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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31 한국의 스타트업-(166)셀잇(Sell It) 김대현 대표 2

중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 중에 버리자니 아직 쓸 만하고, 남을 주자니 대상이 마땅치 않은, 그런 물건을 팔려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중고품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1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시장을 장악한 서비스는 아직 없는 희한한 시장이기도 하다. 물론 중고차 거래의 강자가 있고 중고나라라는 강력한 카페가 있긴 하지만 특수한 자동차 시장을 제외하고 본다면 중고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해서 시장을 장악한 곳은 없다. 아마도 중고품 거래 시장이 아직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덜 성숙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기존의 유통망을 장악한 곳에서 중고물품 거래를 부속 서비스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제대로된 서비스가 없기 때문 아닐까. 개인간의 거래는 불편하거나 위험하기 짝이 없고 업체를 통한 거래는 제 값을 못받기 일쑤다. 이런 중고거래 시장의 약점이 해소되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까. 중고시장이 활성화되면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늘어나게 된다. 셀잇은 이 점에 주목하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이 시장에 매우 준비됐을 뿐 아니라 특화된 사람이라는 점이다. 

<서울 강남 역삼동 더벤처스에 입주해 있는 셀잇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대현 대표(왼쪽)와 김철우 이사.>

◆첫 중고거래에서 겪은 사기

고등학교 시절 MP3플레이어를 사고 싶었지만 돈이 충분치 않았던 김대현 학생. 중고를 알아보니 13만원에 살 수 있었다. 기쁜 마음에 힘들게 모은 13만원의 거금을 보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순진했던 고등학생이 첫 중고거래에서 사기를 당한 것이다. 

 그가 운이 나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중고거래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어쨌든 당시로서는 나름 충격적인(?) 경험을 한 셈이었고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는 그때부터 ‘중고거래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물론 중고거래의 첫 사기경험이 (결과적으로) 인생을 바꿨다고는 하지만 당시엔 그도 그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 중고거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게 나중에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를 창업하게되는 긴 여정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중고물품 거래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자신이 직접 거래상이 되는 길을 택했다. 알음알음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의 중고물품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2005년 대학에 입학하고 본격적으로 중고물품 거래를 시작, 5년여 시간동안 600여건에 달하는 중고거래를 성사시켰다. 한 개인이 했다고 하기엔 정말 엄청난 숫자다. 1년에 120여건의 중고품 매매를 했다는 건데 공휴일, 명절 제외하고 2~3일에 한번 꼴로 중고 거래를 했다는 뜻이 된다.

 학교에서 축구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나중에 함께 창업을 하게 되는 김철우 이사를 만났다. 김철우 이사는 02학번으로 3년 선배지만 축구를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아이팟 중고를 팔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알아보는게 귀챦고 해서 김대현에게 맡겼어요. 그랬더니 수수료 10%만 받고 제가 원하는 가격에 팔아주더군요.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뒤로 중고품 거래를 하는 모습을 유심히 봐 왔죠.” 김철우 이사는 이처럼 김대현 대표가 중고품 거래를 하는 모습을 학창시절부터 봐 왔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저 친한 동아리 선후배에 그치지 않았다. 결국 2011년 여름 김철우가 창업팀에 합류하면서 김대현을 부르게 된다. ‘함께 일하자’는 제의였다. “그때 사실 취직을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거절했는데, 진심으로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죠. ” 당시 창업 아이템은 리뷰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이 일하게 된 것이다. 

◆좋아하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

그런데 처음 같이 한 일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 사업이 잘 안되고 당시 부산에 있던 김대현은 2012년 4월 서울로 올라왔다. 취직에 마음을 접은 그는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휴대폰 케이스 사업을 시작했다. “제작과 유통을 모두 했어요. 사실 내심 제조업을 해 보고 싶기도 했고 나름 자신도 있었거든요. ”

 그런데 포인트가 약간 어긋났다. 그는 제조업을 해보고 싶었지만 휴대폰 케이스 사업은 사실 유통 비즈니스였다. 그리고 이게 유통망 싸움이 정말 치열한 사업이었다. 그걸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에 뛰어들었고, 경험도 부족하고 유통망 싸움에서 우위에 설 방법이 없었던 그로서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그때 김철우 이사를 다시 만났다. 김철우 이사는 그에게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해보자’고 했다. 당시 김철우 이사는 직장에 취직해 일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난 뒤 취업을 한 것이다. 2013년 6월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결국 다시 창업을 논의했다. “잘 모르는 것을 하니깐 잘 안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보기에 김대현 대표는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쪽은 정말 잘 하거든요. 경험도 많구요.” 

 두 사람은 주말에 만나 파트타임으로 사업을 준비했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준비가 시작됐다.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를 앱으로 만들어 내놓는 것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었다.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에 준비는 척척 됐다. 8월31일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다. 물론 엉성했다. 하지만 ‘일단 해보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 서비스가 어떻게 돌아갈 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일단 해보자고 했죠.”

 처음엔 의류, 신발, IT기기, 책 등 온갖 제품을 다 받아서 거래했다. 그러다가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IT제품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IT제품은 비교적 제품 가격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고 기본적으로 가격이 투명한데다가(옷의 경우 가격 차가 심하다) 상대적으로 기존의 중고물품 거래 시장을 활용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많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2014년 2월17일 법인 셀잇(Sell it)을 설립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사명에 IT가 들어가면서 IT 중고제품을 거래한다는 서비스 컨셉트와도 맞아떨어졌다.

◆기존 중고거래의 모든 불편함 해결했다

이미 중고나라와 쇼핑몰의 중고품 거래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나와 있는 상태에서 한참 후발주자로 시작한 셀잇의 경쟁 포인트는 뭘까. 우선 셀잇은 기존 서비스업체들과 다른 관점에서 소비자군을 잡았다. “기존 중고거래에 질린 사람들 그리고 중고거래를 안해 본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 서비스로 끌어들이자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죠.”

 기존 중고거래에 질렸거나, 안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거다. 거래의 위험성, 물건을 보내는 불편함, 너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게 귀챦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그리고 이들이 느끼는 이런 어려움이 바로 현재 중고품 거래 시장이 당면한 문제점이기도 하다.

 셀잇은 빠르고 편하고 안전한 중고거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중고물품 거래 시장의 3대 불편함, 즉 송금-입금에 대한 불안감, 가격에 대한 불신, 배송의 불편함 등을 모두 해결하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셀잇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셀잇 앱을 깔고 사진을 올리고 제품 정보를 입력하면 끝이다. 너무 쉽다. 가격이나 제품의 홍보를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격은 셀잇이 제안을 한다. IT제품이기 때문에 시세표가 있고 셀잇은 이것에 기반에 가격을 제안한다. 최소한 터무니없게 낮은 가격에 속여서 팔거나 말도 안되는 가격에 물건을 사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셀잇의 가격 제안을 판매자가 받아들이면 최소 하루, 최대 14일 동안 판매가 진행된다. 이 기간 중에 구매자가 나타나면 그 물건을 그 가격에 팔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안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도 판매자는 걱정이 없다. 셀잇이 물건을 사주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이 이 과정에서 약간 깎이게 된다. 

 배송과정의 불편함도 대폭 줄였다. 중고품을 팔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물건을 보내기 위해 적당한 상자를 사고 제품을 담아서 들고 우체국을 찾으러 다니는 수고를 감당하기 버거워했다. 셀잇은 이런 불편을 없애고자 제품 택배 발송을 위해 상자까지 보내준다. 셀잇이 배달해 준 상자에 담아 인근 편의점에 되돌려주면 끝이다. 

 안전성과 편리성이 부각되면서 셀잇은 사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서비스로 부각되고 있다.한 번 판매를 경험한 사용자가 또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재판매율이 40%를 넘었다. 셀잇은 2014년 7월 현재 월간 거래액이 4000만 원에 이르고, 1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PC등 다양한 전자기기가 등록된 중고시장으로 성장했다.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엔 더벤처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셀잇은 말 그대로 빠르고, 편하고, 안전하다. 이것을 쓰면 불편한 것은 그야말로 하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셀잇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수 있다. 가격 문제 때문이다. 셀잇의 가격이 맘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사용자간의 직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 흥정을 하게끔 하면 어떨까. 하지만 셀잇은 가격흥정이 없는게 매력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물건을 빨리 치워버리고 싶어하는 사람에겐 정말 매력적인 서비스다. 다만 이런 사람들이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에 비교해 어느 정도 시장을 형성할 지 궁금하다. 셀잇의 판단대로 기존 거래에 질린 사람들, 중고거래를 안해본 사람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셀잇은 충분히 빠르게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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