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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2 한국의 스타트업-(23)이지모드 김지호 대표 7

단군의 땅이라는 게임이 있었다.텍스트로 가득한 화면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이 게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당시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나 프린세스메이커에 대한 추억도 공유할 것이 틀림없다.

 오랫만에 나는 그 시절에 대학 생활을 하면서 게임을 접했던 비슷한 또래의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났다.추억만 공유할 정도가 아니라 그 추억을 제공해준 장본인이다.단군의 땅을 개발한 김지호 대표가 주인공이다.김지호 대표는 올초 이지모드라는 게임 회사를 설립하고 플레이가든이라는 페이스북용 소셜게임을 출시했다.페이스북 최초의 한국업체가 만든 한글 게임이다.게임 개발 1세대가 소셜게임을 들고 컴백한 것이다.

<이지모드 김지호 대표. 사진은 꼬날님께서 수고해주셨다.>

◆게임 1세대의 소셜 게임 도전
 김 대표는 과학고-카이스트를 나온 한국의 전형적인 수재다.카이스트 전산학과 90학번으로 90년대 중반부터 게임 개발이 세계에 뛰어든 엔지니어다.학교에 다닐때 뭐에 관심이 있었는지 그에게 물었다. “학교 다닐 때 인터넷이나 보안 쪽에 관심을 갖고 그 쪽으로 매진한 친구들이 있었고 열심히 게임에 몰두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전 후자에 속했죠”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들어보면 한국 게임산업 초창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1995년 마리텔레콤 창업 멤버로 단군의 땅을 개발했던 그는 2002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하게 된다.바람의 나라,리니지 개발자이자 카이스트 선배이기도 한 송재경씨와 함께 리니지1을 3D로 바꾸는 리니지포에버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도 했다.2003년경 리니지포에버 프로젝ㅌ가 Alter Life와 아이온 프로젝트로 분화되면서 김 대표닌 Alter Life를 맡게 됐다.그가 맡았던 Alter Life는 일종이 세컨드라이프같은 컨셉인데 김 대표는 이를 ‘여성 대상의 소셜 MMORPG’라고 설명했다.

 “송재경 대표와 ‘소셜 MMO’를 해보자고 했죠.유저들이 처음에는 게임하러 들어오지만 결국 남아있는 이유는 커뮤니티다.그러니 소셜로 한 번 풀어보자.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굉장히 막연한 아이디어였어요.명칭도 지금 용어가 있으니 소셜이라고 했지 당시엔 좀 두리뭉실하게 얘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심즈 식으로 아바타도 해보고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해서 풀어보기도 하고 사교활동을 넣어보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좀 더 끝까지 밀고 나갔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2006년 5월 엔씨소프트에서 SK C&C로 적을 옮긴 그는 SK C&C에서 가상 세계 서비스를 준비하는 일을 맡았다.서울을 그대로 복제해서 마치 세컨드라이프 서비스처럼 3D로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였다.물론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그가 엔씨소프트에서 Alter life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생활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대기업에서는 일의 과정은 복잡한 데 성공과 실패에 따른 결과가 분명치 않았다.그는 과거 게임 개발을 했던 시기를 떠올렸다.힘들었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나오는 정직한 field였다.그는 정직한 필드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고심끝에 안정된 직장을 뛰쳐나온 그는 SK C&C 시절 알게된 개발자 2명과 함께 이지모드를 창업했다.

◆한국형 소셜게임
 이지모드가 지난달 18일 선보인 플레이가든은 어떤 게임일까. “간단히 말하면 정원을 가꾸는 게임입니다.꽃이나 과일을 키우고 수확해서 돈도 벌고,집도 세우고 길도 깔고 하는 게임입니다.물론 아바타를 꾸미거나 정원을 확장하고 키워나갈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가든에는 특유의 제작 시스템이 있어서 수확한 재료로 생산을 할 수 있다.이를테면 염색약을 만들어 머리를 염색하기도 하고 빵을 굽거나 꽃다발을 만들 수도 있다.무엇보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소셜게임이기 때문에 친구들의 정원을 방문해서 도움을 주거나 만든 빵을 같이 나눠 먹는다거나 할 수도 있다.

 ‘플레이가든’이 기존 농장 경영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아바타 요소와 그래픽을 강화한 것이다.온라인게임에서 단련된 한국 게임의 노하우가 담겼다고 볼 수도 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소셜게임에 천착해 온 김 대표의 역량이 결집됐다고 할 수도 있겠다.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꾸밀 수 있으며, 식물이 자라는 단계도 5단계로 구분돼 보는 재미를 살렸다.또한 세계적인 명작인 ‘비밀의 화원’ 스토리를 기반으로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도 특징이다.

◆소셜게임 기반이 부족한 언어권 공략
 이지모드는 아직 프리오픈베타서비스중이다.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오픈베타를 준비할 예정이다.이지모드가 서비스되는 언어가 흥미롭다.영어와 한국어,터키어 그리고 태국어다.영어와 한국어는 그렇다 치고, 터키어와 태국어는 왜?

 “터키어는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4번째 언어입니다.태국어도 20번째 안에 들 정도입니다.한국이 오히려 이들에 비하면 한참 밀립니다.우리는 충분한 언어 베이스는 있는데,즉 해당 언어의 사용자 기반은 충분한데 소셜 게임이 활성화되지 않은 언어권을 공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성공하려면 철저한 전략이 필요한데 이지모드는 소셜게임 기반이 부족한 언어권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수만개의 소셜게임이 경쟁하는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살아남으려면 자신들만의 전략이 필요하다.이지모드의 생존 방식이다.

 그에게 왜 회사 이름이 이지모드(easymode)냐고 물었다. “예전에 PC게임에서 보면 이지모드라는 게 있쟎아요.쉽게 할 수 있는,초보자도 할 수 있는 모드.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합니다.엄마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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