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섭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에 한번 등장했던 인물이다. 아주 초창기에. 2010년 세번째 이야기(http://limwonki.com/334)에 그를 소개했었다. 당시 그가 창업했던 회사는 ITH. 미니블로그인 톡픽을 만들었던 회사였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창업 스토리는 사실 자세히 소개를 하지 못했다. 그가 우여곡절끝에 다른 회사를 차려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드라마앤컴퍼니라는 새로운 회사다. 당연히 그의 이야기를 이어가야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회에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그와의 만남은 어긋나고 공동 창업자인 최재호 대표를 만나 회사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 글은 최재호 대표와 드라마앤컴퍼니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했던 김범섭 대표의 생각은 드라마앤컴퍼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장사하면서 드러난 끼

장사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점검해보는 것은 좋은 경험인 것 같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00학번인 최재호 대표는 대학 4학년때인 2005년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창업가의 길을 걷기 전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테스트를 하게 된다. 그가 테스트를 하려고 쇼핑몰을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돈을 버는 길이 보였고, 그걸 해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하려간 그는 1년 반동안 ‘장사’를 했다. 의류, 화장품, 장신구 등을 동대문에서 싸게 들여와 인터넷에서 판매를 했다. 돈도 제법 벌었다. “재밌었어요. 번거로운 일도 많았지만 하면서 사업을 하는 감각이 뭔지도알게 됐고 좋은 경험을 하기도 했죠.”

 그래도 그는 바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가 택한 길은 컨설턴트.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컨설팅을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들어간 그는 뜻밖에 꽤 오랫동안 컨설팅업계에서 일하게 된다. 

 “처음에 들어갈 때는 일을 배우고 싶어서 들어갔어요.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바로 창업하긴 어렵다고 봤거든요. 일도 배우고, 큰 조직도 경험하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6년 가까이 컨설팅 분야에 있으면서 그가 느낀 것은 조언하는 자의 한계. 무엇보다 그는 조언을 하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이 적성에 더 맞았고 컨설팅을 하면서 그 욕구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자기가 책임지고 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언젠가 꿈을 이뤄야하는데, 더 늦어지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시작하지 못했던 것은 적절한 아이템을 찾지 못했기 때문. 그런데 간절하게 원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나 할까. 계속 같은 일을 생각하고 있는 그에게 우연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훈수두다 본게임에 뛰어들다

최재호 대표는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중 학교 선배를 통해 VENSTER라는 회사의 김범섭 대표를 소개받게 된다. 그런데 사실 김범섭 대표 역시 최 대표와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 당시 벤스터는 벤처전문리크루팅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온라인 프로필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었다. 

 처음에 김범섭 대표는 최 대표에게 컨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네 번 정도 만났어요. 한 번 만날 때마다 세 시간씩 토론을 했죠. 컨설팅 겸해서 만난 거였지만 사실 컨설팅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발전시키는 토론에 가까웠죠. 그런데 그렇게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니 그동안 고민했던 창업 아이템이 어떻게 사업화되는 건지도 알게 됐고, 관심도 생기더라구요.”

 결국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만나 토론하던 이들은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 훈수 두다가 직접 참여하는 셈이다. 공동대표로 오면서 회사 이름도 드라마앤컴퍼니로 바꿨다. Dream and Make it을 줄여서 회사이름을 만들었다. 그가 합류한 시점은 올 6월1일이었다.

 이들의 첫 작품은 프로필미(Profeel.me). 개인 프로필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관리하고 다른 사람과 손쉽게 주고받게 해 주는 것이다. 드라마앤컴퍼니는 프로필을 통한 네트워크의 핵심이 명함이라고 판단했다.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손으로 주고받는 종이 명함. 이 명함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들여오는 것이다. 

 “종이 명함이 불편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늘 챙겨 다니기에는 지갑이 두꺼워지고, 받은 명함들을 관리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되죠. 또 종이 명함만으로 상대방을 기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명함을 많이 받은 날은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구요, 잃어버려서 말짱 도루묵이 되는 일도 허다합니다.언제까지 이런 명함의 불편함이 계속될까요. 영원히 그렇지는 않겠죠. 언젠가는 변화가 생기겠죠. 저희가 그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런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명함을 받으면 즉석에서 인식하는 방법이 대표적이었다. 최 대표는 자신들이 어떤점에서 차별화됐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명함을 둘러싼 우리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어요. 만들고, 전달하고, 관리하는 단계죠. 그런데 종이 명함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이전의 노력들은 받은 명함을 관리하거나, 주고받는 방식을 개선시키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저희는 발상을 뒤집어, 종이 명함을 만드는 것부터 바꿔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바일 시대, 명함의 대안

그러다보니 이들은 프로필미를 모바일 시대 명함의 대안이라고 부른다. 물론 명함의 대안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새로운 형성과 확장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프로필미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모바일 명함을 만들고, 전달하고,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 6개월 간의 개발과 시범서비스를 거쳐 올 8월 20일 안드로이드 앱과 모바일 웹으로 정식 출시됐다. 최 대표가 합류한 지는 석달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프로필미로 만들어진 모바일 명함은 프로필 이미지, 자기소개 글, SNS 링크들을 포함해 좀 더 세련되게 ‘나’를 상대방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연락처 정보들은 클릭 한 번으로 연결이 되고 나와 비즈니스에 관련된 이미지, 동영상을 명함과 함께 보여줄 수도 있다.

 내가 내 모바일 명함을 한번 만들어 놓으면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손쉽게 전달할 수 있고 인터넷 페이지로 확인도 가능하다. 심지어 사람을 만나기 전이라도 그 사람에게 미리 내 명함 프로필미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종이 명함에서는 불가능했던 부분이다. 받은 모바일 명함을 클릭 한 번으로 프로필미 명함첩에 담아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에서 검색해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 프로필미는 출시 전 8월 1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3에서 스타트업 피칭 행사에 참여한 19개 서비스 중 청중 인기투표 1위를 하는 등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프로필미는 확실히 편리한 서비스다.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개선한 부분도 많다. 보다 미래지향적이라는 것도 수긍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은 어떤 문화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악수하고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확인하는 오랫동안 익숙해진 그런 관행들의 중심에 명함이 존재해왔던 것이다. 물론 이때 이 명함이 꼭 종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서로를 기억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즉 종이명함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의 만남과 인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 전까지는, 누구는 종이 명함을 주고 누구는 프로필미를 쓰는 것을 불편해할 것 같다. 하지만 최 대표는 프로필미가 당장 종이 명함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완전 대체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시장이 있을 것이고, 한동안 함께 공존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비즈니스를 하는, 약 10만여명의 사람에게 정착될 수 있다면 활용방법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화된 광고나 상품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처럼 주소록과 연동되면 좀 더 확산이 용이하지 않을까. 현재 방식은 프로필미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로 내 프로필을 보내는 방식인데, 좀 불편하다. 

 “모바일 명함은 먼 훗날이 아닌,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비즈니스 환경의 필연적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필미가 앞장서서 전 세계인의 명함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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