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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8 한국의 스타트업 게스트-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9

그는 ‘미완의 우주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번에 하려는 얘기는 그의 과거 우주인이 되고자 했던 그런 스토리는 아니다. 여전히 우주인을 꿈꾸는 사람에 대한 다른 이야기다. 이 정도만 되도 짐작하겠지만 이번 스토리의 주인공은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다.

 작년 여름 고산 대표의 강연을 처음 들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말했다. 담담했지만, 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연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인이 되고자 했던 저의 꿈은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싶다는 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민간이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시대가 옵니다. 우주선을 타지는 못했지만, 우주선을 쏘아올리겠다는 저의 꿈은 계속됩니다.”

 그 뒤로 1년이 지났다. 그의 이 말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은 그의 강연 중 인상깊었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 뒤 그가 살아온 모습이 자신의 말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그는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았는지 모른다. 그 과정에 그 강연이 한때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고산 대표를 다시 찾았다. 타이드인스티튜트 사무실은 여전히 세운상가에 있었다. 가서 보고 나는 그가 왜 세운상가에 사무실을 얻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가 자신이 왜 세운상가에 사무실을 얻었는지 그렇게 여러번 설명을 했는데,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냥 한 번 가보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세운상가 5층에 위치한 타이드인스티튜트 사무실에서. 고산 대표.>

그가 2011년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고, 작년에 그와 몇 차례 만나 얘기를 들을 때도 사실 나는 긴가민가했었다. 고 대표를 만났을 때 그런 생각들을 얘기했었다.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는, 역시 솔직한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자리도 잡았고, 어슴푸레했던 많은 부분들이 상당히 구체화됐다는게 그의 설명. 자, 그럼 얘기를 시작해보자. 타이드인스티튜트는 뭘 하는 곳인가? 아주 쉽게 말하면 벤처 창업을 도와주는 곳이다. 사단법인이고, 비영리다. 

 타이드인스티튜트가 창업 도우미로서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일은 타이드워크숍(TIDE Workshop)에 응집돼 있다. “제조업 창업의 첫 허들은 시제품 제작입니다. 그것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자.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했죠.”

 타이드워크숍의 모토는 ‘당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방법’. 방법만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장소도 제공해주면 더 좋다. 고산 대표는 그래서 열린 제작 공간 팹랩(Fab Lab)을 만들었다. 미국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의 Fab Lab을 본뜬 것이다. 한국에서 민간이 하는 공간으로는 최초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드인스티튜트가 있는 세운상가 5층 사무실이 곧 팹랩의 공간이기도 했다. 찾아갔을 때 사무실에는 3D 프린터, 레이저커터 등 직접 제작하고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기들이 구비돼 있었다. 여기에 세운상가의 장점이 다시 부각된다. “나가면 바로 필요한 부품을 살 수 있쟎아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죠. ” 그가 직접 비치된 장비를 보여주면서 어떤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지 설명을 해 줬다. 지금 당장은 간단한 모형을 만들 수있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앞으로 점점 더 정교한 제품들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물론 이것을 아무 준비 없이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것이고 타이드가 워크숍을 통해 그런 지식과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시도들은 미국의 로컬 모터스(Local Motors)와 같은 사례들이 국내에서 가능하게 되는 시점을 앞당길 지 모른다.

 로컬모터스는 여느 제조업체들과는 사뭇 다른, 자신들이 직접 차를 만들어 파는 그런 회사가 아니다. 일반인들이 디자인과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최종 단계에서는 로컬 모터스의 마이크로 공장에 가서 자신이 탈 자동차를 직접 조립해 온다. 랠리 파이터(Rally Fighter)는 그들의 첫 작품이었다. 자동차를 일반인들이 직접 디자인해 만든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 속 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제작 지식과 경험 등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고, 부품들이 모듈화되고, 제작 공간과 장비가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소비자가 프로슈머로 변신하는 일이 제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로컬모터스에 참여하는 대중들은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노하우를 갖춘 이들이다. 사실 이들도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장벽은 점차 낮아지지 않을까.

 그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또는 DIY(Do it Yourself)를 하려는 일반인들의 양산에 목적이 있지 않다. 그보다는 창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물론 창업 중에서도 기술 개발형과 제조형 창업이 그의 주된 관심이다. 기술이나 제조 쪽에 역량이 있지만 테크닉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타이드 아카데미(TIDE Academy)가 그것이다. “Singularity University를 모델로 했어요.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사람들이 창조형, 선도형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 고 대표의 부연설명이다.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교육이 8가지 트랙으로 준비돼 있고, 디자인, 회계 등 스타트업을 경영하기 위한 5가지 툴에 대한 강의도 마련돼 있다. 3주간의 트렌드 교육을 거쳐, 3주간 시제품 제작 교육을 받고 나면 2주간 멘토링을 받고 선도기업 탐방도할 수 있다. 모든 과정이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참가비가 전혀 없다는 것도 매력적. 

 이게 다가 아니다. 고 대표는 국내와 해외에서 창업자간 또는 창업자와 VC, 정부인사, 언론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스타트업 스프링보드’와 ‘TIDE Insight’가 그것이다. 2011년 7월 처음으로 시작된 ‘스타트업 스프링보드’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해외에 있는 한인 창업가들 또는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위해 만들어진 것. 창업경진대회나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흔히 있는, 행사 후 일회성으로 해외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창업가들 사이에 좀 더 반복적으로, 지속성이 있는 만남이 필요하다는 고 대표의 생각이 반영됐다. “스타트업 위크엔드 아시죠? 그거의 해외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외에 있는 한인 창업가들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도 주고 실제로 사업 확대도 가능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TIDE Insight’는 국내에서 밀도있게 이뤄지는 창업 관련 인물들의 네트워크다. 만나서 생각을 공유하고 전문가의 발표도 들으면서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제한된 숫자의 사람들이 만나다보니 보다 밀도있는 정보의 공유나 친밀감있는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는 게 고 대표의 생각.

 이런 여러 활동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제조업 창업과 국내 제조업의 저변 확대. 고 대표가 스스로는 인큐베이터가 아닌 플랫폼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즉 그가 만든 타이드 인스티튜트는 싹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이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 기업들에 투자해서 이익을 얻는 그런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인큐베이터들이 할 일이고, 자신은 수많은 메이커스(makers; 이때의 메이커스는 크리스 앤더슨이 쓴 최신작 ‘메이커스’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수요를 창출해나가는, 제조업 혁명을 불러올 그런 사람들)들이 이뤄낼 새로운 혁명과 도전의 플랫폼이 되고 싶다는 것. 어찌보면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자신이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 위에서 자신도 도전하고 싶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실제로 그는 직접 창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물론 이 창업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플랫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가 창업한 이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다룰 수 있을 듯 하다. 여운을 남기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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