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챌의 파산을 지켜보며

뉴미디어 세상 2011. 3. 14. 14:26 Posted by wonkis
국내 1세대 인터넷 벤처이자 최초의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였던 프리챌이 결국 파산했다.프리챌의 대주주인 솔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12파산부에서 프리챌의 파산선고를 결정했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프리챌은 회사가 설립된지 1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프리챌이 파산했다고 당장 프리챌 사이트가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결국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길을 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챌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그 동안 사라지거나 파산한 다른 사이트들에 비해 프리챌은 존재감이 남달랐다.지금의 30대가 대학 시절 가장 많이 쓰던 서비스 중 하나가 프리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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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도전으로 시작한 프리챌
프리챌을 창업한 사람은 지금 유아짱 대표를 맡고 있는 전제완 사장이다.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3학번인 전 사장은 1989년 삼성물산 인사팀에 입사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전 사장은 1991년 삼성그룹의 인사정보시스템 개발 업무에 투입돼 94년까지 이 일을 맡아서 하게 된다.

 당시 그가 이 일을 맡아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사과에서 일하던 시절 인사 업무처리가 비효율적으로 되는 것을 보고 독학으로 컴퓨터를 공부했기 때문이다.그는 4년간 이 업무를 마치고 제1회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으로 1년간 지역전문가로 파견되기에 이르른다.40여일동안 미국 40개주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오레곤주에서 공부도 한 그는 당시 실리콘밸리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던 미국의 현실에 깊은 인상을 받고 큰 자극과 도전을 받은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3년 정도 삼성에서 더 근무했지만 대기업의 구조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했던 전 사장은 ‘자유와 도전’이라는 두가지 가치만 들고 미련없이 삼성을 그만뒀다.
 그가 1999년 4월 15일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프리챌((주)자유와도전)은 다음,네이버 등 다른 포털이나 이미 당시 국내 최대 인터넷사이트였던 야후코리아에 비해 뒤늦게 출발했지만 확실한 차별점을 갖고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인간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인터넷 상의 공간을 생각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쇼핑 섹션 바이챌, 금융 및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찰닷컴, 게임업체 드림챌과 조이챌, 디자인 회사 인디챌 등 그가 프리챌 설립후 확장해 나간 사업들은 이후 인터넷기업들의 모델이 될 만큼 중요한 역할들을 했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던 전제완 사장은 프리챌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프리챌에서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한 것은 그런 그의 꿈을 위한 1단계였던 것이다. 커뮤니티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그 플랫폼을 통해서 전 세계에서 누구나 자신들의 언어로 접속해 사용하는,그런 모델을 꿈꿨다고 한다.때문에 그는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업체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봤고,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하려고 애썼다.

◆프리챌 돌풍
 프리챌은 당시 대학생을 주축으로 한 젊은 층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설립 2년만에 회원 1000만명을 끌어모아 야후,다음과 함께 포털 빅3로 거론될 정도로 성장을 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영자로서 그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으로서 유료화를 생각했던 것 같다.사용자가 최소한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수순이었겠지만 2002년 하반기 당시엔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었다.인터넷은 전부다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이었기에 프리챌의 새로운 시도가 미칠 영향에 다들 주목했던 것이다.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40% 이상의 회원들이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전 사장은 서비스의 유료화 이후 글로벌화 및 전혀 새로운 개념의 SNS,소프트웨어 제공 등으로 서비스의 선순환을 유도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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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자유와 도전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은 2002년 12월3일 오전 전제완 사장이 주식대금 가장납입 혐의로 전격 체포되면서 모두 끝나 버렸다.전제완 사장이 구속된 이후 그가 뽑았던 당시 인터넷 업계의 최고 인재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회사 역시 주인을 잃고 표류하게 됐다.선장을 잃은 프리챌과 프리챌홀딩스 등은 창업 초기의 정신을 모두 상실하고 매각과 부도 등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했다.

 전제완 사장 개인 역시 그 이후 고난의 삶을 살았다.긴급체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가장납입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이미 그는 2년의 옥살이와 회사 부채를 개인이 떠안은 것 때문에 파산에 이르게 됐다.

 프리챌은 유료화 전환 이후 안팎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료화에 동참했다고 하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이를 진두지휘할 선장이 필요했다.하지만 전제완 사장이 구속된 이후 이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2003년에 과거 새롬기술이었던 솔본에 인수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인수 후에도 프리챌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동영상 서비스,게임 등 새로 시도하는 서비스마다 실패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여기에 최대주주인 솔본과 프리챌 경영진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경영난이 가중됐다.지난해 프리챌 경영진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소셜커머스를 위한 소셜쇼핑을 오픈하는 등 부활을 모색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프리챌이 2003년 이후 보여준 행보는 사실 전 사장이 처음 설립할 때 내세웠던 자유와 도전과는 거리가 멀었다.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의 서비스를 답습하는데 그쳤고,경영진과 대주주의 계속되는 분쟁은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였다.

 프리챌은 여러 번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솔본은 지난해 12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파산신청에 앞서 솔본은 경영상황의 악화로 보유하고 있던 프리챌의 지분 83.1%를 전량 매각하고 프리챌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회사는 사라지고 사람은 남는다
 회사는 파산의 길을 걷게 됐지만 프리챌은 한국 인터넷산업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할 만하다.프리챌이 이룬 업적 때문이 아니라 프리챌이 배출한 인재들 때문일 것이다.프리챌에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했던 수백명의 젊은이들은 모두 당대의 실력파였다.그들은 프리챌이 몰락하는 과정에도 실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아 지금 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이끄는 인물들로 성장했다.

 프리챌을 창업했던 전제완씨는 현재 인터넷 방송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 서비스 업체 유아짱의 대표로 재직중이다.전제완 사장이 삼성물산 재직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세워 창업 아이템을 함께 고민했던 윤태중,장규오씨는 각각 웹젠과 블루코드 등 다른 회사를 돌아 지금은 다시 전제완 사장과 만났다.두 사람은 함께 유아짱 창업 멤버가 됐다.이태신 SK커뮤니케이션즈 본부장 역시 프리챌 창업 멤버다.

 내가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도 프리챌 초창기 멤버고,카카오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확영 이사도 프리챌 창업 공신 중 하나다.전제완 사장이 서울대를 직접 찾아가 삼고초려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조수용 전 NHN 본부장과 정욱 NHN 한게임 대표도 프리챌 초창기 멤버들이며 온라인게임 A.V.A를 만든 레드덕의 오승택 대표도 프리챌 초기 멤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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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챌 창업자인 장규오 (왼쪽부터)유아짱 상무,전제완 대표,윤태중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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