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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8 한국의 스타트업-(171)웨딩바이미 선현국 대표

허례허식, 예식 전 과정에 만연해 있는 상술, 불투명한 가격 등 한국 사회의 예식 문화를 둘러싸고 숱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은 지극히 한정된 시간에, 제한적인 정보만을 갖고 모든 것을 결정해야하는 구매자들이 처한 상황의 특수성 때문이다. 시장도 이런 구매자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이들의 약점을 이용한 상품으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인생에 한번 뿐인, 그것도 생전에 하는 가장 큰 행사라는 점 때문에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 돈을 좀 쓰더라도, 아니 무리해서라도 폼나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몰아간다. 실제로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도 말이다. 물론 여기엔 남들의 눈을 중요하시하는 사회적인 특성, 부모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문화적인 배경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수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것이 지금의 결혼예식 문화인데, 결국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혼을 이미 했거나, 앞두고 있거나, 언젠가 해야 할 사람들이다. 즉, 전 국민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결혼식 비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불만족은 가뜩이나 결혼해서 살 집을 마련할 비용도 없는 젊은이들에게 더 큰 실망감과 좌절을 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번 글은 좀 무겁게 시작했다. 어떤 사회적 문제이든 문제를 직시하고 깊이 들어가자면 분위기가 어두워지기 마련이지만 결혼식 문제는 더욱 그렇다. 모두가 알면서도 별로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판을 바꿔보겠다고 한 벤처기업이 나섰다. 웨딩바이미 선현국 대표다.

◆잃을 게 없을 때 시작하자

선현국 대표는 웨딩 산업이나 결혼식과 관련된 어떤 비즈니스에도 종사한 적이 없다. 이것이 그가 웨딩 산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일을 풀어나가는데 장점이 될까, 단점이 될까.

광운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학생 선현국은 애시당초 사업가를 꿈꾸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전자공학과를 간 것도 취직이 잘 된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 어찌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낸 그가 전자공학과에 들어가서 발견한 것은 자신의 다른 적성이었다. 프로그램을 짜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 그는 전자공학과에 들어갔지만 그 이후의 진로는 일반적인 인문․사회대 전공 학생들의 길을 갔다.

군 복무를 마치고 3개월 간의 미국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대학에 복학해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할 때도 여전히 그에겐 취업이 화두였다. 공대생인데도 줄기차게 영업과 마케팅 분야만 지원하던 그는 운명처럼 휴맥스에 취직을 하게 됐다. 그가 맡은 일은 전략구매 파트였다. 여기서 굳이 ‘운명처럼’ 이라는 말을 쓴 것은 대한민국 벤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휴맥스에 입사한 뒤 그가 처음으로 창업가의 세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휴맥스에 들어가서 구매 담당으로 일하면서 부품산업 분야의 창업가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때 처음으로 창업을 생각하게 됐죠.”

“그들이 좋아보였나 봅니다.”

“한편으론 힘들어보였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았어요. 자기 일을 하는 거죠.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그리고 그도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내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잃을 게 없을 때 시작하자는 마음도 당연히 있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제안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잇따른 히트작, 그러나....

당시 휴맥스에서 함께 일하고 있던 한윤택은 하드웨어 업계에서 일하면서도 틈틈이 코딩을 짜곤 했던 개발자. 사실 그는 레인보우캘린더라는 앱을 개발해 히트를 치기도 했었다. 그가 2010년 앱 개발로 사업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엔 아이폰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던 시절이었고 앱 개발만 해도 쏠쏠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던 때였다. 한윤택은 앱 개발이 충분히 사업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보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선현국이 기획을, 한윤택이 개발을 하면 훌륭하게 한 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처음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한윤택이 사촌동생 한아름을 합류시키면서 창업팀이 완성됐다. 한아름은 디자인문구 업체인 모노폴리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였다. 2011년 5월 이들은 어뮤즈파크라는 사명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비록 세 명 뿐이었지만 이들의 저력은 놀라웠다. ‘데이앤뉴’를 시작으로 20여 개의 유틸리티와 엔터테인먼트 앱을 개발했고 대부분 순위권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10월에는 중소기업청과 KT가 주최하는 Go to global 앱 경진대회에 나가 수상했고 2012년 11월에는 KT아키텍트 3기 우수개발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KT에코노베이션센터에 입주도 했다.

2013년에는 사업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카카오톡이 야심차게 출시한 카카오톡채팅플러스에 드로잉톡 for Kakao로 입점을 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마이콘 for Kakao도 출시했다. 그해 말에는 베스트 앱에 선정되기도 했고 합쳐서 600만에 달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많은 앱이 난무하는 앱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아무리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사용자로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출시하는 모든 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인기를 끄는 앱을 연달아 만들었다는 것은 대중성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였다. 인기는 많이 끌었고 사람도 많이 모았지만 수익이 별로 나질 않았다. 즉 돈이 별로 안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는 ‘유틸리티앱의 한계’라고 표현했다. “온라인에서도 유틸리티 앱은 공짜로 쓰죠. 대부분. 모바일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온라인의 경험이 그대로 옮겨간 측면도 있구요.”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회사였는데 자금이 부족한 현상이 지속됐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도 마이콘과 드로잉톡이 무의미하진 않았다. 특히 마이콘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은 웨딩바이미의 모티브가 됐다. 당시 마이콘 사용자의 90% 가량이 여성이었는데 선 대표는 여성 사용자들이 앱 내 메리미라는 카테고리에 있는 스티커를 이용해 모바일 청첩장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연관 서비스를 떠올린 것이다. 물론 여기엔 본인이 결혼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는 과정에서 겪은 황당한 가격체계, 불편함 등도 작용했다.

웨딩서비스를 준비하기로 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기존 어뮤즈파크는 한윤택이 대표를 맡고 있었는데(개발 중심의 회사였기에) 웨딩 분야 사업을 준비하면서 사명도 웨딩바이미로 바꾸고 대표도 선현국이 맡기로 한 것이다. 업의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

◆레몬마켓 웨딩시장 바꾼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명확했다. 웨딩 시장이 너무나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거였다. 정보가 제한돼 있다 보니 남들이 하는 대로 하거나 업계 종사자들이 권하는대로 따라가기가 일쑤다. 당연히 비용이 올라간다. 소비자가 가격을 모르기 때문이다. 거품이 낀 것일 수도 있고 중간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또 비슷비슷한 결혼식만 많고 특별한 결혼식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정보, 특히 가격을 공개했다. 견적도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스스로 뽑아볼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호에 따라 결혼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하고 스스로 상품을 구성할 수 있게 한 것이 웨딩바이미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 이 모든 것을 구성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 사람도 있다.

결혼식 과정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고객의 능동성이 요구된다. 이런 능동성이 얼마나 발휘될지는 아직 미지수. 사람들이 무조건 싼 가격만 찾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변수다. 한번 하는 결혼식에서(그렇지 않은 사람도 요즘엔 많지만) 이왕이면 폼나게 돈 신경쓰지 않고 하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이들의 사업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누구나 좋은 상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곳을 찾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은 확신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시장이 사실상 고객 입장에서 한번만 경험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반복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만족한 고객이 다시 찾을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장의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수익모델, 즉 웨딩관련 업체 등을 연결해주고 여기서 수수료를 받거나 광고를 유치하는 모델 말고 그 밖의 수익모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것을 찾아야 한다.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등 웨딩 관련 다른 분야로 접점을 넓히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미 존재하는 웨딩컨설팅업체와 차별화하는 점도 다시 거론될 수 있을 것 같다.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은 큰 차별화가 되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시장에서 통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불편함이 존재하고 소비자의 불만이 많은 시장에는 반드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와 개혁은 누군가의 시도로 인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웨딩바이미의 시도가 그런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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