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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1 한국의 스타트업-(140)플리토 이정수 대표

기업은 창업가의 가치관과 인격, 자라온 환경과 그가 품은 꿈과 비전으로부터 결코 떨어져 나갈 수 없다. 스타트업은 특히 그렇다. 창업 초기 단계일수록 창업가 본인과 거의 동일시되다시피하곤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장황하게 인터뷰를 하고 기업가에 대해 써 나갈 이유가 별로 없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중에서는 플리토야말로 한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싹튼 꿈과 비전이 창업으로 연결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 하다. 저마다의 독특한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업계이지만 플리토 이정수 대표의 경우 필적할 만한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동에서 자란 소년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났다. 해외 주재원으로 일했던 아버지 덕분에 온 가족이 쿠웨이트를 비롯, 중동 지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한다. 물론 쿠웨이트는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라 그는 엄연히 ‘한국인’이다. 쿠웨이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학교에 다닐 무렵, 사우디아라비아로 왔다. 그가 한국으로 들어온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중동’이라는 흔치 않은 환경에서 다양한 외국인들과 오랫동안 생활하며 지내온 그는 이 곳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그가 직접 자신이 받은 영향을 말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와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낯선 사람과의 관계에 겁을 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수많은 규제와 장애물을 뛰어넘는데 필요한 배짱과 용기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않았을까. 단지 그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어림짐작한 게 아니라 그와 함께 며칠을 보내며 든 생각이었다. 

 우연찮게도 나는 그와 함께 이스라엘을 방문하게 됐고 약 열흘의 이스라엘 방문 기간 중 마지막 나흘간의 일정을 함께 보내게 됐다. 어디에서든 금방 사람을 사귀고,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사람들을 모으는 재주가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본분을 잊지 않았다. 기업의 CEO로서 회사 제품을 알리고 유용성을 넌즈시 알렸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고려대에 입학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SK텔레콤에 입사했다. 이 대표는 2009년 9월 SK텔레콤에서 두드림이라는 사내벤처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없애는 플리토 서비스의 기본 기획을 처음 선보였다. 그대로 계속 SK텔레콤의 사내 벤처가 예정대로 잘 됐으면 그의 운명은 어찌 됐을까. SK텔레콤에 계속 남아있었을지, 아니면 SK텔레콤의 투자를 받아 독립했을지 알 수 없는 일. 이런 가정을 하는 이유는 사내 벤처가 도중에 중단됐기 때문. 그래도 그에겐 소득이 있었다. 함께 창업을 하게 되는 김진구, 강동헌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SK텔레콤에서 SK플래닛이 분할되면서 그는 SK플래닛으로 적을 옮겼다.

◆통곡의 벽에서 창업을 결의하다

SK플래닛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일. 이게 단순히 우연이었을까. 사내 벤처 제도를 활용해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꿈을 갖고 있던 그가 벤처기업을 만나 투자를 결정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어쩌면 스타트업을 다른 시각, 즉 외부 투자자의 시각에서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을 할 기회였을지 모른다. 당시 그는 SK플래닛에 있으면서 Quixey에 투자하는 실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할 회사를 국내에서만 찾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해외 출장 기회도 많았다. 그러던 그에게 운명적이라고 할 시간이 찾아왔다. “2011년 10월 이스라엘 출장을 갔었어요. 텔아비브에 갔다가 예루살렘에도 들렀죠. 그때 통곡의 벽(Western Wall)에 갔을 때 쪽지에 이렇게 썼죠. ‘플리토! 꿈을 이루자’ 마음 속으로 다음에 이스라엘에 올 때는 벤처기업 플리토의 대표로 오겠다고 다짐했어요.”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창업을 결의한 그. 1년이 채 지나기 전 2012년 9월 플리토를 설립하고 2013년 10월 정확히 2년 만에 그가 말한 대로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 다시 섰다. “감개무량하죠.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딱 2년 만에 그때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니까요.” 

 플리토(flitto)는 ‘훨훨 날다’란 뜻을 가진 영어단어 ‘플리터’(flitter)에서 따온 이름이다. 통곡의 벽 앞에서 그가 창업을 결의할 때 꿈을 이루자라고 다짐했듯, 플리토에는 세상을 향해 훨훨 날고 싶은 이정수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여진다.

 그가 플리토를 생각하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다. 어쩌면 중동의 사막에서 생활할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에 제한이 생기고, 자신의 일을 하는데 힘들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다. 플리토에는 언어의 벽을 넘어서고 싶은 그의 꿈이 반영됐다.

 시작부터 플리토는 해외의 관심을 받았다. 설립 직후 DSC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영국 테크크런치 인큐베이팅팀에 선정돼 영국 런던에서 네트워킹과 인큐베이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을 없애고 싶은 꿈, 플리토

‘Taking Down the Language Barriers with Crowdsourcing Translation’ 플리토가 내세운 모토.

플리토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 번역이나 통역을 해주는 서비스는 많은데, 기존의 다른 서비스들과 차이점은 뭘까.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이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존 구글 등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번역 서비스들은 이른바 기계식 번역 방식이다. 즉 컴퓨터가 번역을 한다. 미리 제작된 번역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번역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번역이 빠르지만, 문맥이 맞지 않는 이상한 번역이 나오기 십상. 아직 컴퓨터가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플리토는 이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번역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플리토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트위터 등 내가 가입한 SNS에서 자신이 관심갖는 정보나 대화를 번역할 수 있습니다. 번역의 주체는 플리토 사용자. 현재 15개 언어로 번역이 되지만 수백만명에 달하는 플리토의 사용자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세계 모든 언어에 대한 번역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질 겁니다.” 이정수 대표의 설명이다.

 가수 싸이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여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여성은 싸이가 트위터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항상 알고 싶지만 싸이가 한국어로 올릴 때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기계식 번역기에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어감이 잘 전달이 안된다. 플리토를 이용하면 플리토 이용자 중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되는 사람이 싸이가 올린 한국어 트윗을 영어로 번역해준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시간이 짧아진다. 어떤 경우라도 3분 이내에 해결된다는 게 이정수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해 보면 1분 안팎에 왠만한 번역이 다 된다.(짧은 대화 문장에 한해)

 그럼 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번역을 해 줄까. 번역을 하면 당연히 대가를 받게 된다. 포인트 형태로 대가가 주어진다. 포인트가 누적되면 사이버 상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고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에 사용할 수도 있다.

 플리토는 현재 일종의 소셜 번역 플랫폼이지만, 단순 번역기에 머무르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사람들간에 모임이 일어나고 관계가 형성되기 때무이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각종 콘텐츠를 번역하거나 거래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콘텐츠의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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