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혼자서 주도하는 경우는 요즘 매우 찾기 힘들다. 모바일 시대엔 1인 창업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일 뿐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역할 분담을 잘 한 공동 창업이 일반적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함께 창업을 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 결혼하기 위해 자기 짝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아주 잘 맞는 공동창업자들의 조합을 보면 주위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아 부럽다” 모바일 시대의 인맥관리서비스 ‘예티’(Yeati)를 개발한 이지웍스는 창업자들의 적절한 조합에 시간이 필요했던 회사였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였다.
◆창업에 이르는 험난한 길
이성원 공동 대표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Kendall College of Art&Design Ferris State University(FSU)를 2000년에 입학해 2005년 졸업했다. 전공은 산업디자인. 국내에서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입학하느라 좀 늦어졌다. 미국에서 학부를 마칠 무렵 그는 미니어처 제작 사업을 했다. 자신도 생각지 못했지만 교수의 조언을 듣고 사업을 시작해 제법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6월 한국에 들어오면서 대기업을 선택했다. LG산전에 입사한 그는 안양연구소 R&D센터에서 일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의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서툴고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미국에서 자신의 뜻대로 사업을 하던 시절의 기억이 계속 떠올라서였을까. 그는 2010년 3월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증강현실(AR)기법을 이용한 서비스를 대기업 공모전에 제출해 당선됐다. 2011년 KT가 주최하는 아키텍트에 선정돼 인큐베이팅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다. 당시 그가 만들었던 것은 박물관에서 AR 기술로 유적이나 전시물에 비추면 전시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 이야기들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인큐베이팅센터에서 그는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팀 이름도 이지디자인웍스라고 지었다. 주변 도움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누렸다. 문제는 그 이후 불거졌다. 자리를 잡아갈 시점에 공동 창업자와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팀을 깰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갑자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노력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헛되게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자책도 했구요. ”
8개월. 길다면 길지만 남들이 듣기엔 별로 길어보이지 않은 기간의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이성원 대표에게는 이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헤드헌터와 디자이너의 만남
이성원 대표가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고 있을 무렵,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창업을 고민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신유정 대표는 HR파트너스, 커리어케어, 시너지파트너스 등 헤드헌팅업체에서 경력을 쌓아오면서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인맥관리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12년간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구직자의 매력과 재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바일이 점점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구인구직 분야에서는 모바일에 맞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거든요. 헤드헌터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쪽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됐죠.”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신유정 대표는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연세대 법학과 93학번인 신 대표에게는 엔지니어가 필요했다. 이성원, 신유정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딱 맞았다.
2011년 이지웍스의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신유정 대표의 주선으로 세계적 헤드헌터 기업인 하이드릭앤드스트러글스의 윤경희 부회장을 만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윤 부회장은 구체적인 서비스 기획안이나 다름없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윤 부회장께서 ‘딱딱한 이력서를 보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한눈에 들어오는 프로필을 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들이 갖고 있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윤 부회장은 즉석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서비스 기획안과 유사한 내용을 적어주셨는데, ‘이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만남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했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올 2월에 정식 법인을 출범했지만 이들 못지 않은 훌륭한 CTO(최고기술책임자)가 필요했다. 사업의 진척과 구인난으로 힘들 때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멘토 역할을 해 줬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처럼, CTO와의 만남도 불현듯 찾아왔다.
“신기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안 풀렸었는데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해결되기 시작하더군요. 아침에 고민하던 일이 오후에 갑자기 해결되기도 했죠. CTO를 만난 일도 그랬어요. 스타트업 위크앤드에 참석했을 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물론 있었죠. 하지만 거기거 아이폰 최고 개발자로 손꼽히는 박동기씨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박동기씨가 CTO로 합류하면서 이지웍스는 날개를 단 듯하다. 실력있는 개발자는 IT분야 벤처기업에 있어서 첫 손에 꼽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Next LinkedIn
이렇듯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발된 ‘예티’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신유정 대표는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링크트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서비스라는 것에 단순 모바일이라고 설명하고 넘어갈 수 없는 많은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한다.
링크트인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구인자나 구직자가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트워크가 광범위하다는 것도 장점. 하지만 웹 기반의 서비스이고 모바일에서는 불편하다는 단점도 분명 있다. “사람을 처음 만나자마자 ‘이력서 좀 볼 수 있나요’라고 할 수는 없쟎아요.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과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서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매칭 서비스가 있으면 좀 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까요” 신유정 대표의 설명이다.
예티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진과 동영상, 문서 등을 앱에 올려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방식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본인의 ‘재능 키워드’를 적을 수 있는 칸이 있고,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이 키워드 밑에 평가를 달 수 있어 구인자에게 정성평가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기업 등 구인자는 월 1만원의 사용료를 내면 원하는 ‘키워드’를 가진 사람들을 검색해 연락할 수 있다.
링크트인과 다른 점은 ‘이미지’를 통해 본인을 표현할 수 있고 ‘재능 키워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이런 확실한 포인트가 어필해서일까. 6월에 열린 ‘비론치(beLaunch) 경진대회’와 ‘나는 글로벌 벤처다(나벤처) 콘테스트’에서 각각 우승과 동상을 수상했다.
특히 비론치 경진대회는 퀄컴이 주관했다. 퀄컴의 큐프라이즈를 수상하면서 퀄컴의 투자를 받는 회사가 됐다. 무엇보다 이들을 기쁘게 한 것은 퀄컴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이들에게 내린 평가다. 퀄컴은 이들을 ‘Next LinkedIn’ 서비스라고 평가하며 수상을 결정했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이 한마디가 명확하게 표현했다. 용기백배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이들은 예티를 오프라인에서 창업자 버전으로 확대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글스타포럼이라는 네트워크 모임이 그것이다.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이거나 연세대학교 출신들의 벤처기업인들이 주축이 되서 만든 모임이다. 하지만 꼭 특정 대학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도훈 트리움 대표, 한상엽 위즈덤 대표, 신유정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등 쟁쟁한 인물들이 이글스타포럼에 합류했다. 물론 이지웍스의 고문인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여전히 이글스타포럼에서도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성원 대표는 “예티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고 만들었다”며 “전세계의 모바일 세대라면 누구나 예티를 통해서 직장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는 그런 서비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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