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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1 한국의 스타트업-(223)홈마스터 변영표 대표

그는 한 눈에도 전투력이 상당히 높아 보였다. 청소든, 비즈니스든, 영업이든, ‘뭐든 맡겨만 주면 다 해치우겠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일을 찾아서 하고, 재밌게 하고, 결국 해결점을 찾고야 마는 이들은 분위기에서부터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여기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청소 시장에 혁신을 몰고 오겠다는 홈마스터 변영표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문의 내력

변영표 대표는 어릴 적 클리닝(청소) 사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컸다. 대기업에 재직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퇴직을 하신 아버지께서 선택한 사업은 원래 비디오 대여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만류로 사업 아이템이 바뀌었다. 편하지만 전망이 불투명한 비디오 대여점 대신 몸이 고되더라도 시장이 사라지지 않을 청소분야에서 일을 만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당시 변 대표는 10살 꼬마였다. 어머니의 만류와 아버지의 새로운 선택. 당시엔 몰랐지만 이 선택은 부모님의 인생 뿐 아니라 14, 10살이었던 변영효, 변영표 형제의 운명까지 바꿔놓고 말았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학생 변영표는 틈틈이 부모님의 회사에 가서 일을 했다. 간단한 일을 도와주고 용돈을 벌었다. 폴린아트(부모님이 운영하는 회사)는 개인사업이었지만 주로 법인을 상대로 한 B2B 청소 사업을 했다.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는 폴린아트는 특히 법인 소유의 비행기, 헬리콥터, 자동차 내부 청소에 특화돼 있었다. 고정 고객이 있었고 이들에게 인정을 받아 오랫동안 영업을 지속해온 것이다. 청소에는 도가 튼분들임에 분명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이들 형제 역시 청소에는 남다른 감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청소란 것도 제대로 배워서 한 사람과 대충 현상 유지를 할 정도의 수준으로만 하는 사람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학생 변영표는 가천대 산업디자인학과(미대)에 진학했다. 아이폰이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2009,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엔지니어의 길을 가고 있던 형 변영효와 동생 변영표에게 첫 기회가 오게 된다.

어느날 형하고 얘기를 하다가 ATM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근처에 어디에 어떤 은행의 ATM 기기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면 1300원에서 1800원에 달하는 ATM기 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텐데 그걸 모르니 사람들이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거죠.”

형제는 위치 기반 정보를 이용, 사람들에게 은행 ATM 기기의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ATM Finder’. 각자의 주거래 은행 ATM 기기 중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기기를 찾아주는 것이다. 가격은 0.99달러. 유료이지만 한번 이상만 쓰면 무조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컨셉트로 가격을 책정했다. 맞는 말이다. 제대로 알려주기만 한다면 단 한번만 잘 써도 앱을 구매하느라 쓴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

형이 앱을 만들고 동생은 앱을 디자인했다. 형제의 협업으로 탄생한 앱.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출시한 지 열흘만에 인기있는 앱 순위 10위에 올라갔다고 한다. 그랬다. 누가 생각해도 잘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이 0.99달러씩 결제해서 그냥 돈이 들어오더라구요. 당시 학생 신분에선 큰 돈이라고 할 수 있죠. 돈 쉽게 번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계속 이렇게 돈을 벌 줄 알았죠.”

그런데 세상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이제 그냥 앱을 내비두면 돈이 저절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생각이 오산이었다는 걸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사업의 교훈

어느 날부터 악플이 달리고, 사용자들의 평가가 확 나빠지더군요.”

왜 그랬을까. 오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앱 자체에 버그도 발생했고, 위치 기반 정보를 크롤링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수도 있었다. 사업을 한 경험도 없고, 앱이란 것도 처음 만들어본 이들은 관리유지 보수까지 생각이 미치질 못했다. 결국 이들은 얼마 안 가 앱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성공의 과정이 오래 지속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업이란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못지 않게 지속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공교롭게도 또 IT 분야에서 일을 할 기회가 온다. “2013년말부터 2014년말까지 스터디서치란 벤처기업에서 일을 했어요.”

그는 이때 다시 한번 확신을 하게 된다. 자신이 IT 분야 일을 좋아하는 것을. “일이 재밌더라구요. 그리고 예전에 앱을 만들었던 것도 생각 나고요. 그때는 앱을 내렸지만, 다시 서비스를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군을 제대하고 나오니 세상이 달라진 것도 그가 결심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 여기저기 창업 열풍이었다. 변영표는 경험이 있었고, 하고 싶은 분야도 있었다. 그는 형을 설득했다. 이번엔 이 형제들의 장기인 청소 분야를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삼성전자를 다니고 있었던 형은 흔쾌히 동생의 말을 수락했다. 사이가 상당히 좋은 형제다. 한 사람은 엔지니어, 한 사람은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서로 빈 곳을 채우기 좋았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좋은 조합이다. 부모님의 조언도 받았다. 부모님은 B2B를 하시지만, 이들 형제는 B2C에 도전하기로 했다. 아직도 가능성이 충만한 시장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회사 이름은 홈마스터로 정했다.

<홈마스터 창업멤버들. 가운데가 변영표 대표.>

출장 청소 서비스 분야엔 절대 강자가 없어요.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업체가 1%가 안될 정도니까요.”

그만큼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라는 건데, 그렇다면 한편으로 경쟁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시장에서 변영효 변영표 형제는 어떤 차별점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 것일까.

핵심은 서비스의 질이다. 청소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 된다. 그런데 사실 모든 업체들이 이것을 추구하고 있다. 홈마스터는 뭐가 다른 걸까.

가사 도우미의 스케줄 관리가 저희들의 차별점입니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공급자인 가사도우미 분들의 일에 대한 만족도, 일에서 오는 보상이 확실해야 한다는 게 오랜 시간 동안 청소 분야를 섭렵(?)해 온 이 형제들의 결론이었다. 즉 가사도우미가 자신의 일에 만족해야 고객도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가사도우미 분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원하는 만큼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어요. 예를 들어 매일 매일 일거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실제로는 일주일에 두 건 정도밖에 없는 거죠. 그나마 오전 일만 있고 오후엔 공치는 일도 허다하구요.”

카카오가 들어와도 자신 있다

그래서 홈마스터는 가사도우미의 스케줄을 관리해준다. 이들이 괜히 놀지 않도록, 일이 없어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고객의 요청이 들어오면 시간표를 채워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사도우미는 소득이 높아져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고, 홈마스터 입장에서는 적은 수의 가사도우미로도 많은 지역, 많은 고객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일 잘하고 평판 좋은 가사도우미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에게 빈틈없이 일감이 돌아가기 때문에 고객들의 만족도도 상승하게 된다. 모두가 이익이 되는 구조라는 설명. 즉 일하는 구조에 변화를 줬다는 게 변영표 대표의 주장이다.

기존 다른 서비스들은 고객과 가사도우미를 단순 연결해주거나 경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싼 값을 제시하는 가사도우미를 고객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홈마스터는 경매나 단순 연결이 아닌 관리품질을 앞세우고 있다. 앱을 다운로드받고 자신의 지역을 등록하면 평형에 따른 가격표와 가사도우미가 제시된다. 얼핏 당연한 듯 보이지만 평형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 가사도우미와 고객 간 논쟁의 소지를 줄였다는 것도 홈마스터가 내세우는 차별점이다.

변 대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카카오택시가 아닌, 카카오블랙에 비유했다.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리라. 물론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고품질의 청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사도우미에 대한 선별도 까다롭게 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및 전업주부를 위한 별도의 상품을 만드는 등 상품 다양화도 추진하고 있다.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셈이다. 청소에 대한 기준이 높고 까다로운 사람들을 위해선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요즘 이 시장에 카카오가 들어온다는 설이 파다합니다. 아마 맞을 겁니다. 올 상반기 중에 진출한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저희는 카카오가 들어와도 자신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그냥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 겁니다. 가사도우미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지게 됩니다. 그 구조를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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