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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8 한국의 스타트업-(107)눔(Noom) 정세주 대표 3

눔(Noom)의 창업자 정세주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오래오래 숨겨두고 싶었다. 그의 창업 스토리는 ‘언젠가 벤처업계의 신화와 전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미 여러 매체에 여러차례 다뤄졌지만 나 만큼은 꼭꼭 숨겨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다뤄보고 싶었다. 사실 눔이 워크스마트랩스였던 시절, 2011년초에 그의 이야기를 블로그와 신문 지면에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짧게 썼다. 아마 그때도 많은 이야기를 숨겨두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새 워크스마트랩스는 눔이 됐고, 미국에서 출발한 눔은 한국에도 진출하고 아시아 진출도 시작했다. ‘더 이상 안쓰고는 못 버티겠다’는 느낌으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련다. 물론 이것 역시 앞으로 오랫동안 펼쳐질, 눔과 창업자 정세주 대표의 길고 긴 이야기 중 아주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업으로 시작한 20대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아직 눔(Noom)이라는 회사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을 위해 워크스마트랩스(workSmartLabs) 시절을 간단하게 얘기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워크스마트랩스가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창업자가 한국인이어서라기 보다는) 구글이 이 회사를 2009년과 2010년 연이어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뽑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이 작은 회사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출범 후 줄곧 헬스·피트니스 부문 순위 1위를 달리는 앱을 만들었고, 내놓는 앱마다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인데도 구글 출신 유명 개발자들을 직원의 절반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 만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이가 정세주 대표였다.

 정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대학 공부에서 큰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다. 학교 공부에서 크게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숱하게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고 창업을 한 스티브 잡스의 사례에서 보듯, 대학생 정세주도 스무살 때 해외 희귀 음반을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본인도 놀랄만큼 잘됐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서부터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소리바다 등 공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P2P)가 나온 뒤 매출이 예전같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건강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암에 걸려 돌아가셨고 가정이 어려움에 빠졌다. 2003년 병역특례로 군생활을 대신한 그는 2005년 병역특례가 끝날때쯤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미국으로 가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하신 “더 큰 세상이 있다”는 말씀이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물다섯살이 된 청년 정세주는 비행기표와 사업을 정리할 때 남은 돈 500만원만 달랑 들고 미국으로 떠났다. “어떤 책에서 그런 내용을 봤습니다. 남을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려고 하면 사람들의 진짜 생각으로부터 멀어진다구요. 자신의 내면에서 원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고 사회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에 인생을 건다는 게 안타까왔고,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도 그는 당차게 사업을 벌였다. 음악을 좋아했기에 이번엔 뮤지컬 관련 일을 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제작해 한국 무대에 올리려고 했다. 일은 잘 풀리는 듯 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투자금을 받아 사업은 더 커졌다. 그런데 한국쪽 투자자들이 갑자기 투자하지 않기로 하면서 쫄딱 망했다. 뮤지컬 제작의 다리를 놨던 에이전시 회사가 그를 고소했고 그는 빚만 작뜩 짊어지게 됐다. 갈 데가 없어진 그는 뉴욕 할렘가로 쫓기듯 숨어들어갔다. 2006년의 추운 겨울날이었다.

<눔의 창업자 정세주 대표(왼쪽)와 아텀 대표.>

◆할렘가에서 재기를 꿈꾸다

한때 그는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허드슨 강가에 나가 강물을 쳐다보며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할렘가로 들어갔지만 거기서도 하루하루는 불안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청난 빚을 짊어졌다는 것이 갖고 오는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던 중 할렘가에서 알게 된 어떤 흑인이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세주. 그냥 여기서 계속 살 거 아니지? 이렇게 있지 말고 투자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봐.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어.”

 정세주 대표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이켜 자기를 고소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바로 행동에 옮긴 게 변화의 원동력이 됐을지 모른다. 솔직하게 모든 얘기를 털어 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고 심지어 어떤 이는 적극적으로 다시 그의 재기를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

 “실패했다가 재기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대화를 하면 반드시 방법이 생긴다는 것을. 물론 그게 미국이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아텀 페타코프(Artem Petakov)를 만난 것은 그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만난 아텀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였다. 구글에서 일하고 있던 아텀과 정세주는 금방 친해졌다. 마음이 가난했던 정세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고 아텀은 그런 정세주에 대해 호감과 함께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다.  

 두 사람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게 너무 재미없고, 관리도 잘 안된다는 것에 착안했다. 운동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강에 초점을 맞추면 사업이 될 것 같았다.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세주의 소망과도 맞아 떨어졌다. 

 아텀은 그동안 모아 둔 돈을 몽땅 투자했다. 정세주 대표는 자신의 재기 발판이 된 할렘가에 사무실을 열고 사람을 모아 앱 개발에 몰두했다. 회사 이름을 워크스마트랩스로 지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생활이 편해진 건 아니었다. 그는 사무실에서 앱 기획과 개발에 몰두했다. 밥 사먹을 돈이 없어서 구글 식당으로 가 식사를 하고 오기도 할 정도였다.

◆10년의 승부

그런 과정을 거쳐 2008년말 구글의 온라인 앱 장터인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카디오 트레이너’가 출시됐다. 출시된 이후 카디오 트레이너는 줄곧 안드로이드 마켓 헬스 분야에서 1위를 달렸다. 지금까지 다운로드 건수는 1000만이 넘었다. 

 카디오 트레이너는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운동을 하면 알아서 거리, 속도, 경사도,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해 주는 앱이다. 이어서 출시한 칼로리픽이라는 칼로리 관리 앱도 나오자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워크스마트랩스는 구글이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앱 개발사에 꼽혔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2011년에는 ‘카디오 트레이너’의 운동량을 측정하는 기술과 ‘칼로리픽’의 식단 관리 기술을 결합, 다이어트에 필요한 모든 트레이너를 제공하는 ‘눔 다이어트코치’를 선보였다. 이 앱은 출시된 뒤 2년 가까이 구글플레이 건강 분야 톱10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료 모델이 출시된 이후론 구글플레이 건강 분야에서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6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업체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앤바이어스(KPCB) 등으로부터 28억원을 투자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크스마트랩스 투자를 결정·집행한 KPCB의 모바일 분야 투자펀드 아이펀드(iFund) 대표를 맡고 있는 맷 머피를 만났을 때 왜 정세주 대표와 그의 회사에 투자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템도 물론 좋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실패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창업 멤버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사업 비전이 좋았다”

 미국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끈 뒤 정세주 대표는 회사 이름을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눔(Noom)이라고 바꾸고 최근엔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했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다운로드 300만건을 기록했다. 

 그에게, 한국 사업은 ‘아시아 진출을 위한 출사표’다. 그의 꿈은 최고의 앱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인의 건강한 생활을 이끌어주는 최고의 회사,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죠 처음부터 ‘최소 10년의 시간을 두고 자리를 잡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그리고 구글이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죠.긴 호흡으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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