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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4 한국의 스타트업-(20)스픽케어 심여린 대표

강남역,종로,압구정.과거 영어학원이 밀집해 있던 지역이다.지금도 이곳에는 수많은 학원들이 모여있다.그런데 이 학원들의 분포를 유심히 보면 불과 10여년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점 하나를 알게 된다.영어회화 학원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영어회화 학원은 모두 수험영어 대비 학원으로 바뀌었다.토플,토익,승진영어시험 등에 대비하는 강좌를 위주로 한 학원으로 모두 변신한 것이다.

 영어회화 학원에 대한 수요는 그럼 어디로 옮겨갔을까.전화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원어민 1명이 20명씩 되는 한국인을 가르치느라 정작 학원을 다녀도 한국사람들끼리 어색한 영어만 주고받다 오는 그런 식의 회화 학원은 종말을 고하고 원어민과 1 대 1로 대화를 하는 전화 영어가 성행하고 있다.전화영어의 단점은 우선 투입하는 시간에 비해 비싸다는 점.원어민이 대부분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영어를 쓰고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에 수준이 의심스럽다는 점.제대로된 관리가 되지 않고 이 역시 잡담만 하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 치명적인 전화영어의 단점이 있다.그것은 영어를 어느 정도 하지 않고는 시작조차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어느 정도 기본적인 회화를 하는 수준이 아니면 전화 영어는 진입조차 어렵다.이런 단점을 파고든 서비스가 있다.영어 회화 교육 전문 사이트 스픽케어닷컴이 그것이다.

◆발음 교정과 말하는 법 강의에 올인
 스픽케어는 Speak과 Care를 합친 말이다.말 그대로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바로잡아준다는 뜻이다.스픽케어는 아주 쉽게 말하면 전화영어의 인터넷판 서비스다.전화영어와 마찬가지로 타깃층으로 삼고 있는 고객층은 승진을 앞둔 직장인,공무원,그리고 취업을 앞둔 대학생,대학원생 등 성인층이다.즉 유학용 영어를 비롯한 순수 진학용 또는 보습용 영어는 이들의 주된 목적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버락 오바마 등 연설로 유명한 해외 유명인의 최신 동영상을 업데이트하는 ‘스피킹 사대천왕’이나 미흡한 부분을 별도로 요약해 복습하는 플래시 기반의 ‘센텐스 헌팅’ 등 기획력이 돋보이는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스픽케어가 우선 선보인 교육과정은 토익 스피킹 시험 준비과정과 국제공인 영어 회화 평가 오픽(OPIc) 준비과정 등 두 가지다.대중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실제 시험 대비에 필요한 정규 교육과정만 유료로 제공하고,이를 제외한 다른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한다.그래서 토익 스피킹 및 오픽의 모의 테스트는 물론,스피킹 시험 대비 관련 자료와 영어 글쓰기 첨삭 서비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월 14만8000원에 매일 10분씩 원어민과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이 원어민들은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이다.

◆이투스 창업 멤버들로 이뤄진 막강한 창업진
 스픽케어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은 ‘벤처기업이 만든 사이트일텐데,굉장히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을게 분명하다.군더더기 없이 영어 공부와 취업준비,이와 관련된 각종 상담이나 대비 노하우 등 관련 페이지로만 사이트가 구성됐다.각각의 콘텐츠 구성이나 배치도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한 마디로 기획한 사람의 ‘내공’이 느껴진다.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스픽케어 창업자들.왼쪽부터 심여린 대표,이비호 부사장,양회봉 이사.>

사이트를 보면서 느낀 이 단단함의 근원을 찾다 창업자들의 면면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광화문에 위치한 스픽케어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지난달말,세 명의 창업 멤버가 마중을 나왔다.대표를 맡고 있는 심여린 사장,부사장이자 스픽케어 창업자인 이비호 부사장,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양회봉 CTO(최고기술책임자).이들은 이름만 범상치 않은 게 아니었다.대화를 하다보니 이들의 호흡 또한 범상치 않았다.마치 세 명이서 오랫동안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 연습을 해 온 것 같았다.

 이비호 부사장과 양회봉 이사는 이투스 창업멤버로 같이 일한 적이 있다.양회봉 이사는 창업 초기 함께 있다가 학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이 부사장,양 이사,그리고 심 사장 세 사람은 서울대 벤처창업동아리의 멤버이기도 했다.벌써 1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인연이다.이 부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98학번,심 사장은 서울대 의류학과 99학번(유명한 김태희씨와 동기동창이다)이고 양 이사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99학번이다.무엇보다,이 부사장과 심 사장은 부부(!)다.

 22세에 이투스를 공동 창업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전화영어인 ‘스피쿠스’를 개발했던 이비호 부사장(CSO)이 직접 커리큘럼을 개발했다.CJ오쇼핑과 NHN에서 6년간 직장 생활을 거친 심여린 대표는 이비호 부사장이 SK컴즈에 있던 2006년 결혼한 뒤 남편이 2008년 설립한 스픽케어에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됐다.양 이사는 KT에 있다가 이 부사장의 설득으로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이투스 창업 초기 시절부터 인정받은 기술력때문이다.

◆사업 타당성 조사 위해 미국 방문도
 회사를 설립한 것은 2008년 7월인데,서비스는 올해 3월에 오픈했다.그 동안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는 뜻이다.이비호 부사장은 SK컴즈에 있던 시절부터 자기 사업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천상 기업인이다.

 그런데 처음에 방향을 잘 잡지 못해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그때 영어 말하기 교정과 관련된 지금의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아내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심 사장이다.한국에서 영어 말하기 교정 사업이 통할까? 이 부부는 이 점이 궁금했다.영어 말하기를 위해선 네이티브를 확보하는게 제일 중요한데,그들이 생각하기에 네이티브에도 레벨이 있었다.가장 좋은 건 역시 북미권의 영어 교육을 해 본 사람들을 스픽케어에서 채용하는 것이다.“그래서 지난해 10월 미국으로 건너갔죠.미시간주립대(MSU)에서 미국의 교육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Speakcare 아이디어를 소개했습니다.” 심 사장의 설명이다.

 미국에서의 반응은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자신들이 말하기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미시간주의 고용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이 부부는 미시간주 정부의 초청도 받았다.현재 스픽케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어교사는 30여명이지만 등록 교사는 100명이 넘는다.회원이 늘어나도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자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이런 전문성을 확보해서일까.미국에서 공부하다 온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스픽케어로 공부를 다시 할 만큼 평가를 받고 있다.

◆초보자 시장 공략 준비+소셜게임 요소 도입
 6개월동안 가입한 회원수는 약 6000명.교육이라는 분야이고 수업료(월 14만8000원)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서비스를 시작한 지 막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스픽케어는 회심의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아직 어떤 온라인 교육 사이트나 영어학원에서도 좀처럼 시도하지 않고 있는 완전 초보자용 영어 스피킹훈련 프로그램이 그것이다.이 부사장은 이를 Speaking Max라고 명명하고 4분기 중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스피킹맥스의 구체적인 서비스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분명한 것은 기존 전화영어나 스픽케어의 기존 프로그램에서도 커버하지 못했던 완전 초보자용 영어 말하기 시장을 열어젖히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서비스라는 점이다.

왜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이 부사장이 설명했다. “막상 서비스를 오픈하고 보니 시험용 영어 말하기 시장이 경쟁은 치열한데 배우는 사람은 한정돼 있더라구요.말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시험은 고사하고 말하기 자체에 접근하길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그래서 그런 두려움을 없애주고 영어 말하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할 필요성을 느꼈죠”

초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재밌는 요소도 많이 도입했다."강의 자체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소셜 게임의 요소를 도입해 다른 이들과 경쟁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심 대표의 설명이다.강의에 도입된 새로운 시도란 뭘까? 딱딱하게 칠판을 뒤에 놓고 하는 그런 강의가 아니라 원어민이 마치 거리에서 학습자와 만나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과 분위기를 살린 게 대표적인 예다.이를 위해 스픽케어는 미국 현지에서 가서 장시간에 걸친 촬영도 했다.오프라인 참고서와 온라인 교육 비즈니스에서 큰 성과를 냈던 이투스 창업자 출신들이 이번에도 큰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30대 초반인 이들은 여전히 젊다.그리고 이들은 선배들이 어려워했던 일들도 즐겁게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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