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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4 한국의 스타트업-(108)요기요 나제원 대표 9

전국에 60만개가 넘는 음식점이 있지만 막상 집이나 학교, 사무실 등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려고 하면 어디에다 주문을 할 지 마땅치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일단 어디가 배달이 가능한 지 모르고, 음식이 맛있는지도 알 수 없고, 어떤 종류의 음식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2010년 이후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배달 가능한 업소를 띄워주고, 음식에 대한 평가도 확인할 수 있다. 전화 한 통화만 걸면 음식을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전화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방식을 고수하면 여전히 불편함이 남을 수 있다. 주소를 말해야 하고, 원하는 조건을 이것저것 확인해야 하며, 아차 까먹고 얘기 한 것이 있으면 다시 전화해서 말해야 한다. 그 와중에 통화중이거나 하면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요기요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전화통화의 불편함을 없앴다. 굳이 통화를 하지 않고도 주문과 배달의 과정을 해결해준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컨설턴트 출신의 창업가

요기요를 이끌고 있는 나제원 대표는 2008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맥킨지앤 컴퍼니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고 있던 그의 진로가 수정된 것은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부터.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그는 확실하게 알게 된 것 같다. 자신의 적성이 남의 일을 참견하고 코칭하는 것이 아니라 작아도 자신의 일을 하나씩 해 나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박은상씨와 함께 소셜커머스 회사 슈거딜을 창업했다. 

 2010년 6월 만든 이 회사는 비교적 초기에 만들어진데다 창업자들의 열정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을 해 나갔다. 하지만 그가 창업멤버로 처음 시작한 이 회사는 오래 가진 않았다. 소셜커머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난 덕에 2011년 4월 위메이크프라이스에 인수가 됐다. 

 슈거딜이 허민 사장이 하는 위메이크프라이스에 인수가 된 뒤 나제원 대표도 그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맡은 일은 위메프의 경영전략담당 실장. 그런데 갑자기 힘이 쭉 빠진 것 같았다고 한다. “물론 위메이크프라이스도 벤처회사지만 그래도 슈거딜에 비하면 큰 회사쟎아요. 큰 조직에 들어와 일을 해서 그런지, 내가 창업때부터 같이 한 회사가 아니라, 그런지 일이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내가 뭘 할지,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등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느날 ‘이렇게 살지는 말자’, 하고 회사를 나오게 됐죠.”

 ‘그럼 창업을 새로 하기로 하고 나온건가?’ 그에게 물었다. 물론 다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간절했지만, 사실 아무 대책은 없었다고 한다. 그냥 나왔기 때문이다. 슈거딜을 같이 창업했던 박은상은 위메이크프라이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지금 위메이크프라이스의 대표이사가 됐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박은상 대표는 경영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저는 좀 달랐어요. 저에겐 오너십이랄까, 그런게 중요했어요. 회사 이름을 짓고, 직원을 직접 뽑고, 사업을 하나씩 계획해서 해 나가고 그런 과정을 통해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 그런게 좋았거든요.”

 그가 회사를 나와 이런 막연함 가운데 있을 때 유럽의 인큐베이팅 업체 팀유럽은 딜리버리 히어로라는 배달 전문회사의 한국 버전 ‘요기요’를 국내에 설립하고 경영진을 물색하고 있었다. 나 대표가 팀유럽의 연락을 받은 것은 이 무렵이었다. 2012년 여름이었다.

◆통화를 하지 않고 주문을 한다

당시 요기요 대표는 루돌프 정. 그의 연락을 받고 처음엔 좀 망설였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나제원. 생각보다 회사의 일은 훨씬 재미있었다. “제가 생각했던 기업 경영의 핵심적인 부분을 경험하고 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요기요라는 이름은 ‘시장기를 면할 정도로 먹다’는 뜻의 한자어 ‘요기’(療飢)에 음식점에 들어가 주문을 할 때 통상 쓰는 말 ‘여기요’를 더해 조합한 말이다. 두 가지 의미 모두 ‘요기요’의 ‘빠르고 편하게 주문할수 있는 배달음식 주문서비스’의 성격과 맞다고 판단돼 채택됐다.

 요기요는 다른 배달음식 주문서비스와 달리 별도의 전화통화 없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음식을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배달 가능한 음식점을 검색하고 메뉴를 선택한 뒤 주문까지 5번 정도 클릭하거나 터치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화를 걸 필요가 없다는 것과 복잡한 회원 가입 절차가 없다는 것.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할 필요 없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 이메일만 입력하면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5월에 합류한 나제원은 2012년 10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표가 된 뒤 그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 수도권, 부산 지역에 제공되고 있는 요기요 서비스는 올해 2분기까지 전국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기요는 서비스 개시 6개월만인 지난해 12월 애플의 앱스토어가 선정한 ‘2012년을 빛낸 최고작’중 ‘올해의 파격적인 서비스 앱’에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나제원 대표는 “기존의 배달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자가 음식점과 통화를 할 필요가 없이 음식점 검색, 메뉴 선택에서 주문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요기요 플랫폼 안에서 빠르게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또 요기요는 다른 업체와 달리 광고가 존재하지 않고 클린 리뷰 기능을 통해 음식점에 대한 신뢰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배달앱들과 다른 점이 또 있다. 지금까지의 배달 관련 앱이나 서비스들은 광고를 주된 수익모델로 하고 있다. 광고를 상위에 노출해주거나 추천업체 선정 등의 시스템을 운영해 돈을 버는 방식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요기요는 사용자들이 얼마나 사용하고 주문을 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랭킹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들에게 인기있는, 또는 평가가 좋은 그런 업체들을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요기요는 업소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국민의 배달습관을 바꾸겠다

이처럼 수수료 방식의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요기요가 사람들의 검색, 주문, 결제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 기존 배달 앱들은 앱을 실행해 음식점 정보를 찾은 뒤 전화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의 어떤 사람이 정보를 찾았는지, 실제 이 사람이 주문을 했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요기요에서는 이런 정보를 모두 알 수 있다. 음식점에 대한 리뷰도 실제 배달을 시켜본 사람이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보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을 중심으로 배달 가능한 식당 6000여개가 등록돼 있고 약 6만여명이 요기요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수십만개에 달하는 음식점 수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요기요의 존재와 편의성을 알리는 게 급선무. 그런 점에서 보면 나제원 대표의 합류 직후 입사한 박지희 부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박 부사장은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서 최초로 IPTV 뿐 아니라 공중파에도 광고를 내보냈고 온라인마케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요기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람들의 배달에 대한 인식과 주문 방식을 바꿔보겠다’는 것. 전단지를 찾고, 전화를 걸고, 일일이 설명을 하고, 통화중이면 다른 집에 걸고, 잘못 얘기해서 다시 전화를 거는 등 불편하고 귀챦은 일련의 주문배달 과정을 요기요에서 간편하게 해결하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음식점 중에는 배달이 안되는 곳도 상당수 있다. 이런 곳에는 배달 전문 업체와 연계해 배달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전화 한통화 걸지 않고, 배달이 안되는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켜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 대표는 “현재는 일부 업소에 한해 온라인·모바일 결제를 시범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데 2월중 전체 등록 업소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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