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네이버와 비교 대상이 됐었다.그 중 대표적인 것이 비 전문적인 영역으로의 끝없는 사업 확장이었다.하지만 다음은 최근 다음자동차보험 지분 매각을 끝으로 사실상 99년부터 시작해 2005년까지 7년동안 지속했던 확장 사업의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다.

 석 대표를 만나 이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그는 다음자보 지분 매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리고 내년부터는 다음이 핵심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 1999년 100% 지분을 출자해 온라인 전문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를 세우면서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2000년 3월에는 쇼핑 분야까지 넓혀 디앤샵을 시작했다.그 해 7월에는 다음금융플라자를 오픈했고, 2001년엔 연예기획사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음반판매 업체인 오이뮤직을 인수해 주목을 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2003년엔 각 언론사의 뉴스와 함께 다음이 독자적으로 뉴스를 생산해 네티즌들에게 제공하는 ‘미디어 다음’을 오픈했고, 2003년 6월엔 보험에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온라인으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겠다며 자회사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설립한다. 또 2004년 8월엔 미국의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를 인수합병하면서 해외 진출 의지를 내세웠다.

 다음이 달라진 것은 2005년부터였다.다음은 2005년부터 사업을 차례차례 정리하기 시작했다.우선 라이코스 내 매치메이커, 쿼트닷컴, 와이어드뉴스 등을 차례로 매각했고 국내에서는 오이뮤직,JYP 등 계열사를 줄줄이 팔았다.올해 들어선 투어익스프레스도 매각하면서 여행 사업에서 손을 뗐고 보험 사업도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미 99년 여행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결코 핵심이 아닌 사업에 계속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다음이 뛰어든 분야가 대부분 온라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원래 산업이 형성돼 있던 것을 온라인으로 끌어와 단순히 온라인을 이용한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운 경우가 많았다.

 7년이 지난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미국,일본,중국을 막론하고 해외 사업은 그 어떤 것도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다음이 인수하거나 새롭게 진출했던 사업 영역들은 전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그 사이 다음의 경쟁자인 네이버는 핵심 역량에만 집중해 따라잡기 힘들 만큼 저만치 달려나가고 있다.

 석 대표에게 물었다.“결국 지금까지의 7년 시도가 모두 헛수고였다는 말이네요”
 그가 허탈하게 웃었다.물론 지금까지의 이런 투자 결정을 한 것은 석 대표가 아니었다.그는 지금 정리 작업을 맡고 있다.하지만 그는 헛수고라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진 않습니다.의미는 나름대로 있었습니다.우리는 우리가 잘 하는 것을 해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사실 처음에 다음자동차보험을 시작할 때는 오프라인의 보험을 온라인에서 하면 훨씬 싸게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싼 가격으로 경쟁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구요.하지만 막상 이 사업을 해보니 보험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은 싼 가격에 팔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자산으로서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달린 것이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다.수긍도 간다.하지만 경쟁자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잘 하는 것만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에 비해 7년이나 시행착오를 벌인 끝에 깨달았으니,그것이 지금 다음의 모습을 만든 것 같다.석 대표의 말이 모두 수긍이 가지만 보험 사업을 해보고 알았다는 것에 대해선 정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아니 보험 사업의 근본이 그렇다는 것을 정말 해보기 전에는 몰랐단 말인가?기본적인 시장 조사와 원칙만 리서치했어도 알 수 있는 것 아니었나?”
 이렇게 계속 생각하다보면 생각이 결국 이렇게 미치게 된다.그걸 몰라서 보험 사업에 무모하게 진출한 것이 아니라,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진출한 것이라고 말이다.이를테면 주가를 끌어올릴 계획이었다든가 하는 등등

 하지만 그걸 확인할 수는 없다.어쨋든 석 대표의 말씀을 최대한 존중한다면 다음은 과거의 시행착오들을 정리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다음은 지금까지 많은 댓가를 치뤘다.엉뚱한 사업으로의 확장으로 인해 네이버와 시가총액은 12배나 차이가 나게 됐고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그리 돋보이지 않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다음은 2005년부터 오늘날까지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과거의 실수들을 지우는 일에 주력해왔다.지금까지 계속해서 움츠려왔던 다음이 정신을 차렸을 때 얼마나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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