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벤처 창업이 활성화겠죠.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똑똑한 젊은이들은 여전히 창업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창업에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4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KDI(한국개발원)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정책방향’ 세미나에 앞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를 만났다. 그는 현재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관련 논의에 대해 “큰 방향은 맞다고 보고, 바람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에 대한) 체감도는 아직 낮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벤처창업 활성화 및 벤처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이를 위해선 똑똑한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런데 현실은? 여전히 똑똑한 청년들은 창업을 하지 않고, 고시 공부하고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의사가 되는 것을 꿈꾼다. 한국에서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은 아직도 매우 독특한 인생관을 지녔거나, 무모할 정도로 겁이 없거나(또는 세상사에 무지하거나 철이 없거나), 자신만의 어떤 세계가 있는 특이한 인물 쯤으로 치부된다.

 왜? 창업 자체도 엄청난 모험인데, 실패했을 때 상상도 못할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창조경제의 걸림돌로 창업 의지를 꺾는 법과 제도를 꼽았다. 특히 대출을 받거나 정책 자금 등을 지원받을 때 창업자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게 대표적. 이 대표는 “연대보증을 했다가 그 빚을 못 갚으면 사기죄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게 현재 한국의 현실”라며 “창업을 독려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창업자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는 제도”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년 벤처기업인 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4.3%는 ‘창업실패에 따른 사회안전망 미약’을 창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이석우 대표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는 “지금 이런 현실에서는 솔직히 저도 어디가서 젊은이들에게 창업하라고 선뜻 얘기 못 합니다. 실패를 했을 때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거든요. 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교육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어릴 때부터 창업을 준비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학생에게 고등학교 시절부터 소액이라도 신용카드를 만들어 차곡차곡 신용을 쌓아가도록 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신용이 준비되고 창업 의지가 있는 준비된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이라는 가혹한 부담을 지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창조경제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것이라면 창업생태계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어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선 우스개소리로 벤처캐피털이 벤처 투자를 고려할 때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인도계이면 점수를 더 준다는 말이 있는데 그 정도로 실리콘밸리를 떠받치는 힘은 인도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것”이라며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창조경제 달성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투자펀드 조성 다 좋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육성은 20년 걸리는 것이고 투자펀드 조성은 민간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 창업과 투자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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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높아졌지만 청년 고용률은 되레 떨어져..

-50대 창업자수 최대라지만..대부분 영세자영업

-국민의 절반, ‘나는 중하위계층’이라고 인식. 

-경제성장률, 2년 연속 잠재성장률 밑돌 듯.

-급속한 고령화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

-복지혜택 늘지만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복지는 없어


최근 몇 달 동안 신문·방송·인터넷의 경제분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들이다. 고용, 성장, 복지 등 실물경제 주요 부문 중 어디에서도 긍정적인 뉴스를 발견하기 힘들다. 1차적인 원인은 대외 변수에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수출이 감소하자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떨어지자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하고, 고용을 줄이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 규모는 늘어난다. 

 이 결과가 20대 청년 고용률의 하락과 50대 이상 장년층의 고용률 상승이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하고 장년층은 실직을 한 뒤 퇴직금으로 준비안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복지 혜택은 늘어나고 있지만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간신히 벗어난 이들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그동안 이런 문제점을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 언론에서 계속 이런 기사가 나갔다는 것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곳곳에서 관련된 제언을 하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언론들이 자신들만의 생각을 적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여러가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청년 고용을 높이거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관련 지원 제도를 만들고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도록 고졸 채용을 적극 장려하기도 한다. 저임금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EITC(근로장려세제)를 확대시행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2%를 배정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보육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셋째를 가지면 현금으로 지원해주고,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맞벌이를 할 수 있도록 보육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안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문제가 터진 사안이나 예상되는 불안감에 대비해 개별적인 대책들을 마련해 막기에 급급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근본적인 대책은 뭐가 있을까.

◆중소기업 대책이 핵심

이런 모든 해결책을 포괄하는 종합 대책을 이 글에선 ‘중소기업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본다.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포함해 중소·중견기업이 차별을 받거나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은 기본. 여기에 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중소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위에서 제기한 각 문제별로 살펴보자. 우선 고용 측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한국의 기업 수는 312만5457개. 이 중 대기업이 187개로 0.00006%, 중견기업은 1291개로 0.04%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99.9% 이상이 모두 중소기업이다. 고용 규모로 따져보면 대기업은 106만명을 고용, 전체 근로자 1413만명 중 7.5%를 차지했다. 중견기업의 경우 108만명을 고용하고 있어 7.6%였다. 중소기업은 나머지 1199만명을 고용해 비율이 84.9%에 달했다.

 숫자로 보나, 고용 규모로 보나 중소기업은 한국의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이 대기업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을까.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R&D투자세액공제 등 대표적인 비과세·감면 조항을 보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비과세·감면 조치로 인한 조세지출(기업 대상) 가운데 대기업이 가져간 몫이 절반에 달했다. 물론 정부가 점차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에 수정된 방향이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만들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중소기업이 더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대기업이 고용을 더 하도록 하는 것보다 효과가 클 것은 자명하다. 비율로만 따지면 대기업에서 고용을 늘리는 것이, 일부 엘리트 층이나 고학력층에겐 기회를 넓혀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일자리 파이를 늘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벤처→중견→대기업의 사다리가 없다

벤처기업은 중소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가 대기업이 된다. 꼭 모든 기업이 이런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도 같이 성장해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사업이 잘되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몸집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엔 극히 소수의 대기업이 있고, 엄청나게 많은 수의 벤처 및 중소기업이 있는 반면 중견기업의 수는 매우 적다. 중소기업 중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드물고, 중견기업 중 대기업이 되는 사례는 더욱 더 희귀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이번에도 KOTRA 자료를 인용해보겠다. 독일의 경우 전체 기업 중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숫자 기준)이 11.8%에 달한다. 중국이나 일본도 각각 4.4%, 3.7%다. 스웨덴은 무려 13.2%에 이른다. 이 비율이 비교적 낮은 영국이나 이탈리아도 각각 0.7%, 0.5%로 한국에 비해선 월등하게 높다. 미국도 0.17%로 우리의 4배가 넘는다. 중견기업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은 전체 기업 중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

 여기엔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점도 숨어있긴 하다. 일본의 경우 전체 기업의 수는 180만개, 대만은 127만개다. 대만은 그렇다쳐도 일본은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월등하게 큰데 전체 기업 수는 우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리가 중소기업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많지만 대부분 영세하다. 소규모 창업이 많은 이유도 있다. 어디서나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는데, 창업이 많은 것은 새로운 도전이 많아 경제가 그만큼 활력이 넘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계에 쫓겨 원치않는, 또는 준비 안된 창업을 하는 이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중소기업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선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영역이다.

 창업을 해서 이 기업들이 커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다리가 없다. 이 사다리는 상당 부분 자본화를 통해서 조달된다. 이 블로그에서 KDI의 김기완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김기완 연구원의 글 인용이 다시 필요할 것 같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벤처 수는 갈수록 늘지만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지적했다. 2005년 전체 9732개 벤처기업 중 405개 기업(4.2%)이 코스닥에 상장돼 있었지만 2010년에는 2만4645개 벤처기업 중 1.2%에 불과한 295개만 상장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 수는 분명 5년새 2배 넘게 늘었는데 상장사는 오히려 줄었다. 

 왜 이럴까. 시장이 작아 자본화가 쉽지 않다는 점, 정부에 의존한 벤처가 많다는 점, 벤처캐피털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 혁신적인 기술 기업이 없다는 점, 생태계가 없다는 점 등 이유는 무수히 많다. 이 글에서 이 주제까지 다루는 것은 범위를 넘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시장이나 기업가들의 문제를 제외하고 정부 정책만 놓고 보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져 정책의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다시피하는 지금의 생태계가 됐다. 이 사다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 중소기업 정책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복지, 출산정책의 핵심도 중소기업

복지 문제를 우리는 자꾸 사람들에게 돈을 퍼줘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생활의 어려움은 정부가 각 집에 돈을 갖다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사람은 열심히 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즉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그리고 물론, 그 일자리의 수준도 중요하다.

 이제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거칠게 말하면, 중산층의 삶을 이미 누리고 있거나 그런 삶을 꿈 꿔 볼 수 있는 그런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의 임금 격차는 상당하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누리는 행복감에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일자리만 생겨도 기뻐하겠지만 막상 일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일자리의 질을 따지게 된다. 국내 근로자의 대부분이 일하는 중소기업은 임금이나 사회적 지위, 노후 보장 등에 있어서 대기업에 훨씬 미치지 못한 조건을 갖고 있다. 대기업에게 고용을 아무리 늘리라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들이 아무리 커도 고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의 문제도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 물론 양가 집안의 관계, 개개인의 가치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지만, 출산을 하지 않고, 해도 늦게 하며, 적게 아이를 낳는 것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불안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사치가 된다. 아이를 낳는다고 아무리 돈을 주고 해도 해결이 안된다. 근본적인 문제에 일자리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작지만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가 전망이 있으며, 임금도 대기업 못지 않으면, 출산을 마다할 이유가 그닥 많지 않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이와 딴판이다. 출산 문제의 핵심에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가는 것이 있다. 

◆경제성장률 회복도 중소기업에 달렸다

우리는 핀란드의 사례에서 개별 기업이 한 국가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클 때 그것이 그 국가에 얼마나 재앙이 되는지를 똑똑히 봤다. 한 국가의 운명이-기업보다 훨씬 오래 가야할 민족의 운명이-기업의 판단 미스나 경영상의 실수, 경쟁자의 출현 등으로 인해 좌우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이 어느새 비슷해지고 있다. 대기업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그 외 대기업들은 이 두 회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정 대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국가 뿐 아니라 이들 기업에도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들의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면 안된다. 부담이 너무 크면 혁신을 하지 못한다. 과감한 도전을 하기 힘들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장점과 자산을 기반으로 기득권을 지키는 데 급급하기 마련이다.

 1,2년은 편할 지 모른다. 잘 먹고 잘 사는 데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간다. 어느새 고통을 지려고 하지 않았던, 흘러 보냈던 그 시간들로 인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질 수 있다. 누군가는 고통스럽다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고 누군가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런 도전을 응원하고, 그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들이 강을 건널 수 있게 다리를 만들어주고, 각종 통행료를 없애거나 낮춰서 부담을 줄여야 한다. 

 도전하는 이들이 있어야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도 생긴다. 대기업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도전을 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그런 뚝심과 끈기를 지닌 이들을 지원하고, 이런 이들을 알아볼 눈을 가져야 한다. 거기서 새로운 10년, 20년의 성장이 시작된다. 다만 정부 지원에만 기대려고 하고, 중소기업에 안주하려고 하는 경우와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경우를 구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이 살아나는게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중소기업 대책이 만병통치약은 분명 아니다. 이것 말고도 더 중요한 정책이나 고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균형’은 필요하다. 한 국가의 경제가 지나치게 대기업에 쏠려 있다는 것은 대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현실에서 책임을 대기업에만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대기업을 때려잡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균형을 찾기 위해선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저절로 중소기업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된다. 

 그 방법은 분명 어려울 것이다. 한 두 사람의 머리 속에서 해결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지금부터라도 장기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실현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지만 그 임기 5년 내에 기대치를 달성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오래 유지할 중소기업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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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벤처 붐은 없다?

한국의 스타트업 2012. 11. 12. 22:07 Posted by wonkis

벤처기업이 급격히 늘어나는 최근의 현상을 제2의 벤처 붐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까. 이에 대해 벤처기업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자금을 받는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최근의 벤처 열풍을 결코 ‘제2의 벤처붐’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니왔다. 시장 활성화에 따라 벤처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정부자금의 정책적 지원 대상이 늘어난 것 뿐이라는 뜻이다.  

 김기완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12일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간 벤처 기업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기 보다는 정부 지원을 받아 생존한 업체들”이라며 “정부 자금받는 벤처의 급증이 정부의 벤처지원제도가 남용된 결과는 아닌지, 또 벤처지원제도가 기업 성장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벤처 지위를 유지하도록 유인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한다”고 지적했다.


◆10개 중 9개는 정부지원 받는 벤처

KDI보고서에서 인용한 중소기업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10년말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4645개로 사상 최대 수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벤처기업 수는 2001년 1만1392개까지 늘었다가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2003년 7702개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 2010년 2만개를 돌파했다.

 김기완 연구위원은 이들 중 90.6%인 2만2231개가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지원을 받는 정부지원 벤처라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냉정한 평가를 통해 투자한 회사는 622개(2.5%)에 불과했다. R&D(연구개발)를 위주로 하는 연구개발기업의 비중도 6.4%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벤처 수는 갈수록 늘지만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지적했다. 2005년 전체 9732개 벤처기업 중 405개 기업(4.2%)이 코스닥에 상장돼 있었지만 2010년에는 2만4645개 벤처기업 중 1.2%에 불과한 295개만 상장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 업체는 상장비율이 더 낮았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설립된 2만5698개 벤처 중 정부 지원을 받은 업체는 2만539개. 이 중 1.8%인 385개사만 상장됐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벤처는 1566개사 중 5.5%인 86개가 상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지원보다 시장에 의한 선별이 기업 성장에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라며 “최근엔 벤처 수만 늘어날 뿐 시장에서 평가받아 성장하는 경우는 줄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만든 ‘가짜’ 벤처생태계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원을 하는 기업의 규모(매출액 기준)가 2005년 매출액 25억원대에서 2010년 10억원대로 추락하는 등 계속 축소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뒤 매출이 줄거나 정체되는 회사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의 자금이 점점 더 영세한 기업에만 집중되고 성장과 무관했다는 것은 정책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김 연구위원의 이런 지적은 벤처업계에서 일찍이 논란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문성에 의한 경쟁력 평가를 기반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테마를 정해놓고 무조건 집행하기 때문에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벤처 열풍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창업의 테마를 좌지우지하고 이를 따라다니는 벤처인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은 꼭 비판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 뿐 아니라 업계의 벤처기업인들도 계속해서 지적해 온 문제들이다. 권일환 퀄컴벤처스 한국대표는 “한국은 정부가 테마를 정해놓고 투자자금을 배분하면 거기에 맞춰 벤처들이 태어나는 전형적인 정부주도형 벤처생태계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벤처생태계는 정부가 만든 가짜 생태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특정 테마를 정해놓고 50개 벤처를 지원하라는 지침이 내려지면 회사의 사업 내용, 전망, 기술력 등을 도외시한 채 무작정 숫자만 맞추는게 지금 한국의 벤처지원제도”라며 “이렇게 정부가 억지로 만든, 경쟁력없는 가짜 벤처생태계에 돈을 넣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전반적으로 김 연구위원의 문제 의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벤처 붐은 과거에도 정부 주도형이었다. 다만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투자하는 회사가 전체 벤처기업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한국에서 벤처 붐이란 아예 없었다는 것이 맞지 않을까. 더 중요한 것은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투자하는 회사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정부가 지원하는 벤처기업의 규모는 점점 작아진다는 것. 아주 초창기에 있는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평가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어쨋든 결론은 명확하다. 정부는 직접 지원을 하는 그런 방식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 어떻게 하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좀 더 리스크를 떠 안고 투자를 확대하도록 할 지,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좀 더 골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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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2월27일(월)자 1면에 실렸던 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인터뷰 내용의 전문을 싣습니다. 신문에는 지면 사정상 일부만 게재됐습니다.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님을 비롯해 여러분들이 전문을 요청하셨습니다만 제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MWC 2012 취재차 체류하고 있었던 관계로 블로그에 전문을 올리는 게 좀 늦어졌습니다. 그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모두 올립니다. 신문에는 제목을 뽑기 위해 특정 대목을 앞으로 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이 글에는 시간 순서대로 제가 그를 만나 대화한 내용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이번 취재는 윤희은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1차 내용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혹시 김영삼 사장이 누군지 모르시는 분은 아마 좀 어리둥절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읽지 마시고 이 글 끝으로 스크롤해 내려가면 김영삼 사장이 누구인지 제가 간략히 써 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걸 먼저 본 후 읽으시는게 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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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창업자를 만나러 가는 길 내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한 벤처기업가가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문턱에서 좌절한 스토리는 무엇일까. 마음 한 구석에 착잡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쓸까에 대한 고민은 둘째였다. 너무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괜한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한편으로는 그저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자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하면서 나는 점차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뜻밖에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저는 금양 정현철 전 사장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의 의도가 어찌됐던 결과적으로 나를 속였고 그로 인해 큰 손해와 엄청난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저는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그대로 돈을 벌고 세상이 말하는 대로 성공을 거뒀다면 저는 인간 말종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경영 철학도 없이 남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사업을 하고 으스대고 돈을 마음껏 쓰면서 기업가가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 아니 그 전에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살았겠죠. 지금 돌이켜보면 금양과 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하던 전후의 시점, 저는 인간으로서는 망가진 존재였습니다. 진실한 사랑도 없었고, 삶에 대한 고민도 없었죠. 그러고 보면 그런 일을 겪은 후 저는 오히려 그때보다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말종이 되지 않도록 기회를 준 정현철씨에게 감사합니다.”

 정말 뜻밖이었다. 지난 11년이라는 세월은 그에게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돈도 잃고, 친구도 잃고, 가정도 잃고, 자존심과 명예까지 모두 잃었다. 너무나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며 그냥 생을 마감해버릴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터뷰를 수락한 것은 자신의 실패담이 창업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때문이었다고 한다. 내가 대화 내용 전문으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흔쾌히 동의했다. 많은 것을 초월한 듯한 그런 모습도 보여줬다. 그와 장장 3시간에 걸쳐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원래 창업에 뜻이 있었습니까.

 “창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정보학과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었는데 같은 연구실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만들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인맥 기반으로 하려면 학연이 최고인데 그걸 안하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내가 해보자’고 어느날 결심하고 만들었죠. 연구실에 같이 있던 이춘석, 최병구 두 사람과 같이 각자 50만원씩 내서 150만원으로 PC 사서 개발했습니다.”
▶학교에서 시작한 건가요?
 "그렇죠. 당시 카이스트는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인터넷 환경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카이스트 출신들 중 많은 IT 창업자들이 나올 수 있었죠. 저희도 학교 밖에서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이트를 오픈하고 나서 얼마 안돼 (회원이 몇 없던 시절인데) 비만 오면 사이트 접속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알아보니 당시 학교에서 건물이 낡아서 누전 우려가 있다고 비만 오면 전기를 내려버렸더군요. 이래선 서비스를 유지하기 힘들겠다 싶어서 PC를 들고 밖으로 나오게 됐죠." 
▶운영비가 많이 들텐데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나요
 “창업하고 얼마 안돼 사무실 전화비를 낼 돈이 없더군요. 집에는 쌀이 떨어졌죠. 할 수 없이 아버지를 찾아가 3000만원을 빌렸어요. 그런데 회원이 아직 1만명도 안됐던 1999년말에 KTB와 금양 두 회사가 저를 찾아왔어요.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 같길래 10억만 투자해 달라고 했죠. 지분 40%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동시에 투자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왜 금양을 택했나요?
 “KTB는 권성문 대표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더군요. 문제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반면 금양쪽은 회사 차원의 투자였습니다. 우호적으로 다가왔기에 좋게 해석했습니다. 금양은 발포제 만드는 중소기업인데, 부산에 근거가 있고 나름 견실한 회사로 알고 있었습니다. 금양이 회원 1만명일 때 1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40%를 가져갔어요.“ 
▶창업 후 얼마 안 돼 최대 주주가 변경됐네요?
 “금양이 단일 최대주주가 된 거죠. 1999년 가을에 창업했는데 그해 말에 투자를 받았어요. 저는 30% 좀 넘는 지분이 있었고 다른 창업자와 직원 등 우호지분을 합쳐 60% 가량 있었어요. 창업자 쪽 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별 문제 없을거라고 봤어요. 제가 너무 경영을 몰랐던거죠. 나중에 알고보니 창업자들이 최대주주 자리는 회사를 매각하기 전까지는 내놓지 않더군요.”
▶다른 회사도 만나 봤습니까.
 “삼성 LG 효성 등 다른 대기업도 만나 투자를 타진해 봤습니다. 다들 투자 의사는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조금씩만 투자하려 했습니다. 외국 회사들을 만나면서 국내 회사들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게됐죠. 국내 기업들, 투자자들은 투자를 했을 때 기존 다른 대주주와 지분 싸움을 해서 이길 정도로만 지분을 확보하려고 하더군요. 회사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해서 인수 뒤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없는 것 같았아요.”
▶외국 기업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외국 기업들은 벤처기업을 인수할 때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리고 창업자의 공로를 인정해 줘요. 지분을 다 인수하고 오히려 스톡옵션을 주고 경영권을 보장해 줍니다. 야후가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금양과 사전 조율이 없었나요
 “금양이 투자하고 5개월이 안돼 2000년 5월에 25만명 돌파했어요. 회원이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 추가 투자가 필요해 금양을 찾아갔는데 돈을 더 투자 못한다고 거절하더군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회원이 150만명이 됐어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당황스러웠죠.”
▶야후는 어떤 조건을 제시했나요.
 “야후는 회원 한명당 얼마씩 계산하는 그런 기준이 있었어요. 300만명일 때 야후가 왔는데 300억원으로 시가총액을 산정했어요. 그런데 한달 만에 회사 회원수가 450만명이 되니깐 야후가 그걸 보고 놀라서 일단 가치를 500억원으로 하고 투자하겠다고 하더군요. 야후코리아는 당시 한국 증시에 상장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커뮤니티가 약하다는 게 항상 약점이었어요.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해서 커뮤니티를 키우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 금양이 태도가 바뀌었어요.”
▶가치를 그 정도로 평가해준 것에 반응한 거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원래 야후와는 2000년 8월31일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는데 14일에 금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경영권을 보장하고 야후와 같은 기준으로 투자를 한다는 거였어요. 일부 돈을 현금화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죠.”
▶그 말대로 했나요.
 “아닙니다. 그냥 순리대로 하자는 생각에 이미 늦었다고 하고 야후와 계약을 맺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금양을 만나보니 야후와 계약을 안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야후가 100% 지분을 인수하려면 금양 지분도 사야하는데 금양은 팔 생각이 없었어요.”
▶금양이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계약을 무산시킬 수 있는 상황 아니었나요. 처음부터 무리한 계약을 추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야후가 저희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정 안되면 창업자들이 갖고 있는 60% 지분이라도 사겠다고 했어요. 금양과의 지분 매각 협상은 그 뒤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그걸 거절했어요.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했죠.”
▶금양과는 어떻게 됐나요.
 “최종적으로 야후와 모든 협상이 결렬된 뒤 9월6일 금양과 계약을 했습니다. 지분 11%를 81억원에 금양이 샀어요. 저는 지분을 매각해 당시 30억원을 현금화했는데 이 중 3억원을 직원 몇명에게 나눠줬어요. 그런데 그게 무슨 확고한 철학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게 멋있는 줄 알았어요. 겉멋만 부린 거죠. 금양은 지분이 51%가 되면서 아이러브스쿨을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그때 그럼 회사 주인이 금양으로 바뀐 거네요.
 “그런데 그걸 제가 몰랐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제가 아이러브스쿨의 실질적인 최고경영자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현실을 몰랐죠. 경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회원이 너무 빨리 늘어서 당황했고 쫓아가기 바빴습니다. 하루에 몇십만명씩 가입하기도 했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금양 자회사로 편입되자마자 회사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창업자들은 다 회사를 나갔고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도 뭐하러 이 회사에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바로 회사를 나갔나요.
 “2000년말에 금양을 찾아갔더니 보유 지분 전부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2001년 2월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장 돈을 줄 수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2달 정도 뒤에 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걸 믿었다는 게 이상하네요.
 “믿었습니다. 그 전에 지분을 판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돈을 잘 받았거든요.그런데 그 뒤로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 합치면 160억원에 달하는, 당시로서는 정말 큰 돈이었는데 말입니다.”
▶지분을 팔고 뭘 할 계획이었나요.
 “그냥 학교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회사는 커졌지만 일은 경영은 제 뜻대로 안됐고 이참에 사업하느라 못다한 공부를 마저하려고 했죠. 그런데 결국 돌아가지도 못했어요. 너무 창피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내가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알았고, 심지어 기부 요청도 들어왔는데 저는 매각 대금도 못 받고 세금때문에 빚만 잔뜩 진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걸 왜 그리 신경썼는지. 철학이 없어서 중심도 못 잡았고 그냥 체념하는 심정으로 집에 있었습니다.”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된 건가요.
 “세금을 간과한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주식을 양도했으니 세금을 내야하는데 돈을 못 받아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2004년 세금부과 예비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원래 낼 돈은 8억원인데 연체료, 미신고가산세 등이 붙어 24억원으로 불었어요. 잘못하면 있는 재산을 전부 빼앗길 것 같아서 아내에게 이혼을 하자고 했어요. 일종의 위장이혼인데, 얼마 안 가 진짜로 이혼을 했어요. 아내와 처가쪽 식구들이 결국 그 힘든 시기를 견디지 못했어요. 나에게 돌아서는 걸 보면서 피눈물이 났습니다.” 
▶재기 시도를 계속 한 것으로 압니다.
 “돈 벌어서 세금 내 보겠다고 2004년에 아파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공동구매 사이트 아이티아를 설립했습니다. 그런데 투자 받으러 가도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았어요. 아이러브스쿨을 만들어 그렇게 키워본 경험이 있다는 제 경력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더군요.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았어요. 당시엔 벤처 거품이 완전히 꺼지고 난 뒤 벤처 투자에 대한 반감이 심하던 시절이었어요. 벤처 차리고 3년 지나면 다 사채업자한테 가는 거 모르냐며 외면했습니다. 결국 2005년말 사업을 완전히 접었죠.”
▶그 뒤로 공백이 많았습니다.
 “죽으려고 했습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다시 재혼하지 않았으면 아마 진작에 자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내는 나와 함께 아이티아를 설립했던 사람이었는데. 처음엔 아이티아를 포기 못하겠다고 하다가 나까지 살려보겠다고 했습니다. 2006년 아는 분에게 오피스텔을 빌려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신용불량자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국내에선 안되겠다 싶어 2010년 중국에서 사업을 시도했지만 잘 안됐구요.”
▶왜 벤처기업에 투자를 안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내에서는 IT벤처를 아이디어사업이 아니라 단순한 돈벌이수단으로만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고 장기적으로 추이를 봐서 회사를 키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투자하고 빨리 이익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만 해요. 산업을 장기적으로 못 보니 결국 IT사업이 ‘빨리 피고 빨리 죽는’ 사업이 된 겁니다.”
▶벤처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공을 대비하라’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대개의 사람들이 실패를 대비하지요. 대신 성공에 대해서는 ‘성공하면 성공하는 거지’하고 맙니다. 하지만 성공을 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성공을 준비하지 않아서 실패했습니다.”

by wonkis


<김영삼 사장은 누구>
김영삼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정보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던 1999년 연구실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아이러브스쿨을 창업했다. 아이러브스쿨은 초등학교 친구들을 연결시켜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란 새로운 개념을 앞세워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1년도 안돼 500만명의 회원을 모으며 세계 인터넷 사이트 순위를 매기는 알렉사랭킹에서 한국 1위, 세계 3위까지 올랐다.
 2000년 8월 야후코리아가 500억원에 인수를 추진했으나 계약이 무산된 뒤 그는 금양에 지분을 넘기고 2001년초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금양측이 지분 매각 대금을 주지 않으면서 주식 양도세를 내지 못한 그는 미납 세금, 이자 등이 더해져 개인 빚이 20억원까지 불어났다. 2004년 아이티아라는 아파트 기반의 SNS를 설립했지만 실패했고 중국에 가서 사업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귀국했다. 금양 전 대표이사였던 정현철씨를 상대로 주식매각대금 청구 소송(민사)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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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지난 달 KT경제경영연구소가 운영하는 디지에코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디지에코 측의 양해를 얻어 원문을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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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년부터 2000년에 걸쳐 한국 사회를 폭풍처럼 휩쓸었던 벤처붐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재현되고 있다. 신규 창업 기업의 숫자가 10년 전의 기록을 갱신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의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10여년 전과 지금의 벤처붐은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엔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 10년 전의 벤처붐이 일종의 무분별한 광기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최근의 벤처붐은 보다 조심스러운 합리적인 선택에 힘이 쏠리고 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10여년 전의 지나친 투자 열풍으로 인한 쪽박의 경험이 투자자와 기업가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정부 차원의 무분별한 지원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소규모 자본과 적은 인력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과거 한탕주의식 벤처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예측을 가능케 한다.

◆대학생 벤처 기업가 대거 등장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대학생 벤처 기업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말 한국 최초의 벤처붐을 일으켰던 인물들은 80년대 초중반의 학번들이었다. 이들은 대기업 등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와서 창업을 하곤 했다. 그 당시라고 대학생 창업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주류는 아니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 불기 시작한 제2의 벤처붐 현상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대학생 벤처 기업인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김태우 모글루 대표,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이참솔 로티플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고등학교때부터 창업을 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등도 있다. 이비호 스픽케어 부사장은 대학시절부터 창업을 해 온 인물이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창업을 하긴 했지만 심여진 스픽케어 사장은 대학 1학년때부터 창업을 준비한 사람이다.

 왜 대학생 벤처기업가들이 이렇게 많아진 걸까? 취업이 어려워지자 창업에 나선 이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찍부터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 이들이 비교적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창업 스쿨을 열고 창업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이 과거보다 훨씬 창업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비교적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모바일, 인터넷 분야 등에 한정된다. 기존 굴뚝 창업에는 그리 관심이 높지 않다. 20, 30대 창업가들, 특히 20대 대학생 벤처기업인들은 돈 탭스콧이 그의 저서 ‘Digital Native’에서 지적한 바 있는 바로 그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고 자라고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휴대폰을 쓰는데 익숙했던 이 세대들은 모바일이나 컴퓨터 분야에서의 창업을 아주 대단히 어려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창업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준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 노린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국내에서 서비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 도전한다는 게 정석처럼 여겨졌었다. 투입할 수 있는 리소스가 극히 제한돼 있는 벤처기업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들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거의 동시에 해외 사업을 준비한다. 특히 스마트폰용 앱을 만들거나 모바일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더욱 그렇다. 이런 분야에서는 과거 웹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할 때와 달리 해외 사업과 국내 사업의 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마켓과 애플 앱스토어라는 대표적인 두 개의 큰 생태계가 마련된 뒤 해외 사업을 하더라도 굳이 대규모 인력을 외국에 파견한다든가 막대한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고도 앱을 만들어 해외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은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해외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앱을 국내외에 동시 출시했는데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도 꽤 있다. 브리드가 만든 어썸노트는 유료 앱이고 비교적 애플 앱스토어에 늦게 진입했지만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젤리버스라는 벤처기업이 만든 큐브로라는 사진 편집 앱은 국내 사용자 못지 않게 해외 사용자를 모았다. 김무궁 사장이 설립한 OGQ에서 만든 배경화면 앱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해외 소비자들이다. 언어로 이해할 필요가 없는 말 그대로 배경 화면에 관련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장벽이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해외에 사무실을 내거나 현지 업체와 제휴를 할 필요성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소득이 발생할 경우 세금 문제를 비롯해 현지 사업자가 갖게 되는 다양한 혜택 등 때문이다.

 국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외국 업체들과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최근의 창업자들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최근 제2의 벤처붐 시기 젊은 창업자들이 선배 창업자들과 다른 점은 외국어에 능숙하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헀다.

 인터랙티브 e북을 제작하는 모글루는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미국 법인 설립을 함께 추진했다. 김태우 대표와 함께 창업한 멤버 중 미국 뉴욕 출신의 공동창업자가 미국 법인을 맡았다. 뉴욕에 상주하며 사무실도 내고 해외의 전자책 유통업체나 IT업체들과 일을 하고 있다. 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지향하는 스타일쉐어도 2011년 창업과 동시에 해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다. 이 밖에 이음소시어스, 아블라컴퍼니, 페이즈캣, 포도트리 등 설립한 지 1-2년이 채 안된 신생 스타트업들도 각각 진출 국가는 다르지만 초기부터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외 VC도 국내 진출
해외 벤처캐피털(VC)의 국내 진출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00년을 전후로 한 시기 1차 벤처붐때는 해외 VC들이 국내 대형 VC가 투자하는 기업에, 그것도 적은 지분이나 소규모로 투자 참여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VC가 적극적으로 국내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거의 투자 활동이 없었던 퀄컴벤처스는 지난 2010년 한국에 사무소를 낸 뒤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0년 펄서스라는 벤처기업에 투자한 데 이어 2011 6월에는 증강현실 SNS 오브제(Ovjet) 개발사 키위플에도 15억원을 투자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한국은 증강현실을 비롯한 신기술 벤처가 많은 편이고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도 높아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기에 좋다중장기적으로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토스벤처스, 매버릭캐피털, DCM,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등도 최근 국내에서 투자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DCM은 한동안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다가 최근 카카오에 투자를 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다시 움직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는 중국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텐센트의 활약이 눈부시다. 국내 중소규모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 왔던 이 회사는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업체 페이즈캣, 모바일 광고 플랫폼 업체 퓨처스트림네트웍스 등에도 투자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투자를 하면서 벤처 기업 육성에도 힘을 쏟아온 소프트뱅크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 역시 최근 투자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 인큐베이팅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많은 투자 회사들이 한국의 모바일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를 전 세계에서 16번째로 시작한 나라다. 순서상으로는 그리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서비스 커버리지 범위는 놀랄만큼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주요 통신 3사가 2012 4월께면 모두 전국 서비스망을 갖추게 된다. 주요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모두 LTE로 전국 서비스를 하게 되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 모바일 앱 이용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맷 머피(Matt Murphy) 클라이너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아이펀드(iFund) 대표는 한국은 2011년 기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이용자들의 앱 다운로드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세계 1라며 모바일 앱 이용이 가장 활발하고 스마트폰 확산 속도도 빨라 전 세계 모바일 분야 투자회사들이 한국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확산 속도도 빠르다. 2009 11월 아이폰이 도입된 뒤 2년도 되지 않아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2012년 상반기 중에는 전 국민의 60%에 해당되는 30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스카이 등 휴대폰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들이 이 좁은 나라에 몰려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세계적인 제조업체들과 관련된 제조 분야,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업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 회사

투자 기업들

소프트뱅크벤처스

플라이팬,VCNC,두빅,데브시스터즈,스냅스 등

알토스벤처스

이음소시어스,쿠팡,스피쿠스

스톰벤처스

비타민MD,컴투스 등

매버릭캐피털

쿠팡,카카오 등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티켓몬스터

DCM

카카오,판도라TV

싸이버에이전트

카카오

텐센트(간접 투자 포함)

레드덕,퓨처스트림네트웍스,탑픽,아이덴티티,스튜디오혼 등

퀄컴벤처스

펄서스,키위플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경험 전수
‘투자와 창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벤처 생태계형성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는 최근 국내 벤처산업의 움직임을 보여 이같이 평했다. 과거 벤처붐이 일었던 1990년대 말과 1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비교한 것이다. 한탕주의가 휩쓸었던 10여년 전의 버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좀 더 합리적인 기업가들과 신중한 벤처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벤처 1세대들이 후배 벤처인들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프라이머,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택경 다음 창업자,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 장병규 네오위즈 및 첫눈 창업자 등이 뭉친 프라이머는 매년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한다. 이들이 매년 하는 데모데이는 스타트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컨설팅 한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와이컴비네이터처럼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로 데뷔하는 그런 창구가 되려는 게 이들의 지향하는 바다. 이택경 프라이머 공동 대표는실리콘밸리의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처럼 그들이 주최하는 데모데이에서 발표만 해도 15만 달러 투자 유치가 보장되는 그런 인큐베이터가 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며장기적으로는 이런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벤처생태계라는 것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규 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은 2010년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라는 초기 벤처 투자회사를 차렸다. 투자도 하고 상담도 해 주고 필요한 인력을 구해다주기도 한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는 오이씨(OEC)라는 벤처 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업체도 따로 만들고 직접 후배 벤처기업인들을 챙기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 1세대들의 움직임이 좀 더 조직화되고 있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사장, 신현성 티켓몬스터 사장, 스톤브릿지캐피털,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등은 패스트트랙아시아(Fast Track Asia) 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를 설립했다. 미국과 한국의 벤처기업인, VC들이 연합해 만들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한 것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아이디어만 갖고 오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벤처창업 분야에 있어서의 오디션과 같이 지원자들을 모두 심사하고 엔지니어가 부족한 팀에는 전문 기술 인력을, 마케터가 필요한 팀에는 마케팅 인력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사업화 뿐 아니라 해외진출 IPO(기업공개), M&A 등도 모두 도와주는 것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금 벤처산업을 10년 전과 다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벤처기업가들이 했던 시행착오를 줄일 뿐 아니라 1세대나 경험많은 이들의 지원이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생태계 조성 나서는 벤처기업인들>

인물

회사

주요 활동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패스트트랙아시아 주도, 스타트업 개별 투자도 진행

장병규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

스타트업 투자 및 벤처인큐베이팅 사업

김범수

카카오

스타트업 개별 투자 및 벤처기업가 발굴

이택경

프라이머

벤처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권도균

프라이머

벤처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이재웅

프라이머, 소풍

스타트업 개별 투자 및 벤처인큐베이팅

송영길

부가벤처스

벤처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신현성

티켓몬스터

패스트트랙아시아 주도, 스타트업 개별 투자도 진행

허민

위메이크프라이스

스타트업 개별 투자 진행


◆소규모 자본, 합리적 선택
이 블로그에서 1 10개월째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에 게재된 70여개의 국내 스타트업 기업 중 70% 이상은 2억원 안팎의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창업 인원도 2명에서 5명 사이가 대부분이다. 적은 인원이 크지 않은 자본금으로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다.

 서둘러 투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투자를 받고 싶어도 그러기가 어려워 시간이 오래 걸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사업 시작 후 바로 외부 투자를 받는 것보다는 제품을 내놓고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후에 외부 투자를 진행하는 길을 택했다. 과거 이름만 걸어놓고 뻥튀기 식으로 포장만 하는 등 투자 받는 것을 제품 개발보다 우선시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외부투자를 지나치게 일찍 진행하거나 너무 많은 금액을 받을 경우 오히려 원래 생각했던 사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도 있었다. 즉 외부투자자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자생력을 키운 뒤 투자를 진행하는 쪽을 택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초반에 무리하게 벌리지 않고 핵심 영역에 집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선데이토즈를 설립한 이정웅 사장의 경우 설립한 뒤 한동안 투자를 받지 않다가 2년이 지나서 투자를 받았지만 그 돈을 1년 이상 쓰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을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알뜰하게 사업을 꾸려나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국내의 벤처 투자자들이 아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멘토링이나 인큐베이팅, 컨설팅 등 조언자가 많아진 것도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조급하게 투자받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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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었다.그래서 더 감동이 있었다.지난달 말 미국 출장을 가서 클라이너퍼킨스를 방문해 맷 머피 클라이너퍼킨스 파트너를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스타트업을 만나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묻습니까" 라고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창업가의 스토리를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답했다.항상 창업가의 스토리,왜 창업을 했는지에 대한 배경,창업 멤버들의 가치관 등이 수익 모델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해 온 나에게는 참으로 용기와 위로를 주는 발언이었다.맷 머피와의 만남은 1시간 가량 진행됐다.실리콘밸리 멘로파크 샌드힐로드에 있는 클라이너퍼킨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던 이야기를 정리했다.


“지난 40여년간의 투자 역사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수익모델보다 창업자의 스토리를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 코필드앤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모바일 분야 투자펀드 아이펀드(iFund) 대표를 맡고 있는 맷 머피 (Matt Murphy) 파트너는 “벤처 투자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시에 1972년 설립된 클라이너퍼킨스는 지난 39년 동안 475개 회사에 투자한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이다.특히 1990년대 벤처 열풍 시기에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세계 최대 전자책회사 아마존닷컴,하드웨어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세계 최대 게임업체 EA,인터넷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 등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역대 대통령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할 때마다 반드시 찾는다는 벤처투자자 존 도어(John Doerr)를 비롯해,선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창업자 빌 조이(Bill Joy),앨 고어(Al Gore) 전부통령,콜린 파월(Colin Powell) 전 미 국무부 장관 등이 이 회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또는 벤처 투자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클라이너퍼킨스는 2005년 이후 페이스북,트위터,그루폰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또 다시 큰 수익을 올려 뉴욕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으로부터 “역시 돈 되는 사업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벤처캐피털”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맷 머피 파트너는 “창업자의 스토리를 들으면 그 회사의 미래를 알 수 있게 된다”며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의 창업이 줄을 잇고 있어 투자하기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그를 만나 클라이너퍼킨스의 투자 철학과 실리콘밸리의 창업 동향 등에 대해 들었다.


▶사람에 투자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창업자를 만나면 우선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인생의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듣는다.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그리고 창업 멤버들이 창업자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는지,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도 확인한다.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창업자의 스토리이고 사람에 투자한다는 말의 뜻이다.”

▶왜 그런 것을 먼저 보나
“사업은 생명체와 같다.긴 과정을 거친다.우리가 어릴 때 가졌던 꿈 그대로 살기 어려운 것처럼 처음 시작할 때의 사업 아이템 그대로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예측 못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때 중요한 것은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창업자와 창업멤버들의 가치관,성장 환경과 교육,비전 이런 것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두번 실패한 사람이 와도 투자하는가
“물론이다.실패한 경험은 결코 감점 요인이 되지 않는다.그것을 통해 많이 배웠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스티브 잡스도 여러번 실패했다.실패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실패한 스토리도 물론 들어봐야 한다.하지만 그 이후 창업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가치를 판단하는 것보다 어떤 회사에 투자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가치 평가는 그 뒤의 일이다.물론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우선 창업 팀과 아이디어,그들이 기반한 시장,지속 가능성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기존에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는 경우 좋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이럴땐 기존 회사를 뛰어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은 최첨단 기술인 경우 어떻게 하나.
“사람들의 기존 생각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부분이 있는지,아울러 이것을 시장화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증강현실(AR)이 대표적인 사례다.분명히 새로운 기술이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증강현실은 투자 타이밍의 문제다.어떤 경우엔 타이밍 문제가 아니라 사업성 자체가 성립이 안될 수도 있다.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벤처캐피털의 역량이다.”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사업이 있나
“크게 결제 분야와 커머스,커뮤니케이션,그리고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정보를 소비하는 패턴의 변화와 이것을 주도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하지만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특히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요즘 투자한 기업들의 투자 수익 회수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게 실리콘밸리의 주요 화두다.그만큼 시장이 예측하기 어렵게 변한다는 뜻이다.내 관심사를 앞세우는 것보다는 이런 변화와 이것을 관통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트렌드는 무엇인가
“향후 5년간 IT(정보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은 소셜(Social)과 지역(Location),모바일(Mobile)을 뜻하는 ‘솔로모(SOLOMO)’가 지배할 것이다.기존 기업들 중에도 이런 변화에 적응해가는 기업이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장담컨대 페이스북은 2년 뒤에 가장 큰 모바일 회사가 될 것이다.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접속자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에 접속하고 있다.모바일이 기업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다.”

▶산업발전에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스포츠에서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창업을 해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스티브 잡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창업을 해서 IT분야에서 성공한 CEO가 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젊은이들이 GM(제너럴모터스)에 입사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해 높은 자리에 가느 것보다 스타트업을 해서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벤처캐피털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즉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도록 이끌고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도록 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한국의 경우 국가가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다.벤처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혁신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시스템이다.사람들에게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과 그런 교육을 받는 목표를 명확하게 알게끔 하는 것이 첫번째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부의 창출이라는 측면 뿐 아니라 자아 실현과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불편한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젊은이들이 현 단계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도전할 기회가 있다면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젊은이들의 이런 동기부여가 축적될 때 혁신적인 문화가 만들어진다.”

▶한국 벤처에도 투자한 경험이 있나
“한국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아이폰 앱 다운로드를 많이 하는 나라다.그만큼 한국 내에서도 아이폰 관련 앱 개발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하지만 아직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창업가들의 사례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실리콘밸리는 아니지만 뉴욕에서 한국인 정세주 사장이 창업한 워크스마트랩스가 클라이너퍼킨스가 투자한 유일한 한국 스타트업이다.한국의 벤처기업인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by wonkis at Menlo Park in 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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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KT경제경영연구소가 운영하는 디지에코에 지난달 제가 기고했던 글입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 1 IT분야(정보처리 및 제조업)에서 신규 법인으로 등록된 건수는 888건에 달했다.지난 한 해 이 분야에서 1년간 992개 업체가 등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1월 신선 법인 수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신설 벤처 기업으로 방향을 조금 달리해서 봐도 마찬가지다.국내 벤처기업 수는 올 3월말 25000개를 돌파했다.2010년 한 해 동안 5752개가 늘어 역대 최다 창업을 기록했다.올해 1~2월에도 680여개 벤처가 생겼다.올들어 휴일을 뺀 근무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7개 벤처기업이 창업한 셈이다.1990년대 후반 벤처 붐에 이은2의 벤처 붐이라 할 만하다.


 작년초부터 한국에서 벤처 열풍을 느끼고 이들 중에서도 인터넷과 모바일 분야에서 이제 막 시작했거나 아주 초기 단계에 있는 벤처들,이른바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했다.한국의 스타트업 대표주자는 누구인가,한국에서 스타트업이라 하면 어딜 꼽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첫번째 물음이었다.이들의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도 관심사였다.아울러 이런 회사를 창업한 이들은 누구며 이들은 왜 창업을 했는가도 나에겐 중요한 질문이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현황을 면밀하게 바닥부터 볼 수 있다면 한국의 IT 산업이 나갈 방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지 않을까,기업가 정신과 경영 원칙의 핵심에 대해서도 필드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거였다.한번 뿐인 인생에서 기득권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 동기는 과연 무엇인가였다.그것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하겠다.


 
작년 3월에 시작했으니 이런 일을 한 지도 벌써 만 1년이 지났다.이 글은 지난 1년간 한국의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들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한 글이라고 하겠다.

 

◆제2의 벤처 전성 시대

 앞서 언급한 숫자만 봐도 가히 2의 벤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이 중에는 혼자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하는 ‘1인 창업기업도 많다.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언급할 정도로 지난해 초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중소기업청이 2009 5월 개설한 1인 창업 지원 사이트 아이디어비즈뱅크에 가입한 회원 수는 올 3월말까지 14000여명에 달한다.대기업·중소기업을 다녔던 직장인 출신은 물론 대학교수와 대학생·대학원생도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벤처캐피탈(VC) 회사들도 투자를 재개했다.벤처캐피탈의 2009년 투자금은 8300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약 11100억원에 이어 올해는 1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중소기업청도 올해 32075억원의 중소기업정책자금을 풀 계획이다.


 
지난해 벤처 투자 규모를 늘렸던 벤처캐피탈 중에는 올해도 투자 계획을 늘릴 예정인 곳이 많다.지난 해 2200억원 정도를 투자했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5000억원 이상을 벤처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700억원 정도를 집행했지만 올해는 1000억원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LB인베스트먼트는 작년 570억원에서 올해는 9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고 한화기술금융 역시 지난해 기술벤처에 500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올해는 1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벤처가 뜬다는 느낌은 벤처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주체들이 나설 때 확연히 느낄 수 있다.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처캐피탈을 직접 설립하려고 나서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대전시는 최근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와 지역 벤처기업인 애니솔루션 등과 함께 벤처캐피탈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목표 설립 시한은 오는 5월이다.대전시는 총 25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대전 지역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대전시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있다.모태(
母胎)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주로 공업단지와 연구시설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탈 설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했거나 출범을 도운 벤처캐피탈은 AK강원인베스트먼트(강원도대경창업투자(대구시그린부산창업투자(부산시) 등 일부에 불과했다.


 
물론 이런 지자체들은 지역 벤처기업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해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하지만 지자체가 나섰다고 하더라도 직접 VC를 설립하기보다는 창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거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최근 일부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은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소셜과 모바일이 화두

 그렇다면 이런 창업 열기가 최근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최근 IT 분야의 키워드는 3D와 소셜,그리고 모바일이라고 말했다.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업계에 있는 종사자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도 3D 영상과 관련된 각종 장치산업 및 소프트웨어 기술,그리고 소셜,모바일이 화두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창업 열기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들은 소셜과 모바일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특히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부품 사업은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주요 사업 아이템이다.여기에 소셜커머스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소셜게임 등 관련 창업도 늘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이 가능하게 된 것은 모바일 인터넷이 획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과거 막대한 요금 부담 때문에 거의 아무도 쓰지 않았던 모바일 인터넷을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쓰는 시대가 됐다.그리고 모바일 인터넷을 이렇게 변화시킨 것은 뭐니뭐니해도 2009 10월 국내에서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장병규 본앤젤스투자파트너스 대표는 2010년이 역사에 남는다면 아마 모바일인터넷을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사실 브로드밴드로 인터넷 산업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NHN,엔씨소프트도,네오위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지금 모바일 분야의 사용 기반 마련이 마련됐기 때문에 또 다른 벤처 신화를 기대할 시기가 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아이폰이 이런 환경의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 우리가 아이폰에 의미 부여를 하는 이유이고요.”

 

◆왜 창업을 하는가

 소셜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창업 열기를 지핀 것은 분명해 보인다.하지만 새로운 트렌드가 보인다고 해서 무작정 사람들이 창업 전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무엇이 젊은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을 자극했을까.무엇이 이들을 이 불확실한 세계에 뛰어들게 했을까.


 
한국형 창업 성공 모델의 특징 중 하나는 대학생 창업보다 직장을 다니다 나와서 창업을 해 크게 성공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이 그렇고 NHN을 창업한 이해진,김범수 의장이 그렇다.이들 말고도 대부분 크게 성공을 거둔 경우는 직장을 다니다 나와서 창업을 한 사례다.


 
블로그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한국에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창업 동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들 역시 대부분 좋은 회사를 다니다 창업을 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에서 자랑스런 삼성인상까지 받았던 전제완 사장은 왜 뛰쳐나와 프리챌을 만들었을까.옥살이까지 하고 그렇게 고생을 거듭했으면서도 왜 또다시 창업을 했을까.이노무브 장효곤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잘 나가던 컨설턴트 일을 하다가 갑자기 회사를 차렸다.그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KT라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에 잘 다니던 한명제 사장은 왜 나와서 벤처 회사를 창업했을까.이런 의문이 드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장효곤 사장은새로운 변화시키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것만 하면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이게 그의 직장 생활에 대한 결론이었다.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있는 직장에서 아무런 도전을 느끼지 못할 때,재밌던 일이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 창업을 결심하는 것 같다.물론 여기에는 개인의 성격이 크게 작용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 대부분은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느꼈을 때 창업을 결심했다.그것은 벤처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그랬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창업을 경험한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도 마찬가지였다.재미로 창업을 결심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창업을 한 뒤에 이들 중 상당수는 성공 여부를 떠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것 같았다.조직의 구성원이 아닌,진짜 자기 자신 말이다.


 
직장 생활을 하던,학교를 다니던,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한다.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어느 정도 그 문제에 해답을 주길 원한다.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런 혜택을 받는 이는 거의 없다.일부는 그런 혜택을 받았지만 자신이 당초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른 것에 실망하고 나오기도 한다.결국 조직과 자신의 비전을 일치시킨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찾는 것은 꿈이었다.그리고 조직 생활의 어려움을 생각해본다면 결국 벤처를 하나 직장 생활을 하나 성공 가능성이 낮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그렇다면 이왕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릴 만도 하다.


 
또 한가지 재밌는 부분은돈을 벌겠다는 목적 하나만 있다면 창업을 하지 않는게 좋다는 것을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는 점이다.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돈 이외의 보다 큰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을 향해 가는 이들은 분명하게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마음에 부담이 있는 만큼 성장하고,절박한 만큼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창업자들의 유형

 여기서 좀 정리를 해 보자.자의적인 기준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최근 창업가들의 면면을 보면서 한가지 큰 특징적인 사례로 성공 경험을 가진 이들의 생애 두번째,세번째 창업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김범수 NHN 창업자다.1998년 한게임을 설립하고 2000년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라는 국내 벤처 사상 최고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던 김범수 사장은 2007년 아이위랩을 만들었다.2010 3월 출시한 카카오톡이 뜨면서 회사 이름도 카카오라고 바꿨다.지금 카카오는 국내에서 1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또 다른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네오위즈와 첫눈을 창업해 대박을 터뜨렸던 장병규 사장도 대표적인 인물이다.그는 지난 2007년 블루홀스튜디오를 창업해 온라인 게임 테라를 올초 선보였다.온라인게임 테라는 게임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2010년에는 본앤젤스라는 앤젤투자회사를 설립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자신의 성공 노하우와 창업 경험을 살려 후배 기업가들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1990
년대말 보안업체 인젠을 창업했다 SK텔레콤 등을 거쳐 2000년대 중반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해 벤처 창업 성공 모델을 보여준 노정석 사장도 이에 해당된다.노 사장은 태터앤컴퍼니를 구글에 매각한 뒤 구글에 2년 정도 몸을 담았다가 지난해 나와 다시 아블라컴퍼니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2000
년대 초반 이투스라는 교육 업체를 차려 성공한 바 있는 이비호 사장도 성공 경험을 가진 인물의 두번째 창업 사례다.그는 이투스를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한 뒤 지난해 스픽케어라는 온라인 영어 말하기 교육 회사를 차렸다.교육이라는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것이 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범수,장병규,노정석 세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이들이 창업을 다시 한 것 뿐 아니라 창업하는 후배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그런 점에서 보면 이들은 창업가 출신 투자자 시대의 제 1막을 여는 인물들이라고 할 것이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는 재기를 노리는 인물들의 창업 역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대표적인 인물은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 사장이다.전 사장은 1999년 프리챌을 창업해 국내 최초 최대의 커뮤니티로 키운 인물이다.2002년 긴급 체포되고 2년간 옥살이를 하면서 프리챌 경영권을 빼앗겼고 지난 2009년 유아짱을 설립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아크릴의 박외진 사장도 전제완 사장과는 조금 사례가 다르지만 역시 재기를 노리는 인물이다.2000년대초 WRG라는 모바일 솔루션 회사를 만들었던 그는 재작년 감성검색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들고 나왔다.WRG는 그에게 생소했던 온라인게임이라는 분야에 도전했다가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본업에 검색과 솔루션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노상범 홍익세상 대표,김규동 JDF 대표도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노 대표는 1990년대말 홍익인터넷을 창업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최근 홍익세상이라는 인터넷 회사를 설립했다.김 대표는 과거 핸디소프트 대표이사를 지냈다.


 
또 다른 사례는 아마 대기업에 몸담고 있다 창업에 도전하는 인물들일 것이다.한명제 아이트로스 대표는 KT에 다니면서 투자할 회사를 물색하는 일을 했었다.그러다가 자기가 투자할 만한 회사가 없자 그럴 만한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KT를 뛰쳐나온 인물이다.미국의 명문대 유펜을 나와서 맥킨지앤컴퍼니를 다니다 한국에 들어와 티켓몬스터를 차린 신현성 대표도 이 유형에 해당된다.NHN을 다니다 소셜게임 업체를 차린 이정웅 선데이토즈 사장,역시 NHN 출신인 이진수 포도트리 사장도 유사한 사례다.NHN과 엔씨소프트를 거쳐 지난해 소셜게임 회사를 만든 김미영 소셜인어스 사장도 여기에 해당된다.

 

◆과연 버블인가

 국내 소셜게임 업체는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소셜커머스 업체는 이보다 훨씬 많은 300여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두 업종의 공통점은 해외에서는 엄청나게 큰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만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수익 모델은 분명히 있지만 시장이 아직 크지 않은 단계에서 너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하지만 숫자가 많다고 그대로 버블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사실 국내 벤처 투자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1990년대말의 버블 트라우마가 많이 남아 있다.그때의 강렬한 경험으로 인해 묻지마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버블의 조짐은 업체 난립 뿐 아니라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지고 정부의 터무니없는 지원책이 남발할 때 분명해지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열기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창업 현황은 아직 버블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친 감이 있다.일단 기업가들이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하기보다는 소규모 자본의 창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리스크가 적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수많은 회사들이 한꺼번에 도산할 가능성이 적은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지난 19990년대말에 비해 고액 투자를 처음부터 무리하게 받기보다 엔젤투자를 받는 사례들이 늘면서 벤처 회사 자체가 휘청거린다거나 펀드 등을 통해 돈을 집어 넣은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줄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벤처기업인들의 고민은?

 벤처를 하는 분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이 부분은 이 짧은 글에서 한 두가지 사례로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주제는 아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정부의 지원만 쳐다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대부분은 정부에 바라는 것을 물었을 때별로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응답을 했다.


 
오히려 이들의 바람은 소박했다.큰 자금을 지원해주길 바라지도 않았고,어느날 갑자기 모든 규제가 사라지는 것을 꿈꾸지도 않았다.그저 병역특례 제도가 이공계를 위해 좀 확대됐으면 하거나,정말 말도 안되는 길고 지루한 서류 작업이 줄었으면 하는 정도였다.


 
물론 기본적인 고민은 누구에게나 공통됐다.잘 이해가 안되는 행정 절차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긴급한 상담이 필요할 때 누구와 상의를 해야 하는지,아직도 벤처투자자들이 비즈니스의 가능성보다는 수익 모델을 우선 보려고 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가 어려운 데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회사를 알릴 방법이 없는 것에 대한 고민 등등.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조성될 만한 생태계가 없다는 것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문제는 생태계가 정부 주도로는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우리는 그것을 이미 1990년대 말에 했다.정부가 그렇게 나섰지만 한국에서 스타트업,벤처를 위한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결국 이들의 고민은 자신들이


 
이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자신의 사업을 제대로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벤처캐피탈(VC)이 돈 잘 버는 것을 보여줘야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이 분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VC가 돈을 잘 벌려면 당연히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투자할 만한 절대적인 대상이 없으면 이게 힘들어진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창업하는 사람들이 없고,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이 문제의 귀결이었다.하지만 이제는 그런 비관적인 결론으로 꼭 귀결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서두에서 밝혔듯,벤처에 도전하는 이들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많고 이들의 움직임은 활발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들은 10년 전 선배들보다 훨씬 더 냉정한 현실에 자신들이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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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챌의 파산을 지켜보며

뉴미디어 세상 2011. 3. 14. 14:26 Posted by wonkis
국내 1세대 인터넷 벤처이자 최초의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였던 프리챌이 결국 파산했다.프리챌의 대주주인 솔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12파산부에서 프리챌의 파산선고를 결정했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프리챌은 회사가 설립된지 1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프리챌이 파산했다고 당장 프리챌 사이트가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결국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길을 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챌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그 동안 사라지거나 파산한 다른 사이트들에 비해 프리챌은 존재감이 남달랐다.지금의 30대가 대학 시절 가장 많이 쓰던 서비스 중 하나가 프리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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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도전으로 시작한 프리챌
프리챌을 창업한 사람은 지금 유아짱 대표를 맡고 있는 전제완 사장이다.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3학번인 전 사장은 1989년 삼성물산 인사팀에 입사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전 사장은 1991년 삼성그룹의 인사정보시스템 개발 업무에 투입돼 94년까지 이 일을 맡아서 하게 된다.

 당시 그가 이 일을 맡아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사과에서 일하던 시절 인사 업무처리가 비효율적으로 되는 것을 보고 독학으로 컴퓨터를 공부했기 때문이다.그는 4년간 이 업무를 마치고 제1회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으로 1년간 지역전문가로 파견되기에 이르른다.40여일동안 미국 40개주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오레곤주에서 공부도 한 그는 당시 실리콘밸리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던 미국의 현실에 깊은 인상을 받고 큰 자극과 도전을 받은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3년 정도 삼성에서 더 근무했지만 대기업의 구조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했던 전 사장은 ‘자유와 도전’이라는 두가지 가치만 들고 미련없이 삼성을 그만뒀다.
 그가 1999년 4월 15일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프리챌((주)자유와도전)은 다음,네이버 등 다른 포털이나 이미 당시 국내 최대 인터넷사이트였던 야후코리아에 비해 뒤늦게 출발했지만 확실한 차별점을 갖고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인간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인터넷 상의 공간을 생각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쇼핑 섹션 바이챌, 금융 및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찰닷컴, 게임업체 드림챌과 조이챌, 디자인 회사 인디챌 등 그가 프리챌 설립후 확장해 나간 사업들은 이후 인터넷기업들의 모델이 될 만큼 중요한 역할들을 했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던 전제완 사장은 프리챌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프리챌에서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한 것은 그런 그의 꿈을 위한 1단계였던 것이다. 커뮤니티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그 플랫폼을 통해서 전 세계에서 누구나 자신들의 언어로 접속해 사용하는,그런 모델을 꿈꿨다고 한다.때문에 그는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업체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봤고,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하려고 애썼다.

◆프리챌 돌풍
 프리챌은 당시 대학생을 주축으로 한 젊은 층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설립 2년만에 회원 1000만명을 끌어모아 야후,다음과 함께 포털 빅3로 거론될 정도로 성장을 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영자로서 그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으로서 유료화를 생각했던 것 같다.사용자가 최소한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수순이었겠지만 2002년 하반기 당시엔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었다.인터넷은 전부다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이었기에 프리챌의 새로운 시도가 미칠 영향에 다들 주목했던 것이다.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40% 이상의 회원들이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전 사장은 서비스의 유료화 이후 글로벌화 및 전혀 새로운 개념의 SNS,소프트웨어 제공 등으로 서비스의 선순환을 유도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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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자유와 도전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은 2002년 12월3일 오전 전제완 사장이 주식대금 가장납입 혐의로 전격 체포되면서 모두 끝나 버렸다.전제완 사장이 구속된 이후 그가 뽑았던 당시 인터넷 업계의 최고 인재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회사 역시 주인을 잃고 표류하게 됐다.선장을 잃은 프리챌과 프리챌홀딩스 등은 창업 초기의 정신을 모두 상실하고 매각과 부도 등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했다.

 전제완 사장 개인 역시 그 이후 고난의 삶을 살았다.긴급체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가장납입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이미 그는 2년의 옥살이와 회사 부채를 개인이 떠안은 것 때문에 파산에 이르게 됐다.

 프리챌은 유료화 전환 이후 안팎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료화에 동참했다고 하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이를 진두지휘할 선장이 필요했다.하지만 전제완 사장이 구속된 이후 이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2003년에 과거 새롬기술이었던 솔본에 인수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인수 후에도 프리챌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동영상 서비스,게임 등 새로 시도하는 서비스마다 실패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여기에 최대주주인 솔본과 프리챌 경영진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경영난이 가중됐다.지난해 프리챌 경영진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소셜커머스를 위한 소셜쇼핑을 오픈하는 등 부활을 모색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프리챌이 2003년 이후 보여준 행보는 사실 전 사장이 처음 설립할 때 내세웠던 자유와 도전과는 거리가 멀었다.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의 서비스를 답습하는데 그쳤고,경영진과 대주주의 계속되는 분쟁은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였다.

 프리챌은 여러 번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솔본은 지난해 12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파산신청에 앞서 솔본은 경영상황의 악화로 보유하고 있던 프리챌의 지분 83.1%를 전량 매각하고 프리챌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회사는 사라지고 사람은 남는다
 회사는 파산의 길을 걷게 됐지만 프리챌은 한국 인터넷산업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할 만하다.프리챌이 이룬 업적 때문이 아니라 프리챌이 배출한 인재들 때문일 것이다.프리챌에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했던 수백명의 젊은이들은 모두 당대의 실력파였다.그들은 프리챌이 몰락하는 과정에도 실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아 지금 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이끄는 인물들로 성장했다.

 프리챌을 창업했던 전제완씨는 현재 인터넷 방송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 서비스 업체 유아짱의 대표로 재직중이다.전제완 사장이 삼성물산 재직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세워 창업 아이템을 함께 고민했던 윤태중,장규오씨는 각각 웹젠과 블루코드 등 다른 회사를 돌아 지금은 다시 전제완 사장과 만났다.두 사람은 함께 유아짱 창업 멤버가 됐다.이태신 SK커뮤니케이션즈 본부장 역시 프리챌 창업 멤버다.

 내가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도 프리챌 초창기 멤버고,카카오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확영 이사도 프리챌 창업 공신 중 하나다.전제완 사장이 서울대를 직접 찾아가 삼고초려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조수용 전 NHN 본부장과 정욱 NHN 한게임 대표도 프리챌 초창기 멤버들이며 온라인게임 A.V.A를 만든 레드덕의 오승택 대표도 프리챌 초기 멤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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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챌 창업자인 장규오 (왼쪽부터)유아짱 상무,전제완 대표,윤태중 부사장>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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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아침 라디오연설을 통해 한국판 주커버그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올해 모바일 분야 1인 창조기업 지원책이 확대 시행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실제로 정부는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1인 창조기업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고 보고 작년부터 육성책을 시행해 왔다.올해에는 특히 모바일 분야에 중점을 두고 1인 창조기업의 왕성한 활동을 돕는 시책을 마련한다.모바일 앱 창작터가 늘어나고 글로벌 앱 지원센터가 가동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나는 이 대통령의 말씀을 들으면서 계속 답답했다.왜 시장은 진화하는데 정부는 옛날 생각 그대로인가?기업을 하는 사람들,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깨닫고 있는데 왜 정부의 높은 사람들은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선 육성책을 쓰면 된다’는 생각에만 빠져있는가.대통령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업을 망치려면 기업에 돈을 주면 된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얼마전 나와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했었다.“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아이를 망치려면 돈을 주면 된다고..기업도 마찬가지다.기업을 망치려면 기업에 돈을 자꾸 주면 된다.”

 그의 이런 말이 정부의 모든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정부가 벤처기업 발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게 모두 허사라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닐 거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벤처 기업을 키워보겠다고, 정부가 나서서 육성해보겠다고 하는 것들이 오히려 기업과 벤처생태계를 망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담고 있다.

 과거 벤처 버블 시기를 돌이켜보면 정부의 과도한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됐다.그로 인해 일정 성과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제 그로 인한 성과와 부작용을 구별하고 평가를 할만한 시기도 됐다.이제는 정부의 육성책이 나오면 가장 두려워하는게 기업인들이다.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인 전하진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역설적으로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더 강한 기업이 나올 수 도 있다.정부가 직접 창업자금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행정 우려
 기업인들은 이런 것을 다 체득하고 이를 사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MB 정부의 지원책은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귀를 막고 ‘자 돈 주고 판도 깔아주고 지원해 줄 테니까 잘들 커봐’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정작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해결해 주지 못한다.정부는 기업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는가? 진지하게 조사를 해 본 적이 있나? 동대문 시장을 다니는 것처럼 스타트업 기업인들,중소기업인들,창업을 고민하는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해 본적이 있는가.그렇지 않고 육성책을 내놓는다면 그건 그냥 과시용 정책에 다름 아니다.정부의 성과 리스트에 한줄 올려놓기 위한.‘이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이런 정책을 펼쳤다’고 자랑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생각만 들게 한다.

 내가 만나본 벤처인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바라는 벤처인들이나 정부가 무슨 큰 앱 창작터 같은 것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기껏 지원책이라봐야 공대생들의 군입대로 인한 산업인재 고갈을 막기 위해 병역특례를 좀 확대해줄 것을 바라는 정도? 였다. 그럼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뭘까?

◆쓸데없는 규제 푸는 것에 중점둬야
 이러닝 업체로 등록하는데 사무실 평수를 따지고,게임 사업자로 등록하는 데 입주한 건물 주차장 지붕을 문제삼고,게시판에 민원을 접수하려고 하는데 전화로 사실 확인을 하고, 그러고도 접수하는데 2-3일씩 걸리고,인터넷 가입 하려면 아직도 모든 개인 정보를 다 넣어야 하고,게임을 키운다고 하고는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도 없고.. 등등..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얼마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주차장 지붕 때문에 게임 등록을 못 한 사람의 일화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

 벤처인들이,또는 창업을 내심 꿈꾸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규제를 없애주는, 또는 완화해주는 것이다.그리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시장의 힘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내가 모든 벤처인들을 만난 것도 아니고 모든 사업하시는 분들을 아는 것도 아니다.하지만 나의 제한된 경험 속에서 비춰봐도 성공한 어떤 기업인도 정부 지원을 받아서 자리잡은 사람은 없었다.치열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열심히 달린 결과일 뿐이다.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정부 지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는 규제 때문에 괴로워한다.한가하게 종이 쪽지나 내고 가라고 기업들을 오라가라 할때 그들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져간다.

 주커버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서 성공하지 않았다.모바일 앱 장터에서 1등한 게 아니었다.주커버그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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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화두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그 화두는 꼭 취재의 화두만은 아니다.10년 먼저 태어나 세상을 살아본 선배로서,성공한 한 인간으로서 던지는 인생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벤처들을 만나고 겪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본 벤처인으로서 창업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다.유독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라면 벤처인이나 이 업계에 있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화두를 던질 수 있을 듯 하다.작년 이맘때 문 대표는 ‘혹독한 금융위기의 시절에도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을 했었다.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문 대표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2010년이 갈 길을 재촉하는,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어느 날 문 대표를 만나러 청담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올해 벤처 창업 열기에 대해 문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통계를 보면 올해 벤처 창업 숫자가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숫자는 숫자일 뿐입니다.”(하하)

 어쨋든 숫자상으로 올해는 2000년 이후 IT분야의 창업이 가장 많은 한 해였다.그러면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뭘까.한국과 미국에서 이 시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문 대표는 나와 만나기 전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질문을 받고 이런 문제를 고민해 봤다고 한다.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소셜이라는 영역에서 버블적 양상마저 나타났습니다.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그런게 안보이는 걸까요.한국은 아직 회복이 안된 것인가,아니면 버블에서 자유로운 것인가.유독 한국 시장만 차분하고 이성적인가? 웹 2.0 화두는 뜨다 말았고 소셜 화두는 제대로 아직 실행조차 못되고 있습니다.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왜 일까요?”

 질문을 던지러 왔다가 질문을 받게 됐다.
 “그래도 올해 한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한 박자 늦긴 했지만요.”
 “맞습니다.개별 스타트업들의 각개약진,고군분투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그런데 거기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정돈되서 보이는 게 없습니다.생태계를 이끌어갈 흐름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엔 아직 벤처생태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화두는 생태계구나.그의 말을 들으면서 직감했다.
 “한국의 벤처 산업에서는 생태계가 붕괴됐습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형성되지도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아카데미+기업+금융시스템+법률+회계+언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이런 실리콘밸리식 조합이 한국에서는 나타나질 못했습니다.”

 맞는 말이다.하나의 신생 기업이 시작할 때 법률,회계,금융 등 각 부분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런 움직임이 한국에서는 없다.
 “언론의 모습만 봐도 사실 알 수 있습니다.벤처나 스타트업 담당 기자의 숫자나 그들의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등의 현실이 어떻습니까.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관련 취재 부서가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언론은 한 사회의 거울이니 그것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죠”

 그의 이런 지적에도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는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다가 말았습니다.2000대 초반 버블붕괴 때문이었죠.정부가 주도해서 이렇게까지 벤처를 지원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별로 찾아보기 힘들죠.그나마 그것때문에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질 뻔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생태계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의 벤처 버블은 혹독했습니다.2000년 버블의 가장 뼈 아픈 점은 젊은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았다는 점일 겁니다.그 뒤로 직업의 안정성이 젊은이들이 졸업을 할 때 최고의 가치가 됐습니다.이 사회에서 도전 정신이 사라진 거죠.”

 한국에서 벤처생태계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답을 내긴 어렵다.그는 이에 대해 “생태계는 결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세계 어디를 봐도 산업의 생태계를 관 주도로 만든 곳은 없습니다.한국도 2000년에 이미 이 경험을 했습니다.정부가 그렇게 지원을 했지만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죠.”

 “‘아이를 망치려면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면 된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이런 말은 사실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기업을 망치려면 정부가 기업에게 돈을 주면 됩니다.정부가 무턱대고 지원하면 공돈이 생겼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모럴해저드에 대한 댓가를 치룬 셈이죠.”
 벤처캐피탈(VC)이 돈 잘 버는 것을 보여줘야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이 분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VC가 돈을 잘 벌려면 당연히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투자할 만한 절대적인 대상이 없으면 이게 힘들어진다.결국 문제는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이 없다.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3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회사가 있다고 칩시다.300개의 투자할 회사가 있으면 10억씩 투자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소신투자도 할 수 있구요.하지만 투자할 회사가 3-4개 밖에 없다고 하면 한 회사당 투자 금액이 커집니다.그러면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죠.소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이 회사가 돈을 벌 회사인지부터 따져볼 수 밖에 없습니다.이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진정한 소셜커머스는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그렇다고 VC가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는 법.그래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인큐베이션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중단됐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결국 운영의 문제였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기획을 하고 있다.
 좀 비관적인 이야기가 이어진 것 같다.하지만 문 대표나 나나 한국의 벤처 생태계,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올해 화두가 됐던 소셜커머스에 대해 여담 삼아 잠깐 물었다.
 “지금 한창 주가가 오르고 업체들이 몰리는 소셜커머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지금 국내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나 그루폰 방식은 소셜커머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그냥 공동 구매죠.거기엔 사실 별로 소셜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그쵸.현재로선 이건 그냥 집단 구매에 의한 할인일 뿐이죠.소셜도 뭣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럼 소셜커머스의 모습은 어떤 게 될까요?”

 “제 생각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셜커머스라고 생각합니다.개인화된 경험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실현하는 거죠.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요구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구매에 나서거나 비용을 부담하고 구매에서 협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소셜커머스에 가까울 겁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화해야
 “2000년과 2010년 10년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뭔지 아십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전수되지 못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것 아닐까요”
 “제 생각엔 꼭 성공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성공이든 실패든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경험의 사회화,사회적 자산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는 이런 의문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왜 한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 숨어 지내는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인터넷 벤처에서도 성공하신 분들은 예외없이 모두 숨어(?) 지내고 있다.이해진 NHN 의장이 그렇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그러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그렇다.이재웅 다음 창업자도 마찬가지고 네오위즈를 만든 나성균 창업자도 그러하다.

 이들이 꼭 문자적으로 은둔한다는 것이 아니다.만나기도 힘들고 이들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듣기도 힘들다는 뜻이다.문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기자들만 이분들을 만나기 힘든 줄 알았는데) 업계 안에 있든 밖에 있든,투자자든 피투자자든 이들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가 없다.결국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자산화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이들만의 탓은 아니다.이들이 숨어 지낼 수 밖에 없는 어떤 현실이 있을 것이다.언론의 과대 포장이나 사냥몰이식 취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범수(NHN창업자),장병규(네오위즈 첫눈 창업자),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등 벤처 1세대들이 엔젤투자를 진행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후배들을 만나고 다니며 창업을 독려하고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인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이끌어준 것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최초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들이 엔젤투자한다고 스타트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역시나 무수한 실패를 경험할 겁니다.하지만 그러면서 투자와 창업,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벤처 생태계 형성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겁니다.”

 

▶문규학 대표는...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1988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삼보컴퓨터에서 인력개발팀,회장실,전략기획팀 등에서 일했다.1990년대 초반 당시 삼보컴퓨터가 무선호출기(삐삐0 사업권을 획득,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할 때 태스크포스팀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문 대표는 1996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렉셀(Drexel) 대학에서 MBA 마케팅 과정을 전공하던 중 일본 소프트뱅크가 벤처투자를 위해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창업투자회사인 미국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벤처스(SBTV)에 입사하게 된다.
 1998년 귀국한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미디어 대표 겸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을 맡았으며 2002년부터 소프트뱅크코리아ㆍ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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