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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17 한국의 스타트업-(231)오렌지가든 권정근 대표

오렌지가든이라는 스타트업이 서비스하는 '레츠고'는 레고를 대여하는 사업이다. 그래 여기까진 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레고 부품 검수를 위해 검수 기계를 직접 만들었다. 실제 가서 실물을 보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이거 제법 끼가 있는 회사인걸?”


 일단 현재까지의 모습만 봐도 오렌지가든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흔히 나오는, 레고 대여 사이트 운영업체가 아니다. 부품 검수를 위해 들이는 노력이나 실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 바라보는 시장과 나아갈 방향에 있어서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회사다.


8년 주기설(?)

오렌지가든의 권정근 대표는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92학번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리얼미디어코리아라는 미디어랩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이 회사의 사번 2번일 정도로 초기 멤버였다고 한다.


 그가 IT(정보기술)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터넷광고라는 분야에 종사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2001년 그는 출장 차 뉴욕에 갔다가 내비게이션을 처음으로 봤다고 한다. “그때 사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있는 곳을 다 추적할 수 있고, 어디 있는지 파악해서 길을 알려주는 기기라니! 당시엔 한국에서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조악하지만 화면에 지도도 나왔구요. 내비게이션을 본 뒤 IT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이게 뭔가 세상을 바꿔놓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언젠가 IT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 때가 처음. 리얼미디어를 거쳐 메조미디어 등 인터넷 광고 업무만 8년을 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생명보험 회사에 들어가서 라이프플래너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도 그는 8년간 일을 했다. 마흔 살이 훌쩍 넘어서 그는 다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8년마다 그에겐 직업을 바꾸는 주기가 돌아오는 걸까.


 “창업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언제까지 계속 고민만 할 것인가. 이런 결론을 내린 거죠. 저지르자고 결론짓고 르호봇이라는 비즈니스센터에 입주 신청을 하고 기존에 하던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 가지가 있었다. 어쨌든 모바일 앱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고 한다. 다양한 실험을 해보자는 생각에 오렌지가든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20145월이었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도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툴이 그의 관심이었다. “사람들의 의사 소통이 텍스트에서 사진, 그리고 동영상으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동영상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불편하더라구요. 수요는 있을 텐데 제대로 된 서비스는 없다는 판단? 어차피 시장이 이런 쪽으로 간다면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본 거죠.”


 이름하여 커넥트라는 서비스. 기획은 했지만 개발자를 구해야 했다. 그는 개발자를 찾기 위해 개발자 커뮤니티 등을 다니다가 메조미디어 시절 함께 일했던 개발자가 팀을 이뤄서 창업을 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 개발자가 속한 팀과 뜻이 맞았어요. 그래서 같이 손잡고 일하기로 했죠. 아예 회사를 합치자고 해서 이 개발자가 속한 팀이 대표까지 포함해 전부 오렌지가든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시행착오와 피보팅

합쳐서 넷이 된 오렌지가든 팀은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앱 개발에 착수했다. 기획과 개발이 진행됐지만 얼마 안있어 이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가 되더라구요. 제대로 동영상으로 대화를 하고 서비스가 관리가 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게 되는데 이걸 감당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구요. 그렇게 해서 개발을 하더라도 돈을 벌기 쉽지 않을 거란 생각도 있었구요.”


 그냥 사업을 접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네 사람은 워크샵을 떠났다. 난상토론을 했다. 어떤 아이템으로 하는 게 좋을까. 그때 레고 대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과거에도 고민을 해 본적이 있는 아이템인데, 미국의 레고 대여 사업인 플레이닷컴(pley.com)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이미 해외에서 하고 있는 사업. 확실한 수요가 있는 비즈니스. 그리 창조적인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사업은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권정근 대표를 포함해 창업 멤버들 가운데 아빠들이 좀 있었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레고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도 도움이 됐다. “다들 레고를 사주다 사주다 지쳤다고나 할까요. 레고가 너무 비싼데 아이들은 자꾸 사달라고 하고. 그런데 막상 사 줘도 한 번 만들고 나면 다시 해체해서 조립하는 건 흔치 않죠.”


 레고 대여 전문 서비스 이름은 레츠고(Letzgo)로 지었다. 레고가 연상이 되기도 하고, 기억하기 쉬운 편이다. PC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주문을 하면 택배사와의 제휴를 통해 레고 제품을 집으로 가져다 주고 회수해 간다. 12개 시리즈, 330여종의 레고를 취급하고 있다.

이들은 레고 부품 수에 따라 제품 가격을 단순화했다. 가장 부품이 많은 700 piece 제품은 대여 가격 3만원이다. 시중에서 사려면 10만원 가량 하는 레고는 3만원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부품 수가 줄어들면 가격도 2만원, 1만원으로 낮아진다. 서비스는 210412월 시작했다.


 빌려 줄 때마다 레고를 세척하고 부품이 다 있는지 확인해서 대여를 했다. 고된 일이었지만 레고를 고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직원들이 레고 부품 검수를 하고 있다.>


렌탈비즈니스에서 IT 사업으로

레고는 비싸다. 특히 스타워즈과 디즈니, 히어로즈 시리즈처럼 캐릭터 제휴가 붙은 레고는 더욱 그렇다. 이 비싼 레고를 대여하면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은 이미 많은 사람이 했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어느 누구도 체계적으로 하질 못했다. 왜 그럴까. 실제로 해 보기 전에는 그도 몰랐다. 해 보고 나니 알게 됐다.


 “부품을 확인하는 게 엄청난 일이었어요. 처음엔 사람이 달라붙어서 손으로 다 확인을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얼마나 걸릴 것 같으세요?”

글쎄요. 꽤 걸릴 것 같은데....”

부품 700개짜리를 숙련된 사람이 해도 1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기껏 대여를 했는데 부품이 하나라도 없으면 낭패다. 고객의 항의가 엄청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부품 검수가 필수적. 전 직원이 달라붙어서 매일 부품 검수를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아니, 당장 시간이 모자란 게 문제가 아니라 이래선 사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없었다. 무한정 사람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이들은 검수 기계를 직접 고안했다. 우선 부품 확인 및 분류 소프트웨어를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고 관련 기계장치를 만들 수 있는 업체에 의뢰해 장비를 사들였다. 조립을 하고 나니 레고 부품 검수 장비 마크I’(권 대표가 붙인 이름이다)가 완성됐다.


 이 장치는 검수에 걸리는 시간을 6분의 1로 단축시켰다. 60분이 걸리는 일을 10분이면 해

치운다. 지금 마크II가 개발 중인데 이게 완성되면 시간은 더 단축된다. 권 대표는 아예 이런 기계를 병렬로 붙여서 수십대를 돌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가 검수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은 이 비즈니스의 근본이 대여가 아니라 DB(데이터베이스) 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찾아갔을 때 회사 안쪽 사무실에는 수십만, 수백만 개의 부품이 종류별로 분류, 포장돼 있었다. 그는 부품이 2만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레츠고의 가장 차별화된 장점은 부품을 분실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인데, 부담없이 빌릴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부품을 분실하면 어떻게 커버를 할까. “해외 직구를 통해서 구매를 합니다.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서 결국 부품을 찾아서 끼워넣어야죠.”


 레츠고가 나오기 전에 이미 블록드림, 브릭온 등 레고 대여 서비스들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폐업을 했거나 사업이 잘 안되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은 공통적으로 검수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분실에 대해 벌금을 무는 구조로 돼 있다. 사업을 크게 키우기 힘든 구조다.


<오렌지가든이 개발한 레고 부품 검수 기계장비>


 그의 꿈은 레고 대여 업체가 아니다. 그는 결국 전반적인 장난감 대여 사업으로 업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가 창작 레고, 창작 장난감으로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현재 블록완구 시장은 300억원(추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집에 있는 중고 장난감, 중고 레고를 전부 밖으로 끌어내려고 합니다. 이런 중고 레고나 블록 완구를 저희가 사들여 창작 완구화해 부가가치를 높여서 다시 판매를 하는 거죠. 앞으로 할 게 무궁무진합니다.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장난감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고 특히 레고와 같은 블록완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고, 그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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