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하는 이유

뉴미디어 세상 2012. 7. 1. 23:01 Posted by wonkis

<이 글은 LG전자 블로그 opinions에 실렸던 글입니다.>

“오늘 아침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학교에 아이를 두고 나오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힘내라 우리딸!”

“10년간 함께 살았던 우리집 고양이 유미가 어제 밤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천국이 있다면 유미는 천국에 갔겠죠?”

 전 세계 7억명이 사용한다는 페이스북에는 하루에도 이런 글들이 전 세계에서 수억개씩 올라온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기도 하고 댓글을 달면서 사람들은 대화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싸이월드, 카카오톡.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다. 지금 언급한 SNS 중 하나 이상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되려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SNS에 접속해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글을 올린다.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SNS에 열광하게 된 걸까. 왜 사람들은 SNS에 이렇게 글을 올리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할까.

◆SNS의 역사는 10년 남짓에 불과

 SNS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대중화된 2009년 이후의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도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SNS 서비스 ‘싸이월드’가 등장한 게 1999년이었다. 그 전에도 하이텔, 케텔 등 이른바 ‘PC통신’을 통해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대화를 하는 등의 일이 일반적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의 특성상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는 사실 소셜(social)이라는 명칭을 붙여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SNS의 원형은 과거 PC통신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선 1985년 커뮤니티 서비스 ‘더 웰(The Well)’이 처음 등장했고 국내에선 1988년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케텔을 시작으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 통신이 잇따라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웹 기반 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PC통신은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초창기 인터넷 서비스는 PC통신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음 ‘카페’와 프리챌 ‘커뮤니티’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도입과 함께 공통의 ‘관심’보다 개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미국에선 1997년 ‘식스디그리즈닷컴(SixDegrees.com)이란 사이트가 나타났다. 친구 리스트와 추천 시스템이 있고 개인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오늘날 SNS와 흡사하다. 국내에선 1999년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가 잇따라 오픈했다. 아이러브스쿨은 출신 학교를 매개로 사람들을 구분했다. 싸이월드는 ‘1촌’ 제도를 도입해 사진 등 게시물을 1촌에게만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식스디그리즈닷컴은 2000년 후반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SNS에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 마이스페이스, 링크트인, 2006년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겨날 수 있었다. 

 2007년 6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은 IT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로의 대전환을 이끌어낸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폰이 촉발한 모바일 시대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서비스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였다. 하지만 모바일은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변하는 게 특징이다. 카카오톡은 나온 지 불과 2년 밖에 안 된 서비스지만 전 세계적으로 45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카카오톡 회원을 기반으로 한 SNS 카카오스토리는 출시된 지 닷새만에 1000만명 가입자를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어떤 서비스가 뜨고 질지는 아직도 예측 불가능이다.

◆’공감’하고픈 인간의 욕구는 불변

서비스는 계속 바뀐다. 싸이월드도 그 높은 인기를 계속 유지하진 못했고, 천하의 페이스북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서비스의 이름은 계속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서비스를 관통하는 SNS의 존재 이유, 바로  ‘공감’이다. 

 SNS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기쁨, 슬픔, 분노, 행복, 기대, 실망, 초조, 반가움 등. 하지만 SNS를 하는 이유, 그 시간을 쏟아붓는 이유, 계속해서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동일하다. 그것은 공감을 원해서다.

 우리는 다 누군가와 공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함께 존재함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거창하게 말할 필요 없이, 그저 공감을 하면 기쁘고 행복하고 살아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상의 세계가 확산되고 차가운 디지털이 보편화될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인간의 정을 갈구하고, 공감할 대상을 찾는다. 밖으로 좀처럼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공감할 대상을 찾는 것은 그래서 SNS다. SNS의 역기능과 짧은 역사, 폐쇄성 등을 이유로 SNS가 곧 멸종하리라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SNS는 어떤 형태로든 가상 세계가 지속하는 한 공감을 찾아 사이버 세상을 배회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유지될 것 같다. 그것이 모바일 메신저건, 게임이건, 커뮤니티건, 소셜커머스건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다들 너무나 외롭다. 대부분 머리를 푹 숙이고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가상의 세계에서라도 공감을 하고 싶어한다. 이런 이들에게 SNS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형태가 뭐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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