼굴이 썩 좋진 않을 겁니다."

 그가 신경쓸 일이 많긴 많다.올해 초부터 단독 대표이사가 됐으니 말이다.그의 말이 이어진다.

 "연초까지만 해도 게임 총괄하는 CGO(천양현 NHN재팬 대표)라는 체제가 있었고,김범수 NHN USA 대표와 함께 NHN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었는데..상황이 많이 달라졌죠.이제 국내외를 다 총괄하는 단독 대표가 됐고,CGO제도도 없어졌구요.담배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습니다."

 

 원래 인터뷰나 대화 중에 담배를 수시로 무는 그였지만 이날은 좀 더 양이 많은 것 같았다.최근 NHN 관련해서는 이슈도 정말 많았다.회의할 때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그이기에 요즘처럼 회의가 많은 시절엔 담배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틀에 세 갑 정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여기에 음란물 파동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검색 결과 편집을 제한하자는 입법 추진 등 인터넷포털을 둘러싼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인터넷포털의 선두 기업인 네이버는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요즘 계속 회의가 이어집니다.정말 골치아픈 일 투성이입니다.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고..여기에 사회적 이슈는 계속 터지고..정말 어찌해야 할지."

 

장면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수장의 하소연-"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최 사장 집무실에는 그의 책상 말고 탁자가 2개가 더 있다.책상에 가까운 쪽의 둥그렇고 조그만 탁자는 그냥 편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눌 때 사용하는 자리고 집무실 한 가운데 있는 큰 직사각형의 탁자는 회의를 하거나 공식적인 인터뷰를 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최 사장은 이 날의 만남에서 큰 직사각형의 탁자를 사용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다를까.그는 구글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다.NHN으로서는 가장 신경쓰이는 회사인 구글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어찌 신경쓰이지 않으랴.특히 최근 구글은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NHN의 검색 인력 상당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이미 구글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도 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자국어 검색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가 프로젝트로 밀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자국어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어에 최적화된 검색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우리는 구글의 연구·개발(R&D)센터 인건비까지 정부가 보조해 줍니다.작년 산자부에서 대대적으로 했던 행사 기억하시죠? 서비스 측면에서도 구글은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국내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합니다."

 

장면4."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곤 합니다."

 걱저이 많아서 그럴까.그는 요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싫어진다고 한다."개인적인 모임이건 공식적인 자리이건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뭔가 답변을 기대하는 거죠. 어렵습니다. 제가 대답해 줄 수 없는 부분도 많구요."

 

 그러다보니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서 생각에 잠기는 날도 많다고 한다. "가끔 약속 없는 날 회사 집무실 책상 옆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동안 창 밖을 응시하다가 퇴근하곤 합니다."

 우두커니 서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이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했다. 아마 술 한잔 해야 그 다음 얘기를 털어놓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대화를 나눈 지 2시간쯤 됐고 밖에선 비서가 계속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결제를 받으려는 임직원들이 방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계속 울리고....

 

 여기서 최 사장 집무실을 나오면서 계속 생각했다.최 사장의 진짜 고민은 무엇일까? 아마 그건 공정위 조사도,세무조사도,음란물 사건도 아닐 것이다.그것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플 순 있지만 본질적인 고민은 아닐 것이다.그가 기업가라면 아마 실적과 사업이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NHN이 올해 매우 중요한 일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검색 시장 진출.여기서 다시 한번 실패한다면 글로벌 기업 NHN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다. 그 점때문에 고민이 많은 그에게 국내의 수많은 이슈들이 더 힘들게 하는 점이 많을 듯하다.

 국내 시장에선 구글과 경쟁해야 하고 미국에선 게임의 성과를 내야 한다.수익성이 들쭉날쭉한 일본 게임시장에서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그가 이런 보고를 받는 회의실 장면을 그려보면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단독 대표이사로서의 고독함도 그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그는 진지하고 속 깊은 대화를 할 상대가 필요하다.

 

 국내 조직의 문제도 그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조직이 커지면서 생긴 이질적인 임직원들의 융합 문제다.그는 항상 "NHN은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많고 내부적으로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하곤 했다. 이게 그의 엄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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