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 윤반석 데어즈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경영자라기 보다는 디자이너에 가까웠다. 간지 나는 패션에서나 실제 하는 일에서나, 그에게서 디자인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긴 힘들어보였다.

그 후로 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그는 디자이너에서 경영자로 확실하게 변신했고, 디자인 에이전시 업무 역시 서비스 기획·개발로 바뀌어 있었다. 두 차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개발했다가 실패를 맛봤지만 안정적인 에이전시 일을 할 때보다 훨씬 의욕에 차 있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지만, 조금씩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데어즈 윤반석 대표의 3년 간의 기록이다

대전환 ; 디자인에서 모바일 SNS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공헌하겠다는 포부로 사업을 시작했던 그이기에 2008년 창업을 한 뒤 2011년까지는 디자인 외주를 받거나 다른 상품의 디자인을 기획하는 일을 해 왔다. 그의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2년 무렵부터. 그때 그는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시장의 엄청난 변화를 목격한 게 첫 번째 이유. 그 다음 이유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선 자체 비즈니스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모바일 혁명이 오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두번 다시 오기 힘든 엄청난 기회와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어요.”

그는 엄청난 기회에 주목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한 것 같았다. 그때 그는 지인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2012년 당시 아블라컴퍼니 창업자인 노정석 사장이었다.

노정석 사장을 만나고 나서 제 사업의 지평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죠. 당시엔 사실 그걸 잘 몰랐어요.” 노정석 사장을 통해 IT(정보기술) 분야의 디자인 일을 하면서 틈틈이 IT분야 창업자들과도 만나게 된 윤 대표.

변화하는 시대의 기회를 잡아야한다는 확신을 굳힌 그는 SNS 분야 서비스를 기획했다. 디자인 외주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오기 힘든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수야 없죠.“ 처음 개발한 것은 팅팅팅’. “이성을 사귀고 싶어하는 솔로 친구들을 최대 6명까지 소개할 수 있어요. 이것을 본 지인 중 이 앨범에 올라온 솔로 친구에게 관심이 간다면 포크 버튼을 누르면 되는 식이죠. 이렇게 하면 주선자에게 소개팅 의사가 있다는 게 전달되고, 이 사람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 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즉 소개팅을 공개적으로 하는 그런 서비스다. 그냥 막연하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가 아니라 친구의 친구들 리스트를 보면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찜해 소개시켜달라고 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말에 나온 팅팅팅2013년 중반까지 40% 가까운 재방문율을 보이며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했다. 우선 서비스를 지속할 만큼의 사용자가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 재방문율은 높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충성도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전체 유저 수가 늘지 않았고 수익 모델도 없었다.

팅팅팅을 서비스하던 와중에도 윤 대표는 두 번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두 번째 작품은 픽업(PICUP).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 이미지를 손쉽게 버튼 하나로 스크랩하며, 스크랩한 이미지를 보고 친구들이 해당 제품이나 비슷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취향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자, ‘쇼핑링크 공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윤반석 대표는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스타일의 이미지나 매거진의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는 실제 쇼핑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단순히 워너비의 성향이 강한 정보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이죠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픽업을 단순히 이미지 정보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도록 연결을 시켜줬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01311월 첫 클로즈베타서비스를 시작해 20142월 오픈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픽업 역시 채 1년을 지속하지 못하고 중단되고 말았다.

분명히 기회가 있었는데, 왜 잘 안됐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이유있는 실패, 확실한 깨달음

사실 아무 이유없는 실패는 아니었다. 이미 전조는 있었다. “B2C 서비스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의욕은 대단했죠. 그런데 시장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던 거죠.”

그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실패의 이유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창업자 역시 이런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노 대표가 계속 지적을 했었죠. 사업을 기회로만 바라보지 말라고요. 기회는 어디에나 있지만 사업은 기회가 전부가 아니다. 시장을 봐야 한다. 그래야 사업성이라는 게 나온다고요. 저는 사실 시장 사이즈나 성장 가능성, 수익 모델 이런 것에는 애시당초 별 생각이 없었던 게 사실이에요. 이렇게 큰 기회가 있는데 어찌 놓칠 수 있을까 하고 시작한 거였거든요.”

그렇지만 아무 의미 없는 실패도 결코 아니었다. “서비스를 두 번 접으면서 확실하게 배운 게 있죠. 일단 수익모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기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이라는 거였죠. 수요가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뭘 하겠습니까.”

그래도 그에겐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우선 실행력이 있다는 것. 기획을 하면 그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원하는 대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의 큰 장점이다. 두 번째로 그에게는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동료들이 있다. 수년간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묵묵하게 그와 함께 지내온 현소민 실장, 김민 팀장 등 창업 멤버 및 초창기 멤버들이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그가 갖고 있는 장점은 지속가능한 데 비해 단점은 수정 가능했다.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는 뜻이다. 그는 픽업에서 의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이 실제 패션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등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이걸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게 안타까왔다고 한다. “정말 숫자가 좋았는데 외부 링크로 연결을 하니 자체 매출이 나오질 않았죠. 이걸 살려보고 싶었어요.”

이걸 어떻게 살릴까. 고심하는 자에겐 답이 나오는 법. 그는 키워드를 열심히 찾던 중 구글과 바이두 등 해외 검색엔진에서 Seoul 키워드가 최근 2년새 4배 이상 급증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게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문화를 찾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봤어요

이렇게 해서 그가 찾아낸 것이 서울스토어닷컴(www.seoulstore.com)이다.

서울언니들의 서울스토어닷컴

서울스토어는 세계적으로 트렌디한 키워드로 떠오르는 서울트렌드 리더들인 서울언니' 모습을 보여주고 커머스로 연결하는 온라인 스토어입니다.”

윤 대표가 직접 설명하는 서울스토어닷컴의 모습이다. 타겟은 좁게는 서울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이지만, 요우커, 동남아시아의 서울의 트렌드와 제품에 관심이 높은 사용자까지 확대할 예정.

서울스토어는 지난 두 차례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 반영돼 있다. 철저하게 수익 모델이 있는 사업이며, 시장 수요와 전망에 기초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패션과 beauty 분야에 집중하면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윤 대표 본인의 그동안의 경험과 자신감도 깔려있다. 무엇보다 윤반석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시장성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찾은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픽업은 개발하는 데 5개월이나 걸렸어요. 하지만 서울스토어는 4주만에 개발을 끝냈죠.”

어떻게 이런 차이가 가능했을까. 사업적인 접근을 했더니 문제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는 설명. “커머스 서비스는 상품, 가격, 콘텐츠. 이렇게 3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에 집중을 했어요. 쇼핑몰 본연의 것에 집중하니 개발의 원칙도 분명했죠.”

물론 내가 보기엔 픽업의 경험이 상당히 작용한 것 같다. 픽업에서 이미 패션정보를 공유하는 SNS 서비스를 해 봤기에 한결 수월하게 서울스토어닷컴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여간 출발은 단순하게 했다. 트렌드가 되고 있는 서울 언니들(패션과 뷰티쪽의 열혈 사업자들과 주된 소비를 하는 여성들)의 물건을 사고 팔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간을 보내는 그런 온라인 장소로 만들겠다는 것.

414일 서비스를 오픈했다. 아직 마케팅을 할 때는 아니라고 판단돼 별로 알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첫날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결제까지 이뤄졌다. “너무 기뻐서 마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날 바로 직원들하고 치킨 시켜 먹으며 자축파티를 했죠. 하하

서울스토어는 현재 모바일 웹 버전으로 만들어져 있다. 앱으로도 만들어 곧 출시할 계획이고 이미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현재 웹 버전도 앱 못지 않게 심플하다. 각종 패션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패션 정보, 가게 정보를 올려놓기도 하고 자신의 패션스타일이나 자신이 파는 상품을 올려놓기도 한다. 이것을 들어가 구경만 하기도 하고 자신의 패션을 자랑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면 바로 주문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라는 키워드로 하나의 패션세계를 만들어보겠다는 그의 구상이 담겨 있다.

그는 지금 B2C 사업에 대한 열망에 가득차 있다. 서울스토어는 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커머스 사업인 동시에 확실한 수익모델이 있는 B2C 사업이다. “디자인을 계속 해오다 사업으로 넘어오고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의 희열이 엄청나다는 걸 처음 알게 됐네요. 7년이나 사업을 했는데 여전히 새로운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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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 쇼핑할 때 중요한 것은 역시 '정보'다. 가격 정보,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각종 이벤트나 행사에 대한 정보 등등. 그러다보니 쇼핑 분야에서는 항상 제품을 직접 팔고 사는 거래와 물류, 유통 못지 않게 정보를 모아 보여주고 비교하는 사업도 번창해왔다. 하루하나 정성민 대표는 쇼핑은 DB와 마케팅 싸움이라는 생각을 갖고, 직접적인 거래보다는 메타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을 주로 해 왔다. 시장을 먼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시장 선도자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그가 이번에는 모바일 분야의 라이브홈쇼핑을 들고 나왔다. 

10년 간의 대기업생활 끝에 첫 창업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90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정성민 대표. 그는 막연하게 창업에 대한 동경을 가진 채 한동안 평범한 직장생활을 해 왔다고 한다. 졸업하고 몇몇 기업을 거쳐 SK에너지에 들어간 그. 때는 2002년이었다. 이른바 굴뚝 기업에 들어갔지만 그가 소속된 파트는 인탠저블사업부. 그야말로 뭐라 설명하기 힘든, 무형의 사업을 담당했다는 뜻인데, 손에 잡히고 눈에 훤히 보이는 일을 주로 하는 전통 산업체에서 그런 분야의 일을 했다는 것은 신규사업 발굴을 했다는 뜻이다.

에너지 회사에서 무슨 신규사업을 발굴했을까. 대표적인 게 엔카닷컴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감이 온다. 회사의 기존 사업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온갖 시도를 했을 것 같다. 그 덕에 그는 IT(정보기술) 분야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젠가 이런 것을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대기업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회사에서 정한 사업상의 순위, 중요도 등에서 밀리면 썩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까웠죠. 정말. 아이디어만 갖고 사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보고서로만 남기고 그냥 끝나는 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심해졌죠.”

결과적으로 수많은 아이디어 기획을 하고 이것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현실화하고픈 욕구가 들었다는 것. 특히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쇼핑 분야였다. 그 자신이 쇼핑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가능성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수많은 사업 아이템이 있겠지만 저는 게임, 광고, 그리고 커머스 이렇게 세 가지를 핵심으로 봤어요.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 이 중에서 제가 도전해볼 만한 분야로 커머스를 택한 거죠.”

2009. 대기업 직원이었던 정성민은 회사를 나와 자신의 첫 벤처기업을 차렸다. 하루하나의 탄생이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

그가 하루하나를 창업하는데 동기부여를 한 것은 그가 회사를 나오기 2년 전 쯤 등장한 원어데이라는 쇼핑몰이었다. “하루에 한 가지 물건만 집중적으로 판매한다는 컨셉이었죠. 시장이 될 거라고 봤어요. 아직 초창기여서 경쟁은 심하지 않았고, 직접 그런 사이트를 만드는게 아니라 메타사이트를 만들면 시장 안착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 거죠.”

그의 생각대로 초기 시장은 순항했다. 순식간에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쇼핑몰 수십개가 등장했다. 급성장에 아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생각보다 시장이 더 커지질 않은 거였다. 시장이 커지질 않으니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했고 비용 절감도 쉽지 않았다.

하루에 한 가지만 판다는 컨셉이 처음부터 시장이 확 커지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 같아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시장을 확대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을 터. 하지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내부 이슈가 많아져 그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는 대응이 빨랐다.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개념으로는 안된다 싶은 그때 소셜커머스가 주목을 받자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로 변신을 시도했다. 2010년 여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소셜커머스의 원조격이 하루 한 가지만 파는 원어데이와 같은 쇼핑몰이었기에 변신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남보다 빨리 치고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심지어 이제 모바일쇼핑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남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다.

“20103월에 하루하나 앱을 런칭했어요. 그리고 바로 전체 앱 순위 7위까지 오르기도 했죠. 사실 2009년말에 하루 한 가지 쇼핑몰로는 답이 안 나온다고 판단했어요. 빨리 움직인 편이죠. ”

적시에 움직인 덕에 2010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전성기를 달렸다. 하루하나의 뒤를 이어 쿠차, 쿠폰모아 등 소셜커머스 메타사이트들이 나왔지만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시장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메타사이트란 경쟁하는 서비스업체들이 많아야 반사이익을 많이 누릴 수 있다. 각 소셜커머스 서비스들을 한데 모여서 보여주려면 업체들이 많을수록 좋은데 티몬, 쿠팡, 위메프 등 빅3를 중심으로 시장이 정리되면서 메타사이트 분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대응도 제때 하지 못했다. 개발 문제도 컸다. 정 대표는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11년을 기점으로 안드로이드마켓이 시장을 휩쓴 것이다. 아이폰 앱스토어에 최적화된 개발 인재만 보유하고 있던 하루하나는 뒤늦게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충원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보다 늦게 들어온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하루하나는 그들에게 고객을 빼앗겼다. 한때 1위를 달렸던 하루하나 앱은 순식간에 3위로 추락했다.

모바일 홈쇼핑, 아직 기회는 있다!

한때 10명 가까이 불었던 직원은 다시 3명으로 줄었다. 풀타임 직원으로 하면 그와 핵심개발자인 CTO 두 명만 달랑 남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모바일에서 다시 기회를 봤다. 모바일에서도 일반적인 소셜커머스가 아닌 홈쇼핑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란 게 그의 예측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3000억원대에 불과헀던 모바일쇼핑 시장 규모는 20116000억원, 201217000억원 등 급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는 4조원에 육박했고 2014년 올해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홈쇼핑 시장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홈쇼핑업체인 GS샵의 경우만 봐도 PC, TV, 카탈로그 매출 등은 대부분 정체되거나 감소추세에 있는데 비해 모바일쇼핑 분야의 매출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20배가 넘게 거래가 늘었다.

원래 정 대표는 20124월 하루하나 모바일 앱에 처음 모바일홈쇼핑 서비스를 넣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당시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고객군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셜커머스는 20,30대가 위주인 반면 홈쇼핑은 30, 40, 50대가 주 소비자층이고 대부분 여성이다. 특히 여성의 비중이 80%는 웃돈다.

그는 이런 여성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 라이브홈쇼핑 서비스 앱을 올 3월 출시했다. 6개 홈쇼핑사의 상품을 모두 모아서 보여주고 구매까지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그리고 물론 이 홈쇼핑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다.

그가 라이브홈쇼핑 앱을 출시할 당시 시장 상황은 이제까지와 사뭇 달랐다. 그는 항상 먼저 움직이는 쪽이었다. 언제나 시장의 움직임을 남보다 조금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인 셈이다. 아니 단순히 인지가 빠른 게 아니라 행동에 옮기는 것이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인지만 먼저 하는 사람이나 조직이야 수두룩할 것이다. 그들이 인지를 했는지 못했는지를 우리는 행동에 옮겨졌을 때 알 수 있는데 행동이 빠른 사람이나 조직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이런 사람이나 조직이 시장을 선점하곤 한다.

그런데 그의 경우 그러질 못했다. 그가 실컷 시행착오를 하는 동안 후발주자들이 과실을 따갔다. 이번엔 그가 거꾸로 후발주자가 됐다. 라이브홈쇼핑 서비스를 올 3월 출시했지만 경쟁서비스인 홈쇼핑모아는 지난해 3, SK에서 하는 티쇼핑도 지난해 출시된 바 있다. 그래도 경쟁자들보다 늦게 나왔지만 9개월여만에 다운로드 10만명을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2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성민 대표는 항상 메타사이트를 추구해왔다. 직접 쇼핑 서비스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고 그는 쇼핑 그 자체보다는 사실상 마케팅비즈니스인 메타서비스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메타서비스는 사실 DB사업이에요. 마케팅이 중요하죠. 보다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냥 수많은 사이트로 가는 게이트웨이에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플랫폼으로 가고 싶습니다. 커머스분야의 광고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기에도 메타사이트가 더 매력적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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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한 가지 목표만을 생각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살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궁금하다. 막연하지만,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분명 어떤 성취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소개하는 엠버스 주시현 대표는 젊은 나이임에도 매사에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임해온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해서 성공에 이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현실세계의 냉혹함이지만,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일찌감치 창업을 생각하고 준비해 온 그의 살아온 궤적과 준비 과정을 지켜보는 게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창업만 생각한 학창시절

2년만에 민사고를 졸업하고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 입학한 주시현. 그야말로 ‘엄마친구아들(엄친아)’의 포스가 느껴지는 그는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수재들이 모인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 군대를, 그것도 일반 사병 현역으로 가 만기제대했다는 점. 통상 이공계 진학생들이 엔지니어로 병역특례를 받는다는 것에 비춰 의외의 모습이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것이나, 전산학과를 택한 것이나, 군대를 현역으로 간 것이 모두 창업때문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사실 해외에 나가 창업을 하고픈 생각에 군대를 빨리 갖다오자고 생각했어요. 군대를 해결해야 해외에 나가는 게 자유로울 테고, 병역특례는 경험은 쌓을 수 있지만 기간이 길쟎아요. 병역을 빨리 마치고 해외로 가자고 생각한거죠.”

 제대하고 2010년 코스모스졸업을 한 그는 유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를 했다. 해외로 바로 나가느냐, 경험을 쌓고 해외로 가느냐의 기로에서 경험을 우선 쌓는 길을 택한 것이다. 창업을 생각했을 때 학위를 더 딸 필요가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때도 그의 생각의 중심은 창업 준비에 있었다고 한다. “경험은 없는 상태에서 회사의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는 훈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컨설팅회사에 갔죠.”

 그런데 1년2개월여만에 그는 회사를 나왔다. 왜? 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그가 생각한 것과 좀 달랐다. 무엇보다 창업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창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 “사업은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하쟎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정하면서 성장하는 거구요. 그런데 컨설팅이란 일은 그렇지 않더군요. 컨설팅은 모든 정보를 모아서 시행착오 없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정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컨설팅 회사를 그만둔 그에게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선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일세즈(Stylesay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이었다. 선배 일도 돕고 일도 배울 겸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1년 9월이었다.

◆시행착오 속에 길을 찾다

스타일세즈 입사가 주시현 대표에게 좋은 기회였던 이유는 본래 해외 창업을 꿈꿨던 그가 미국에서의 창업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처음에 그는 스타일세즈에서 경험을 쌓고 미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는 2012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주시현 대표가 당초 해외에서 창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한국 시장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어차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려면 해외에서 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런데 외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는 그가 모르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서비스 회사는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고,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미국에 나가보니 미국 고객들의 마음을 잘 모르겠더라구요. 문화적인 차이도 분명히 있었구요. 고객의 마음을 알고 고객과 만날 수 있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죠.”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던 한국 시장이었지만 카카오톡 등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모습도 그에게 자극을 줬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2년 봄 한국에 들어온 그에겐 함께 창업을 할 동료도, 뚜렷한 사업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카이스트 2년 후배이자 기숙사에서 방을 같이 썼던 산업디자인학과 김태은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한번도 창업에 대해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주 대표는 김태은의 실력을 알고 그의 성격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또 한 명을 설득, 2012년 6월 엠버스(Mverse)를 창업했다. 모바일(mobile)의 M과 유니버스(universe)의 verse를 딴 조어다. 모바일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담은 것 같다.  

 주시현 대표가 서비스 개발을 맡고, 다른 2명의 창업자가 각각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맡기로 했다. 이들은 모바일 커머스로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정했다. “모바일 커머스 분야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정말 소비자들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고 혁신의 여지가 많은데 그런 부분의 발전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됐어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봤죠.”

◆연말께 두번째 서비스 출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모바일 커머스는 아직 초창기라 1위 사업자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다는 점. 모바일 커머스에서는 1등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어야 사업을 끌어갈 수 있고, 뜻 있는 젊은이들을 모을 수가 있다.

 주 대표에게 엠버스는 사실 첫 창업이 아니다. 그는 2006년초에 학교 선배들과 창업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엔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지만 자금 부족, 경험 부족 등으로 중간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군에 입대했다. 2012년 창업할 때 주 대표의 모습은 그때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6년 전에는 선배들의 창업에 합류하는 형태였지만 이번엔 자신이 주도해 후배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모바일에서 제일 편리하게 이용하는 커머스 플레이스 만들어보자’ 이게 이들의 목표였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케이큐브벤처스에서 1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2012년말 이들의 첫 작품, ‘MNOP Designs’를 출시했다. 이름이 어렵다. 주 대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이름을 지었나?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지었어야 했는데..”

 이 서비스는 디자이너들이 상품을 올리고 사용자들이 이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쇼핑 중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어떤 물건이든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우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니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진만 보고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런 vertical 영역을 하나 잡은 거에요.”

 출시하고 7개월여만에 150명의 디자이너들이 올리는 상품 5000여개가 축적됐다. 4만여명이 다운로드해 서비스를 이용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는데, 막상 서비스를 시작해보니 기술적인 혁신보다 제대로된 상품을 제때 공급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부분의 변화는 이루기 힘들다는 걸 알게됐다.

 주 대표는 요즘 본질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본래 서비스를 시작할 때 목표는 ‘‘좋은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품 공급을 하느라 리소스의 상당수를 투입하는 상황이 된 것. 결국 커머스의 요체는 좋은 상품이고 이에 대한 정보라는 것을 서비스를 하면서 알게 된 그는 연말을 목표로 새로운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면서 모바일에서만 제공되는 그런 특징을 가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뭐가 나올까. 아직 초창기인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기존 웹 기반 커머스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구매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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