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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17 한국의 스타트업 시즌2-(10)이음, 만남의 대명사 된다

‘이음’이라는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업계 안팎에서 정말 많은 우려가 제기됐던 기억이 난다. 남녀간의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의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인데, 본래 목적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불륜이 횡행한다던가 사기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만남을 악용한다는가 하는 것. 아주 자세히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성간의 만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이는 사실 근거 없는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많은 만남 사이트들이 그런 부작용을 피해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식때문에 부작용이 확대 재생산되기도 했고, 오해를 받기도 하는가 하면,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음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아마 이런 선입견과 싸워나가는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놀랍게도 이음은 이를 무척이나 잘 해 왔다. 이음은 어떻게 이를 극복했을까, 그리고 앞으론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궁금증을 갖고 박희은 대표를 만났다.

◆편견과 싸워나가다

이음의 서비스가 처음 출시된 것은 지난 2010년 5월. 당시 베타 서비스로 출발해 2010년 10월 유료화 모델을 바로 도입했다. 이음의 소개팅 서비스는 세계 시장에서도 이미 유료 모델이 검증된 서비스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음을 처음 알게 된 건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된 2011년 1월. 당시 이음은 ‘안드로메다에서 내려온 이음신이 매력적인 지구 피플에게 매일 한 명의 인연을 선물해 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매일 한 사람씩을 소개해주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소개의 주체가 중요한데, ‘이음신’이라는 이름의 회사의 매칭프로그램이 중책을 수행했다.

 그런데 처음엔 이 이음신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서비스를 오픈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개발자를 구하는게 힘들었어요. 구하고 난 다음엔 제가 개발을 잘 몰라서 서비스 일정을 짜고 개발을 진행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았죠. 서비스가 나온 다음에는 매칭 고도화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매칭 서비스가 사실 시스템적으로 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용자 수가 어느 정도 늘어야 가능한 일이었거든요.” 

 사용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서면서부터 매칭 고도화 작업도 탄력을 받기 시작한 듯 하다. 사실 돈을 내고 소개팅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을 소개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 매칭고도화 작업이라는 것은 단순히 ‘좋은 사람’을 소개해준다는 차원을 넘어 각각의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 현재 하고 있는 일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적합한 사람을 연결시켜줘야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회원 숫자의 증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회원 증가와 함께 고민도 커졌다. 그것은 이음이 자칫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도 했고, 주위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잘못하면 음지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것. 유료화를 하더라도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돈을 벌면 오히려 음지화가 가속화될 수 있을 거라는 것. 이런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것. 우려이지만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지도 모르는 일.

 그래도 이음은 이런 우려를 극복해냈다. 여러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대표이사가 여자라는 점, 그리고 그 대표의 이미지가 우울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느낌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음이 처음부터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서비스에 내재화했다는 점이었다. 프로필을 받을 때 진지하게 생각하고 제출하게끔 하고, 불륜 등 문제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선 단계별로 경고조치 등을 통해 예방을 했다.

◆월 매출 5억 돌파

서비스 구상 단계에서부터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소개팅 서비스를 지향했고 이를 실제로 구현한 것이 중요했지만 박희은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다.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이 이 서비스가 여성의 마음을 잘 알아야한다는 점에서 플러스 효과가 분명히 있지 않았을까요.” 박 대표 본인의 분석도 그렇다.

 항상 남자 회원은 넘쳐났다. 반면 여성 회원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공을 좀 들여야 했다. 소개팅이란 역시 이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여전히 6 대 4의 비율로 남성 회원의 문의가 많죠. 그런데 요즘에 보면 남성들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뭐가 달라졌을까.”

 “뭐랄까. 훨씬 따지고 들어요. 남자들도 조건을 많이 따지고 더 상대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여전히 남자 회원은 충분히 많다. 여성 회원의 원활한 확보는 이음의 계속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음의 원 매출은 어느 정도 될까. 월 5억원 정도 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 박 대표를 만났을 때와 이 글을 쓰는 시점의 시차가 약간 있어 월 매출 5억원은 올초 기준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거의 대부분은 부분 유료화 아이템 수익이고, 최근에 광고가 들어오는 게 있어서 그 부분도 일부 수익모델로 잡혀있습니다.” 

 이음을 통해서 하루에 한명씩 소개를 받는 것은 따로 돈이 들지 않는다. 다만 소개를 받았을 때 상대가 맘에 들면 OK권을 구입해야 한다. 이걸 사는게 돈이 든다. 한번에 하나씩만 구입할 수도 있고 정기권을 구매해 기간동안 쓸 수도 있다. 

 현재 이음 서비스 이용자 수는 100만명. 회원 숫자다. 매일 15만명 가량이 이음을 쓰고 있다. 소개팅 서비스로는 굉장한 숫자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새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3년을 훌쩍 넘긴 이음 박희은 사장 입장에서는 성이 차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시장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까요.”

 “지금 20대-30대 미혼남녀가 800만명입니다. 한국에만 그렇죠. 이 중 12.5%가 이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아직 갈 길이 멀죠.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음은 아직까지 큰 고비를 겪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성장 정체가 반복되는 경험은 했다. 그 와중에도 조금씩 실적이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인 박희은 대표와 김도연 이사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줬기 때문 아닐까. “서비스를 시작할 때 김도연 이사는 수익모델을 반드시 함께 갖고 가야한다고 주장했죠. 저는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고 사람들을 모으면서 수익모델을 개발해도 된다는 입장이었어요. 이밖에도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보완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해외 진출 검토

박 대표에게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온라인 소개팅 시장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하고 있는 사업이다. 한편으로는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그만큼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 아직 미개척 시장에 도전해볼만 할 것 같다.

 “당연히 생각이 있죠. 하지만 우선 국내에서 확실하게 BEP(수익분기점)를 넘어서고 싶어요.”

 “BEP에 아직 도달을 안 했나요?”

 “월단위로는 BEP를 넘은 적이 많죠. 하지만 아직은 좀 들쑥날쑥해요. 투자나 마케팅에 비용을 좀 쓰게 되면 안되는 때도 있구요. 그래서 고민을 사실 해요. 어떤게 먼저일까. 해외진출이 먼저인지, 국내에서 성장하고 난 다음에 해외로 나가는 게 맞는 것인지.”

 “해외로 나가게 되면 자금이 많이 필요할텐데요.”

 “그렇죠. 현재 이음의 시스템에선 대규모 투자는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당분간 현지에서 수익모델없이 버텨야할 가능성이 높구요.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해 외부 투자 자금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수도 있겠죠.”

 “투자는 한 차례 받았었죠?”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하는 시점에 미래에셋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구요, 2011년 11월에 알토스와 슈프리마로부터 투자를 받았어요. 그 다음엔 투자를 받지 않았죠.” 

 이음이 결혼 시장에 진출할까. 이미 소개팅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는데, 결혼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그리 뜻밖의 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상황. 하지만 박 대표는 “현재 결혼정보회사들이 하고 있는 그런 시장 영역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결혼정보회사가 하는 시장이 사람 수로 보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 1위 업체의 회원 수가 3만명이 채 되질 않죠. 물론 하나하나의 가격이 고가이기는 하지만 저희는 완전히 그쪽으로는 가지 않을 겁니다. 그야말로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그런 분야가 아니라 글쎄요, 좀 더 쿨한 시장이라고 할까요? 물론 진지한 만남이어야하겠죠. 진지하지만 좀 더 쿨한 시장, 그게 저희의 그 다음 타깃입니다.”

 이런 박 대표의 생각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 출시된 아임에잇(I AM 8) 서비스. 조건에 맞는 이성을 선별, 소개해준다. 아임에잇은 초대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 회원에게 초대를 받거나 이음 홈페이지에서 초대 신청 후 승인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 또 회원의 실제 만남 성공률이 낮을 경우 ‘에잇 큐레이터’를 파견, 직접 지원해 데이트를 성사시킨다. 소개 횟수에 제한이 없는 소셜데이팅의 성격과 전담 매니저가 직접 관리하는 결혼정보업체의 성격을 동시에 띤다. 박 대표는 “좀 더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아임에잇을 보면, 이음은 그냥 여러 만남을 이어주던 방식에서 좀 더 선별된 만남을 도와주고 개인의 이성관계를 컨설팅하는 분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임에잇이 이음의 시즌2의 완결된 모습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단초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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