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은 슈퍼맨. 별명처럼 한국인같지 않은 외모가 우선 눈에 띈다. 미국인을 연상케 할 정도의 큰 덩치에 안경을 쓰면 선해보이지만 안경을 벗으면 갑자기 인상이 부리부리해진다. 타파스미디어를 최근 설립한 김창원 대표는 아블라컴퍼니 노정석 사장과 함께 과거 태터앤컴퍼니 공동 대표를 지내다가 구글에 회사를 매각한 뒤 구글에서 3년반 정도 일을 했다. 태터앤미디어는 구글이 아시아에서 인수한 유일한 벤처기업이기에 그와 그의 회사도 제법 유명세를 탔다. 

 그가 새로 시작한 타파스미디어는 미국에 설립한 미국 법인이다. 하려는 사업이 독특하다. 한국에서 태동해 특화된 웹툰이라는 장르의 세계 진출이라는 다소 색다르고 엉뚱한 그런 목표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지만 한국의 웹툰 문화를 갖고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다. 싸이가 자신이 만든 스타일의 음악을 들고 세계 무대로 나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을까.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을 배우다

김창원 대표는 원래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고 얼마 안 있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물리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후 삼성전자에 취직했다.

 삼성전자에서 그가 일한 곳은 무선사업부. 글을 쓰기 좋아하는 그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잡지 등에 글을 기고했는데 통신 기술과 무선인터넷의 발전 방향에 대해 쓴 그의 글을 읽고 그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김창원 대표는 글을 맛깔나게 재미있게 쓰는 편이다. 평소 대화할 때 드러나는 기묘한 유머감각이 글에도 배어 있다.) 인젠을 창업했고 태터앤컴퍼니를 만든 아블라컴퍼니 노정석 사장이었다. 당시 노정석 사장은 두번째 창업인 젠터스에서 쓴 맛을 보고 SK텔레콤 ‘대리’로 근무하고 있었다. 

 무교동의 한 낙지집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금방 친구가 됐다. 벤처업계 젊은 벤처인들 사이에서 형님뻘로 통하는 노정석 사장은 평범함과는 완전한 극단에 있는 인물인데, 이런 사람과 만나자마자 대화가 통하고 친구가 됐다는 점에서 김창원 대표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때 만난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뜻이 통한 두 사람은 태터앤컴퍼니에서 다시 만났다. 2005년말 노정석 사장이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하고 2006년 김창원 대표가 이 회사에 공동 대표로 합류한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과 의기투합은 좋은 결말을 맺었다. 2008년 태터앤컴퍼니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이 회사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구글이 인수한 벤처기업’ 이 됐다. 

 그 뒤로 한동안 김창원 대표는 구글에서 일했다. 2년여 구글코리아에서 PM(프로덕트매니저)로 있었고 2010년 이후엔 구글본사로 넘어갔다. 본사에서 블로그&닷컴의 서비스기획과 리뉴얼을 담당하였으며, 구글플러스 프로젝트의 PM이자 유일한 한국인 멤버로 활약했다.

◆웹툰에 빠져 창업을 꿈꾸다

그가 아마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그 좋은 회사를 다니다 왜 창업을 하겠다고 뛰쳐나왔냐?”는 걸거다. 아무리 예상했던 일이라고 할 지라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창업을 고민하던 시점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구글에 다니고 있을 무렵. 구글코리아에서 2년을 일하다 본사로 건너갔기 때문에 “회사에 다시 입사한 것 같았다”고 회고할 정도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왔고 영어를 구사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한국인. 한국 사람이 외국 회사의 본사에서 일하는 게 녹록했을 리 없다. 더군다나 경쟁이 치열한 구글이니. 

 본래 그는 만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남들이 흔히 보던 유명 만화가들의 작품도 그는 전혀 접하지 않았다. “저는 만화책을 즐겨 보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웹툰은 즐겨보게 됐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그가 웹툰을 보게 된 것은 아닐까. 만화책과 달리 웹툰은 호흡이 짧으면서도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그날그날의 이슈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보다는 스토리 구성에 더 강점이 있는 게 웹툰이기도 하다. 기묘한 유머감각을 갖고 있는 김 대표로서는 기존의 만화보다는 재치가 넘치고 시대의 이슈가 반영된 웹툰이 더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생전 만화를 안 보다 어느 날 갑자기 웹툰을 열심히 보는 자신을 보면서 김 대표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그가 가장 열심히 찾아본 것은 야후코리아에서 제공하던 웹툰서비스. 

 “웹툰을 너무 자주, 많이 보면서 한편 느낀 것은 약간의 허탈감이랄까. 왜 그런 거 있쟎아요. 만화를 너무 열심히 보고 나면 한편으로는 스트레스도 풀고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내가 괜히 시간 낭비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할 일도 많은데 말이죠. 그러다가 어느날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 웹툰을 보면서 시간낭비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웹툰으로 사업을 해보면 되겠구나!’ 그래서 이 분야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가 발견한 것은 웹툰이라는 장르는 한국에서 시작해 한국이 키워낸 놀랍고 혁신적인 IT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것. 하지만 한국의 시장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네이버 다음 등 극소수 포털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이들이 국내 시장에 안주한데다 독점 구조라서 성장이나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계획도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웹툰 시장이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지만 웃음과 재미라는 코드는 어차피 모두 같은 법. 형식이 문제가 아니기에 점차 웹툰 방식의 서비스를 하려는 업체들이 생겨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이 원조인, 희귀한 분야인데 뺏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동지들을 규합했다. 

◆웹툰으로 세계시장에 새로운 한류 모델 만든다

그의 이런 열정과 준비태세를 보고 UC 버클리 하스 스쿨을 졸업한 장영준씨가 CCO(최고콘텐츠책임자)로 공동 창업을 하기로 했다. 장영준씨가 합류하면서 하스 스쿨 출신 또는 버클리 출신의 우수한 실리콘밸리 인재들이 타파스미디어에 합류했다.

 창업진들에 대해 장영준 공동창업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거나 가진것을 모두 버린 사람들이 여기 타파스 미디어에 모였습니다. 공동창업자 김창원 대표님, 자식이 둘이고 멀쩡히 수억대 연봉 받으시던 분이 이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 하나, 저와의 신뢰 둘, 이렇게 무기 삼아 회사 때려치우고 새로운 도전에 온 몸을 던졌고,  저는 그 약속에 답하기 위해 학교를 한학기 조기 졸업하고 모든 안정된 취직 자리를 던졌습니다. 우리 웹개발자들 역시 대기업의 기회를 버리고 우리의 비전에 동참해주셨으며, 마케팅 팀은 모두 하스출신의 유능한 제 친구들로서 역시 대기업 자리대신 우리의 프로젝트에 동참해주었습니다. 작가들 역시 모두 출중한 실력이 있으나 대기업이 시키는대로 그림만 그리는 환경보다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우리를 선택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다른 기회를 포기하였고, 이제 두 손에 가진것이 없이 시작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 한다면, 열정과 실력에 대한 자신감, 그 두가지 가슴에 품었을 뿐입니다.”

 타파스미디어에서 타파스(Tapas)는 스페인어로 핑거스푼, 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소량의 음식을 뜻한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지향점이 담겨 있다.

 타파스미디어는 웹툰을 미국에서 서비스하는 전문 포털 타파스틱(www.tapastic.com)을 10월8일 오픈했다. 모바일 앱도 만들었다. 타파스틱의 미션은 우선 2가지. 웹툰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한 미국 등 서구 사회에 한국의 시작한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표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일으키고 이를 선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겠다는 것. 타파스틱에는 현재 50여 편의 작품들이 연재 중인데 지금까지 10편의 한국 작품을 선정해 현지에 최적화된 번역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연재를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타파스미디어의 목표는 타파스틱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고 시장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의 별명은, 모두에서도 밝혔듯이 수퍼맨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글로벌기업, 벤처기업을 두루 다니며 경험하고 학습한 그가 처음으로 하는 창업은 그의 별명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만화라는 분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수퍼맨을 포함한 영웅히어로를 앞세운 DC와 마블 코믹스의 수퍼맨 군단과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됐다. 수퍼맨과 수퍼맨의 대결인 셈이다. 이 정도면 한국의 스타트업 100회째로 손색이 없지 않을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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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취재를 다니면서 왜 회사를 차리게 됐는지에 대해 다양한 말을 들었다.그런 질문은 특히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나와서 창업하는 분들에게 하곤 한다.대답은 각양각색이지만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그걸 잘 하는 회사가 없어서,조직생활이 맞지가 않아서,성과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서 등등 다양하게 나온다.

 라이포인터랙티브를 창업한 김보경 대표는 그 중 꽤나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그를 처음 만난 날 왜 창업을 하게 됐냐고 물었다.그의 대답은 이랬다.“집이 일산인데,병특으로 강남에 있는 회사 사무실로 출퇴근을 했습니다.그렇게 계속 하다보니 출퇴근이 너무 힘들더라구요.그래서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만들었죠.” 굉장히 특이한 이유다.어쨋든 김 대표는 그렇게 창업을 했다.

◆엔지니어와 벤처캐피탈리스트
 한동대 전산학과 97학번인 김 대표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대신했고 2005년 잠깐 학교에 복학을 하기도 했지만 2006년 위와 같은 이유로 회사를 차렸다.회사 이름은 비비소프트.

 김 대표는 약간 대범하다고 할까,대인배적인 기질이 있다.물론 젊기 때문이기도 하다.그는 창업할 때 아주 심각하게 뭔가 대단한 것을 처음부터 하겠다기 보다는 프로젝트를 외주 받아 하면서도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그는 첫 창업 후 1년 반동안 26개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대외적인 대표 활동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임정민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출신이다.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가 U.C.Berkeley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이어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영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임 대표는 이후 오라클 창업 멤버 2명이 만든 Tenfold라는 회사에서 1년간 근무를 하고 휴대폰용 소프트웨어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2006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면서 한국에 들어왔다.

<라이포인터랙티브 김보경(왼쪽) 임정민 대표와 회사 앞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항상 취재 회사를 찾아가는 원칙이었는데,급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두 분이 회사로 찾아오셨다. 사진=kkon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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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태터 네트워크
 언뜻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한국 스타트업계에서 거대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태터앤컴퍼니 네트워크때문이었다.태터앤컴퍼니의 창업자인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와 임정민 대표는 카이스트 동문이다.

 김보경 대표가 2006년 첫 창업한 회사는 2007년 태터앤컴퍼니에 인수됐고 김 대표는 태터앤컴퍼니에서 일하게 됐다.태터앤컴퍼니와 노정석 대표를 통해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그리고 이후 태터앤컴퍼니가 구글에 인수되고 창업을 준비한 김 대표는 2010년 3월 라이포인터랙티브를 차렸다.

 김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고 트레인시티를 개발하고 있던 중에도 두 사람은 계속 만났다고 한다.그 와중에 임 대표는 페이스북이펙트라는 책을 번역,출간하기도 했다.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일하면서 창업과 벤처 기업에 대한 열망에 휩싸여 있던 임 대표는 결국 지난해 9월 라이포인터랙티브로의 합류를 결정한다.그리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소셜게임이 지난해 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인시티,한달여만에 20만 돌파
 소셜게임 ‘트레인시티’는 이름 그대로 기차를 테마로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도시와 도시 사이를 멋진 기차로 연결하면서 나만의 도시를 건설하고 확장해 나가는 게 주된 목적이다.페이스북의 글로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트레인시티는 징가(Zynga)가 지난해 출시한 시티빌(CityVille)처럼 페이스북에서 인기있는 도시건설 장르의 게임에 철로를 건설하고 기차를 운행하는 시뮬레이션을 결합했다.구글앱엔진과 클라우드를 적용하여 높은 확장성과 안정성을 가진 게 트레인시티의 특징이다.

 트레인시티는 기차를 정말 좋아하는 라이포인터랙티브의 개발자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그래서 그런지 해외 유저들로부터도 ‘정말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게임이다’, ‘기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라이포인터랙티브는 지난 해 벤처캐피털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과 모바일게임업체 게임빌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라이포인터랙티브로서는 게임 개발 자금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전략적인 제휴 파트너도 얻는 성과를 이뤘다.지난해말 트레인시티는 출시하자마자 20여일만에 15만명이 가입했고 최근 20만명을 가볍게 돌파했다.게임 쪽에 경력이 없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로는 산뜻한 출발이다.하지만 임 대표는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일단 올해 안에 200만 가입자 돌파가 목표입니다.250만명을 넘어서면 페이스북 전체 소셜 게임 랭킹 100위안에 진입할 수 있는데 게임이 좋고 사용자들의 반응도 좋아서 중장기적으로는 100위 진입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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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구글이 한국의 벤처기업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게.당시 정치부 기자로 일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기사를 쓰지는 않았지만,소식을 듣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태터앤컴퍼니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노정석,김창원 사장이었다.그리고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곧 창업하러 나올텐데.이번엔 무엇을 가지고 창업을 할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그리고 실제로 노정석 구글PM(프로덕트매니저)는 결국 지난해 구글을 박차고 나와 자기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다.30대 중반에 벌써 네번째 창업이다.하지만 그가 구글을 나와 다시 창업을 하게 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는 않았다.때론 밖에서 보기엔 너무나 당연해보이는 일도 그 과정은 수많은 우여곡절과 그것이 아니었으면 이뤄지기 힘들었을 운명적인 만남 같은 것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강남역 인근에 사무실을 얻은 노정석 사장의 아블라컴퍼니를 1월초 어느날(아마 폭설이 내린 다음날쯤이었던 것 같다) 찾아갔다.

◆구글플렉스에서 창업을 결심하다
 내심 너무나 당연하기에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노 사장을 만났을 때 창업 동기에 대해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왜 창업했냐”는 질문은 그에게 무의미할 것 같았다.그래서 나는 “정확히 언제부터 구글을 나와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실행하기 시작했나”라고 묻고 싶었다.
 노 사장을 만나면 좋은 것이 그가 미리 알아서 답을 한다는 거다.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는 말했다.
 “구글플렉스(항상 언론에 사진이 나오는 그 유명한 구글식당 바로 앞의 파라솔이 줄지어 있는 그 곳)에서 식사를 하고 따사로운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으며 음료수를 마시다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 좋은 곳에 있으면서 왜 힘들게 창업할 생각을 해요?’라고 물을 만 하다.나는 생각만 했다.

 역시 그는 알아서 먼저 말을 했다.“이렇게 좋은 회사를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구글에 오니,그 좋은 구글 캠퍼스에 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구요.”

 비하인드스토리랄 것까진 없겠지만 여기서 노 대표에게 창업의 의욕을 더욱 샘솟게 두 가지 일이 있었다.그가 아직 구글에 적을 두고 있던 지난해 3월 창업을 하겠다며 패기만만한 2명의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왔다.노 대표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 창업을 준비중이었던 신현성 대표와 김동현 이사였다.그리고 그때 노 대표도 마음을 굳혔다.“나도 새롭게 도전하자”

 때 마침 파프리카랩 공동창업자였던 이창수씨와 함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도 자극이 됐다.노 대표는 소셜게임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했다가 나와서 일본에 있던 이창수씨와 창업을 같이 했다.이창수씨는 CTO를 맡았다.“정말 열정적이고 뭔가를 해보고 싶어서 정말 난리난 사람이었는데,이런 사람이랑 창업 못하면 또 오랜세월 혼자고민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업에 뛰어든 1세대 해커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 해킹 싸움’ 주동자다.KAIST 컴퓨팅 동아리 ‘쿠스(KUS)’ 회장으로서 싸움을 주도했다가 구치소에 수감됐다.다행히 벌금형으로 풀려났지만 이후 그는 전공을 전산학에서 경영공학으로 바꿨다.

 해커로서 그의 실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은 1998년.SK텔레콤이 특이한 조건으로 보안시스템을 발주했다.‘SK텔레콤 홈페이지 시스템을 뚫는 회사랑 계약하겠다’는 것.인젠 창업 초기인 당시 그는 단 하루 만에 SK텔레콤 홈페이지 시스템을 해킹해 사업을 따냈다.“해킹은 기술이 10%,인간 심리 이해가 90%입니다.시스템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하나씩 해킹의 실마리가 풀리죠”
 그는 레이서로도 활동했다.2002년 아마추어 트렉레이스인 ‘타임트라이얼’에서 우승한 뒤 2003년엔 프로로 전향했다.자동차와 레이싱에 대한 그의 관심은 취미 수준이 아니다.

 노 대표는 2005년 말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했다.1997년 인젠,2002년 젠터스에 이어 세 번째 창업이다.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커였고 지금도 그 분야에 상당한 안목이 있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해킹사건 그 이후 기술 창업으로 기업가의 꿈을 이루는 쪽으로 전환된 것 같다.물론 그의 입에서 들은 말은 아니다.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느낀 것이다.

◆네번째 창업,아블라컴퍼니
 잠시 과거로 돌아갔던 시계를 다시 현재로 돌려보자.해커이자 레이서였던 그는 기술 창업으로 승부를 봐 왔다.1997년 인젠 창업이후 태터앤커커컴퍼니까지 그의 이런 기조는 유지됐던 것 같다.

 그런데 아블라컴퍼니에 와서 그는 또 다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이미 인젠과 태터앤컴퍼니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일까.아니면 구글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까.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노 대표는 창업 경력 10년이 넘어서면서 이제 ‘기술’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뭐 꼭 대단한 기술력을 내세우지 않아도 기술력은 이미 그가 창업하는 모든 회사의 기본이 되 있는 것이고 그는 이제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런 창업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지난해 창업한 아블라(Ablar)컴퍼니는 스페인어 Hablar 에서 앞에 H 를 날린,Zappos 식 작명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회사다.스페인어 Hablar는 말하다,대화하다 이런 뜻을 갖고 있다.“좀더 많이 말하고 소통하게 해주는 회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러한 이름을 지었습니다.CTO 가 단 5분만에 신들린듯 작명한 이름입니다”

◆오프라인 사업자에게 제대로된 온라인 기반을 만들어주자
 노정석 대표 이야기를 하면서 태터앤컴퍼니(TNC)를 빠뜨릴 수 없다.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Consumer Internet Service를 시작한게 TNC가 처음이었습니다.‘Brand Yourself’라는 모토를 가지고 원래 가져야 할 콘텐츠파워를 원래 가진자에게 돌려주다라는 목표하나로 시작했었고 소기의 목적을 이뤘습니다.Tistory 는 명실상부한 대표 블로그 서비스로 성장했고 우리가 만들었던 혁신들은 몇년차이를 두고 포털들의 기본서비스가 됐습니다.우리는 그런 변화를 자극했습니다.그게 우리의 공헌이었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이끌었던 신정규님과 나는 우리는 ’위대한 성공‘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한 아블라컴퍼니의 사업 목표를 요약하면 이렇다.‘과거에 TNC 가 ’Brand yourself’ 라는 목표 아래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된 온라인 기반(홈페이지)을 주려고 했다면 아블라컴퍼니는 오프라인에 사업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에게 제대로 된 온라인 기반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 것이 이번 사업 목표’

 노 대표는 이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과거 콘텐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을 만들었던 그가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콘텐츠툴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는 아블라의 핵심 사업을 이렇게 간단하게 말했다.“자영업자 분들을 위한 페이스북을 만드는 겁니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 위에서 직접적으로 판매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특별하게 복잡한 기능들 만들지 않고 업주분들이 필요하다고 딱 이야기하는 정도를 만들었다.단순한 홍보/판매만 있는게 아니라 제대로된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고,그렇다고 커뮤니케이션만 있다기 보다는 조직화된 정보가 있고 관리가 있는 그런 홈페이지..

◆고객에게 어렵게 뭘 배우게 하면 나쁜 서비스다
 그는 왜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됐을까.“전국에 58만개의 한식,중식,양식부터해서 카페,호프집이 있는데 한해 20만 가까운 숫자가 창업을 하고 또 이만큼의 숫자가 망한다고 합니다.30%의 가게들이 창업후 1년이내에 망하고 2년이내에 50%가 망하죠.사유의 50% 이상이 영업부진.”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많은 사장님들을 온오프라인에서 만나고 다녔다고 한다.그가 접촉했던 사장님들이 줄잡아 1000여명에 달한다.

 “많은 사장님들을 만나보니까 이 분들도 음식점의 핵심상품이라고 여겨지던 음식이외에 다른 차별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이걸 ‘경험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게 더 중요한 시점이 되버린 거죠.다른 기념품을 만들어준다던가, 뭔가 기억을 남겨준다던가, 주방장이 만들어주는 투데이스페셜 뭐 이런 부가적인 것들이 더 중요해졌는데 여기서 가장 필요한게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카페,블로그 만들어도 잘 안되요.찾아가기가 쉽지 않거든요.쿠폰사이트는 가격적인 메리트는 있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연결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트위터는 너무 커뮤니케이션만 있어서 쿠폰이나 이벤트 뭐 이런것들 가게가 가지고 있는 상품들에 기반해서 고객들에게 추가적으로 줄수 있는 그런 것들을 잘 못합니다.그래서 딱 이 중간있으면 되겠다 싶어서 업주분들에게 여쭈어 보니까 음 맘에 든다고 하더라구요.그래서 만들게 됐습니다.”

 서비스 이름은 테이블케이(Table K).2월에 서비스가 출시된다.그의 말처럼 아주 심플하다.업주들이 페이스북처럼 자신의 홈페이지를 테이블케이에 만들어놓고 고객과 소통하고 관리하는 것이다.고객들은 테이블케이를 통해서 전국 각지 업소의 이벤트,쿠폰,메뉴 등 정보를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서비스 자체에 아주 특이한 점은 없다.“이용자에게 새로 뭘 어렵게 배우게 하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우리의 고객인 자영업자분들이 부담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지요.어찌 보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뻔한 서비스이지만 뻔한걸 뻔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좋은 사업이라고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배웠습니다.”

<아블라컴퍼니 7명의 창업멤버들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B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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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글코리아가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한다는 발표를 했다.구글이 한국에서 인터넷기업을 인수하는 첫 사례로 태터앤컴퍼니를 선택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구글이 왜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했을까? 태터앤컴퍼니는 왜 구글의 품에 안겼을까?

 태터앤컴퍼니 경영진의 선택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우선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이다.태터 내부에서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봐도 수익 모델에 대한 답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인터넷에서 서비스의 질보다 확장성과 범용성,그리고 모델에 의해 수익성이 판가름난다는 점에서 태터가 수익원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태터는 광고 수익 쉐어 및 각종 온오프라인 행사로 수익원 발굴에 힘썼지만 장기적인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보여진다.

 두번째는 서비스의 글로벌화에 대한 갈망이다.노정석 대표나 김창원 대표 모두 인터넷 서비스는 글로벌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특히 노 대표의 경우 창업을 준비하던 2005년부터 회사를 설립하면 초기부터 해외로 갖고 나갈 생각을 했다고 한다.이런 입장에서 구글은 가장 적절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코드 문제다.태터앤컴퍼니는 내가 볼 때는 국내의 다른 포털들과는 좀 코드가 맞지 않는다.지나치게 착한 척을 하긴 하지만 구글이 분명 국내 포털들보다 사용자들의 환경 개선에 보다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물론 그것은 자기네들의 더 장기적인 이익 창출을 위한 무서운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지만)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즉 국내에선 아직 덩치도 작고 코드도 맞는 구글과 힘을 합해야 태터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더 용이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럼 구글은 왜 그랬을까?구글로서는 작은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지난 2006년 첫눈 인수전에서 NHN에 선수를 뻇긴 구글코리아로서는 이번에 전력을 가다듬은 상태에서는 다음 등 다른 유력 기업들이 달려든 태터앤컴퍼니 인수전을 자신들이 마무리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구글이 태터를 인수한 것을 보면 국내에서도 역시 구글은 구글이라는 생각도 든다.다른 동영상 포털 등을 인수함으로써 자신들의 색깔을 해칠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한편으로는 구글이 국내에서 큰 모험을 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는 점도 엿보인다.

 구글은 현재 한국에서 매니아 성향이 강한 서비스다.즉 아주 대중화되지는 않았다.태터 역시 마찬가지다.매니아적인 성향이 강하다.둘 다 한국에서는 마이너라고 할 수 있다.해외 시장에서는 아주 보편적이거나 보편적인 성향을 보유한 두 회사의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아주 매니아적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구글은 이번 인수로 자신들의 색깔을 더 강화했다.그리고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일 기반도 확보했고 무엇보다 태터라는 회사의 젊지만 스마트한 경영진과 개발진도 손에 넣었다.
 사용자 기반 입장에서는,분명 확대되겠지만 태터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나같은 초보자도 있지만 상당한 비율의 하드코어 유저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사용자 가반 확대 효과는 누리지 못할 듯 싶다.이 부분에서도 대폭적인 확대보다는 강화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하지만 구글이 기대하고 있는 검색 콘텐츠 강화라는 점에선 큰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태터앤컴퍼니 인수는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갈 공산이 크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개인적으론 좀 아쉬움이 남는다.솔직히 난 태터가 좀 더 독자적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경영을 안 해 본 사람의 순진한 마인드일 것이다.)

 태터앤컴퍼니가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태터의 구글 피인수는 좀 애매한 시점에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아예 일찌감치 넘겨서 초창기부터 글로벌화를 했던가 좀 더 키운 다음에 비싼 값에 팔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한가지 더.지금 한국 인터넷 산업에서는 당장 돈을 벌지 않더라도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벤처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그래도 내 기준으로 봤을 때 그런 아이디어가 있는 얼마 안 돼는 기업 중 하나가 구글에 넘어 간 것에 대해 한국 인터넷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봐야 할지,아쉽다고 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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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형 블로그 업체 태터앤컴퍼니의 노정석 사장.그는 특이한 사람이 많다는 인터넷 업계에서도 유난히 튀는 이다.블로그에서 레비 안상일 사장을 거론하면서 노정석 사장에 대해서도 한번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이제서야 다루게 됐다.아마 노 사장에 대해선 여러차례 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1976년생으로 이제 만 31세에 불과하지만 대학 시절엔 최고의 해커로 명성을 떨쳤고 프로 레이서로 활약하기도 했다.21세 때인 1997년 처음 회사를 차린 후 지금까지 창업만 세 차례나 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태터앤컴퍼니 사무실에서 노 사장을 만났다.2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태터사무실엔 뭐랄까,따뜻하게 분주한 느낌을 줬다.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대학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그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나갔다.

◆매출 5억 회사가 해외 진출?..
그는 머리속에 앞으로의 계획이 가득차 있는 것 같았다.태터툴즈로 국내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은 그는 이번엔 블로그 서비스로 해외에 진출할 준비에 분주하다.사실 나에게 이 정도 말했으니 이미 해외에 기반을 상당히 쌓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매출이 고작 5억원이었는데 해외로 나간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만했다. 노 사장은 “인터넷 서비스는 좀 이르다 싶을 때 남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깊이 파는 일본이나 개성이 강한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블로그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터앤컴퍼니는 지난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았다. 일본 서비스는 이달 중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그의 말을 듣고 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나는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싸이월드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세컨드라이프의 린든랩코리아 김율 지사장,트라이디커뮤니케이션의 이용수 사장,레비서치의 안상일 사장과 수차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공통적으로 나온 결론은 ‘네이버가 해외 시장에서 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중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진출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싸이월드와 다음이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자리잡기를 기다렸다가 너무 늦게 진출했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거다.어니 한 시장에서 성공하기를 기다려 나갔다가는 때를 놓치기 십상이라는 결론이다.노 사장 역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고 그는 한발 빠르게 해외로 나가는 길을 택했다.

◆전국구 해커에서 레이서로
노 사장은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 해킹 싸움’ 주동자다.그는 KAIST 재학 시절 컴퓨팅 동아리 ‘쿠스(KUS)’ 회장으로서 싸움을 주도했다가 구치소에 수감됐다. 다행히 벌금형으로 풀려났지만 이후 그는 전공을 전산학에서 경영공학으로 바꿨다.
 하지만 끼가 어디 갈까. 해커로서 실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은 1998년. SK텔레콤이 특이한 조건으로 보안시스템을 발주했다. ‘SK텔레콤 홈페이지 시스템을 뚫는 회사랑 계약하겠다’는 것. 그는 “SK텔레콤이 자신할 만큼 홈페이지 시스템은 철옹성 같았다”며 “수많은 업체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인젠 창업 초기인 당시 그는 단 하루 만에 SK텔레콤 홈페이지 시스템을 해킹해 사업을 따냈다. 그는 “해킹은 기술이 10%,인간 심리 이해가 90%”라며 “시스템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하나씩 해킹의 실마리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이서로도 활동했다. 2002년 아마추어 트렉레이스인 ‘타임트라이얼’에서 우승한 뒤 2003년엔 프로로 전향했다. 2004년 KAIST를 졸업하고 SK텔레콤에 들어가면서 레이서 활동을 중단했지만 관심은 여전하다.그의 레이서 시절 사진을 보면 꽤 그럴듯 하다.‘레이서가 더 어울리시는 것 같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웃으면서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자동차에 빠져 공고 진학도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10년 동안 창업만 세 차례
 노 사장은 2005년 말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했다. 1997년 인젠,2002년 젠터스에 이어 세 번째 창업이다. 이 회사는 설치형 블로그 ‘태터툴즈’를 서비스하는 업체다. ‘옷을 깁다’는 뜻의 ‘태터(tatter)’에는 ‘기존 이론을 논파한다’는 뜻도 있다. 기존 1인 미디어와 블로그의 개념을 깨뜨리겠다는 노 사장의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태터앤컴퍼니의 모토는 ‘Brand Yourself’,즉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노 사장은 “태터앤컴퍼니의 블로그는 기존 블로그 서비스와 달리 개인에게 독립적인 도메인을 생성해 준다”며 “포털에 종속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이 5억 밖에 안 되는 회사 사장인 그가 주목받는 것은 과거의 화려한 이력도 이력이지만 그가 가진 인터넷산업에 대한 열정과 이해도 때문이다.기술적인 부분 뿐 아니라 시장에 대해 그만큼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그가 그의 혜안만큼 좋은 경영 성과를 낼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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